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237)
237 화
“지금…… 무어라 하였느냐?”
에르단은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허 참.
젊은 친구가 귀도 길쭉한데, 벌써 부터 난청이 오면 어떻게 하나.
“잘 알아듣게 다시 말해 줄까? 네
제안은 거절한다고.”
어색한 침묵이 만찬장을 휘감았다.
겁먹은 듯, 새파랗게 질린 하린.
2황자 녀석은 굳은 표정 그대로 나를 노려봤으며.
바리스의 눈동자가 연신 나와 에르 단을 번갈아 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꽤 명석하다 생각했는데, 어리석 은 인간이군.”
“그러는 넌 자만심으로 가득한 꼬 맹이고.”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폭언을 내뱉는 것이더냐?”
“여긴 민주주의 국가라니깐. 너희 귀쟁이들의 나라가 아니에요.”
나는 콧방귀를 꼈다.
아무래도 이 녀석에게 민주주의를 배달해줄 필요가 있겠구먼.
바리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보게. 민철 군. 아무리 그래도 지금 행위는 예의에서 벗어난 것이 라네.”
낮은 목소리.
얼굴에는 은은한 노기마저 느껴졌 다.
하긴, 내가 선을 넘기는 했지.
근데 말이야. 말 같지도 않은 제안 에 ‘예.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일 수는 없잖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죠.”
잠깐만 가만히 계십쇼.
그게 대사 아저씨한테도 도움이 될 테니까.
‘이 녀석 꿍꿍이가 좀 있는 거 같 거든.’
짐작이 맞는다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 바리스도 책임
을 져야 할 문제였다.
나는 다시 에르단을 바라봤다.
녀석의 녹색 눈동자에는 야망 대신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내가 볼 땐 바나하임의 2황자가 고작 인간 하나 후원하려고 지구에 올 것 같진 않아.”
엘프는 오만하다.
괜히 귀쟁이라고 까대는 게 아니라 고.
전생에서도 전장에서 여러 번 마주 쳤지만, 지닌 능력보다도 자부심이 더 큰 족속이다.
“지구의 가치가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에 온 것 아니겠느냐.”
“이봐. 꼬마야. 네 욕망에 솔직해져 봐.”
나는 잠깐 뜸을 들였다.
에르단이 의문스러운 눈빛을 띠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쯤은 되어야 폭탄을 던질 맛이 나지.
-너. 바나하임 제국의 차기 황제가 되고 싶은 거지?
육성으로 말하는 대신.
내력을 실어 전음을 사용, 에르단
혼자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그 순간.
에르단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동요하는 눈빛이다.
하린과 바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 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는 중 이다.
혹시나 해서 찔러봤는데.
꽤 놀라는 걸 보니, 짐작한 게 맞 는 모양이다.
깜찍한 꼬마 같으니라고.
우리, 따로 할 이야기가 있는 거 같지 않니?
* 米 *
에르단 시안나델은 보기 드물게 당 황한 기색을 띠었다.
바나하임 제국의 황자로 태어나서 놀랄 만한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오늘처럼 당황한 건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지금. 저 인간이 뭐라고 하는 거 지?!’
민철이 속삭인 말은 에르단의 마음
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바나하임의 황제가 되겠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마음속 에만 품고 있던 야망이었다.
그 야심을.
오늘 처음 본 자, 그것도 하등하다 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간파당한 것 이다.
에르단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미지에 대한 공포.
까딱 입을 잘못 열면 속내를 다 읽힐 것 같은 미증유의 두려움마저 들었다.
“그……
-대답 안 하는 게 좋아. 내 말은 꼬맹이, 너만 듣고 있거든.
에르단의 눈동자에서 핏발이 섰다.
마주하고 있는 인간.
민철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위로 올라갔다.
싱글벙글거리는 저 모습도 얕볼 수 없다.
“바리스 공.”
“예. 저하.”
“이 자와 독대를 해도 되겠소?”
“저하. 하오나……
바리스는 난색을 표했다.
호위도 없이 두 사람만 두는 것은 바나하임 대사의 입장에서 꽤 곤란 했다.
