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08
507화. Good Music Project (3)
강소의 말에 릴리스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웃으며 말했지만, 그게 더 섬뜩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꿈속에서의 자신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무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릴리스는 평정을 되찾고, 물었다.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것이지?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이 꿈속에 강소 본인이 들어와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솔직히 불가능한 것이었으니까.
강소가 대답했다.
“말했잖아. 비밀이라고.”
사실 그가 꿈속에 들어온 건 천해진, 아니 네르갈의 도움 덕분이었다.
전에 강소가 아드크에게 뺏어서 네르갈에게 준 이블 웨폰 ‘독의 파도’를 사용한 것.
물론 독의 파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네르갈에게 독에 대한 면역이 있어야 했지만, 이미 그 조건은 갖추어져 있었다.
정보를 다루는 집단인 네르갈 가문의 수장인 만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독에 대한 내성을 길러 왔기 때문이다.
물론 아드크만큼은 아니겠지만, 그가 소유하고 있는 아티펙트로 커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독의 파도를 연구했고, 그 진짜 효용성을 깨달았다.
그건 원하는 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기로 사용했기 때문에 독의 파도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원래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였으니까.
네르갈은 독의 파도를 사용하여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약을 만든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꿈의 무의식에 들어갈 수 있는 약이었지만 말이다.
릴리스가 자신에게 접근할 것을 예상한 강소는, 그 약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릴리스의 뒤를 따라 자신의 무의식으로 들어온 것.
릴리스가 자신의 꿈속에 들어오기를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강소는 릴리스의 기운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그 실체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실체를 볼 수 있는 건 이블 웨폰을 소유한 어둠의 족속뿐.
물론 유하영도 볼 수 있었지만.
아무튼, 강소가 릴리스를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꿈속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그만큼 몽마는 까다로운 존재였고, 무력이 약함에도 상위 서열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였다.
강소는 릴리스를 보았다.
분홍색 머리카락에 분홍색 눈동자,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 옷차림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분홍색의 얇은 시폰 계열의 천으로 만들어진 옷 안으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여자들의 미니스커트에 적응이 되었다지만, 그런 옷차림은…….
‘괜히 봤어. 빨리 해치워야겠군.’
그는 릴리스에게 다가가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산사나무로 만든 단검이었다.
강소의 인벤토리 안의 대장장이겸 장인 치두가 만들어 준 것이다.
“……!”
그걸 본 릴리스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몽마의 약점이 바로 산사나무로 만든 무기였으니까.
꿈속에서 무적인 몽마에게 유일하게 상처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사나무였다.
꿈 밖에서는 무용지물이었지만.
하지만 산사나무가 자신의 약점이라는 것을 드러낼 수 없었기에 평정을 가장했다.
“나, 나무로 만든 단검이라니! 하, 하하, 귀엽네?”
“이게 귀여워 보인다니. 미친 건가?”
“…….”
그리고, 강소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향해 산사나무 단검을 휘둘렀다.
“까악-!”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왼팔이 툭 떨어졌다.
빠르게 피했지만, 상대가 강소였다.
“이런, 미안. 오랜만에 단검을 휘둘러서 감이 좀 떨어졌네? 한 번에 처리하려고 했는데.”
강소는 다시 릴리스에게 향했다.
그 순간,
릴리스는 자신의 이블 웨폰을 꺼냈다.
그녀의 이블 웨폰은 ‘정욕의 채찍’.
채찍에 맞을 때마다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게 되어, 결국은 그녀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일으키는 그런 무기였다.
휘릭-!
분홍색 채찍이 강소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강소는 그 채찍을 피하며 피식 웃었다.
‘지은 씨보다 솜씨가 못하군.’
그런 그를 보며 릴리스는 약이 올랐다.
“맞아! 맞으라고! 왜 채찍에 맞지 않는 거야!”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 맞으면 바보지.”
결국, 릴리스는 채찍으로 강소를 굴복시키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는 강소의 손에 들린 산사나무 단검에 목이 잘릴지도 몰랐다.
‘대체 저건 어떻게 준비한 거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릴리스는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그녀는 강소의 꿈속 밑바닥에서 살육을 계속하던 흑의, 흑발의 남자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뒤에 유일하게 서 있는 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3층짜리 건물은, 강소가 살던 곳의 건물이었다.
굵은 기둥과, 하늘을 날 듯한 처마.
기와가 올려진 지붕.
그리고 한지를 발라 만든 창문들…….
2층과 3층 사이에, ‘양춘각’이 한자로 양각된 현판이 달려 있었다.
강소는 그곳이 어딘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가, 그 소녀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살았던 바로 그 ‘다루’였다.
강소는 그곳으로 피하는 릴리스를 향해 산사나무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
그는 단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릴리스가 한 소녀를 방패 삼아 피했기 때문이다.
“…….”
강소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방이 트인 3층 누각에 그 소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이런!”
치자로 물들인 노란색 옷을 입은 소녀의 눈동자에 강소는 당황했다.
설마 이곳에 그녀가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역시 이 소녀가 네 약점이구나! 호호홋!”
릴리스가 간교하게 웃었다.
“그 어떤 사람이든, 약점은 있기 마련이지.”
“이게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은…… 나 살려고 하는 짓이지. 그럼 안녕.”
그 순간.
릴리스가 사라졌다.
꿈속에서 나간 것이다.
강소는 이를 갈았다. 서둘러 그녀의 뒤를 쫓아야 했지만, 현재 그건 불가능했다.
네르갈이 준 약을 먹고 무의식에 들어왔고, 효력 지속 시간은 30분이었다.
하지만 30분이 되지 않았다.
‘아직 10분 정도 남았군. 제길!’
그 시간 동안 릴리스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기에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혹시 몰라서 양춘각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공으로 보호막은 만들어 놓았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아저씨.”
