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26)
26 화
코끝을 간질이는 알싸한 향.
유황 냄새다.
전생의 나는 이 냄새를 지긋지긋하 게 맡았었다.
‘암흑 마나의 흔적.’
암흑 성훈이 발하는 강력한 에너지
이자, 악마의 근원이 되는 마력이다.
유황 냄새라고 표현했지만.
평범한 사람은 그 향을 맡을 수 없다.
‘혼에 새겨진 냄새지.’
희미한 암흑마력의 향.
전생에 새겨진 기억이 장용수의 정 체를 밝혀내는 단서가 되었다.
나는 장용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 봤다.
놀라움에서 당혹감, 고민, 그리고 평온한 표정으로.
1초 동안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
갔다.
당연히 고민이 되겠지.
‘날 죽일지 말지.’
인간 사이에 스며든 악마.
좋은 의도로 정체를 숨기진 않았을 것이다.
상당수의 목격자.
바로 행동에 나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장용수의 생각이 손에 잡힐 듯 뻔 히 읽혔다.
‘그렇다면 결정을 도와주지.’
웃음을 삼키고는 엘리를 바라봤다.
“오늘은 혼자 게이트를 돌아봐야겠 어.”
“지원팀은 안 데려가고요?”
“게이트 수준 좀 알아봐야지.”
엘리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장용수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아무래도.
떡밥을 물은 것 같다.
“보다시피. 내가 좀 바빠서.”
“어, 하하. 제가 바쁜 분을 붙잡아
두고 있었군요.”
데모닉 길드는 막았던 길을 열었 다.
녀석을 지나치던 중.
장용수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 소리로 중얼거렸다.
“전민철 헌터.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난 남자는 사양인데.”
데모닉 길드와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리자, 엘리는 가자미눈으로 나를 흘겨봤다.
“진짜 그러기에요?”
“뭐가. 주어 다 빼고 말하면 어떻 게 알아듣냐.”
“누가 봐도 길드 스카우트 제의잖 아요.”
“그렇지.”
“데모닉 길드는 최근에 공격적으로 규모를 불려 나가고 있어서 다른 길 드에서도 많이 주시하고 있어요.”
“조건 더 좋고 위약금도 다 해준다 면 옮길 수도 있지.”
“아, 진짜……!”
“농담이다. 저 길드에는 관심 없 어.”
내가 관심 있는 건 다른 쪽이다.
‘미끼는 던졌다.’
물고기가 얼마나 빨리 낚이느냐.
낚싯대를 놓고 미끼를 물때까지 기 다리면 된다.
한바탕 소동 후에 게이트 앞에 도 착했다.
무장을 갖춘 헌터 무리.
근처에는 여러 전자 기기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면서 작동하는 중이다.
“되게 복잡하네.”
“처음으로 관측된 초대형 게이트이 니까요. 협회 차원에서 조사하는 중
이에요.”
게이트 주변을 돌아보던 중, 헌터 한 명이 다가왔다.
“신분증을 제시해주십시오.”
협회 소속 헌터는 자격증과 내 얼 굴을 번갈아 가면서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민철 헌터. 확인했습니다.”
엘리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니. 꽤 걸릴 것 같으니까 가서 쉬고 있어.”
“오늘은 탐색만 한다고 하지 않았
어요?”
“온 김에 몸도 풀어야지.”
나는 푸른빛을 내뿜는 게이트를 올 려다봤다.
오늘.
이 안에서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 다.
기대감을 품으면서 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米 米
전주에 열린 초대형 게이트.
게이트 주변 지형은 평범한 숲이었 다.
나는 단련을 하면서 굳어있는 몸을 풀었다.
삼십 분 정도가 지났다.
우우웅-!
작은 파문이 게이트 표면을 일그러 트렸다.
사람 한 명이 균열 사이를 가르면 서 튀어나왔다.
올백 머리의 사내, 장용수였다.
녀석은 눈동자를 좌우로 돌렸다.
바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전민철 헌터. 아직 게이트 주변에 머무르고 계셨군요.”
“누굴 좀 기다리느라.”
“호오. 선약이 있었습니까?”
“모르는 척하기는.”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악마 새끼들이란.
장용수의 입가 한쪽이 위로 올라갔 다.
건조한 웃음.
다분히 악의가 섞인 조소였다.
