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270)
270 화
“자네가 지구인을 대표해서 차원 대전에 나가주게.”
“차원…… 대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바로 떠오르지가 않았다.
“정말로 모르는 건가?”
“음. 알 듯 말 듯 한데.”
“크큭. 상위 차원의 정보는 잘 알 면서도 하계에 대해서는 관심을 안 두고 있군.”
“웃지만 말고. 설명 좀 해주지?”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크크크, 보채지 말게. 바로 본론을 이야기하면 재미없잖아.”
“여유 같은 건 동족한테서 찾으시 고요.”
“재미없기는, 알았네. 차원 대전은 하계의 필멸자들이 서로의 기량을 겨루는 장이라네.”
“기량을 겨룬다는 건…… 한판 붙 는다는 건가?”
“그렇다네.”
각 차원에서 선발한 대표 강자들끼 리 비무를 벌이는 빅 이벤트.
생각해보니, 전생 때 비슷한 걸 들 은 기억이 있었다.
“연합이 주최하는 토너먼트 말이 야?”
“알고 있군.”
“그거랑 지구의 영향력을 넓히는 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친구로구나.”
선인(仙人)들의 선문답도 아니고.
말을 어렵게 돌려서 하는 습관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거, 이야기해주기 싫으면 그냥 갑 니다.”
“성미가 급한 건 여전하군. 알았네, 말해주도록 함세.”
여전하다고?
오늘 처음 본 양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부분에 대해 물어보려는 순간.
“차원 대전은 여러 세계의 강자들 이 주목하는 토너먼트라네.”
녹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차원 대전의 승자에게는 엄청난 보 상이 주어진다.
초월 등급의 아티팩트.
막대한 부, 그리고 명성.
그 외에도 승자가 원하는 것이라 면, 성간 연합에서 무슨 수를 동원 해서라도 이루어준다.
여러 차원의 강자들이 벌이는 진검 승부!
그런데도 전생의 내가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상위 차원은 참여가 불가능하니
까.’
판데모니엄 / 엘리시움.
그 외에도 몇몇 상위 차원의 주민, 혹은 신격은 차원 대전에 참여할 수 없었다.
“지구는 아직 다른 차원과 교류를 많이 트지 못했지 않은가.”
“그게 뭐 어째서?”
“곧 벌어질 차원 대전에서 그대가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녹스는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그 뒤를 짐작하는 건 어 렵지 않았다.
“많은 차원에서 지구에 관심을 가 지겠지.”
“그렇다네. 또한, 해당 차원이 무력 으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고.”
여러 차원에서는 지구를 낮게 평가 했다.
부족한 격과 마력 감응도.
마력 감응도는 인구 대비 마력 감 지가 가능한 비율을 말한다.
지구인의 마력 감응도는 1%.
차원 등급표에 따르면 1등급으로 분류되는 낮은 차원이다.
하지만.
성간 연합에서 주최하는 차원 대전 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경우, 지 구에 대한 인식을 180도 뒤바꿀 수 있다.
“지구가 다중차원 우주에서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상황 이 달라질 거라네.”
“여러 차원에서 지구와 연을 맺으 려 하겠지.”
“이제는 말을 해주지 않아도 척척 아는군.”
판데모니엄과 엘리시움의 영향력에 서 벗어나서 독립된 차원으로 자리
잡는 것.
차원 대전을 그 계기로 삼으라는 말이다.
녹스의 이야기는 일견 타당했다.
“전제조건 하나를 빼고 말했잖아.”
“뭘 말하는 건가?”
“내가 우승을 해야 의미가 있다는 거 말이야.”
“그렇지.”
“내 몸뚱이는 고작해야 하계의 필 멸자인데, 믿을 만한 근거가 부족하 지 않나?”
“아무것도 안 보고 투자하겠다는
건 아니라네.”
따악-
녹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수정구 하나가 탁자 위에 나타났 다.
“이건 뭐지?”
“마르탄 지구 총괄에게 받은 그대 의 전투 영상이지.”
우웅.
수정구가 잘게 떨더니 홀로그램을 띄웠다.
홀로그램이 비춘 건 나였다.
‘로스트 랜드에 들어갔을 땐가.’
얼씨구?
마르탄 녀석.
뒤따라오면서 뭔가 하는 건 알았는 데, 이런 깜찍한 짓을 벌이고 있을 줄이야.
