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181)
181 화
박민수는 잠깐 뜸을 들였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
고민이 느껴지는 음색이다.
“하지만 나는 대리일 뿐, 길드 전 체의 의견을 결정할 권리는 없습니
다.”
“그럼요?”
“나 혼자라도 원정대장님을 돕겠습 니다.”
나는 박민수의 의견을 존중했다.
신성 길드의 결정권자는 길드 마스 터인 천지연이다.
‘S급 헌터 하나가 거들어주기만 해 도 충분하지.’
국내에서 7명뿐인 등급.
헌터들 사이에서는 정점에 도달한 이다.
박민수의 합류.
지난 몬스터 토벌 때나 조금 전 전투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감안하면 큰 힘이 될 게 분명했다.
“다른 분들은요?”
“크크크. 본인은 길드원들을 이끌 고 참전하겠습니다.”
베르데는 이미 정해둔 대답을 꺼냈 다.
야.
너는 그렇다 쳐도, 너희 길드원들 의견은 안 물어봐도 되겠냐?
‘아. 검은 혀로 홀라당 속여먹겠구 나.’
이래서 요마 놈들은.
쯧쯧, 믿을 게 못 돼요.
속으로 혀를 한 번 차고, 마저 대 답을 듣기 위해 이영준을 바라봤다.
“모든 길드장들 의견을 종합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게 옳은 거죠. 동감합니다.”
한발 물러서는 이영준.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레일은 이미 깔렸다.’
흑사회, 나아가서는 판데모니엄과 끈이 닿아 있는 북한 군벌.
딱히 옛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같은 거창한 뜻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김문권 군부의 뒤에 암약하는 존 재.
아스모데우스 일파에게 한 방 먹여 주기 위해서다.
“3부대장님.”
“예.”
“정비를 마치고 저녁에 각 길드장 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죠.”
“알겠습니다.”
이영준은 못내 미안한 듯 윗니로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시선을 피했
다.
굳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득 이영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 를 바라봤다.
“근데 왜 저녁인 겁니까?”
“들을 이야기가 좀 있거든요.”
오른손 검지를 펴서 아래를 가리켰 다.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인간.
3군단장이라고 자칭했던 사내, 김 봉권이었다.
“이 녀석하고 잠깐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으, 으어. 사…… 사려다라우.”
이빨 몇 개가 나갔나 보다.
안 그래도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 였는데, 발음이 새면서 외국어처럼 들렸다.
“알겠습니다.”
“나도 길드원들을 챙기러 가보겠습 니다.”
이영준에 이어 박민수도 신성 길드 를 수습하러 자리를 떠났다.
나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옆을 흘 겨봤다.
“너는 왜 안 가냐?”
“당연히 군주님의 도움이 되려고 남아있었지요.”
“도울 게 뭐가 있다고.”
“크크크.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괴 롭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 니다.”
잊고 있었다.
요마는 온갖 고문과 정신공격에도 능했다.
하나 같이 생물의 고통을 근원적으 로 즐기는 악취미를 가진 놈들이다.
전생의 나는 놈들의 취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베르데가 요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통을 줘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베르데는 음침하게 웃고는 김봉권 의 머리를 붙들었다.
손 전체가 시커먼 안개로 휘감겼 다.
“판타즘.”
악몽을 재현하는 암흑 마법.
이미 정신이 반쯤 무너진 탓에 저 항 하나 못하고 베르데의 암흑 마법 에 잠식당했다.
“뭘 보여주는 건데?”
“조금 전 군주님께 두들겨 맞은 고 통을 환상 속에서 반복하는 겁니 다.”
“그럼 때리는 거랑 똑같잖아.”
“크크크. 체감시간이 다를 겁니다. 환상 속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거 든요.”
그건 무슨 선택적 초감각이냐.
고통을 재현하는 것만 느리게 흘러 가다니.
요마 아니랄까, 악취미적인 마법이 다.
김봉권은 악몽에 시달리며 몸을 연 신 꿈틀거렸다.
그 모습은 내가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 조금이라도 고통을 피하려는 몸 부림과 비슷했다.
잠시 후.
“푸하! 人}, 살려달라우. 동무! 내래 시키는 거 다 하겄소.”
“군주님?”
“어.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무, 뭐이래. 내래 원하는 거 다 말하는 기래. 날래 물어보라!”