“선수들끼리 그만 말 돌리자고.”
“크크큭. 인간 주제에 제법이군요.”
화아악!
장용수, 아니 악마 베르데가 힘을 개방했다.
뭉글거리는 암흑 마나가 지면에 드 티웠다.
매캐한 악취.
옅었던 유황 냄새가 퍼져나가면서 순식간에 주변을 집어삼켰다.
“성급하군. 여기가 어디인지 잊고 있나?”
나는 등 뒤를 가리켰다.
게이트.
외부 세계와 연결된 거대한 통로 다.
“눈에 띄면 누가 이득일까.”
“크흐흐. 장소를 옮기자는 겁니까? 여유롭군요.”
인간의 탈을 쓴 악마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
암흑 마나를 개방하면서 억눌렀던 포악한 본성마저 같이 깨어난 것 같 다.
나는 대꾸하는 대신 지면을 박찼
다.
운류보를 극성으로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숲 안쪽으로 나아갔다.
악마 베르데가 내 뒤를 쫓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감을 극대화 했다.
다행히도, 녀석이 내 등짝을 노리 는 일은 없었다.
‘기습이라면 당해낼 재간이 없지.’
속으로 안도했다.
악마 베르데가 전력을 해방한 이 상, 내가 놈을 이길 방법은 전무했 으니까.
베르데
종족 : 요마 / 나이 : 675
적성 : 암흑마법
근력 : 350 / 민첩 : 333 / 맷집
: 240 / 체력 : 245 / 마력 : 600
* 특성
현혹하는 검은 혜A]
의태 [A]
영혼 계약[B]
*억제력의 영향으로 능력치가 억 제됩니다.
*세례의 효과로 억제력에서 벗어 납니다. 본 능력의 80%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진실의 눈]으로 살펴본 베르데의 능력치 였다.
고위 영격체는 하위 차원에 진입할 때 ‘억제력’의 영향을 받는다.
전생의 내가 ‘분신체’를 사용해서 지구에 강림했던 것도 그 억제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이 녀석은 억제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20% 능력치 너프?
악마의 신체 능력이 압도적으로 높 아서 큰 의미가 없었다.
억제력이 제대로 작용했다면 본신 기준으로 10〜20%의 힘을 낼 수 있 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썼기에 억제력을 피할 수 있었을까.
궁금한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하지만.
힘으로 놈의 입을 열 수는 없었다.
‘정면으로 붙으면 십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상태창 덕분에 베르데와 나의 전력 차이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베르데가 여유를 드러내는 것도 전 력을 다하면 ‘인간’한테는 지지 않 는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전생에 악마였던 나는 그 자신감의 근거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시도해보는 거 지.’
악마의 오만함.
그걸 역이용할 차례다.
게이트 들어가자, 괴물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숲 트롤.
진청색 피부색을 띤 대형 괴물이었 다.
“방해가 되는군요. 꺼져 주시지 않 겠습니까?”
베르데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블랙 핸드]
커다란 손이 숲 트롤의 전신을 휘 감더니 세게 옥죄었다.
“크오오오!!”
근육과 살이 찢기면서 피가 지면을
적신다.
암흑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숲 트롤 이 괴성을 지르면서 발버둥을 쳤지 만, 소용없었다.
“방해물은 제가 다 치워드리겠습니 다.”
“아주 배려가 넘쳐나는군.”
나는 다크 스타를 도끼로 변환, 태 산부법을 운용해서 숲 트롤의 머리 를 내려찍었다.
-경험치 1.3%를 획득했습니다.
공짜로 경험치를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
간간이 앞을 막는 괴물들을 해치우 면서 전진하니, 제법 큰 공터가 나 왔다.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쯤이면 되겠어.”
뒤따라오던 베르데도 움직임을 멈 췄다.
널찍한 공터.
적당히 거리를 벌린 채, 나는 베르 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베르데는 잠깐 동안 나를 노려보더
니.
“크, 크흐흐. 흐하하하하!!!”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놈이 웃자, 몸에 내재된 암흑 마나 가 마구 솟구쳤다.
검은 돌풍이 휘몰아치고 공터 주위 에 있는 나무들이 벌벌 떨었다.
강대한 마력.
A급 헌터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힘 의 폭풍을 마주하니, 몸이 절로 떨 려왔다.
