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136)
136 화
형 진지하다.
지금 궁서체다.
‘시바. 지금도 심장이 떨리네.’
전생을 각성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신검 칼리트의 실물을 마주하는 순 간, 칼이 심장을 관통했던 환영을
체험했다.
생명이 사그라지는 섬뜩한 감각.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 야.’
민정은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긴.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저 조건이 이 해가 가지 않겠지.
‘맹약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민정이 용사와 같은 적성을 가졌다 면, 금세 업을 쌓으면서 영혼의 격
을 올릴 것이다.
이름을 건 맹약은 구속력이 강하 다.
민정이는 빤히 나를 바라보다가 한 숨을 쉬고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나, 전민정은 오빠인 전민철
“잠깐. 구두로만 하지 말고.”
다크 스타의 칼날을 세우고, 그 위 로 엄지를 꾹 눌렀다.
생채기 위로 피가 몽글몽글 맺혔 다.
“너도 엄지에 피 좀 묻혀.”
“이게 뭐라고 사람 엄청 귀찮게 하 네.”
“싫으면 하지 말던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민정은 짧게 한숨을 쉬더니 상처에 서 흘러나온 피를 엄지에 묻혔다.
나는 피가 묻은 손가락으로 민정이 의 엄지를 꾹 눌렀다.
“이제 말해.”
“나, 전민정은 오빠인 전민철을 절 대로 해치지 않겠습니다.”
소꿉장난 같은 맹세.
찌릿.
보이지 않는 맹약의 끈이 이어졌 다.
‘지금이야 구속력은 없는 거나 마 찬가지다만.’
사람은 평생 크고 작은 거짓말을 내뱉는다.
장난이나 변명, 선의의 거짓말.
혹은 누군가를 속여서 이득을 얻기 위해서.
민정이의 ‘맹세’도 당장에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차라리 보증 문서에 지장을 찍는 게 낫지.
현시점에서는 어떤 힘도 가지지 못 하는 공허한 맹세다.
그런데도 이런 짓을 왜 하냐고?
‘얘가 성장할수록 맹약의 구속력도 강해진다.’
1대 용사는 [귀족] 등급의 악마와 비등한 능력을 지녔다.
강한 힘을 다루려면 그만큼 마나의 본질을 깨닫고 영혼의 격을 높여야 한다.
민정이가 1대 용사와 버금가는 수 준까지 오르게 된다면.
지금 장난같이 한 맹약은 ‘억제력’
을 띠게 된다.
만약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날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지.’
원금이 커질수록 이자도 비례해서 불어나는 조항이다.
이걸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뒀 다.
‘무공을 전해줘도 뒤통수 맞을 일 은 없다.’
맹약의 끈은 확실하게 이어졌다.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마음도 느슨 해졌다.
민정이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
다.
“됐지? 된 거지?”
“오냐. 그럼 교육을 시작하자.”
“뭘 하면 될까?”
“일단 옷을 벗어.”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아.
생각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 언 이었구나.
“아니. 그게 말이지……
“이 짐승 새끼야!”
민정이는 냅다 소리를 지르더니 주
먹을 크게 휘둘렀다.
米 米 米
수련장 중심.
대마력 집속진에서 가장 효율이 좋 은 장소다.
푸른 안개가 내부를 감쌌다.
대마력 집속진은 안정적으로 발동 되는 중이다.
“너. 앞에 보면 죽는다.”
민정은 상의를 벗고 속옷만 입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안 봐. 관심도 없어.”
나는 격하게 부정했다.
어디서 혐오 물질을 들이미나.
동생 놈한테는 엉큼한 마음도 안 들었다.
‘아프긴 하네.’
나는 턱을 어루만졌다.
동생의 착각(?)과 함께 날아온 펀 치. 피할 정신이 없어서 깔끔하게 꽂혔다.
살짝 부어오른 게, 그대로 두면 멍 이 질 것 같다.
‘설명을 안 한 내 잘못도 있으니.’
에휴.
한숨이 굳게 닫힌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내가 너한테 전수해줄 건 무공이 다.”
“무공이라는 건 교관님들한테 못 들었어.”
“지구의 스킬이 아니거든.”
“그걸 익히면…… 나도 오빠처럼 막 행동을 읽고 움직이는 게 가능한 거야?”
너 하기 나름이다.”
“좋아. 오빠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거 없지.”
근거 없는 자존감이라고 비웃어주 고 싶은데.