사적인 감정은 둘째 치더라도.
이 녀석은 꽤 유용한 정보원이었 다.
‘군단장이라면 군부 세력 규모라든 지 여러 정보를 알고 있을 거다.’
나는 몇 가지를 물었다.
질문을 듣자, 김봉권의 안색이 새 카맣게 어두워졌다.
“기걸 말하면 내래 총통 동무한티 죽을 기래.”
“그래서 말해주기 싫으시다?”
“내래 시간이 필요하다우!”
“베르데야. 진솔한 대화를 나누려 고 하는 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다.”
나는 베르데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마음을 여는 방법을 조금 과하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한다! 내래 말하겄다! 뭐든 물 어 봐라!”
베르데는 대꾸하는 대신 진하게 웃 으면서 다시금 암흑 마나를 재배열 했다.
米 * 米
베르데의 고문술은 대단했다.
처음 보여준 암흑 마법은 맛보기였 다.
아이언 메이든, 영혼 탈곡 등.
육체와 영혼 양쪽을 괴롭히며 정신 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헤, 헤헤헤. 헤헤.”
녀석은 눈물과 침, 콧물을 흘리면 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군주님. 이제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진짜 대화가 가능한 거야?”
“저를 믿어주십쇼. 저 상태라면 비
자금 위치도 말해줄 겁니다.”
고문의 대가인 요마의 말이니.
믿어야지.
나는 쭈그려 앉아서 김봉권과 눈높 이를 맞췄다.
“히, 히이이익!”
“군부에서 운용하는 군대 규모를 말해라.”
“다섯 개 군단. 전멸한 3군단을 빼 면 4개라우.”
의외로 대답은 침착하게 했다.
베르데가 고개를 위로 치켜세우면 서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문이 진짜 효과가 있네.’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대답할 때만 침착하니깐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머지 군단들도 규모가 비슷한 가?”
“기래. 1군단 빼믄 비슷하디요.”
“1 군단?”
“총통 직속 부대요.”
군부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김문권은 대격변 당시 옛 북한 2 군단과 4군단을 병합, 각성자와 비 각성자들을 분류하고 혼란에 빠진 황해도 인근을 지배했다.
비각성자 군인 4만.
각성자는 2천을 조금 넘었다.
‘군부 출신 각성자들. 실력은 꽤 됐지.’
옛 북한 지역은 절반 이상이 로스 트 랜드 판정을 받았다.
대격변 초기에 우후죽순 생겨난 게 이트들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 이다.
‘진실의 눈으로 살펴보니 잠재능력 을 거의 다 일깨웠다.’
그래서인지 옛 북한 출신 각성자들 은 실전 경험이 풍부했다.
대부분 잠재능력을 100% 가까이 체화했다.
“우리 총통 각하의 혁명 전사들은 괴물과 실전을 벌이며 능력을 깨우 친 기지.”
“그래?”
“고조 남조선 아새끼들이 물렁한 살 키우는 거랑 다른 기래.”
“그래서 그 남조선 애한테 붙잡혔 냐?”
묻는 말에나 대답할 거지.
대소변을 못 가리네.
목소리에 힘을 주자, 김봉권이 곧
장 ‘깨갱’ 하며 몸을 수그렸다.
‘헌터의 숙련도는 우리도 밀리지 않는다.’
일반적인 헌터는 각성하면서 얻은 힘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각성 초기에는 10%에서 20% 정 도.
훈련과 실전을 거듭하며 잠재능력 을 일깨우고 점점 강해진다.
잠재능력 70% 이상을 일깨운 헌 터들은 ‘베테랑’이라고 불리며 업계 에서 대우를 받는다.
‘이쪽도 베테랑이 많은 건 마찬가 지니까.’
원정대에 참여한 헌터들은 모두 베 테랑급.
오히려 장비 보급만 보면 군부 출 신 각성자들을 훨씬 앞섰다.
“괴물은 어떻게 지배한 거지?”
“총통 동무의 능력인 기지.”
김문권은 괴물을 지배하는 특성을 각성했다.
정확히는 괴물의 사고를 원하는 대 로 조정하고 능력치를 증대시키는 능력이라고 한다.
“지배 조건 중에 인간을 먹이로 준 다던가, 그런 게 있는 건가?”
“기건 아닌 기래. 고 총통 동무 뜻 에 거스르면 먹이로 던져준 기래.”