더군다나 민철은 짧지만 무력시위 를 펼치기도 했다.
‘민철 군이 마음만 먹으면 내가 전 력으로 나서도 막을 수 없다.’
아까 대련을 벌이고 나서 느꼈다.
큰 벽을 본 느낌.
지구의 12 영웅을 마주했을 때도 이런 압박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존재가 황자와 대립각을 세운 상황에서 독대하게 놔두는 건 너무 위험했다.
에르단이 금색 머리카락을 빙빙 꼬 았다.
“바리스 공. 내가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 것이오?”
“대사관 안에서는 제가 저하의 안 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대공.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오.”
바리스의 얼굴에서 갈등의 기색이 감돌았다.
잠시 고민하더니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전하의 뜻대로 하겠 습니다.”
바리스는 몸을 돌리고는 오른손으 로 민철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민철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
“흐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대는 전에 내 목에도 서슴없이
칼날을 들이밀지 않았나.”
“어릴 때의 치기였죠. 그거야.”
바리스는 한숨을 짧게 쉬었다.
하린도 불안한 눈빛으로 민철을 흘 겨보더니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힘없는 노움은 황자님의 뜻에 따 르는 것이에요.”
엘프들과 거래 라인을 틀려고 왔다 가 이게 무슨 봉변인지.
하린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넓은 만찬장에는 이제 둘밖에 안 남았다.
에르단은 핏발이 선 눈으로 민철을 노려봤다.
입술을 연신 오물거리지만 쉽게 말 을 내뱉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분노한 듯 보이지만, 자 세히 살펴보면 당황한 기색이 엿보 였다.
민철은 입가가 씰룩거리는 것을 억 지로 참았다.
“어떻게 안 거지?”
“뭘 말이야.”
“내가 황위를 노리고 있다는 걸 말 하는 거다.”
“부정하지는 않는군.”
“사내가 마음에 품은 뜻이다. 공연 히 부정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 이다.”
에르단은 떳떳하게 말했다.
당황스러운 기색과는 별개로, 꽤 당당한 모습이다.
민철의 눈빛이 조금 바뀌었다.
“한국에는 관상이라는 뛰어난 학문 이 있다.”
” 관상?”
“얼굴이나 눈을 보면 사람의 성향 과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기예다.”
“웃기는 소리. 그런 잡기로 내 마 음속 생각을 읽어냈다는 거냐.”
“근데 사실이잖아.”
크윽.
에르단이 신음을 흘렸다.
‘농담인데 잘도 넘어가는군.’
민철이 에르단의 심리를 파악한 건 진실의 눈 덕분이었다.
제왕의 적성.
특성도 모두 누군가를 지배하는 성 질을 띠었다.
흠흠-
민철은 헛기침을 했다.
“뭐, 내가 관상도 잘 보지만 말이 야. 아까 이런 말을 했잖아.”
-형님께서는 엘리시움이 지구를 동맹의 주축으로 삼아, 소극적인 협
력 관계로 남기를 바란다네.
아까 에르단이 내뱉은 말이다.
추리할 근거는 충분했다.
“고작 얼굴을 보고 그 말을 들은 것만으로 그런 추론을 했단 말이 냐?”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군.”
에르단은 분을 삼켰다.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넘어가 버린 게 자신이었다.
민철은 분해하는 에르단을 보며 슬 쩍 웃었다.
[진실의 눈]의 존재를 모르는 한, 민철이 그의 마음속에 있는 야욕을 어떻게 알아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황자님은 지금의 바나하임이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
“인간. 내 속내를 운 좋게 맞췄다 고 해서 계속 떠보려 하지 마라.”
“그럼, 마음에 든단 말이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민철은 낮게 웃었다.
“크크크. 우리 황자, 꽤 솔직하잖 아.”
“날 농락하는 것이더냐?”
“설마. 야망을 품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웃는 거다.”
민철은 상체를 숙이며 에르단과 눈 높이를 맞추었다.
“황자야. 날 후원해주려고 한 진짜 이유를 맞춰볼까?”
“흥. 그런 이유 같은 건……
“내 후원을 빌미로 바나하임 내 개 혁파의 지지를 얻는 것.”
