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301)
301 화
옆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빤히 보고 있는 하칸.
메슬로우와 마주 잡았던 손을 떼 자, 하칸도 손을 내밀었다.
“우리끼리는 전에 인사했잖아요?”
“뭔 소리유. 창고 꼬라지 보쇼. 그
냥 가려고 했수?”
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지다하카가 마력 코어를 흡수하 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죽음의 기운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창고 일부는 사기(死氣)에 휘말려 서 아예 가루가 되어버렸고.
남아있는 것도 충격에 노출되어서 삐거덕거렸다.
“얼마면 됩니까?”
“5만 pt요.”
나는 손올 뻗어서 값을 지불하려 했다.
하칸이 내 손을 붙잡았다.
“암흑성 세트 수리비도 내야 하 슈.”
“수리비는 또 얼마인데요.”
“57만 pt. 이것도 최대한 싸게 해 드린 거유.”
제길.
합하면 62만 pt 다.
상점지구로 가면 유니크 등급 아이 템을 3개나 구매할 수 있는 수치다.
‘너무 대련에 몰입했었나.’
암흑성 세트는 좀 전에 라우랑 손 속을 겨루던 중에 손상을 입었다.
놈이 좀 세야지.
장비가 파손되는 것도 감수하면서 난타전을 벌였더니 그 대가를 톡톡 히 치르게 되었다.
쩝.
나는 입맛을 다셨다.
“어허험. 혹시 pt가 부족하면 할부 라도……
“됐습니다. 할부는 무슨.”
“아무리 그래도 한 번에 지불하기 는 좀 많은 양이니 선심 쓰겠다는
거유.”
“나 pt 많습니다.”
생각해보니 pt를 쓴 적이 거의 없 었다.
12층의 시련을 치를 때 60만을 손 해 봤지만, 그 전까지 벌어둔 pt가 꽤 많았다.
나는 pt 보유량을 확인했다.
[ll,852,940pt]
“천만이 조금 넘는군요.”
“천 pt밖에 없으면서 어떻게 일시 불을 하겠다는 거유?”
“천만이라고요.”
“……지금 뭐라고 하셨수?”
하칸은 눈꺼풀을 몇 번 감았다가 떴다.
잠시 후.
“으에에엑!”
입을 쩍 벌리더니 눈을 사시나무처 럼 떨면서 나를 바라봤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 그그. 지금 몇 층 도전 하고 있는 거유.”
“13층에 도전할 차례네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pt를 가 지고 있구먼! 보통 그 층계를 오를 때면 100만 pt도 채 못 모으는 것 이 일반적이유!”
“난 개미의 보물 창고를 털었잖아 요.”
“그래도 그렇지! 시련을 진행하다 보면 pt를 써야 통과가 가능한 곳도 있잖아유.”
“그냥 통과했는데요.”
“pt도 안 쓰고?”
“쉽던데. 그런 곳에서 왜 낭비합니
까.”
하칸은 말문이 막혔다.
“홀홀. 젊은이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난 모양이지.”
메슬로우가 느긋하게 웃었다.
“영감은 참 속도 편하슈. pt를 아 껴서 시련에 달려든다는 건 위험도 올라간다는 거 아니유!”
“그게 걱정이면 네 망치로 더 튼튼 한 무장을 만들어서 도와주면 그만 이지.”
“속 편한 소리 하기는. 어휴.”
“그만 싸우시고. 수리는 얼마나 걸
릴 것 같습니까?”
“거하게 해 먹어서 며칠 걸릴 거 유. 밤을 좀 새야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손상된 장비를 손보는 기간 동안은 13층에 도전할 수 없다.
나는 다시 상인지구로 향했다.
“컬러즈 랭커의 힘을 버틸 수 있는
공간을 빌리겠습니다.”
“5만 pt입니다.”
포인트를 지불하자, 바로 풍경이 바뀌었다.
라우와 대련을 벌였던 때와 마찬가 지로, 푸른 벌판이 나타났다.
풀숲으로 가득한 땅에 엉덩이를 붙 이고 가부좌를 틀었다.
