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337)
337 화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구 대표 선 발전.
동생하고 놀아 주다 보니, 금세 시 간이 지나가 버렸다.
엘리가 나를 찾아왔다.
“민철 헌터. 슬슬 준비를 하셔야
해요.”
“이틀이나 남았잖아?”
“지구 대표 선발전은 뉴욕에서 진 행된답니다.”
“미국의 수도인 뉴욕?”
“그 나라 수도는 워싱턴이고요.”
아.
이걸 안 속는구먼.
“비행기를 타고 가야겠네.”
“그럴 줄 알고 전용기를 준비해 두 었어요.”
“오. 역시 엘리야.”
나는 엄지를 척- 들었다.
전용기라니.
남자의 로망 아니던가!
길게 뻗어 있는 쿠션에 누워서 붉 게 물든 고급 와인을 입에 머금는 것!
그 로망은 전용기에 타는 순간, 와 르르 무너져 내렸다.
전용기 시트에 몸을 반쯤 파묻은 여인.
민정이가 나를 보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요. 브라더.”
“……쟤는 왜 여기에 탔냐?”
“나도 본선 진출자거든!”
“그거랑 전용기를 이용하는 건 상 관이 없잖아.”
“엘리 언니가 선발전에 같이 가자 고 했단 말이야.”
이번 사태의 원흉은 여기였구나!
엘리야.
이 사태에 대해서 해명이 필요하지 않겠어?
“전에 동생 분을 챙겨 달라고 말씀 하셨잖아요.”
“그거야……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과거, 엘리한테 그런 부탁을 한 적 이 있었다.
탑 등반에 집중하느라 외부의 흐름 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때다.
내가 한 말이 스스로를 묶게 되다 니.
쳇.
못마땅함에 혀를 찼지만, 마땅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동생이 좀 편하게 가자는데 오빠 라는 사람은 태클이나 걸고. 어?!”
“그런 건 아니고.”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명분에서도.
동생과의 기 싸움에서도 이길 가능 성이 보이지 않았다.
‘부하가 너무 유능해도 고민해 볼 문제야.’
쳇.
며칠 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혀를 찼다.
별 수 없지.
시트에 얌전히 몸을 기댔다.
15시간은 더 가야 목적지인 뉴욕 에 도착한다고 하니.
전용기의 로망은 내려놓고 얌전히 쉬어야겠다.
지구 대표 선발전은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다.
경기 전.
구경할 겸 해서 방문했는데, 마침 마르탄이 현장에 있었다.
“바빠 보인다.”
안부를 묻는 빈말이 아니었다.
한층 더 퀭해진 눈.
드워프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수염 을 정돈할 시간도 없어 보였다.
“민철 헌터. 뉴욕은 언제 오셨습니 까?”
“온 지 얼마 안 됐어. 선발전 무대 구경하려고 왔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 세계를 통 틀어도 두 손가락 안에 드는 비싼 경기장이라고 한다.
“선발전 무대로 적당하지 않습니까 요?”
“용케도 이런 곳을 섭외했네.”
“크크. 여길 섭외하는데 돈을 꽤 썼습니다.”
“그런 걸 돈지랄이라고 하는 거
다.”
“예산도 많은데 어떻습니까? 오히 려 이 정도도 안 해 주면 연합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겁니다요.”
마르탄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야. 징그러우니까 그렇게 웃지 마 라.”
나는 질색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 * *
선발전 아침이 밝았다.
“으그그그. 뉴욕의 아침은 왜 이렇 게 눈부신 거야?”
“시차 때문에 그런 거다. 뉴욕은 개뿔……
헛소리하는 동생을 타박하고는 호 텔 로비로 내려갔다.
“준비 다 끝나셨어요?”
엘리가 한발 먼저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 그런데……
나는 말끝을 흐리면서 엘리의 전신 을 빠르게 훑었다.
평소에 입던 정장이 아닌,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었다.
옷 색상은 전체적으로 하얀색인데 과감하게 파였다.
과거 용산 지부에서 경매를 주관했 을 때 입었던 붉은 드레스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네.’
옷이 날개인가?
평소에 즐겨(?) 입는 정복도 잘 어 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입은 드 레스는 엘리의 아름다움을 잘 부각 시켜 주었다.
