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1)
1 화
서울시 용사 박물관.
지구를 구해 낸 영웅, 인류의 용사 를 기념하는 박물관이다.
나는 시계를 힐끔 봤다.
[PM 02:50]
약속 시간까지는 10분.
‘조별 과제. 너무 귀찮다.’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헌터 학개론.
전공 필수라서 듣고 있는 과목인 데, 교수님이 기말고사 대신 조별 과제를 시켰다.
[인류의 영웅과 헌터의 역人H라는 주제였다.
‘조별 과제는 공산주의가 왜 망했 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인데.’
조별 과제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교수님들만 몰라요.
조원들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용사 동상을 올려다보았다.
‘여긴 초등학교 때 소풍 단골 코스 였지.’
십 미터 크기의 동상이 나를 내려 다본다.
인류의 용사.
우리나라에서 나온 세계적인 위인.
내가 태어나기 전, 세계는 두 변의 대격변을 겪었다.
1차 대격변.
탑과 게이트의 등장, 그리고 헌터
가 역사의 전면에 나타난 때를 가리 킨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이계 의 건물.
탑이다.
30년 전.
저 거대한 구조물은 아무 전조도 없이 서울에 나타났다.
탑은 서울 어디에 있어도 볼 수 있을 만큼 커다랬다.
‘탑과 함께 게이트가 나타났다고 했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이형의 괴물.
통칭 몬스터들은 현대 병기가 잘 통하지 않았다.
괴물을 해치울 수 있는 것은 마나 를 다룰 수 있는 각성자뿐.
사람들은 괴물을 사냥한다고 하여 각성자들을 ‘헌터’라고 불렀다.
‘인류의 용사가 나타난 것도 그 시 기였지.’
압도적인 강함.
용사는 게이트가 나타난 곳마다 앞 장서서 몬스터들을 베고, 사람들을 구해 냈다.
그 활약은 국내에서 그치지 않았으
니.
인류의 용사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 니며 고위험군의 몬스터들을 사냥했 다.
헌터 협회 설립과 여러 길드의 등 장. 그리고 용사의 활약.
세계가 1차 대격변의 충격에서 벗 어나서 사회의 기능이 조금씩 회복 될 때쯤.
지구는 두 번째 대격변을 겪었다.
천계 一 엘리시움.
그리고 마계 – 판데모니엄의 접 초
판데모니엄의 마왕, 데이모스는 무 수한 암흑의 군세를 이끌고 지구를 침략했다.
그에 대적하기라도 하듯, 엘리시움 의 천족도 모습을 드러내어 판데모 니엄의 마족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용맹한 천족도, 잔학한 마족도 아니 었다.
인류의 용사.
용사가 모든 생명을 불태우면서 마 왕의 심장에 칼을 꽂았고, 전쟁은 종결되었다.
‘그건 그렇고 슬슬 약속 시간인데.’
시계를 흘끗거릴 때.
“선배! 저희 왔어요!”
“형. 일찍 오셨네요?”
학교 후배들이 나를 향해 인사했 다.
“시간 맞춰 다 왔네?”
“늦거나 잠수라도 타면 이름 빼 버 릴 거잖아요.”
여자 후배가 입술을 샐쭉 내밀었 다.
“저번 학기에도 준석 선배 이름 빼 버리신 거 다 알거든요?”
“영미도 빼셨잖아요. 진짜로 뺄 줄
몰랐다고 하면서 얼마나 울고불고했 는데요!”
다른 후배들도 내 앞에서 엄청 조 잘거렸다.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작년 조별 과제 때 잠수를 탔던 두 사람의 이름을 빼 버렸다.
무임승차?
그런 걸 어떻게 용납해.
“하여간 민철 선배. 독하기로 유명 하다니깐.”
“오 분만 늦었어 봐. 우리 놓고 바 로 가셨을 거야.”
“그리고 이름 빠졌겠지. 으으.”
저기요. 다 들리거든?
뒤를 한번 흘겨보니 모두 합죽이가 되었다.
나는 후배들과 함께 용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용사 박물관은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한민국이 낳은 위대한 영웅.
지금도 그 인기는 식지 않았었으 니.
사실 나도 어릴 때부터 너무 자주 온 탓에 박물관의 구조를 외울 정도
였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지.’
나는 미리 챙겨 둔 팸플릿을 펼쳤 다.
[인류의 용사 특별전시회 – 마왕 을 꿰뚫은 검]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릴 때 사용했 던 아티팩트, 신검 칼리트.
바로 오늘, 23년 만에 민간에 최초 로 공개되는 날이었다.
‘이 정도면 레포트 소재로는 충분
하고도 남지.’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특별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전시회장 앞은 이미 줄이 길게 늘 어져 있었고,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신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와……
감탄사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 다.
순백의 검신.
검에 대해 일자무식인 내가 봐도 예술품처럼 아름다웠다.
새하얀 칼날은 보기만 해도 눈이 부셨고.
그 예리함은 몸을 오싹하게 만들 만큼 날이 섰다.
그때.