에르단은 그 말에 대꾸하려 했지 만.
고오오오-
갑자기 솟구친 강렬한 기세에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에너지의 기원은 바로 민철이었 다.
에르단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답을 하는 순간, 흉포한 기운에 잡 아먹힐 것만 같았다.
“난 말이야. 황자님의 야망은 긍정 해. 아니, 오히려 좋게 봐.”
민철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음성 톤과 달리, 안에는 야수를 떠 올리는 진한 살기가 섞여 있었다.
에르단은 핏발이 선 눈으로 그 기 세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근데 너희 귀쟁이들 정치싸움에 날 이용하려면 그만큼 대가를 줘야 하지 않겠어?”
“꾜, J1 으으……
“잘 생각해봐. 넌 나한테 뭘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내 가치가 어느 정 도인지 말이야.”
민철은 에르단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그와 동시에, 흉포했던 기운도 거 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럼, 황자님. 다음에는 좀 더 솔 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군
요.”
민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돼. 여기서 이야기를 끝낼 수 는 없어.’
민철이 한 말은 대부분 사실이었 다.
현재의 바나하임은 국론이 둘로 나 누어져 있다.
보수파는 엘리시움과의 협조 관계 를 유지하며 국익을 챙기자는 주의.
반면 개혁파는 엘프들의 자주권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르단은 진보주의자들의 성향에
가까웠다.
엘프가 더 위대해지기 위해.
엘리시움의 우방이 아닌, 다중차원 우주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발돋움하 려면 지구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 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다음 황제가 되는 것 이, 바나하임 제국을 위하는 길이라 고 믿고 있었다.
‘그러려면 어떻게든 저자를 설득해 야 한다.’
다크 엘프 사변을 해결한 협조자.
동시에, 지구에서는 차기 용사로 불릴 만큼 주목을 받는 인물.
바나하임과 지구, 양쪽에서 인지도 가 있는 존재인 민철을 같은 편으로 끌어 들어야 했다.
‘내가 안일하게 생각했다.’
제국 차원에서 후원을 약속하면 자 연스럽게 당겨올 줄 알았는데.
민철은 바나하임 제국의 속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멀어지는 민철을 잡으려고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십쇼.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겁니다.”
민철은 싱글벙글 웃으며, 아까와 같은 흉포한 기세를 다시 한번 퍼트 렸다.
“으 으으 ”
“후원 같은 허울 좋은 이야기 말 고, 나랑 파트너가 되려면 뭘 준비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겁니 다.”
확실하게 선을 그은 민철.
그는 몸을 돌이켜서 닫혀 있던 만 찬장의 문을 열었다.
米 米 *
만찬은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 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턱을 괸 채로 창문 바깥을 바라봤다.
‘앞으로 다중차원 우주의 흐름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갈 거다.’
황자 녀석의 판단은 옳았다.
싼값에 나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 려는 게 괘씸했지.
녀석의 정치적인 감은 현 상황과
맞물려서 제법 잘 맞아떨어졌다.
‘한 번, 기회를 줬으니 잡는 것도 능력이지.’
바나하임 제국의 후계 구도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귀쟁이들 정치 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하지만.
2황자인 에르단에게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갔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며 두 번째 기회 를 줬다.
‘에르단 같은 판단을 내린 자들이 여럿 있을 거야.’
베르데를 사도로 뽑고 세력을 구축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에르단의 반응을 보면, 이미 지구 에 관심을 가진 위정자들이 꽤 있을 것이다.
아니.
본격적으로 지구의 정세에 관여하 려 할지도 모른다.
‘판데모니엄만 해도, 흑사회와 깊 은 관계를 맺었잖아?’
베르데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다른 차원에서 지구에 간섭할 수 없게끔.
지구 내 세력을 더 키워야 한다.
잠깐만…….
그럼 적절한 인물이 하나 있잖아.
마침 탑에서 신화시대의 그림자들 과 마주하고, 신격을 양도받으면서 사도를 하나 더 늘릴 수 있게 되었 다.
그 녀석을 사도로 삼고 키워내면?
나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 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