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87
44화. 비행기를 타고 (6)
차현태가 운전하는 차는 인천공항 입구에 섰고, 모두 내렸다.
“저는 주차를 하고 오겠습니다.”
“네.”
일행은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한 천장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빛으로 인해 환하고 반짝이는 공항의 모습이 보였다.
서울 공항은 뭔가 딱딱하고 격식에 맞춘 듯하면서도 보안에 최적화되어 있는 구조이다.
반면, 이곳은 뭔가 더 부드러우면서도 손님들의 편의를 중점에 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때 유하영이 벤치에 앉아 있던 유건영과 박민애를 불렀다.
“하영이 왔네!”
임소영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야. 우리도 금방 왔어.”
그들은 택시를 타고 왔다. 그 표정에서는 감출 수 없는 설렘이 엿보였다.
그때 그곳으로 반가운 얼굴들이 다가왔다.
임송규와 고혜미다.
“벌써 왔네?”
“오빠. 언니.”
임소영은 이제 고혜미에게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임송규와 결혼한 그녀에게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랬으니까.
이에 대해서 묻는 강소에게 임소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었다.
“사실 한국이 호칭 문제가 참 복잡한 나라거든요.”
“아…… 그렇군요.”
강소는 자신도 호칭 문제로 고민했던 적이 있기에 금세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이번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이들의 목적은 제각각이었지만,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여행, 또는 비즈니스.
RD엔터와 적룡 길드 등은 비즈니스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여행이었다.
그리고 여행을 위해 가는 이들을 위해서는 H 그룹에서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 주기로 했다.
“자, 그럼 발권하러 갑시다.”
저번에 서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을 때는 그냥 여권을 내밀면 그게 발권이자 탑승 수속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민간 공항이다.
그렇기에 발권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고영민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11시 비행기니까, 두 시간 정도 남았군요.”
“너무 일찍 온 건가요?”
노민아의 엄마 서지수의 물음에 유건영이 대답했다.
“최소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니, 적당하게 맞춰서 도착한 겁니다.”
박민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발권도 하고, 검색대도 통과해야 하니까요.”
그들의 말에 고영민이 말했다.
“그래서 발권 카운터가 2시간 전에 오픈하는군요.”
그때 방송이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승객 여러분. 10분 후 A-1 카운터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가는 H 항공 KH-001편의 발권 수속을 시작하겠습니다.]그 안내에 승객들은 A-1카운터로 향했고, 길게 줄을 섰다.
오늘 승객들을 태운 첫 비행에 나선 KH-001편의 승객 수는 총 300명.
경호를 맡은 헌터 30명과 승무원 20명을 제외한 인원이다.
정각 9시가 되자 A1 카운터에서 발권 준비를 마친 항공사 직원들이 나란히 섰다.
각성자 협회와 적룡 길드의 투자를 받아 H 그룹에서 새로 만든 H 항공에서는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서 수많은 자료를 찾고, 또 생존해 있는 조종사와 승무원 출신들에게 조언을 얻는 등의 노력을 해 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승무원들의 옷은 신축성 있는 붉은색 원단으로 만든 생활 한복 스타일이다.
격변의 시대 이전과 다른 것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긴 바지에 굽 낮은 신발이라는 것이다.
그건 승무원들의 건강을 위한 조치였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공중에는 수많은 마수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방송이 들렸다.
[승객 여러분. 지금부터 A-1 카운터에서 미국 워싱턴 D.C.로 가는 H 항공 KH-001편의 발권 수속을 시작하겠습니다.]그 방송이 끝나고, 카운터에 나란히 선 승무원들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발권이 시작되었다.
일행들은 발권을 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그리고 탑승 구역에 도착한 그들은 벤치에 앉아 탑승 수속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정말 세기의 사랑이네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강소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승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틀어 놓은 TV에서는 이번에 기습 결혼식을 올린 성진호와 김명희에 대해서 두 명의 패널이 나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곧 자료화면이 나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성진호와, 하얀색의 웨딩 드레스를 입은 김명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면사포까지 제대로 쓰고 있었다.
결혼식이 있던 날, 김명희와의 통화를 떠올렸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 감사해요. 사실 저도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혼식을 하게 될 거라고는 몰랐어요.