‘넌 이따 손봐주마.’
우드득.
양손을 풀면서 전의를 다졌다.
“지구 총괄에게는 잘못이 없다네. 잘못이 있다면 그대의 활약상을 담 아달라고 한 내 책임이다.”
“그러면 얼굴 한 대 쳐도 될까?”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군.”
아뇨.
농담하는 거 아닌데요.
후.
힘이 약한 내가 참아야지.
“나름 가능성을 보고 한 제안이다 만…… 혹시라도 자신 없다면 거절 해도 상관없다네.”
이 자식이.
뻔히 보이는 도발이지만.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까도 그렇고, 내 속을 들여다보
는 것 같구먼.
“참여하지. 대놓고 속을 긁는 건 모르는 척 넘어가 주마.”
“크크크. 훌륭한 선택이라네.”
“차원 대전에 참여하려면 뭘 해야 하지?”
“일단은 지구에서 최강이 되게.”
“그런 건 어렵지 않다.”
선악과로 신체 개변을 마친 뒤로는 지구 한정으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 을 자신이 있었다.
‘테레사 수준이라면 볼 것도 없다.’
인류의 영웅 사후 최강의 헌터라고
불리는 이들.
12영웅조차도 내 눈에는 차지 않 았다.
“차원 대전은 지구의 시간을 기준 으로 하면 13개월 뒤에 열린다네.”
“1년 조금 더 되네.”
“대전 시작 한 달 전에 마르탄 지 구 총괄을 통해 공문을 보낼 것이 니, 딱 1년 남은 셈이군.”
“충분해.”
하위 차원의 필멸자들?
쟁쟁한 경쟁 상대라고 해봐야 불칸 이나 바나하임, 그 외에 몇 종족 정
도밖에 없다.
강신 상태이기는 해도, 최고위 신 격인 아스모데우스조차 꺾었다.
1년이라는 시간.
우승을 준비할 시간은 넘치고도 남 았다.
“차원 대전 준비는 그대에게 맡기 고, 나도 준비를 해둬야겠군.”
“넌 뭘 하려고?”
“그대가 우승한다는 걸 전제로 성 간 연합 내부 이사진을 설득하려고 한다네.”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같은데.”
“크크크. 아까 말하지 않았나? 사 업 파트너라고.”
공동목표를 가진 파트너.
어설픈 우정보다는 이권으로 엮인 관계가 더 확실했다.
그런 의미에서, 용인 녹스는 등을 맡길 수 있는 파트너였다.
‘연합은 절대 손해 보는 짓을 안 하려 하니까.’
용인 녹스가 거래를 제안한 것도 투자 가능성을 본 거겠지.
생각도 못 한 제안.
손해 볼 건 없었다.
서로의 이득이 맞아떨어지는 한, 연합과 녹스는 파트너로 삼을 가치 가 충분했다.
“참.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걸 세.”
“갑자기?”
“엘리시움과 판데모니엄에서 그대 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네.”
“그렇게 당해놓고도 신경을 안 쓰 면 멍청한 거지.”
나는 피식 웃었다.
놈들이 수작질 부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하나하나 신경 쓰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경고는 고마워. 의식은 하고 있을 게.”
“할 이야기는 모두 했군.”
녹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드러운 축객령이다.
각자 바쁜 입장이니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 전에.
이왕 같은 편을 먹기로 했으니 그 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
나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파트너 양반. 악수나 합시다.”
” 악수
“지구에서는 손을 맞잡는 걸로 신 뢰 관계를 표현하거든.”
녹스는 내 손을 빤히 보다가.
“그럼 잘 부탁하겠네. 파트너.”
오른손을 내밀어서 마주 잡았다.
* 米 *
민철이 떠난 직후.
용인 녹스는 그 자리를 빤히 바라
봤다.
‘아까는 너무 놀라서 혼잣말을 내 뱉어버렸군.’
대화 몇 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순간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 닮았구나.
녹스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한 뒤, 민철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못 알아들은 기색이 었다.
그 뒤에도 쭉 대화를 나누었지만, 묘한 기시감을 꾹꾹 누르느라 힘이 들었다.
‘내 짐작이 맞은 걸까.’
전민철.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1년 전의 어느 날, 일부에게만 나누어준 직통 코드가 울린 날부터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성간 연합 용산 지점장, 마르탄입니다.
