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268)
268 화
초록색 눈동자의 소년.
펜리르가 팔을 휘둘렀다.
출렁.
손톱에 맺힌 기운이 공기를 뒤흔들 었다.
야수백왕공의 초식이다.
초식을 이어갈수록, 신체를 휘감는 패도적인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거기까지.”
나는 펜리르를 제지했다.
드드드 _
기운을 실어내니 공기가 떨리면서 유리창을 흔들었다.
각종 마법진과 현대 공법을 섞어서 튼튼하게 지은 집인데도, 펜리르의 기운이 원체 강한 탓에 버티질 못하 는 것이다.
“아. 주인님! 무공이라는 거 대단 하다!”
펜리르는 집이 흔들리는지도 몰랐 는지,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잠깐. 펭구야.”
“주인님. 무슨 일인가?”
“집에서는 당분간 수련 금지.”
“왜! 이렇게 재밌는 걸 하지 말라 고 하나!”
“이러다가는 집 날려 먹게 생겼거 드 ”
나는 아래를 가리켰다.
발자국이 마루로 된 바닥에 새겨졌 다.
원흉인 펜리르는 어설프게 웃었다.
“헤헤. 연습 중에 이런 거다.”
“어. 알고 있어.”
펜리르의 무공 성취 수준이 예상했 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에인헤야르 기사단이야, 갓 무공을 익힐 때는 지닌 성력이라도 적었지 만.
녀석은 폴리모프 상태여도 준 S급 수준의 마력을 지녔다.
지닌 마력이 방대하다 보니, 야수 백왕공을 펼칠 때마다 건물 내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무공 성취가 더 올라가면 괜찮겠
지만, 당장은 안 돼.”
펜리르는 이제 갓 야수백왕공 1성 에 도달했다.
야수백왕공을 알려준 지 고작 며칠 만에 동작에 실린 묘리를 이해한 것 이다.
뛰어난 오성과 감각 덕에 이루어낸 엄청난 결과였다.
‘펜리르의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다 는 거지.’
에인헤야르 기사단이야, 나하고 영 혼으로 연결된 덕에 무공을 빠르게 습득한 거였지.
펜리르처럼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
았다.
빨리 습득해서 문제가 생길 줄이 야.
야수백왕공을 알려줄 때만 해도 예 상하지 못한 문제다.
“정말 안 되는 거냐?”
“안 된다면 안 돼.”
멀쩡한 집 박살 낼 일 있냐.
펜리르가 의욕에 가득 찬 건 좋은 데, 너무 열을 내니 오히려 집이 날 아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집에서 비글 하나 키우는 기분이 네.
3대 천사견도 아니고 말이야.
펜리르의 왕성한 의욕과 넘쳐나는 에너지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오늘이면 임시 신분증이 나온다고 했으니 기다려봐.”
성간 연합에서 보증하는 신분증.
정확히는 여권 같은 것이다.
여러 차원에서 재화를 거래하며 세 력을 키운 성간 연합.
그들이 쌓아 올린 금자탑은 올림포 스나 아스가르드 신족과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 권위를 자랑했다.
받는 데 까다롭긴 해도 발급만 되
면 지구에서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 이 없다.
‘임시 신분증만 나오면 게이트라도 보내야겠어.’
저 넘쳐나는 힘을 소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때.
부우웅.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 – 마르탄]
오래간만에 보는 이름이다.
지구 담당이 된 뒤로는 코빼기 하 나 안 비추더니만.
전화기에 손을 뻗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민철 헌터! 얼마 만에 인사를 드 리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게 누구신가. 공사다망하셔서 얼굴 보기도 힘든 분 아니던가?”
-허허허. 저는 언제나 민철 헌터를 생각하고 있었죠.
“난 땅딸보 아저씨의 생각 같은 건 안 궁금해.”
-크흐. 여전히 매정한 말투시군요.
능글맞은 목소리.
내가 기억하고 있던 녀석이 맞았 다.
-펭구의 임시 신분증이 나와서 연 락드렸습니다.
“그건 엘리가 신청한 건데?”
-흐흐흐. 제가 누굽니까. 지구에 설치된 모든 지부는 제 관리하에 있 습니다요.
자랑이다. 자랑이야.