“웨딩드레스도 입으셨던 것으로 압니다만.”
– 그거요…… 저는 그 옷이 파티 컨셉이라고 해서 그렇게 입고 갔거든요. 제가 진호의 파트너였거든요. 그런데 속았어요. 그거 진호가 준비해 놓은 웨딩드레스더라고요.
“아, 그랬습니까?”
– 네. 그리고 제가 “그래 결혼해.”라고 하자마자 인벤토리에서 면사포를 꺼내 씌워 주는 거 있죠?
투덜거리듯 말하는 김명희였지만, 그 목소리는 행복으로 가득했다.
그때였다.
[지금부터 미국 워싱턴 D.C.로 가는 H 항공 KH-001편의 탑승 수속을 시작합니다]그 안내 방송에 모두 탑승구 앞에 줄을 섰고, 차례대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모든 승객이 탑승하고, 곧 비행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
부우우웅-.
커다란 비행기가 이륙했고, 곧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와! 예쁘다!”
강소의 옆에 앉은 유하영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감탄했다.
“그렇게 예쁘냐?”
“응.”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런 예쁜 풍경, 자주 볼 수 있는 거야?”
그 물음에 강소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이를 위해서,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되찾고 인천공항을 다시 짓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미국까지는 10시간이 걸렸다.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13시간 이상 걸렸다고 하지만, 마정석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 속도가 좀 더 빨라진 것이다.
비행 중 두 번의 기내식과 세 번의 간식을 먹었다.
오랜 비행 끝에, 드디어 그들은 워싱턴 D.C.의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은 미국이 두 번째로 복구한 공항이었다.
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렸고, 미국 입국 과정을 거쳤다.
쾅-!
공항 출입국관리 직원이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며 말했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강소는 여권을 다시 받아서 나왔다. 그리고 차현태는 현지 에이전지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현지 에이전시가 차량을 수배하여 픽업하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때 통화를 하던 차현태가 고영민에게 말했다.
“저기, 나올 때 놀라지 말라고 하는데요.”
“응? 무슨 소리입니까?”
“사람이 엄청 많이 모였다고…….”
그 말에 고영민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뒤에 있던 유건영과 박민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 환영 인파를 말하는 거군요.”
“격변의 시대 이전에, K-pop스타라든지 유명한 연예인들이 공항에 도착하면 팬들이 마중을 나오곤 했었지.”
그들의 말에도, 직접 그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였기에 이해하지 못했다.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그럼 갑시다.”
“그럼 좋은 여행 되세요.”
RD엔터 팀 먼저 이동하기로 했기에, 그들은 유건영 부부와 임송규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까아아아아!”
“하영아아아아아!”
“민아야아아아아!”
“페어리 걸!”
순간 강소는 자신도 모르게 기운을 끌어 올렸다. 누군가 음공을 사용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공항 밖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들이 노민아와 유하영을 반겨 주고 있었다.
손에 든 피켓과 응원도구를 흔들며 환영해 주는 이들에게 노민아와 유하영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반가워요!”
“우리 콘서트장에서 만나요!”
그리고 그녀들은 팬들 사이를 뽀짝뽀짝 걸어서 지나갔는데, 강소는 참 신기했다.
그녀들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팬들이 길을 비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초코빵이야.’
그들은 차량을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이번에 그들은 총 일주일 동안 체류할 예정이었고, 콘서트는 앞으로 3일 뒤부터 3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각 콘서트는 약 1시간 반 정도 진행되었는데, 이는 민하 걸즈가 아직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다.
* * *
미국 최강의 헌터가 누구냐는 물음에 모든 미국인은 조셉 화이트라고 대답했다.
그는 제로급 각성자니까.
그럼 미국 최강의 헌터 길드는 어디냐는 물음에 몇몇 이들은 다른 대답을 하겠지만 10에 8은 같은 대답을 했다.
바로 워싱턴 D.C.의 이글 헌터 길드이다.
지금 그 이글 헌터 길드에 손님들이 방문했다. 바로 MOU 건으로 한국에서 온 적룡 길드의 이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글 헌터 길드의 부길드장 니콜라스 폭스입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룡 길드의 부길드장 김지은입니다.”