마르탄.
과거 연합 차원에서 진행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였던 사원이다.
녀석은 하위 차원인 지구에서 VIP 코드가 나타났다며, 그자를 자유 용
병으로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어림없는 소리였지.’
VIP 코드 사용자.
다중차원 우주를 통틀어서 24명밖 에 부여되지 않은 코드다.
희귀한 건 사실이지만.
성간 연합이 미리 고개를 숙일 필 요까지는 없었다.
다중차원 우주에서 세 번째로 강대 한 세력.
엘리시움과 판데모니엄에 비해 뒤 처지지만, VIP 사용자에게 모든 걸 맞춰줄 의무는 없었다.
‘내가 준 직통 코드를 이런 식으로 소모하다니.’
뛰어난 재목이라고 여겨서 준 코드 를 의미 없이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르탄이 변명처럼 보여준 영상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이 눈 녹듯 사라 져버렸다.
‘옛 친구의 싸움을 보는 것 같았 다.’
투장 데이모스.
23년 전 변방 차원인 지구에서 소 멸해버린 차원장.
녹스하고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정을 나눈 괴짜였다.
무기를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능숙 하게 다루는 모습.
호흡 하나, 움직임 하나에도 낭비 가 없었다.
전민철이라는 존재가 데이모스의 분신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이미 본체가 소멸했다는 것이 판데 모니엄 측에서 밝혀졌기에, 그럴 가 능성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타고난 싸움꾼인 건 사실이다.’
투장 데이모스는 다중차원 우주에 서 최강으로 군림하던 절대자였다.
단신의 무력만으로는 누구도 비길 자가 없었던 존재.
그를 떠올리게 한 것만으로도 전민 철에게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겼다.
녹스는 그 뒤로도 마르탄에게 연락 해서 민철의 활약상을 체크하게 했 다.
전투 영상을 받아보면 이따금 한 번씩 놀랐다.
민철의 싸움 방식은 투장 데이모스 와 너무나도 닮았다.
다른 이들은 못 알아볼지라도.
데이모스의 ‘팬’을 자처했던 녹스 인지라, 확신할 수 있었다.
‘하계의 필멸자한테서 데이모스의 모습이 겹쳐지다니.’
민철의 활약상은 놀라웠다.
각성 1년 만에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섰고.
엘리시움과 판데모니엄의 음모를 차례차례 분쇄했다.
한 필멸자의 활약으로 다중차원 우 주의 패권을 다투는 두 세력이 움츠 러든 것이다.
민철의 활약은 성간 연합 상층부에 도 고스란히 올라갔다.
-연합의 자유 용병으로 삼기를 잘 했어.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
-구축해둔 비즈니스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해야 해.
성간 연합 이사진 사이에서도 긍정 적인 평가가 줄지어 나왔다.
녹스의 영향력은 민철의 영웅적인 행보에 힘입어서 연합 내에서 더욱 커졌다.
마르탄과 녹스의 투자가 결실을 거
두었다.
‘민철이라는 자가 정말로 데이모스 의 환생은 아니었을까?’
이쯤 되니, 반쯤은 확신이 들었다.
한낱 필멸자의 능력이라고 보기 어 려운 발전 속도!
마음속에 품은 의혹을 정답으로 바 꾸려고 마르탄에게 지시를 했다.
녹스는 이번 만남에서 확신을 얻었 다.
‘그 녀석이 맞았어!’
틱틱 거리는 민철.
그 말투나 태도, 그리고 처음부터
말을 확 놓는 모습을 보니 기억 속 의 데이모스와 붕어빵 같았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투장 데이모스가 인간의 몸으로 환 생을 한 것이다!
반가운 마음이 솟구쳤지만, 입 밖 으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내가 알던 전생의 놈은 이미 죽었 으니까.’
그 기억이 온전한지.
아니면 일부만 이어받았는지.
혼의 본질은 바뀌지 않은 것 같지 만, 기억의 계승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녹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했 다.
옛 인연을 돕는 것.
이번 ‘차원 대전’ 참여를 제안한 것은 민철이 날뛸 수 있는 커다란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였다.
‘다중차원 우주를 뒤흔들었던 옛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볼 수 있기를 바라네.’
녹스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 서 공간 공유 마법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