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324)
324 화
주위가 검게 물들었다.
눈꺼풀을 한 번 감았다가 뜨니, 넓 게 펼쳐진 물이 보였다.
한순간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 이다.
[시련의 탑 – 19층]
[세월을 낚는 어부]
드레멘 호수에는 갖가지 어류와 수
중 괴수가 살고 있다.
낚싯대를 사용해서 가치가 있는 물
고기를 낚아라.
* 목표
길이 10m, 무게 500kg을 넘기는 어류 포획.
* 특이사항
낚싯대를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호수는 어떤 힘에도 영향을 받지 않
는다.
바다인 줄 알았는데 호수였단다.
호기심에 혼돈기를 끌어내서 안력 을 강화하고 호수 너머를 바라봤다.
수평선 너머를 들여다보았지만, 그 끝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무슨 호수가 이렇게나 넓냐?’
못해도 수십 km가 넘는 물.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 이다.
나는 드레멘 호수를 훑어봤다.
‘낚싯대를 제외한 기술은 모두 무 효화라.’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
손가락 끝에 혼돈기를 모았다가 가 볍게 튕겼다.
대수인을 응용한 탄지공이다.
투웅! 흑색 강기가 호수를 향해 날 아갔다.
파문 하나 일지 않는 고요한 물.
탄지공이 표면을 강타하는 순간, 문자 그대로 지워져 버렸다.
‘이런 식이란 말이지.’
몇 번이고 겪어 본 일이다.
탑의 시스템은 그 세계의 규칙이 다.
최고위 신격이라도 지니지 않는 이 상, 그 시스템에 저항하는 건 불가 능했다.
혹시라도 다른 수가 있을까 시험해 봤지만, 역시 안 통했다.
‘그나저나 낚시라.’
어릴 적에는 아버지를 따라 몇 번 해 본 적 있다.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란다.
아버지가 낚싯바늘을 던진 후에 호
수를 바라보며 해 주신 말씀이다.
그때 내가 어떻게 했더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호수 안에 발 담그고 들어갔다가 혼났었 지.’
쳇.
낚시 같은 건 나랑 안 맞는단 말 이다!
구시렁거리면서도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움직였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해당 시련을 통과하려면 층계의 규 칙을 따라야 한다.
어슬렁거리면서 호수 주위를 돌다 보니, 다른 도전자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가 탑 내부에서 유명 인사가 되 긴 한 모양이다.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여러 의 미가 섞인 눈빛을 홀려 넘겼다.
호수 주위를 돌다 보니 의자와 빈 낚싯대가 여기저기에 방치되어 있었 다.
아무 데나 앉아서 낚시를 하면 되 는 건가.
“거기. 도전자 양반. 까악!”
“날 부르는 거냐?”
“그렇다. 깍!”
2m 정도 되는 커다란 까마귀가 날 개를 퍼덕이면서 날 불렀다.
잠깐만.
이 녀석.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 는데.
“3층에 있는 상인이냐?”
“깍! 내 이름은 크로유다.”
“맞네. 3층에서 비싸게 팔아 치우 던 녀석.”
“3층에 있는 건 내 형이다! 착각하 지 마라. 까악!”
까마귀가 버럭버럭 성질을 냈다.
내가 볼 때에는 그놈이 그놈 같은 데 말이야.
“도전자 양반. 19층의 시련에 처음 참여하는 모양이군. 까악!”
“오냐.”
“그렇다면 추천 아이템을 보고 가 는 게 좋아. 깍!”
크로유는 검은 깃털로 좌판을 쭉 홅었다.
오색을 띤 지렁이.
희한하게 생긴 루어.
튼튼한 실 등.
누가 봐도 낚시에 사용되는 물건들 이 좌판에 널려 있었다.
“이 미끼는 명물 지렁이라고 해서 괴수나 어류를 잘 끌어들이는 녀석 이다. 까악!”
“공짜로 주는 거냐?”
“이 도전자. 멍청한 거냐. 당연히 pt로 거래하는 거다. 깍!”
“그래서 얼마인데.”
“까악! 도전자가 멍청하니까 특별 히 할인해 준다. 5만 pt만 달라.”
“응. 안 사.”
날강도 같은 녀석.