그들은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탐색전을 펼쳤고,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 이글 헌터에서는 적룡 길드와의 협력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그 말에 김지은이 물었다.
“무엇이 우려되시는지요?”
“대한민국이라……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선진국이었고, 격변의 시대 이후에는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이죠. 하지만 우리 미국에 비하면 한 개 주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지 않습니까? 아시다시피 저희 이글 헌터는 이 넓은 미국을 대표하는 곳인데 말이죠.”
돌려 말하고 있지만, 쉽게 말해 격이 안 맞는다는 말이다.
“대체 길드장님께서는 왜 이런 곳과 협력 관계를 맺으려고 하시는 건지…….”
대놓고 신경을 긁었다.
하지만 김지은은 활짝 웃었다. 이럴 때 화내면 하수다. 고수는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곳일까 하고요.”
김지은이 말을 이었다.
“그 유명세가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걸어오는 싸움을 마다하면 이글 헌터 길드가 아니죠.”
그렇게 즉석에서 대결이 성사되었다.
그들은 길드 내에 있는 대련장으로 향했다.
“제가 먼저…….”
한 길드원의 말에 김지은이 말했다.
“아뇨. 제가 나가죠.”
그리고 거침없이 대련장 안으로 들어갔고, 부길드장 니콜라스 폭스에게 말했다.
“들어오시죠.”
“뭐, 좋습니다.”
그는 당당하게 나섰다. 심판을 맡은 자가 룰을 설명했고, 스타트 종을 쳤다.
땡-!
그 순간,
화르르륵!
김지은의 손에서 불의 채찍이 타올랐다.
.
.
.
약 5분 후.
김지은과 니콜라스 폭스와의 대련을 구경하러 온 이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니콜라스 폭스는 지금 엉망이 되어서 대련장을 구르고 있다.
그에 반해, 김지은은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이다.
그녀의 채찍은 단 5분 만에 니콜라스 폭스를 저 모양 저 꼴로 만들었다.
김지은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들의 대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요?”
“그, 그러면 내일…….”
“아뇨! 지금 당장 하고 싶은데요.”
그녀는 마음이 급했다.
적룡 길드의 일을 후딱 처리하고 대왕 초코빵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 * *
드디어 민하 걸즈의 미국 콘서트 당일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콘서트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는 약소국의 팬들은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민하 걸즈의 친필 사인과 사진, 그리고 직접 쓴 편지가 배달되었기 때문이다.
.
.
.
“배달 수고하셨어요.”
임소영의 말에 강소가 말했다.
“아닙니다. 하영이가 기뻐하니, 저도 기쁘군요.”
“언제나 저희 하영이를 아껴 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안녕하세요!”
그때 무대 위에서 인사말이 들렸다.
통역 아티펙트 덕분에 언어가 달라도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었다.
“미국의 초코빵 언니 오빠들! 민아랑!”
“하영이가 인사드려요!”
“와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콘서트의 시작이다.
노민아와 유하영은 그야말로 방방 날아다녔고, 팬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여러분, 즐거우셨어요?”
“네!”
“저희도 너무 즐거웠어요.”
“아쉽지만, 이제 마지막 곡을 해야 할 시간이 왔어요.”
“아아아아아.”
팬들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 다시 만나기 약속!”
“약속!”
“마지막 곡은, 이번에 새로 발표한 곡이에요.”
“제목은 [하늘을 날아]입니다.”
곧 강소의 귀에 익숙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이번에 새로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3번이나 1위를 차지한 곡이다.
‘아닌가? 4번이었나?’
곧 민하 걸즈의 노래가 들렸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요.
파랑새가 보이나요.
틸틸과 미틸이 찾던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았어요.
눈을 감고 생각해 봐요.
하늘을 날던 당신의 모습.
이제 기억해 봐요.
당신의 진짜 모습을.
파랑새는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하늘을 날아 우리는
저 구름 위로
무지개를 넘어,
해와 달과 별을 만나
노래해요.
하늘을 날아서.
유하영의 노래를 듣던 강소는 고개를 들어 관객석을 보았다.
관객석에 있던 김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강소는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그는 아직 남은 두 장의 비행기 티켓을 떠올렸다. 누구를 줘야 하는지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미소 지었다.
강소는, 행복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