무 대륙에서 운기행공을 할 때 잡 는 자세.
숨만 쉬어도 성천조계공을 운용할 수 있는 나한테는 의미가 크지 않았 다.
‘그래도 이 자세만큼 집중이 잘 되 는 게 없단 말이야.’
눈을 감았다.
어두컴컴해진 시야.
곧 그 흑색 공간에 두 인영이 모 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2차 형태로 변신한 라우.
다른 하나는 나였다.
생각만으로 벌이는 복기!
나는 [초월 의지]까지 사용해서 당 시의 전투를 상상만으로 재현했다.
쾅! 콰앙!
머릿속에서 연신 폭발음이 터져 나 왔다.
기와 기의 충돌.
블랙박스로 과거의 장면을 다시 보 듯, 상상으로 펼치는 복기전은 동작 하나하나가 대련 때와 동일했다.
거의 동시에 모든 기력을 소모한 두 사람.
대련의 마지막을 떠올린 순간 복기 도 끝났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아직 갈 길이 멀었어.’
전투를 곱씹어볼수록, 부족했던 부
분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먼저 무공의 숙련도.
중첩경인이나 귀영단백도 등, 신체 개변 이후 새로 익힌 무공들은 성취 도가 떨어졌다.
혼의 깨달음과 신체의 불일치.
이 부분은 당장 고민한다고 해결될 건 아니었다.
꾸준한 수련과 실전.
전생 때 한 번 걸어간 길이지만, 현생의 육체는 그 깨달음을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했다.
‘그 깨달음을 온전히 소화하려면
반복적으로 단련하는 수밖에.’
플레이어 특성 중 하나인 [전승] 효과가 있어도 새 무공들의 성취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적 응하는 게 최선이었다.
‘개선해야 할 점이 그걸로 끝이었 다면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복기 중에 느낀 두 번째 문제.
권능을 운용하는 게 매끄럽지 않았 다.
내가 익힌 권능은 5개.
광휘 / 죄악이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권능 10개를 익힌 것 이나 마찬가지다.
‘조금 더 권능을 적절하게 활용했 더라면 전투의 향방도 달라졌을 것 이다.’
눈동자를 마주치기만 하면 상대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환상안.
생물 •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바라 보는 것을 멈추게 하는 사안.
겁화와 성스러운 화염의 성질을 모 두 지닌 원초의 불.
어느 상황에서도 전투 속행을 가능 하게 하는 불굴.
신체의 속성을 천변만화로 바꿀 수 있는 변화의 권능도 있다.
하둥 도움이 안 되는 매혹 같은 것도 있지만…….
넘어가자.
‘그랑지오스 녀석은 불을 소극적으 로 쓰지 않았다.’
겁화의 주인.
전 서열 11위의 악마 군주, 그랑지 오스는 막대한 암흑 마나를 불어넣 어서 주위를 모두 겁화로 뒤덮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화염.
전생의 나조차도 녀석을 쓰러트리 는데 꽤 고전했었다.
발로르의 사안(邪眼)은 또 어떠한 가.
온갖 마안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가장 강력한 동술이다.
라우와의 대련에서 권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더라면…….
한 끗 차이로 무승부가 나는 게 아니라, 승리를 거머쥐었을지도 모 른다 •
전력을 다해보니 깨달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해.’
불굴의 권능을 믿고 터프하게 싸우 면서 여러 무공을 펼치는 것.
내 전생.
투장 데이모스의 싸움방식이다.
온갖 권능을 익히면 뭐 하나.
적재적소에 활용을 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다.
신체 개변을 이룩한 뒤로는 전력을 다해서 주먹을 맞댈 만한 적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용왕의 후예인 라우와 대련을 벌인 뒤에 깨달았다.
‘전생의 그림자에 얽매인 건가?’ 쓴웃음이 입가에 감돌았다.
현 수준은 전생의 10% 정도.
[귀족]급 악마와 정면으로 붙어도 압도할 수 있다.
신체 개변을 한 뒤.
내 전투 스타일은 무의식중에 전생 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
후욱-
심호흡을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온통 어둠으로 물든 공간.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라우의 모
습이 나타났다.
