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and Dragon Slayer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94)
▣ 194화 새로운 검과 새로운 힘 (1)
거인들과의 전투가 끝난 뒤, 연합군은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구르드는 일종의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아버지를 최대한 방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카이트 님.”
“저희도 그럴 생각입니다.”
내 부탁에 에리크와 아그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구르드 전하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신다면… 에인헤랴르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큰 축복이 될 겁니다.”
“분명 해내실 겁니다. 믿고 기다려야죠.”
시구르드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불명이다.
내가 비전서를 접하고 그 내용을 다 소화하여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는 하루 가까이 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구르드는 이번에 완전히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각성하는 걸 노리고 있으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루 이틀로는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에인헤랴르를 지켜야 합니다.”
내 말을 듣고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정찰과 경계입니다. 아우둠라 놈들은 영구동토에서 내려오니, 놈들의 동향을 계속 살펴야 합니다.”
문제는 이제 우리가 상대할 게 거인족이 아니라 신족이라는 점이다.
거인들은 몸집이 커서 멀리서도 쉽게 포착할 수 있었지만, 신족들은 그렇지 않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놈들이 몰래 숨어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정보가 확실하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당당하게 정면에서 진군해 온다면, 어떻게든 대처할 방법이 있겠죠.”
파프니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신들은 드래곤들 이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고 한다.
인간 상대로 몰래 기습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신들이 아니라 발할라의 전사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발할라의 전사들… 지난번에 고틀란드를 습격한 놈들 말이군요.”
“전설 속의 발할라가 정말로 존재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발할라 애기를 꺼내자 두 사람의 표정이 한층 심각해졌다.
“카이트 님, 아까 저희한테 하셨던 얘기…….”
“브륀힐다 님이 정말로 발할라의 발키리일지도 모른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시구르드가 폐관 수련에 들어간 뒤, 나는 두 사람에게 브륀힐다 얘기를 꺼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구르드에게 얘기를 꺼내 봤자 마음만 어지럽게 만들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발키리들은 영구동토의 봉인 틈새를 통해 바깥으로 나와 인간 전사를 영입해 왔다고 합니다.”
“크흠…….”
“제 어머니… 아니, 브륀힐다는 자신을 발할라의 발키리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만약 브륀힐다가 정말로 발키리였다면, 처음부터 발할라에 영입할 생각으로 아버지에게 접근했을 겁니다.”
“브륀힐다 님이 시구르드 전하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소드 마스터로 성장시킨 건… 발할라에 어울리는 전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거군요.”
아그나르가 앞머리를 움켜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에리크는 그럴 리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카이트 님, 그러면 브륀힐다 님은 왜 그냥 사라지신 겁니까? 브륀힐다 님은 시구르드 전하를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발할라의 전사로 영입하려면 시구르드 전하를 어떻게든 데려갔어야죠.”
“에리크 경, 고틀란드에서 사라지기 전에 브륀힐다는 아버지를 암살하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그건…….”
“이건 제 추측입니다만… 발할라의 전사로 데려가려면, 일단 한번 죽어야 되는 것 아닐까요?”
“……!”
이 부분은 파프니르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순전히 내 추측이다.
“에인헤랴르의 전설에서도 발할라에 갈 수 있는 건 전사자뿐 아닙니까?”
“그러면 브륀힐다 님은…….”
“원래 브륀힐다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발할라로 데려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포기하고 혼자서 사라진 것이죠.”
“모종의 이유라는 게, 뭘까요?”
“글쎄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에리크도 아그나르도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전부 다 제 추측이 불과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모든 게 다 맞아떨어지죠.”
“하긴… 브륀힐다 님 본인 스스로 자신이 발키리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아그나르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정말로 브륀힐다 님이 발키리라면… 카이트 님은 인간과 발키리의 혼혈이라는 얘기가 되는군요.”
“아…….”
그동안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카이트는 순혈 인간이 아니라 발키리와의 혼혈이 된다.
“카이트 님이 다른 사람들보다 강한 건 그것 때문일까요?”
“글쎄요…….”
나는 애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발키리와의 혼혈이어서 뭔가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내가 반드시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카이트의 육체에서는 딱히 인간과 다른 부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발키리와의 혼혈이 평범한 인간보다 우수하다면, 내가 깃들기 전부터 카이트가 두각을 드러냈을 거야.’
애초에 발키리가 인간하고 얼마나 다른지도 불명이다.
파프니르도 그 부분은 잘 모르는 것 같았고 말이다.
“어쨌든 브륀힐다가 발키리라면… 언젠가 에인헤랴르의 적으로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에리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카이트 님은 정말 냉정하시군요. 친어머니인 브륀힐다 님을…….”
“저한테는 어머니의 기억이 없으니까요. 에인헤랴르의 적으로서 나타난다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에리크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에리크는 브륀힐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카이트 님, 잠시 괜찮을까요?”
그때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나스타샤입니다. 보여 드릴 게 있어서요.”
“……?”
