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123)
123 화
파주 통일대교는 로스트 랜드로 들 어갈 수 있는 통로다.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기에, 1차 대 격변 당시 게이트 브레이크 사태가 대량으로 일어났다.
이후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폭 5km, 길이 250km에 달하는 로스트 랜드가 형성되었다.
‘이쪽으로 넘어갔을 거란 거지?’
나는 통일대교를 흘겨봤다.
다리로 진입하는 길은 두꺼운 철제 문으로 막혀 있다.
주위에는 망루 여럿이 설치되어 있 는데, 무장한 군인 다수가 철통 경 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곳곳에는 협회 소속 요원들이 눈을 번뜩이며 주위를 감시했다.
‘경계 하나는 철저하고만.’
로스트 랜드로 진입할 수 있는 길 은 통일대교와 강원도 철원군뿐이 다.
괴물이 넘어올 수도 있고, 반대로 범죄자들이 악용할 수도 있기에 늘 감시를 철저하게 했다.
‘녀석들이 이곳을 이용해서 넘어갔 다는 건……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해로, 그리고 임진강 주위는 철저 하게 감시했다.
흑사회 일당도 통일대교를 이용해 서 로스트 랜드로 진입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이건 미리 계획된 행동이야.’
통일대교 너머, 로스트 랜드로 진 입하려면 협회와 정부의 허가를 맡 아야 한다.
혼돈의 파편을 생산한 직후에 로스 트 랜드로 넘어갔다는 건 사전에 허 가를 맡았다는 말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혼돈의 파편 을 빼돌린 게 아니었다.
‘혼돈의 파편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건지.’
나는 상념을 지워냈다.
로스트 랜드 위로 올라간 흑사회
잔당을 잡는 게 우선이었다.
‘그나저나……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니, 드워프 하나와 눈에 띄는 미인이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마르탄과 엘리였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너희는 여기까지 왜 따라왔냐?”
마르탄은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 대신 철제 갑주로 무장을 갖추었다.
엘리도 마찬가지였다.
정장 대신 급소를 가리는 가벼운 경장갑을 입었는데, 몸에 착 달라붙
어서 엘리의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 다.
군인 몇 명은 엘리를 힐끔거리기도 했다.
“당연히 민철 헌터의 괴물 사냥을 도우러 온 겁니다.”
마르탄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로스트 랜드 공략.
협회와 정부에는 괴물 사냥 목적으 로 공략을 신청했다.
‘흑사회 이야기는 할 수 없으니까.’
흑사회와의 충돌.
혼돈의 파편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에, 외부에 유출할 수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괴물 사냥이 목적이 기에 장인 한 명이 있어야 하고, 흑 사회의 흔적을 찾아낼 추적 전문 헌 터도 필요했다.
“그게 너희들이다?”
“그럼요. 견족의 탐색 능력은 매우 뛰어나답니다.”
엘리가 앞으로 나섰다.
자신만만해 보이는 두 사람.
나를 반드시 따라가겠다는 듯 의욕 을 불태웠다.
“성간 연합은 어쩌고?”
“흐흐흐. 민철 헌터가 로스트 랜드 공략을 준비해달라고 할 때부터 예 비를 구해뒀습니다.”
“저도요. 인수인계는 해뒀어요.”
처음부터 아주 작정을 했구먼.
얄밉기도 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부분 도 많았다.
‘두 사람이면 믿을 만하다.’
마르탄과 엘리.
둘은 내 정체가 VIP라고 알고 있 다.
흑사회의 흔적을 쫓아서 혼돈의 파 편을 강탈하더라도, 내 행동에 크게 의구심을 품지 않을 것이다.
‘핑계 몇 가지를 준비해둔 보람이 없군.’
입가에 쓴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로스트 랜드에 동행할 헌터들 에게 둘러댈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 두었다.
이제는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멍! 예쁜 누님이랑 땅딸보도 같 이 가는 거야?
펜리르가 꼬리를 흔들었다.
“어머. 펭구도 같이 갈 줄 몰랐어 요.”
엘리는 무릎을 숙이면서 자세를 낮 추고는 손뼉을 쳤다.
펜리르가 엘리의 품 안으로 파고들 었다.
-멍! 나는 행복한 멍멍이다.