한 번 사용하면 끝인 미끼에 5만 pt를 퍼부을 도전자가 어디 있을까!
크로유는 쯔쯧, 혀를 차더니 낚싯 대를 가리켰다.
“도전자. 저 낚싯바늘을 봐라. 깍!”
사람 귀찮게 하네.
못 이기는 척 낚싯대를 걷어서 끝 에 달린 바늘을 훑어봤다.
나는 금세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고리는 어디 가고?”
낚싯대 끝에 달린 바늘은 갈고리 형태가 아니라 일직선으로 쭉 뻗은 모습이었다.
크로유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까악! 미끼나 상점에서 파는 루어 가 없으면 그 바늘로 낚시를 해야 한다.”
“그렇구먼.”
“pt가 없다면 낚시로 건져 낸 물고 기를 가져와도 된다. 깍!”
크로유의 제안은 언뜻 보면 나쁘지 않아 보였다.
미끼를 사지 않아도 루어 같은 것
을 쓰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니 까.
“허나 거절한다.”
“까아악?”
“난 너 같은 놈을 잘 알고 있거 드 ”
“무슨 말이냐. 깍.”
“두 눈을 가만히 못 두고 여기저기 돌리는 게 딱 사기꾼이야.”
“까악! 팁을 줬더니 누굴 무시하는 거냐. 장사 훼방할 거면 저리 가라.”
성질내기는.
꼭 제풀에 찔려서 더 난리 치는
것 같잖아.
크로유가 있는 곳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진 자리에 걸터앉았다.
비어 있는 바늘을 덩그러니 매달고 있는 낚싯대를 집었다.
[마나 낚싯대]
등급 : 희귀[R] / 분류 : 낚싯대
내구도 : 150/150
마나로 물고기를 낚는 도구다.
사용자의 마력을 주입 시 낚싯대 각 부위를 강화시키거나 조종할 수 있다.
마력을 소모하면 강화시킬 수 있는 낚싯대라.
시험 삼아 혼돈기를 흘려보냈다.
‘ 오호라?’
흑색 기운이 곧게 뻗은 바늘을 휘 감는다.
혼돈기에 잠식당한 바늘은 내 팔이 나 다리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바늘 끝이 둥글게 말리더니 갈고리 형태로 쭉 휘어졌다.
암.
이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낚싯
바늘이라고 할 수 있지.
[낚싯바늘에 추가로 마나를 부여하 면 마력 미끼를 생성할 수 있습니 다.]
허.
낚시를 하는 데도 사람을 시험하다 니.
역시 탑의 시련답다.
“사기꾼 새끼 같으니라고.”
저 까마귀 녀석.
pt로 미끼를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해 놓고는 말이야.
감히 내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였겠 다?
‘다음에 보면 털을 하나하나 정성 스럽게 뽑아 줘야겠어.’
낚싯대에 스냅을 주면서 찌를 힘껏 날려 보냈다.
뽕!
고요한 호수에 일렁이는 파문.
혼돈기를 추가로 부여해서 낚싯바 늘의 기능을 활용해 보았다.
마력 미끼!
갈고리에 맺힌 혼돈기가 쭉 늘어나 더니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정말로 물고기가 이걸 보고 꼬이 려나?’
멍한 표정으로 호수를 바라본 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파르르! 줄에 달려 있는 찌가 연신 떨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낚싯줄을 감아 봤다.
바늘에 달린 놈이 이리저리 몸을 혼들면서 저항했다.
‘손맛이 장난 아니잖아?’
내 근력은 1천 중반대에 달했다.
가볍게 힘을 주면 큼지막한 바위를 밀어낼 정도의 근력.
그런데도, 미끼를 문 물고기는 단 번에 딸려 오지 않고 거세게 저항했 다.
연신 흔들리는 낚싯줄.
이대로 두면 줄이 먼저 끊어질 것 같다.
‘그렇게는 안 되지!’
급히 낚싯대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혼돈기로 강화된 줄은 여전히 위태 로워 보였지만, 끊기지 않고 용케
버텨 냈다.
“으랏차!”
짧은 기합을 내뱉으면서 힘을 주었 다.
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물고기.
5m 정도 되었을까. 은색 비늘로 뒤덮인 커다란 청새치였다.