이 녀석의 자질을 생각하면 마냥 가능성이 0은 아니었다.
“우선 마나를 운용하는 방법, 그러 니까 심법을 배울 거다.”
“좋아. 어서 알려줘.”
“조금 따끔할 거니까 참아. 소리 지르면 안 돼.”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
크크.
넌 죽었다.
손바닥을 펼쳐서 민정의 등에 밀착 시키고 혼돈기를 끌어 올렸다.
‘용사의 전투 방식을 생각하면 이 걸 전수해주는 게 좋겠지?’
역근경.
무 대륙에서 정파의 상징으로 우뚝 섰던 문파, 소림사에 전해지는 절세 의 내공심법이다.
마교에서 교주에게만 대대로 전해 지는 천마신공과 비교해도 흠잡을 데 없는 상승의 무학.
심법을 익히기만 해도 뼈와 피부가 튼튼해지고 근육이 강해지며, 일정 수준 이상 익히면 금강불괴라고 불 릴 만큼 단단해진다.
역근경으로 모은 기는 정순하고 안 정적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 들리지 않았다.
‘1대 용사 녀석이 이걸 익혔더라면 어땠을까?’
심법 없이도 [귀족]과 버금가는 힘 을 지녔던 인류의 용사.
거기에 절세의 심법이 더해지면 하 위 [군주] 급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동생 녀석이 그만큼 성장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용사와 비슷한 특성을 가졌다고 해 서, 반드시 용사의 환생이나 후인이 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민정의 재능은 대단하긴 하나, 인 류의 용사가 전성기였던 시절과 비 교하기는 어려웠다.
‘뭐, 무공을 익히면 용사랑 비벼볼 수 있으려나.’
잡생각을 멈추고 혼돈기를 민정의 몸에 불어넣었다.
손바닥에서 등으로.
몸 안에 파고든 혼돈기가 혈관을 타고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신체 내부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 O ”
= •
민정은 이질적인 기운에 몸을 움찔 거렸다.
“느낌 이상해도 참아.”
혼돈기의 흐름에 저항하면 둘 다 내상을 입는다.
몸을 간헐적으로 움찔거리긴 했지 만, 저항하는 대신 혼돈기가 움직이 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나는 혼돈기를 움직여서 역근경의 구결대로 움직였다.
‘원래는 구결의 의미도 다 짚어줘 야 하는데.’
지금 전수 중인 역근경은 원형인 소림사의 무공과 조금 다르다.
역근경을 익히려면 소림사에 전해 지는 불경을 머릿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근데 나는 당시만 해도 악마였잖 아.
신의 가르침 따위를 머릿속에 새겨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구결 자체를 심법에 욱여넣 는 식으로 개량해버렸다.
‘그 혜택을 얘가 받네.’
아이러니했다.
일주천을 마치자 역근경의 토대가 민정의 몸 안에 자리를 잡았다.
곧장 기운을 거둬냈다.
손바닥을 그대로 밀착한 채로 입을 열었다.
“내가 한 대로 너도 해봐.”
민정은 능숙하게 체내의 마나를 컨 트롤해서 혈관 내에 닦아놓은 길을 따라 흘려보냈다.
흠짓.
나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베르데보다도 빠르잖아?’
과거 베르데한테도 동일한 방법으 로 분심공을 전수한 적이 있었다.
녀석도 제법 빠르게 무공에 적응했 다.
군주급 악마의 직계.
나이에 비해 뛰어난 재능을 지닌 덕에 금세 분심공의 묘체를 이해했 다.
민정은…… 그 베르데조차도 압도 하는 재능을 지녔다.
‘군주의 혈통을 타고난 악마보다도 뛰어난 재주.’
과연.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동생, 민정은 용사의 자질을 지녔 다.
일주천을 마치고 눈을 뜬 민정.
눈동자에는 전에 없던 광채가 감돌 았다.
“오빠. 이건…… 정말 대단하잖아! 이게 그 무공이라는 거야?”
“역근경이다. 기억해둬.”
“응. 몸에서 힘이 넘치고 감각도 예리해지고, 아무튼 대단해!”
“일단 옷 좀 입고. 다 큰 처자가
홀라당 벗고 다니면 안 되잖냐.”
“쳇. 지가 벗으라고 해놓고는.”
누가 들으면 오해 사기 딱 좋은 말을 하네.
민정은 옷을 걸쳐 입고는 팔과 다 리를 휘둘렀다.