곧바로 성천조계공을 운용했다.
혼돈기가 몸을 안정시켰다.
나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베르데를 쳐다봤다.
“흐히힛. 정체를 아는 인간이 튀어 나와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멍청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 웃었나?”
“당신, 조금 거슬리는군요. 내 힘을 보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겁니 까?”
베르데는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잘생긴 얼굴이 악귀처럼 변했다.
아니, 저 녀석은 정말 악마였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제
정체를 알아냈는지 알려준다면 자비 를 베풀어드리죠.”
“악마가 자비를 운운하다니. 재미 있군.”
“당신에게는 자비일 겁니다. 순순 히 말하면 고통 없이 보내드리는 거 니까요.”
검은 불꽃이 베르데의 왼손에 맺혔 다.
거세게 타오르는 암흑마나.
베르데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위대한 존재에게 받은 흑염. 왼손 에 봉인해두었던 강력한 힘으로 당 신의 혼마저 살라버리겠습니다.”
왼손의 흑염이라니.
중2병인가?
오그라들긴 했지만, 놈의 왼팔에 깃든 마력은 진짜였다.
“잠깐.”
나는 손을 들었다.
“흐흐, 이제라도 말을 할 생각이 들었습니까? 그렇다면 자비를 베풀 어서 고통 없이 죽……
“시끄러우니까 좀 닥쳐봐. 누가 요 마 출신 아니랄까 더럽게 말 많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기세였 던 베르데가 움직임을 멈췄다.
폭풍전의 고요.
녀석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금방이 라도 터질 것 같았다.
“이, 이……!”
도발은 충분했다.
베르데가 전력을 쏟아내기 직전.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때를 기다렸다.
‘그래야 속여먹기 쉽지.’
상대가 이성을 놓을수록.
사기가 잘 통하는 법이다.
전 11위, 그랑지오스의 권능이 재 현되 었다.
“아둔한 것아. 권능의 불꽃을 보고 도 알아채지 못하였느냐?”
베르데의 눈이 크게 떠졌다.
겁화에서 느껴지는 파동.
【죄악의 권능】 .
판데모니엄 소속 악마라면 모를 리
없는 기운이다.
당황과 분노.
놈의 얼굴이 혼란으로 일그러졌다.
악마들은 본능적으로 권능을 알아 본다.
혼에 새겨진 본능.
베르데는 본능적으로 내 손에 깃든 권능을 느끼고 자신보다 높은 격의 악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정확히는.
악마라고 ‘착각’하게 만든 것이지 만.
‘난 인간이지만 권능은 진짜거든.’
스테이터스 시스템으로 구현해낸 지옥의 권능.
진짜 주인은 진즉 고인이 되었지 만, 겁화에 내포된 ‘권능’ 자체는 생 전에 그랑지오스가 펼치던 것과 동 일했다.
나는 한껏 목에 힘을 주고 천천히 입을 뗐다.
“요마 일족의 아이. 베르데여.”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놈의 눈동자에서 분노가 사그라지 고 당혹감과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왼팔을 휘감던 마력의 불꽃도 잠잠
해졌다.
“내가 누구냐고?”
[지옥의 겁화를 사용합니다.]
[마력 500을 소모합니다.]
검붉은 화염이 전신을 감쌌다.
딛고 있는 지면은 녹아내리다가 용 암으로 화했고, 매캐한 연기가 공터 를 휘감았다.
심연.
나는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어둠의
불꽃을 망토처럼 휘감았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불의 화신이었 다.
저벅, 저벅.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베르데 를 향해 걸어갔다.
발을 뗄 때마다 용암으로 족적을 찍었다.
“나는 화염의 시대를 연 자요. 모 든 불꽃의 아버지이며 파괴의 상징 이다.”
[마력 300을 소모합니다.]
거세게 타오르는 지옥의 겁화.
수 미터 위로 치솟은 검붉은 불꽃 이 일정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위를 향해 솟아난 뿔.
등에 달린 커다란 날개.
이마에 새겨진 역오망성.
악마의 형상을 갖춘 불꽃은 포악스 럽게 입을 벌렸다.
-어린 악마여. 너의 부름에 불의 군주가 답하노라!
살의에 휩싸인 목소리가 숲을 쩌렁 쩌렁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