‘여긴 호수인데. 왜 청새치가 나 와?’
……라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이내 관심을 껐다.
여긴 탑이 구현해 놓은 공간.
지구의 섭리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
이 우스운 장소다.
한데, 청새치의 상태가 이상했다.
건져 내서 땅으로 끌고 온 순간, 몸뚱이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더니 펑- 하고는 사라졌다.
땅바닥에는 물고기 대신 초록 구슬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게 뭔데?”
[진실의 눈]을 사용했다.
[민첩한 청새치 구슬]
등급 : 희귀[R] / 분류 : 잡화
시련의 탑 19층에서만 얻을 수 있 는 구슬입니다.
도전자가 섭취할 경우, 민첩성이 상승합니다.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영약이라고?!’
입이 쩍 벌어졌다.
나는 보라색 소라고둥을 꺼냈다.
탑 층계에 상관없이 다른 도전자와 대화를 나누게 해 주는 아이템이다.
‘말이 좋아야 아이템이지, 스마트 폰의 하위호환이다만.’
각 층계는 다른 차원으로 구분되기 에, 평범한 텔레파시로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다.
신호를 준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아. 벌써 19층에 도달하신 겁니 까?
익숙한 음성이 보라색 소라고둥 사 이로 흘러나왔다.
정성희.
협회 요원 겸 A급 헌터로, 지금은 탑을 오르는 도전자다.
“어.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민철 헌터.
“도전자한테 낚시를 시키던데. 물 고기를 낚으니까 영약으로 변하더라 고.”
-아. 그럴 겁니다. 19층은 탑에서 도 꽤 유명한 장소거든요.
정성희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 더니 19층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 다.
-시련의 탑 6층. 기억나십니까?
“어. 그 개미굴 말하는 거라면 알 지.”
-7대 커뮤니티를 포함한 유력 세 력들은 6층을 희귀 광물 조달 장소 로 사용합니다.
“그랬지.”
모를 수가 없다.
뫼비우스와의 악연은 광물을 캐러 왔던 마법사들과 충돌하면서 시작되 었다.
-19층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영약 을 조달하는 장소입니다.
“허.”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물고기를 낚으면 영약으로 변하는 시스템.
‘이러니 탑 출신 도전자가 빠르게 강해지는 거구나.’
다중차원 우주에서는 신체나 정신 력, 혹은 마력을 늘려주는 영약을 귀하게 여겼다.
과거 베르데가 활약상을 인정받아 서 암혹의 정수를 하사받은 것도 특 혜라고 부를 만큼 엄청난 보상이었 다.
그런데.
탑에서는 낚시 한 번으로 그런 영 약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중복해서 먹을수록 약효 가 떨어지기에 한계가 있다고는 들 었습니다.
“당연히 그러겠지. 안 그러면 힘의 균형이 무너질 거다.”
-민철 헌터가 그런 말씀을 하시니,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왜?”
-상식을 무시하고 강해지시지 않 았습니까.
“그야 내가 잘난 몸이니까.”
-뭐, 그래도 유력 커뮤니티가 아니 면 영약을 조달하는 게 어렵다고 합 니다. pt소모가 원체 커서요.
“pt?”
-예. 저도 이야기만 들어 본 겁니 다만…… 물고기를 낚으려면 pt를 소모해야 하는데, 당연히 소모량도 커서 영약을 꾸준히 조달하는 게 힘 들답니다.
까마귀 녀석이 입을 털었던 아이템 들을 가리키는 모양이다.
“그런 거 없어도 낚시를 하는 데는 지장 없던데?”
-민철 헌터는 평범한 도전자가 아
니잖아요.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감을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쇼.
시련의 탑 19층.
물고기를 잡을 때마다 영약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꽤 큰 이점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이득이 별로야.’
나한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플레이어 시스템].
나는 괴물을 사냥하고 스탯을 올릴 수 있다.
영약처럼 능력치를 올리는 데 만성 이 되거나 한계가 있는 것도 아니기 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여기서 오래 머무를 필요는 없겠 어.’
낚싯대를 쥐고 다시 한번 내력을 불어넣었다.
탑의 시련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다 음 층을 노리는 게 낫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낚싯대에 불어 넣은 내력을 컨트롤하고 있을 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