보여드릴 게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 *
아나스타샤를 따라 바깥으로 나오자, 정체불명의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거인들의 수장이었던 수르트가 들고 있던 물건 같습니다.”
“수르트가?”
겉모습은 나뭇가지와 비슷하다.
하지만 나뭇가지치고는 너무 컸다. 나무 한 그루 크기였다.
“아, 설마…….”
수르트는 거대한 화염검을 만들어서 싸웠다.
하지만 나한테 두 조각 나자 화염검을 땅에 집어 던졌는데, 그때 뭔가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레바테인이군.’
갑자기 파프니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수르트의 아내가 보관하고 있던 나뭇가지다. 자세한 건 나도 모르지만,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
‘그러면 수르트는 이 나뭇가지를 들고 화염검을 만들고 있던 거군.’
검을 들고 검기나 강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요령이었을까.
“제가 검사해 보니 상당한 양의 에테르가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처분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카이트 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에테르가?”
나는 레바테인 표면을 손으로 만졌다.
안으로 내력을 불어넣어 보니… 정말로 에테르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건… 신화병장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인데? 나뭇가지 자체도 뭔가 영험한 느낌이 있고.’
지금 나는 굳이 신화병장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잔챙이들은 그냥 평범한 검으로 쓰러뜨려도 되고, 강적 상대로는 심검을 만드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힘을 지닌 무기라면 들고 다닐 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다는 건데.’
수르트한테는 그냥 작은 나무 막대 수준이었겠지만, 나한테는 나무 한 그루를 짊어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좋을까.
“아나스타샤, 일단 저쪽 산 속으로 옮겨 줘.”
“산으로요?”
“숲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넓은 공터 같은 곳이 있어. 거기에 두면 돼.”
“무슨 생각이 있으신가 보군요. 알겠습니다.”
아나스타샤는 내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여 줬다.
* * *
시구르드를 대신하여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한 뒤, 나는 레바테인을 옮겨 놓은 산으로 향했다.
레바테인은 내가 요청한 대로 널찍한 곳에 놓여 있었다.
‘어떻게 하려는 거냐?’
‘이왕 손에 들어온 거, 써먹어 봐야지.’
일단 나는 레바테인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내력을 점검했다.
현재 수라무극진기는 5성에 도달한 상태였다.
수르트를 비롯한 거인들의 시체에서 에테르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거인들의 시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3성에서 5성까지만 올린 건, 이 이상 급격히 성장시키면 내 육체가 견디지 못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신화경 및 자연경에 도달했다고 하나, 이 몸은 아직 인간의 것이다.
아무리 잘 제어한다고 해도 지나치게 혹사하면 견디지 못한다.
‘그러면… 해 볼까.’
나는 수라무극진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전방에 있는 레바테인을 향해 방출했다.
그러자 거대했던 나뭇가지가 터지면서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정신 나갔나? 왜 이런 짓을…….’
‘가만히 있어 봐.’
나는 나뭇가지를 더 잘게 나누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에테르가 유출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수라무극진기로 잘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잘게 나누어, 거의 가루에 가깝게 만들어 버린 뒤…….
“하압!”
기합을 지르며 그것들을 압축시켰다.
신역의 힘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내 안에서 파프니르가 깜짝 놀랐다.
‘이런 것도 가능한 거냐?’
‘왠지 될 것 같더라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한 자루의 대검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쇠로 만든 검과 똑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무림에서 쓰던 검의 모습을 재현했다.
하지만 칼날부터 칼자루까지 전부 레바테인으로 만든 것이다.
‘커다랗던 레바테인이 순식간에 사람이 휘두를 수 있는 크기가 되었군…….’
파프니르가 감탄했다.
사실 나도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져서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나는 검을 손에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휘둘러 봤다.
“그래, 바로 이거지.”
역시 이쪽 세계의 검보다 무림의 검이 더 손맛이 좋다.
이런 검을 손에 넣게 된 이상, 신화병장에도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아마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그 어떤 신화병장보다 성능이 좋을 것이다.
“어디 한번…….”
나는 수라무극진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레바테인을 사용해 수라파천신검 염제를 펼쳤다.
수르트를 쓰러뜨렸을 때보다 더욱 강렬한 화염이 하늘로 솟구쳤다.
‘역시 신역절기의 힘이 극대화되는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 정도면 신들과 싸울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 공격의 여파로 하늘의 구름이 다 흩어졌군.’
‘그러게.’
파프니르의 말을 듣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사라진 하늘을 보면서, 나는 영구동토에서 작전 계획을 짜고 있을 신족들을 생각했다.
신족들이 직접 내려올까, 아니면 발할라의 전사들을 먼저 내세울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긴 하지만.’
어떤 놈들이 쳐들어오든, 내 검으로 베어 버릴 뿐이다.
레바테인으로, 그리고 수라파천신검으로.
‘그리고 기회가 되면…….’
모든 상황이 갖춰졌을 때.
내가 직접 북쪽으로 올라가, 놈들을 괴멸시켜 2차 라그나로크를 끝낼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