펜리르의 꼬리가 와이퍼처럼 미친 듯이 좌우로 움직였다.
기분이 극도로 좋을 때나 볼 수 있는 리액션이다.
저 새끼.
입가에 음흉한 미소 좀 보소.
‘엘리가 예쁘기는 하지.’
펭구, 아니 펜리르가 신화시대의 괴수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 까.
……때로는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럼 가자.”
나는 통일대교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무장을 갖춘 두 사람이 내 뒤를 따랐다.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철문을 지키던 군인 한 명이 손을
뻗으면서 길을 막았다.
나는 헌터 라이선스를 내밀었다.
“협회와 정부의 승인은 이미 맡았 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헌터 라이선스를 받은 군인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내 앞으로 돌아오더니 헌 터 라이선스를 돌려주었다.
“확인되었습니다. 전민철 헌터, 무 운을 빕니다.”
“아저씨도 고생하세요.”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구구궁-!
통짜 쇠로 된 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양옆으로 밀려났다.
입구 근처에 대기 중이던 군인들도 총구를 위로 치켜세우면서 길을 비 켜줬다.
철문 너머.
통일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로스트 랜드라.’
괴물의 영역이 되어버린 이형의 세 계.
인류의 손에서 벗어난 미지의 공간
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米 米 米
통일대교를 건너자, 이색적인 풍경 이 펼쳐졌다.
여기저기 금이 간 도로.
양옆에 있는 침엽수들은 등산을 하 면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나뭇잎에 달린 솔의 형태가 달랐다.
‘빛을 내고 있다.’
환한 빛을 내뿜고 있는 열매들.
잘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마냥 현란한 빛을 흩뿌렸다.
현실과 게이트가 뒤섞이면서 나타 난 변종.
다중차원 우주 전역을 통틀어도 동 일한 품종을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 이다.
‘흑사회는 개성으로 갔다고 했던 가.’
베르데가 물어온 정보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일차 목적지는 정해졌다.
지도를 펼쳤다.
‘예전 길을 따라가야 하나.’
판문점에서 개성으로 이어지는 길.
개성 주변은 DMZ에서 벌어진 대 규모 침식 현상에 휘말려서 모두 로 스트 랜드가 되었다.
초입 부근 길도 흔적만 겨우 남았 는데.
흔적만 가지고 개성까지 헤매지 않 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에인헤야르를 불러낼까?’
에인헤야르는 공중을 활보할 수 있 다.
넓은 시야.
정찰용으로는 에인헤야르보다 뛰어 난 녀석이 없었다.
‘그만큼 눈길도 많이 끌겠지만.’
에인헤야르는 기척이나 몸을 숨길 수 있는 스킬을 전혀 익히지 않았 다.
빛을 발산하는 갑주와 순백의 날 개.
날아다니기만 해도 주위의 이목을 끌 것이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흑사회가 에인헤야르를 보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남은 혼돈의 파편을 마저 갈취하고 판데모니엄의 꿍꿍이를 파악해야 한 다.
그러려면 은밀함이 필수였다.
“민철 헌터. 며칠 전에 누가 여기 를 지나갔나 봐요.”
“어?”
“여기 보세요.”
엘리의 손가락이 지면을 가리켰다.
“……뭐야. 봐도 잘 모르겠어. 마르 탄, 너는 좀 알 거 같냐.”
“허허. 저도 이런 쪽은 문외한이라
잘 모릅니다.”
마르탄과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 다.
“보면 풀잎이 조금 눌려 있잖아 요.”
정말이었다.
엘리가 말한 대로 잡초의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니, 무언가에 짓눌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 스치듯 본 걸로 이걸 모두 알아냈다고?’
나는 놀란 눈빛으로 엘리를 바라봤 다.
무심코 지나가 버릴 만큼 작은 흔 적을 발견한 눈썰미.
엘리의 감각은 예사롭지 않았다.
‘흑사회의 흔적을 쫓을 수 있으면 지도가 필요 없지.’
나는 펼쳤던 지도를 도로 곱게 접 어서 무한의 공간에 넣어뒀다.
“엘리야.”
“네?”
“이 흔적을 추적할 수 있을까?”
엘리는 흑사회가 남긴 흔적을 물끄 러미 바라봤다.
