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and Dragon Slayer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7)
▣ 7화. 리자드맨 토벌 (3)
하이 리자드맨은 아주 드문 확률로 태어나는 ‘리자드맨들의 귀족’이다.
일반적인 리자드맨의 몇 배 이상의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투에서의 감각도 훨씬 뛰어나다.
이 하이 리자드맨이 태어나면 리자드맨 사회는 급격히 강해진다. 다른 리자드맨들을 복속시키고, 다른 몬스터들을 잡아먹으면서 점차 세력을 키워 간다.
그리고 그들이 신앙하는 존재인 ‘거대한 도마뱀들’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는 성전(聖戰)을 시작하는 것이다.
“키에엑!”
그렇기 때문에 하이 리자드맨은 자기한테 상처를 입힌 인간에게 분노를 느꼈다.
다른 인간들보다 몸집도 작아 보이는 주제에, 감히 다른 리자드맨의 창을 훔쳐서 집어 던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피를 빨아먹고 싶었다.
“키에에엑!”
울음소리를 내면서 거대한 창을 치켜들었다.
하이 리자드맨이 사용하는 창은 일반적인 것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창자루에 나무줄기를 감아 보강했기 때문에 훨씬 튼튼하기도 하다.
이걸 전력을 다해 휘두르면 저렇게 작은 인간쯤은 충분히 찌부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키에엑……!”
휘익!
하이 리자드맨이 휘두른 창날이 인간의 머리통에 직격했다.
아니, 직격한 것처럼 보였다.
“……?!”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멀뚱멀뚱 서 있던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당황한 하이 리자드맨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려던 순간.
“키에엑?!”
촤악!
어느새 측면으로 파고 들어온 인간의 칼날이, 하이 리자드맨의 옆구리를 찢어발겼다.
* * *
‘역시 측면에서의 공격에 약하군.’
하이 리자드맨의 옆구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 분석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리자드맨들은 매우 단순한 정면공격만 해댔다.
창을 앞으로 찌르거나,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 내리찍는 식의 공격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사들이 측면에서 공격하려고 할 때도 반응이 한 호흡 느렸다.
‘리자드맨들은 전투 때 정면에만 집중하는 습성이 있어.’
도마뱀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괴물이라고는 하나, 리자드맨의 외형은 도마뱀과 비슷했다.
눈이 얼굴 측면에 달려 있으니 시야가 넓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자드맨들의 측면이 취약하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전투에 흥분하면 정면에만 집중하게 되어 시야가 좁아지는 건가?’
생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번식 기능조차 없는 괴물들.
문득 나는 그들이 운명의 장난으로 태어난 ‘불량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에엑!”
다급히 몸을 돌리며 하이 리자드맨이 반격해 왔다.
허를 찌르기는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육체 능력 자체는 하이 리자드맨이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에 정면에서 부딪히면 내 목숨이 위험하다.
“키에엑……!”
하지만, 역시 하이 리자드맨의 공격은 단조롭다.
내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공격만 해댔기에, 한발 먼저 움직이면 피할 수 있었다.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 피하면 너무 늦다.’
카이트의 육체는 아직 약하다.
내공을 써도 하이 리자드맨의 육체 능력에 대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하이 리자드맨이 움직이는 것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키엑?!”
또다시 하이 리자드맨의 옆구리에서 피가 튀었다.
카이트의 육체로 저 두꺼운 가죽을 뚫는 건 불가능하지만, 충검(充劍)으로 공격의 위력을 끌어 올리면 가능하다.
‘검기를 쓸 수 있다면 일격에 해치울 수 있겠지만 말이야.’
원래 검기는 절정고수 이상, 즉 2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일류무사 수준도 안 되는 20년 내공의 몸으로는 칼날을 좀 더 예리하게 만드는 어기충검이 한계다.
‘그래도……!’
파파팟!
연속적인 공격으로 하이 리자드맨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입혔다.
거대한 도마뱀 인간이 마치 물감을 칠한 것처럼 점점 붉게 물들었다.
“키에엑……!”
하이 리자드맨도 슬슬 측면을 공격당하는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주위를 완전히 쓸어버리려는 듯이 창을 크게 수평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내가 노리던 것이었다.
‘수라비룡검, 유운(流雲).’
까깡!
구름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파고든 칼날이 창자루를 후려쳤다.