“그래서 언제 줄 건데?”
-오래간만에 얼굴도 뵐 겸,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의외였다.
매번 바쁘다고 하던 녀석이, 집에 찾아온다니.
“나야 신분증만 제때 받으면 되니 까.”
-따로 일정은 없으십니까?
“어. 집에서 쉬고 있을 거야.”
-그럼 오늘 안에 민철 헌터 댁을 방문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마르탄의 방문 소식.
지구 총괄을 맡은 뒤로 바빠서 얼 굴 보는 것조차 힘들었던 녀석이다.
뭔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다는 건지.
‘얼굴 보면 답 나오겠지.’
떠오르는 의구심을 한쪽으로 밀어 내고 펜리르의 수련을 봐줬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띵동-
벨소리가 울렸다.
인터폰 화면 너머에는 짜리 몽땅 드워프가 발꿈치를 들고 화면을 응 시했다.
“민철 헌터! 대문 좀 열어주십쇼!”
마르탄.
前용산 지부장이자, 현재는 성간 연합 지구 총괄을 맡은 드워프.
사적으로는 내가 전생을 각성한 뒤 로 깊이 연을 맺게 된 인연이었다.
米 米 *
마르탄은 양손에 짐을 가득 든 채, 안으로 들어왔다.
“그건 다 뭐냐?”
“흐흐흐. 두 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오는 게 예의 아니겠습니 까.”
오.
강호의 도리를 아는 녀석 같으니라 고.
내용물을 보니 펜리르가 입을 옷가 지 여럿, 그리고 장신구 몇 개가 있 었다.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샀냐?”
“엘리 지부장이 말해줬습죠.”
“쯧, 어째 비밀이 하나도 없구먼.”
“그만큼 민철 헌터에게 관심이 많 은 것 아니겠습니까요.”
능글맞기는.
닭살 돋는 말을 참 쉽게도 꺼낸다.
“펭구야. 마르탄이 너한테 줄 선물 사 왔다고 한다.”
“진짜? 우와!!”
수련 중이던 펜리르가 뛰쳐나왔다.
“이 친구가 펭구인 겁니까요?”
“그렇다. 작은 인간, 오래간만에 봐 서 반갑다.”
“이야. 이대로만 자라면 인기 엄청 많을 것 같습니다요.”
마르탄은 펜리르의 인간 형태를 보 더니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됐고. 준비한 거나 줘.”
“알겠습니다요. 우선 이걸 받으십
쇼.”
임시 신분증.
외형은 주민등록증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좌측에는 펜리르의 사진이, 옆에는 성간 연합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건 한국에서도 쓸 수 있는 건 가?”
“물론입죠. 연합의 신분증은 한국 정부에서도 인정해줍니다.”
나는 임시 신분증을 훑어봤다.
[이름 : 펜리르(예명 – 펭구)]
[출신 차원 : 비스트 랜드]
[종족 : 수인(랑족)]
[나이 : 14]
이름 빼고는 모두 맞는 게 없었다. 특히 저 나이 부분이 거슬렸다. 시스템조차 특정해내지 못한 연세
(?)인데, 고작 14살이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 뻥이잖아.”
“저희가 재량껏 채워 넣었죠.”
미성년자가 신분증 위조하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한국 정부에서는 확인 안 해?”
“혹시라도 펭구가 문제를 일으키면 연합에서 책임을 지는 구조라, 상관 없습니다.”
이게 바로 권력(?)의 힘인가.
마르탄과 엘리 덕에 일이 쉽게 풀 렸다.
준비한 선물은 임시 신분증 말고도 꽤 많았다.
희귀 등급 아이템 장신구 몇 개.
그리고 평소에 입을 수 있는 최신 유행 옷가지들까지.
펜리르의 입가가 씰룩였다.
“이거 모두 다 내 거냐. 작은 인 간!”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들면 안 받아 도……
“선물은 원래 한 번 주면 끝이다. 고맙다!”
펜리르는 낚아채듯 빠르게 손을 뻗 어서 마르탄이 쥐고 있던 짐을 챙겨 갔다.
“장난도 못 치겠군요.”
난감해하는 마르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얘가 좀 어려.”
“펭구는 안 어리다.”
펜리르가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펭구야, 얘기 좀 하게 안에서 선 물 좀 보고 있어.”