그 소녀가 그를 불렀다. 강소는 그 소녀를 보았다.
오래전, 그가 그녀를 위해 흑도 무리와 천마신교도들과 혈투를 벌일 때의 모습처럼.
앳된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보이는 거냐?”
그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
그리고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흑의, 흑발의 남자가 있었다.
강소는 그가 누군지, 처음 봤을 때부터 알 수 있었다.
그는, 과거의 자신이었다.
“아저씨가 저렇게까지 하면서 지켜 낸 아저씨잖아요.”
그랬다.
강소가 소녀를 위해 수많은 이들을 죽였다지만, 사실 그건 강소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소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 소녀가 슬퍼하는 것이 싫어서, 소녀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소녀는 강소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마침내,
천마신교주를 무릎 꿇렸다.
피 칠갑을 한 과거의 강소가 고개를 돌려 양춘각 3층 누각에 서 있는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는 미소 지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아저씨는 아저씨를 지켜 낼 수 있을 거예요. 저를 지켜 주셨듯이.”
소녀가 웃었다.
“아저씨가 해 온 모든 것이, 아저씨를 도울 거예요.”
그리고,
강소 주변의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졌다.
잠에서 깨고 있었다.
.
.
.
“아…….”
강소는 눈을 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강소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의 눈이 분노로 물들기 시작했다.
‘너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건드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릴리스가 아직 무슨 짓을 저지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
가까운 거리에서 릴리스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어둠의 족속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기운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거지?’
* * *
릴리스는 강소의 꿈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역시나,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소가 자신의 몸을 가지고 자신의 꿈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 어서, 어서 도망가야 해!”
그녀는 서둘러 그곳에서 도망쳤다.
어서 왕에게 가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수상한 아이와 방금 자신을 죽일 뻔했던 남자에 대해서 보고해야 했다.
그런데,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건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릴리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자의 모습에 릴리스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위리 님이시군요.”
상처투성이의 거한은 바로 위리였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 어비스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어비스로?”
“네. 이번에 만난 수상한 두 인물에 대해서 왕께 보고 드려야 해서 말입니다.”
“수상한 인물이라……? 누군지 궁금하군.”
“그러니까 유하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인데 그 아이…….”
릴리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위리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위리…… 님?”
“미안하지만 자네는 어비스로 돌아가선 안 된다네.”
“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순간,
위리의 주먹이 릴리스를 향해 쏘아졌고, 릴리스는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고, 스친 왼쪽 팔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위리는 손에 이블 웨폰 ‘화산의 주먹’이라는 글러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꿈 밖에서의 몽마들의 약점은 이블 웨폰뿐이었다.
“어, 어째서 저를 공격하시는 거죠?”
“말했잖아? 자네는 어비스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대체 이유가 뭐…….”
릴리스는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유하영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말했을 때 위리의 표정이 변했으니까.
“설마, 유하영이라는 아이 때문인가요?”
위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건 긍정의 뜻이었다.
“그 아이 때문에 같은 동족을 공격하다니! 제정신인가요?”
“나는 지극히 제정신이다.”
“위리 님! 당신이 나를 공격했다는 것을 오라버니께서 아시면 가만있지 않으실 겁니다.”
“상관없어. 그 새끼도 패 버리면 되니까. 그리고 언제부터 동족끼리 공격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었지? 나는 그런 법을 들은 적이 없는데?”
“…….”
“끊임없이 서로 투쟁하는 자들이, 우리 아니던가?”
“이이익!”
릴리스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고, 자신의 이블 웨폰을 꺼냈다.
정욕의 채찍이 위리를 향했다.
하지만 위리는 담담하게 채찍을 피하며 릴리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위리는 알고 있었다.
릴리스와 같은 몽마들을 상대할 때에는 단번에 끝낼 각오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퍽-!
그 한 방에 그녀는 나가떨어졌다.
그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괜히 위리가 릴리스보다 윗 서열인 게 아니다.
“허억!”
릴리스가 서둘러 일어나려 했지만, 어마어마한 고통에 바로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애쓰지 마라. 그냥 네 패배를 받아들여라.”
그 말에 릴리스는 이를 갈았다.
“대체 내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네게 잘못이 있다면, 하영이를 건드린 것이다. 나에게 은혜를 베푼 아이를 건드렸고, 나는 그걸 용납하지 못할 뿐.”
퍽-!
위리의 주먹에, 릴리스는 기절해 버렸다.
“이것으로 그 아이에 대한 빚은 갚았군.”
그때였다.
저벅, 저벅,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위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한 남자를 보았다.
“아, 왔군.”
그에게 다가온 자는 강소였다.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강소의 물음에 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영이의 오빠가 아닌가?”
“아시는군요.”
“팬클럽에서 유명하더군.”
사실 그동안 위리는 유하영의 팬클럽 사이트에 들어가 수많은 사진과 영상 등을 보았고 그 와중에 강소에 대한 것도 알게 되었다.
유하영의 오빠 실물 영접한 썰 같은 글도 있었다.
그리고,
릴리스를 감시하던 아스타에게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보통 인간은 아닌 것 같군.”
위리는 느낄 수 있었다.
강소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강함’을.
그에게서 느껴지는 투쟁심에 강소가 물었다.
“그래서 저와 싸우고 싶으십니까?”
“아니, 그건 아닐세.”
위리가 손을 저었다.
“나는 싸움을 좋아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울 만큼 어리석지는 않지.”
강소는 위리의 발아래에 쓰러져 있는 릴리스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당신이 왜 저자를?”
“아, 이거?”
위리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건 하영이가 내게 베푼 은혜에 대한 보답이네. 그리고, 사실 내가 초코빵이라서 말이지.”
무림에서 온 배달부 50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