“가능해요. 비도 안 와서 흔적이
꽤 남아있네요.”
늘 업무 처리 능력만 봤었는데.
추적에도 일가견이 있는 줄은 몰랐 다.
“추적에 능한 헌터를 보내 달라고 했더니, 정말 프로를 데려왔네.”
“그럼요. 제가 일 못 하는 거 본 적 있으신가요?”
“늘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였 지.”
진심이었다.
엘리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흑사 회의 흔적을 빠르게 발견했다.
“호호, 앞으로도 민철 헌터를 실망 시킬 일은 없을 거랍니다.”
엘리는 자신 있는 모습으로 길 안 내를 시작했다.
米 * *
차량 하나 없는 한적한 도로.
콘크리트로 된 바닥은 반 이상 박 살 나 있었고, 그 사이로 품종을 알 수 없는 이계의 꽃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엘리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
다.
눈을 빠르게 움직여서 흑사회의 흔 적을 찾기도 했고.
킁킁-
때로는 코를 벌름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여기서 이쪽으로 빠졌어요.”
엘리는 널찍한 도로 대신 옆으로 빠진 샛길을 가리켰다.
나는 궁금증을 드러냈다.
“왜 이쪽으로 빠진 거지?”
“전방에 꽤 큰 괴물 군락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저쪽 한 번 보시겠어요?”
엘리의 손가락이 길가 옆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나무 표면에는 기다란 고랑이 파여 있었다.
“군집 생활을 하는 괴물, 스라킹의 흔적이랍니다.”
호오.
역시 엘리의 관찰력은 나나 마르탄 보다 훨씬 뛰어났다.
‘스라킹이라면 A급으로 분류되는 괴물인데.’
S급에 미치지는 못해도 사냥하기만 하면 상당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 다.
경험치 욕심이 났지만.
나는 그 마음을 떨쳐냈다.
‘지금은 흑사회의 뒤를 쫓는 게 우 선이다.’
괴물 사냥은 혼돈의 파편을 가로챈 뒤에 해도 된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샛길로 들어 섰다.
일행은 흑사회의 흔적을 쫓아갔다.
산과 산 사이에 나 있는 작은 길
을 넘어가던 무렵.
“잠깐 멈춰.”
나는 엘리의 어깨를 잡으면서 뒤로 살짝 당겼다.
[호신마강]
엘리를 뒤로 보내는 동시에 혼돈기 를 방출했다.
흑색 방어막이 몸을 감쌌다.
카카캉-!
호신마강을 사용한 직후, 바윗덩어
리 여럿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꺄아아악! 미, 민철 헌터!”
엘리가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마르탄은 한발 늦게 공격을 알아채 고 뒤따라 말했다.
“헌터님. 괜찮으십니까!”
“호들갑은…… 난 멀쩡해.”
나는 호신마강을 거두었다.
바위에 실린 힘이 제법이었지만 호 신마강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놈이 공격을 하는 순간에 알아챘 다.’
초감각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건 내 ‘위기’ 상황뿐이다.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이 아니라면 의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엘리처럼 타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는 초감각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느 리거나 아예 발동하지 않았다.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어.’
쳇.
나는 혀를 찼다.
엘리의 길 안내 솜씨가 너무 탁월 해서 긴장을 너무 푼 것 같다.
“펭구야. 넌 여기서 둘을 지키고
있어.”
-멍! 나만 믿어라!
‘나와 가까운 사람을 건드는 건 용 서할 수 없다.’
내 눈동자가 스산하게 가라앉았다.
자세를 살짝 낮추면서 발검 자세를 잡았다.
[칠성마검을 사용합니다.]
1검이 뻗어나가는 순간, 반경 10미 터가 모두 흑색 검강에 잘려나갔다.
썩둑!
침엽수 사이에 몸을 은닉하고 있던 괴물, 엔트의 몸뚱이도 반으로 잘렸 다.
나는 검을 멈추지 않았다.
솟구친 기운을 칠성검에 갈무리하 면서 종으로 내리그었다.
유성검의 기운이 반으로 잘린 엔트 를 짓눌렀다.
콰콰콰콰-!
강기 다발이 엔트를 수백, 수천 조 각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