거치대에 고정되어 있던 용사의 검 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어?”
하고 놀랄 새도 없이.
공중으로 솟구친 칼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푸욱!
나, 설마 검에 찔린 거야?
불로 심장을 지지면 이런 느낌이 들까.
엄청나게 뜨거웠다.
가슴팍은 엄청나게 아픈데,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나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하고 의 식을 잃었다.
무채색의 세계.
짧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가슴팍이 데인 것처럼 화끈거린다.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니, 기다란 검 한 자루가 내 심장에 박 혀 있었다.
몸 안에 꽂힌 이물의 차가운 감촉 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방금 전에 봤던 신검, 칼리트였다.
‘뭐야. 정말로 칼에 찔린 거였어?’
너무 아파서 눈물이 핑 돈다.
억울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서 칼의 주인을 쳐다봤다.
말문이 막혔다.
내 가슴팍에 칼을 밀어 넣은 존재.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전 세계에서 이 자의 얼굴을 모르 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로…….
인류의 용사였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훌륭하다. 인류의 용사여. 나, 투
장 데이모스. 이런 변방의 차원에서 이만한 전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 각하지 못했다.”
어?
입술이 마음대로 달싹였다.
내 몸인데도, 누군가가 움직이는 것처럼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잠깐.
‘투장 데이모스라고?!’
방금 입에서 튀어나온 말.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름이다.
인류의 용사만큼이나 유명한 이름.
사람들에게는 원래의 이름보다 ‘마 왕’으로 불렸던 전율적인 존재.
그 악몽의 존재가 내 입에서 튀어 나온 것이다.
‘잠깐. 내가…… 왜? 마왕이라고?’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까는 칼이 날아드는 환상을 보고 기절하더니.
이번에는 꿈속에서 마왕이 되었다.
중2병 말기 환자도 아니고.
이왕이면 꿈인데 멋진 역할을 맡을 것이지. 고기 산적이 된 마왕이 웬 말이냐.
그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입술 은 통제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떠들 었다.
“용사여. 비록 분신체이기는 하나, 나를 쓰러트린 그 무용은 칭송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대의 이름을 듣고 싶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인류의 용사는 그저 굳은 얼굴로.
묵묵히 힘을 주어서 칼을 더 깊이 찔러 넣었다.
으아아아아!
존나 아프다!
비명을 질렀는데도 목소리가 나오 지 않았다.
와. 아픔만 느끼고 내 마음대로 몸 도 못 움직이는 거야?
왠지 모를 억울함에 속으로 이를 갈았다.
“크크크, 대화를 섞는 것조차 거부 하는 것인가. 하나 두려워 말라. 그 대와 나는 다시 만날 것이니.”
눈이 점점 감긴다.
전신이 축 늘어져서 손가락 까딱할 힘도 나오지 않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마침내 풍경이 어둠에 녹아내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돌연 빛이 뇌리를 강타했다.
“으아아아아!”
눈이 시리다 못해 뜨거워졌다.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내지르는 것뿐이었다.
불로 시신경을 태우는 것 같은 고 통.
동시에 미지의 지식과 경험, 그리 고 기억이 뇌리에 새겨졌다.
빠른 재생을 누르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수많은 장면들이 눈앞을 휙 휙 지나갔다.
고통에 몸부림친 지 얼마쯤 지났을 까.
거짓말같이 격통이 그쳤다.
나는 눈을 떴다.
米 米 *
“……철이 형.”
머리가 웅웅 울린다.
“……민철 선배!”
“그만 좀 말해. 머리 울린단 말이 야.”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면서 눈을 떴다.
낯선 천장, 그 옆에는 조별 과제로 엮인 후배들이 나를 보고 있다.
“선배. 갑자기 기절은 왜 한 거예 요?”
“그리고 마왕이라고 막 중얼거리시 던데.”
“이 선배. 기절해 놓고는 마왕이 되는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잠깐.
내가 기절했다고?
“용수야. 저 칼이 나한테 날아들지 않았냐?”
“형. 무슨 소리세요. 신검을 쭉 보 고 계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셨잖아 요.”
허.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칼이 심장에 파고들 때 느껴졌던 한기.
피륙을 가르는 이물의 감촉.
‘다 환상이었다는 건가.’
그때.
머릿속에 욱여넣어진 지식이 떠올 랐다.
환생.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숱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단 골 소재다.
그런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고?
그 흔해 빠진 단골 소재의 주인공 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전민철.
올해 23세.
한국대 국어국문과에 재학 중이며,
과에서 제법 인기가 많은 인싸.
동시에 다른 이름이 떠올랐다.
투장 데이모스.
악마들의 사회, [판데모니엄]을 지 배하는 네 차원장 중 한 명이자 투 마의 왕.
신검 칼리트를 보는 순간.
모든 게 떠올라 버렸다.
‘내가 마왕의 환생이라니……
아오, 시바.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투마의 왕, 차원장 데이모스.
20년 전 지구에 강림했던 마왕.
그건.
인간이 되기 전, 전생의 나를 부르 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