” 알겠다.”
펜리르를 안쪽으로 들여보냈다.
나는 마르탄의 눈을 직시했다.
“본론이 뭐야?”
“숨 돌릴 시간도 안 주시는 거 보
면 여전하시군요.”
“두 손을 무겁게 하고 오는 거 보 면, 보통 이야기가 아닌 거 같아서.”
“크흐흐. 역시 잘 아십니다요.”
내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갓 지구 총괄이 된 녀석이 선물 하나 전해주려고 여기까지 올 리 없 었다.
“연합의 높으신 분들이랑 관련된 건가?”
“허 참. 민철 헌터한테는 뭔 말을 못 하겠군요.”
“그거 때문에 바빴다며.”
“크흐흐. 그랬죠.”
마르탄은 너털웃음을 흘린 뒤에 다 시 입을 열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희 연 합의 높으신 분들이 민철 헌터를 뵙 고 싶어 하십니다.”
” 나를?”
“예. 지구를 위기에서 두 번이나 구한 영웅 아니십니까.”
“그딴 이야기는 하지 마.”
웩.
영웅의 ‘O’자만 들어도 온몸에서 두드러기가 났다.
“안 어울리게 너무 겸손하신 거 아 닙니까?”
“겸손한 게 아니라 진짜 싫어서 그 러는 거다.”
나는 마르탄을 노려봤다.
헛소리만 계속하면 확 내쫓아버리 는 수가 있다고.
표정만 가지고 욕하는 신기(?)를 보여주니, 마르탄도 금세 본론을 꺼 냈다.
“최근 엘리시움과 판데모니엄의 동 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면전이라도 벌이려고 해?”
“그런 쪽은 아닙니다.”
“게네들 치고받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판데모니엄과 엘리시움은 억겁의 세월 동안 대립했다.
이 순간에도 수십 개 차원에서 무 수한 국지전을 벌어지는 중이었다.
“높으신 분들은 두 세력이 지구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보시나 봅니다.”
“저번에도 그렇게 박살을 냈는데 혼쭐이 덜 났나 보군.”
“지구의 전략적인 가치가 그만큼
대단한 거죠.”
탑의 ‘초대’ 없이도 마음껏 출입 가능한 유일한 차원.
한두 번 무너졌다고 포기할 리 없 지.
“높으신 분들은 지구가 어느 쪽에 도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 향입니다.”
“그렇겠지. 성간 연합이 오래 살아 남으려면 말이야.”
다중차원 우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지닌 세력은 모두 셋이다.
판데모니엄, 엘리시움, 그리고 성간 연합.
하지만.
성간 연합의 무력은 두 세력에 비 해 훨씬 뒤처졌다.
지금이야 중립을 유지하며 판데모 니엄과 엘리시움 사이를 중재하고 있지만.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성간 연 합도 전처럼 세를 유지할 수 없다.
“근데 내가 VIP인 걸 모르나?”
“한 분만 알고 계십니다요.”
성간 연합 VIP.
다중차원 우주에서 강력한 영향력 을 지닌 인물이거나 높은 ‘격’을 보
유한 자에게 주어지는 특별 회원등 급이다.
전 차원을 통틀어서 24명뿐.
‘내가 판데모니엄이나 엘리시움 측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나보군.’
마르탄은 내 정체(?)가 뭔지 모르 고 있다.
신상에 대해서는 VIP 코드 소유자 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날 만나고자 하는 연합의 ‘높으신 분’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귀쟁이에 이어 이번에는 성간 연합 이라니.
능력 많은 사람은 피곤하다니까.
“귀찮은데.”
“아이고야. 제 얼굴 한번 보고 만 나주십쇼!”
“엘리가 그런 말 하면 모를까, 땅 딸보 드워프 아저씨 봐서 뭐하냐.”
“야박하게 그러지 마시고요.”
놀리는 건 여기까지 할까.
성간 연합의 동향도 알아보고 마르 탄의 기도 세워줄 겸 해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한 번 만나보지.”
“감사합니다! 바로 이사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근데 높으신 양반의 이름이 뭐 냐’?”
“녹스 이사님입니다.”
잠깐만.
녹스라면……?!
나는 눈을 잘게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