나는 엘리의 의상을 빤히 바라봤 다.
“잘 어울리나요?”
“크흐흠. 그냥저냥.”
“에이. 좀 자세하게 말해 줘요.”
몰아붙이는 엘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파티장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렇 게 꾸몄냐?”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차원 대전은 성간 연합에서 주최 하는 큰 행사니까요. 지구에 있는 각 지부의 지부장들이 모두 온답니 다.”
“진짜로 파티 하는 거였어?”
“호호, 그러니까 이렇게 신경 썼 죠.”
뭔 말을 못 하겠구먼.
조금 늦게 나온 동생도 엘리를 보 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나! 언니. 너무 예쁘잖아요!”
“신경 좀 썼어. 오늘은 내 직장에 서도 꽤 중요한 날이거든.”
“와. 대박! 언니 피부 뽀얀 거 봐 봐. 화장도 완전 잘 먹고!”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 다.
둘이 하하호호 하는 걸 BGM 삼 아 양키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경기장 앞은 국제 영화제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입구에는 기다란 레드 카펫이 쭉 깔려 있고.
양옆에 선 수많은 인파는 선발전에 참여하는 헌터들을 바라보며 환호성 을 질렀다.
“저기 봐! 유럽의 전설적인 헌터, 드미트리야!”
“오하나 뮐러도 있다!”
“아프리카의 S급 게이트를 막은 영
웅, 드몽그잖아.”
선발전에 진출한 헌터들은 가슴을 편 채, 레드 카펫을 당당한 모습으 로 걸어갔다.
찰칵! 찰칵!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고.
꺄!
오빠!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
몰려든 군중의 환호성이 거리를 들 썩였다.
“뒤로 갈 수는 없는 거지?”
“마르탄 님 체면이 있잖아요. 이번 만 참아 주세요.”
엘리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허 참.
귀찮게 되었구먼.
반면, 동생은 레드 카펫을 보자마 자 눈빛을 빛냈다.
“왜. 손도 흔들어 주고 하면 좋잖 아.”
“너 지금 레드 카펫에 선 거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릴 생각한 거지?”
“읍! 그걸 어떻게?!”
“네가 생각하는 거야 뻔하지.”
“흔하게 오는 기회는 아니잖아. 이 런 때가 아니면 언제 찍어?”
민정이가 내 눈치를 조금씩 살폈 다.
동생이 마나를 각성한 뒤에는 늘 용사의 환생이라고 의식했는데.
지금 보면 호기심이 많은 20대 초 반, 그 자체였다.
‘하기야 얘가 나처럼 전생 기억을 떠올려 버린 것도 아니잖아.’
피식.
동생이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니, 웃음 한 줄기가 튀어나왔다.
“오냐.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동생과 발걸음 속도를 맞춰서 나란
히 걸었다.
양키 스타디움 입구까지 펼쳐진 화 려한 레드 카펫.
느긋한 걸음으로 나아가자, 시끌벅 적했던 주변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이왕이면 화려할수록 좋잖아?’
조용히 지나가기는 이미 틀려먹었 다.
그렇다면.
몰려든 군중이 모두 나를 알 수 있게, 내 존재감을 드러낼 생각이다.
평소 억눌러 두었던 ‘격’을 은근히 퍼트렸다.
지구에 존재하는 유일한 신격.
아직 신명(神名)을 선포하지 않아 서 믿는 이 하나 없는 반쪽짜리 신 이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좌중을 압도하고 도 남았다.
“설마 저 동양인… 전민철 헌터인 가?”
“단신으로 중국 군대를 무너트렸다 던 그 헌터?!”
“군대가 뭐야. S급 헌터 12명이 협 공했는데도 손끝 하나 못 건드렸다 고 하더라.”
“그야말로 일인 군단이군.”
수군거리는 기자들.
구경하던 민간인 여럿도 나를 인식 했다.
잠시 후.
거리를 짓눌렀던 침묵은 이전보다 더 큰 함성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꺄!! 전민철 헌터다!!”
“오빠! 여기 한 번 봐 주세요!”
“이번에 흑사회를 처단한 거 정말 멋졌어요!!”
“한국에 강림했던 마왕을 쓰러트렸 을 때는 어떠셨나요?”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내 뒤에 유명한 연예인이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운 반웅이다.