“미쳤군.”
“남조선 동무도 우리 동무 먹이로 주지 않았네?”
“누가 누구를 동급으로 보는 거 냐.”
목소리에 살기가 절로 실렸다.
이놈.
펜리르가 마인들을 잡아먹은 걸 이 야기하는 것 같은데.
“전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나온 거 다. 하지만 민간인들은 아니야.”
전생의 나는 무수한 생물의 목숨을 거두었다.
판데모니엄의 네 차원장.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셀 수 없는 투쟁을 벌였고, 그 와중에 죽은 이 들도 넘쳐났다.
하지만.
투쟁을 벌이는 중에 나름의 기준을 두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자들과는 싸우 지 않는다.’
쓰러트리는 것은 오직 ‘투지’를 가 진 이들이다.
내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지를 짓밟거나 조롱한 적은 없었 다.
“감히 네놈들이랑 나를 비교해?”
“사, 살려 달라! 살려 달라!”
김봉권은 비명을 질렀다.
후-
짧게 한숨을 뱉으면서 마음을 가다 듬고 김문권 군부의 정보를 하나하 나 더 캐물었다.
군단의 배치.
진영 후방에 있던 자주포의 배치 등.
유용한 정보를 꽤 얻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봤다.
한겨울.
낮 시간이 짧지만, 해는 아직 중천 에 떠올라 있었다.
‘저녁까지는 꽤 남았군.’
슬슬 3군단의 패퇴 소식이 상부에 전달되었을 시간이다.
군부에서도 대비를 하며 원정대를 어떻게 할지 대응 방법을 고민하겠 지.
‘그 전에 한 번 흔들어줘야겠어.’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2군단과 4
군단이 포진해 있다.
자주평사포나 전차 등 옛 북한의 병기들도 배치되어서 전선을 유지하 는 중이다.
놈들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
빈틈을 노려서 타격을 줘야겠다.
“베르데. 잠깐 다녀온다.”
“군주님. 그럼 이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베르데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오래간만에 고문하니 취향에 불이 붙은 모양이다.
“마음대로 해라. 숨은 붙여둬.”
“후후, 알겠습니다.”
베르데는 의욕적인 모습으로 김봉 권을 향해 다가갔다.
“히, 히이이익!”
놈의 비명을 배경음악 삼으며 펜리 르를 대동하고 북쪽으로 향했다.
米 * *
-메탈 데빌사우루스 전사.
-각성자 다수가 사망하거나 포로
로 잡힘.
-후방 자주평사포 50문 대파.
-특작대 50명 전멸.
3군단의 대패.
그 소식은 김문권 군부의 수도인 황해남도 해주시까지 전달되었다.
“이 간나새끼가!”
김문권은 대노했다.
북한이 붕괴한 뒤로, 각성자들과 괴물은 힘의 척도가 되었다.
“병사들 생존 여부는 상관없다. 긴
데 특작대랑 메탈 데빌사우루스가 모두 뒤지 뿐다?”
메탈 데빌사우루스와 특작대.
흑사회의 도움을 받아서 강화한 최 정예 전력이다.
3군단이 모두 전멸해도 그 전력만 큼은 무사히 빠져서 복귀했어야 했 다.
“거기서 다 뒤지 뿌리면 어떡하 나!”
“곤란하군요.”
박사도 곤란한 듯 혀를 차면서 고 개를 저었다.
마인과 괴물 개조.
모두 그의 손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번에 전멸한 이들이 얼마나 강한 지는 김문권보다도 더 정확하게 알 고 있었다.
“안 돼갔으. 내래 전면전이래!”
김문권은 자리를 박찼다.
군단 하나가 전투 한 번에 괴멸했 다.
황해도 인근의 지배력이 떨어질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다.
‘차라리 잘 된 걸지도 모르겠군.’
박사는 웃음을 참았다.
원정대 헌터들이 다수 사망하면 이 후 계획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도 총통 각하를 돕겠습니다.”
“길티. 기래야지.”
박사는 욕심 많은 노인네를 이용해 서 최상의 결과를 낼 생각이었다.
그때.
삐리릭, 삐리릭.
다시 한번 전자음이 울렸다.
“뭔 일이래?”
-총통 각하! 남조선 아새끼가 2군 단을 습격했습니다!
김문권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