나는 [초월 의지]를 사용했다.
‘라우가 어떻게 반응할지, 하나하 나 구현한다.’
이번에는 단순한 복기가 아니었다.
대련을 벌였을 때의 라우를 완벽하 게 재현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머릿속에 씌운다.
반응 속도.
황룡무.
대련 중에 사용하는 마법.
기억에 남은 라우의 모습을 시뮬레
이션했다.
맞은편에 선 나.
둘은 상상으로 빚어낸 공간 안에서 다시 한번 격돌했다.
2차 변형을 한 라우는 강했다.
능력치 버프.
긴 꼬리와 날개를 활용하니 공격 패턴도 훨씬 다양해졌다.
거기에.
〔박(據)〕
[스톰 블레이드]
가끔 용언과 마법을 사용하는 게 꽤나 성가셨다.
용언으로 빚어낸 사슬이 몸을 묶으 려 했다.
양쪽에서는 태풍을 담아낸 칼날이 흉흉한 기색을 내뿜었다.
습관대로 창을 뻗으려는 찰나.
나는 생각을 멈췄다.
동시에 두 인영도 행동을 멈췄다.
‘지금은 무공이 아니라 권능으로 대응하는 게 낫겠어.’
상상으로 빚어낸 ‘나’는 눈동자에
암흑 마나를 집중시켰다.
발로르의 사안.
뱀처럼 쭉 찢어진 악마의 눈동자가 금색 사슬을 붙들었다.
스톰 블레이드를 쳐내는 건 쉬웠 다.
연환창식을 전개했다.
매서운 기세로 빙빙 도는 창.
스톰 블레이드를 해소하고 라우의 가슴팍으로 창날을 내질렀다.
상상으로 재현해낸 라우는 공격 타 이밍을 잃었다.
그 자리에서 마력을 방출, 금색 방
어막으로 몸을 보호했다.
라우가 방어로 전환한 덕에 전투의 주도권을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 었다.
‘이런 맹점이 있었구나.’
조금 전, 무의식적으로 무공을 펼 치려고 했다.
하하하.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원인을 알 것 같다.
나는 이제까지 여러 무공들을 익혔 다.
근접전 • 중거리 • 장거리.
다크 스타를 기반 삼아 어느 상황 에서도 적절한 무공을 펼쳐서 대처 할수있다.
그 높은 대응 폭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언제부터 였지?’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전에는 전투 중에 권능을 적극적으 로 사용했다.
온 힘을 쥐어 짜내야 할 만큼 강 한 상대들을 마주하다 보니, 무공 위주로 사용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아! 나는 탄식을 내뱉었다.
‘신체 개변 때부터였나.’
선악과를 흡수하고는 육체의 한계 가 일개 필멸자를 넘어서서 상위 존 재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전투 스타일도 저도 모르게 전생의 시절로 돌아간 것 같 다.
‘인식을 해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갈 뻔했다.
습관의 중요성.
잘못 잡힌 습관을 고치는 건 어렵 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습관 이 뿌리를 내리면 교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라우와의 대련이 중요한 것올 되짚 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다시 집중을 끌어 올렸다.
상상으로 빚어낸 두 존재가 다시 몸을 움직였다.
쾅! 쾅!
머릿속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 다.
한동안 명상에 집중하던 중.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다양한 능력을 활용하는 것만 보 면 그 녀석이 나았다.’
라우의 전투방식을 떠올렸다.
용왕에게 전해지는 무예.
마법.
그리고 용언.
손짓이나 발짓 한번으로 마나를 재 배열해서 고위 마법을 어렵지 않게 사용했고.
마법이 일으킨 이변에 용언을 더하 면서 효과를 증폭시켰다.
대표적인 게 용언에 [공간 절단]을 합쳐서 대규모 공간 왜곡을 일으킨
것이다.
‘내 무공도 권능과 결합시키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감았던 눈을 떴다.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
결과를 확인하려면 몸으로 직접 펼 쳐보는 것보다 정확한 게 없었다.
나는 일각수의 뿔창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