아래에서 위로 가해진 충격에, 하이 리자드맨의 창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하이 리자드맨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었던 탓에 매우 커다란 빈틈이 발생했다.
‘수라비룡검, 섬뢰.’
그리고 뇌전과 같은 속도로 펼쳐진 쾌검(快劍).
카이트 에인헤랴르의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초고속의 쾌검이 하이 리자드맨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갈비뼈 사이로, 아주 정확하게.
“키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하이 리자드맨이 반대편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검에서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선 상태였다.
“키엑, 키에에엑……..”
하이 리자드맨이 숨을 헐떡이며 가슴에서 칼을 뽑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슴에서 분수 같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생명력이 강하군.’
심장이 꿰뚫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하이 리자드맨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커다란 창을 나에게 집어 던지려 했지만 결국 나한테까지 날리지 못했다.
“키에에…….”
그렇게 마지막 단말마를 남긴 채, 하이 리자드맨은 결국 땅에 쓰러졌다.
* * *
‘지금, 하이 리자드맨을 쓰러뜨린 거야?’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은 채, 어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이 리자드맨은 6서클 이상의 소드 엑스퍼트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는 놈이다.
실제로 방금 5서클의 어윈이 완전히 밀려 버렸다.
‘대공궁에 잠입한 너커를 쓰러뜨렸다는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인가?’
물론, 카이트가 6서클 수준의 오러를 보여 준 건 아니었다.
카이트가 펼친 오러는 어디까지나 1서클 수준이었다.
그것만으로 하이 리자드맨에게 덤벼든다는 건 들짐승을 잡겠다고 과일 깎는 칼 하나만 들고 덤벼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일 깎는 칼이라도 목을 따버리거나 심장을 뚫어 버리면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싸울 수 있지?’
카이트가 펼친 검술은 지금까지 북부에서 봤던 어떤 검술하고도 달랐다.
어윈 등이 익힌 ‘에인헤랴르 제식 검술’은 힘을 실은 공격으로 상대방에게 대미지를 누적시킨 뒤 완전히 숨통을 끊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동시에 상대방의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면서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본다.
하지만 카이트의 공격은 완전히 달랐다.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현혹시킨 뒤 빈틈을 향해 정확한 공격을 펼쳤다. 적의 공격을 직접 막아 낸 적은 한두 번 정도밖에 없었고, 대부분 종이 한장 차이로 다 피해 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건 발의 움직임이었다. 마치 무도회에서 스텝을 밟는 것처럼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물 흐르는 듯이 자연스러웠다.
‘어떻게 저런 검술을…….’
어윈은 감동까지 느끼고 있었다.
검의 길을 걷는 한 명의 기사로서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경멸하던 카이트 님이, 어떻게…….’
카이트는 용살검가 에인헤랴르의 일원으로서 자격미달인 망나니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윈은 내심 카이트를 계속 경멸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카이트가 펼친 규격 외의 검술은 어윈에게 감동을 주고 있었다.
* * *
“어윈, 괜찮나?”
“네, 이 정도 부상은 버틸 수 있습니다.”
하이 리자드맨을 쓰러뜨린 뒤 숨을 고르고 있자, 어윈이 천천히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카이트 님.”
“뭐가 죄송한데?”
“카이트 님이 저희 발목을 잡을 거라고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사과하겠습니다.”
어윈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카이트 님이 아니라면 하이 리자드맨한테 당했을 겁니다.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됐어.”
나는 손등으로 어윈의 팔뚝을 툭 쳤다.
“이런 걸로 일일이 감사의 말을 하면 끝이 없지.”
“카이트 님…….”
“신경 쓰지 마.”
“알겠습니다.”
어윈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바뀐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이걸로 토벌은 다 끝난 건가?”
“네, 일단…….”
내가 하이 리자드맨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기사들이 나머지 리자드맨들을 거의 다 처리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하이 리자드맨이 나타났다는 건 근처에 큰 규모의 리자드맨 집단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
“네, 하이 리자드맨이 몇 마리 더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녀석이 몇 마리 더…….”
“하이 리자드맨은 한 마리가 태어나면 연쇄적으로 계속 태어나거든요.”
어윈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만간 대규모 토벌전이 시작될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
하이 리자드맨이 여러 마리 있다면, 더 상위의 기사들도 참가할 것이다.
규모가 크고 격렬한 전투가 될 게 분명했다.
‘기대 되는군.’
내가 활약할 무대가 금방 찾아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