역근경을 익힌 지 얼마나 되었다 고, 몸놀림이 전보다 빨라졌다.
“오빠. 나랑 다시 한번 붙어보자.”
“걸음마를 막 뗀 주제에 바로 덤비 는 거냐.”
“뭔가 감이 올 것 같단 말이야.”
에휴.
의욕은 넘쳐나는구먼.
나는 못 이기는 척, 바닥에 나뒹굴 고 있는 연습용 검을 주워 던졌다.
“간다!”
민정은 칼을 잡자마자 바닥을 차면 서 쇄도했다.
* * *
“허억, 헉.”
수십 분 동안 치고받았지만, 결과 는 다르지 않았다.
바닥에 드러누운 민정은 원망 어린 눈초리로 나를 올려다봤다.
“뭘 기대한 겁니까. 휴먼.”
“오빠는 어떻게 한 대를 안 맞아 주냐?”
“나는 갓 무공을 익힌 초보자한테 맞아 줄 만큼 헐렁하지 않단다.”
태연하게 대꾸했지만.
실은 가슴이 철렁했다.
‘정말로 엄청난 재능이다.’
역근경은 심법이다.
신체 능력과 기의 운용 능력 향상.
제왕검형이나 혼원벽력도처럼 무기 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무공을 익힌 게 아니다.
‘근데 내 행동을 쫓았단 말이지?’
민정은 역근경으로 향상된 감각을 십분 활용했다.
수읽기.
무기와 주먹이 부딪치는 짧은 순간 을 놓치지 않고 내 동작을 읽어내서 다음 행동으로 이어갔다.
물론 생각만큼 원활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에 당할 리가 없잖아.’
나는 민정보다 최소 다섯 수를 앞
섰다.
근육의 움직임.
마력 컨트롤.
대상의 특징을 머릿속에 두고 다음 흐름을 유도하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그걸 심법 하나 익혔다고 흉내 낸 게 놀라운 거지.’
동생이라서 칭찬하기 싫은데.
이거 하나 만큼은 확실했다.
민정은…… 싸움 하나 만큼은 누구 와도 비교하기 힘든 희대의 재능을 타고났다.
불세출의 천재!
‘몇 번 싸웠다고 그 요령을 깨우치 다니.’
역근경을 전수한 보람이 있다.
2대 용사면 어떻고.
환생이면 어떤가.
이미 맹약을 맺은 이상, 민정이 누 구라 한들 내 심장에 칼빵을 꽂지는 못한다.
‘아니. 오히려 잘 된 거다.’
민정이 용사의 전성기 시절까지 성 장하면 판데모니엄이나 엘리시움의 음모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23년 전, 판데모니엄의 전면 침공 을 막아낸 게 인류의 용사다.
용사의 무력은 하위 차원의 존재를 아득히 초월했다.
‘빨리 성장해주면 내가 고맙지.’
맹약도 맺었겠다.
걱정할 건 하나도 없다.
“펭구야.”
-멍! 주인님. 불렀나?
펜리르가 짧은 다리를 움직여서 수 련장에 들어왔다.
“얘한테 음료수 좀 가져다줘.”
-알았다. 멍!
펜리르는 능숙하게 냉장고를 열더 니 이온 음료 하나를 입에 물고 돌 아왔다.
-이거 먹고 힘내라. 멍!
“어머. 이렇게 귀여운 애를 키우고 있었어?”
민정이가 눈을 빛내면서 펜리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펜리르 녀석.
엘리한테도 그렇고, 유독 여자들한 테 인기가 좋단 말이야?
‘생각해보니 매혹의 권능이 동생한
테는 안 통하는군.’
호감은 무슨.
평소처럼 으르렁대기 바빴다.
민정이 나한테 호감을 품는다고 생 각하니, 닭살이 우수수 돋았다.
매혹의 권능도 통하지 않다니, 역 시 남매 사이는 원수지간인 게 맞는 모양이다.
“몸 풀렸으면 일어나. 나 바쁜 사 람이다.”
“쳇. 일도 없으면서 바쁜 척하기 는.”
“농담 아니야. 탑 들어가기 전까지
만 봐줄 수 있으니까 퍼뜩퍼뜩 일어 나라.”
“아고고. 오빠가 동생 패네.”
민정은 천연덕스럽게 투덜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탑에 들어가기 전.
기초는 확실히 다져주마.
물론…… 때려가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