“오, 오빠.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섰어?”
“그러게. 나도 몰랐다.”
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물론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킬 의도 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모인 군중이 이 정도로 열렬한 반응을 보낼 거라 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혹이 발동 한 건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말 그대로 내 ‘존재’를 상대에게 인식시키는 것이지, 타인의 호감을 끌어내진 못했다.
혹시나하는마음에 【매혹】 권능 을 더 억눌렀다.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
“와! 민철 헌터가 나를 봐 주셨 어!”
“멍청아. 네가 아니라 뒤에 있는 음료수를 보신 거겠지.”
군중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더 뜨거워졌으면 뜨거워졌지 식지 는 않았다.
뒤따라오던 엘리가 피식 웃었다.
“어머. 예상 못 하셨어요?”
“뭘 예상해?”
나는 뾰족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아스모데우스를 물리치고 흑사회 를 뿌리 뽑으셨잖아요.”
“그거야 그랬지.”
“민철 헌터님의 업적은 전대 용사 님에 버금가요. 그러니 이렇게 반기 는 거죠.”
“넌 지구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걸 용케 잘 알고 있다?”
“호호, 상인한테 시장 조사는 기본 이랍니다.”
가끔은 엘리가 나보다 지구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넘기면 서 양키 스타디움 안으로 입장했다.
마르탄은 버선발로 나와서 일행을 맞이했다.
“미국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 다.”
“어제도 봐 놓고, 고생은. 누워 있
기만 했는데.”
“선발전이 시작되기 전에 드릴 말 씀이 있습니다.”
나는 주위를 흘겨봤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너무 많았다.
혼돈기 일부로 주위를 감싸면서 소 리가 퍼져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말해 봐.”
“녹스 이사님께서 말씀 하나만 전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요.”
“뭔 말인데?”
“압도적인 힘을 보여 줄 것, 이라 고요.”
녹스 녀석.
재미있는 주문을 했다.
“어려운 것도 아니군. 원하는 대로 날뛰어 주지.”
“저로서도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 었는데, 잘 됐군요.”
“넌 왜.”
“이번 개막전으로 민철 헌터님을 배치해 두었거든요. 헤헤.”
각 정부나 헌터 길드에서는 내가 차원 대전 예선에 참여하지 않는 걸 놓고 은근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민철 헌터님의 힘을 보면 그런 말
도 안 할 텐데 말입죠.”
“그 말. 쏙 들어가게 만들어 주마.”
“부탁드립니다요!”
잠시 후.
-지구 대표 선발전 64강, 1라운드 가 시작됩니다! 양 선수는 무대 앞 으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키 스타디움 안에 설치된 시합장 으로 올라섰다.
반대편에는 아까 레드 카펫에서 봤 던 유럽 출신 헌터였다.
“드미트리라고 한다.”
“전민철이다.”
“요새 유명세를 탄 헌터가 당신인 가?”
“뭐, 그렇지.”
“좋은 승부가 되겠군.”
드미트리라고 했던가.
마주하고 있는 사내는 나를 보면서 호승심을 불태웠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질 텐 데. 어떻게 하냐.’
녹스의 주문.
손에 힘을 빼는 것 없이, 압도적인 힘으로 짓누를 생각이다.
-전민철 VS 드미트리. 경기를 시 작합니다!
나는 [초월 의지]로 혼돈기를 유형 화시키면서 외부에 방출했다.
시커먼 기운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약 100미터 정도 솟구친 혼돈기.
[【불굴】 권능을 사용합니다.]
‘의념’이 깃든 ‘마나’를 신체로 인 식하면서 한데 묶어 낸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검은 기운 이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콰콰콰!
눈높이가 확 올라갔다.
양키 스타디움이 잘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마냥 작게 보였다.
“어, 어어어?!”
경악한 드미트리의 얼굴이 보였다.
오른발을 위로 올렸다가 시합장 바 닥을 세게 밟았다.
동시에 천마군림보를 최대로 해방, 패도적인 기운을 시합장에 쏟았다.
“끄, 끄으으!”
눈에 핏발이 선 채로 무형의 기운 에 저항하는 드미트리.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채 1분도 버 티지 못하고 시합장 바닥에 쓰러졌 다.
드넓은 경기장.
관객 수만 명은 경기 결과를 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