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364)
364 화
[칠혹혈이 당신의 영혼에 반웅합니 다.]
[혼의 파장이 맞지 않습니다. 칠혹 혈의 에너지가 반발합니다.]
[성천조계공의 기운이 칠혹혈에 개 입합니다. 반발력이 일부 감소합니 다.]
‘성천조계공에 반응한다고?’
전생에는 없었던 일.
온전한 성천조계공을 익혔기 때문 일까.
흐음- 절로 탄성이 새어 나왔다.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변수다.
칠흑혈.
판데모니엄이나 엘리시움에 넘기고 보상을 받으려고 했는데.
전생 때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호 기심이 꿈틀거렸다.
‘칠혹혈을 취한 차원장들도 반발력 을 느끼지는 못했단 말이야.’
투장 시절 때 느낀 반발력은 말 그대로 ‘혼’의 파동이었다.
드높은 격이 전해 주는 예지력.
흡수하게 되면, 칠흑혈에 깃든 영 혼 에너지와의 파장이 맞지 않아 온 전히 흡수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을 받았다.
지금은 달랐다.
칠흑혈의 장력은 마치 나를 시험하 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천조계공이 반발력을 억누른다
면……!’
혼돈기를 손가락 마디마디에 보냈 다.
동시에 손을 뒤로 확 젖흐!자, 수타 면 면발을 뽑아내듯 혼돈기가 길게 늘어났다.
한 손가락에서 솟구친 가닥만 수십 개.
기운을 외부로 발출하면서 수백 갈 래로 나누고, 그걸 일일이 조종하는 건 현경의 고수조차 쉽게 할 수 있 는 일이 아니었다.
‘나한테는 식은 죽 먹기지.’
가볍게 웃고는 혼돈기 가닥들을 제
어했다.
혹색 실 수백 개가 칠흑혈의 장력 을 부드럽게 휘감았다.
수조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트리 둣.
때곡하게 퍼진 혼돈기가 장력 공간 을 파고들었다.
더욱 거세지는 진동.
5분 정도 지났을까, 돌연 진동음이 뚝 끊겼다.
[칠흑혈과의 동조를 마쳤습니다.]
[최초의 차원장이 남긴 흔적을 마
주합니다.]
그 순간.
칠혹혈이 강한 빛을 내뿜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살짝 감았 다.
눈꺼풀을 다시 들어 올렸을 때.
붉은 눈동자 한 쌍이 나를 바라보 았다.
피부가 저릿저릿했다.
솜털 하나하나가 바짝 섰고.
[초감각]은 끊임없이 경고음을 날 렸다.
심연에 머무는 붉은 눈동자.
놈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차원 장 아스모데우스가 옛 북한 땅에 강 신했던 때를 연상시켰다.
〔그대는 원초의 기운을 지녔구 나.〕
심연 전체를 들썩이는 목소리.
아.
어둠에 묻힌 눈깔 놈의 정체를 알
것 같다.
“그 최초의 차원장인가 하는 게 너 냐?”
〔눈치가 빠르구나.〕
“칠흑혈의 출처를 생각하면 어린아 이라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지.”
〔내 기운올 접하고도 굴하지 않는 걸 보면 당돌하기도 하고.〕
“그래 봤자 사념이잖아. 벌벌 떨기 라도 할까?”
흥-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상대가 [초감각]을 자극하는 위험 한 존재일지라도.
앞에 있는 건 영혼 일부를 찢어 놓은 에너지에 불과하다.
‘그나저나 최초의 차원장이라.’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최초의 차원장은 판데모니엄의 유 구한 역사 가운데서 말 그대로 ‘존 재’만 남아 있다.
어떤 업을 쌓았는지.
판데모니엄에서 무슨 업적을 세웠 는지 등.
그 행적에 대해서는 기묘하다 싶을 정도로 기록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니 이상하군.’
혓바늘이라도 난 것처럼 꺼끌거렸 다.
왜일까.
나는 어째서…… 최초의 차원장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
위화감이 한 박자 느린 속도로 엄 습했다.
“이봐. 당신.”
〔날 앞에 두고 그렇게 막말을 하 는 자는 오래간만이구나.〕
“이름이라도 알아야 부르든 하지.”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하지 않았 군. 내 이름은 ■■■이니라.〕
끙.
최초의 차원장이 이름을 말하는 순 간, 귀가 먹먹해졌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반응을 보니 아직 격을 이루 지 못하였구나.〕
“제길. 이름값 하나 더럽게 비싸 네.”
〔당신이나 너라는 말은 영 듣기에 좋지 않으니 루키라고 부르거라.〕
“해피 친구 같은 별명이군.”
〔해피는 누구인가?〕
“본가에서 키우는 멍멍이.”
[…….〕
붉은 눈동자는 잠깐 동안 나를 노 려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팔짱을 끼며 붉은 눈동자가 내비친 무언의 시위를 무시했다.
“차원장 나리께서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려고 나온 건 아닐 거잖 아’?”
루키는 눈동자를 좌우로 돌렸다.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경험은 꽤 낯설구나.〕
“새로운 경험을 해 보니 즐겁겠
네.”
〔■■ 같은 것.〕
“어투를 보니 욕하는 것 같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나는 드높 은 천상의 존재이니라.〕
붉은 눈동자는 잠시 눈꺼풀을 닫았 다.
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없으니, 주위가 삽시간에 어둠으로 뒤덮였 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전에 볼 수 없던 현기(賢氣)가 감돌았다.
〔그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태곳
적의 언약을 지키기 위함이니라.〕
“태고……의 언약?”
〔그러하다.〕
“설마. 태초에 선과 악이 싸웠다는 등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은 아니지?”
〔그 경박한 주둥이를 조금만 닫고 내 말을 경청하려무나.〕
이야.
의도치 않게 최초의 차원장을 화나 게 만들었다.
붉은 눈동자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더니 재차 사념을 쏘아 냈
다.
〔과거의 나는 일부를 찢어서 열 조각으로 나누었도다.〕
“그게 칠혹혈이란 말이군.”
〔옳도다.〕
“그런 짓을 벌인 이유가 뭐지?”
이해가 안 갔다.
혼을 깎아 내면 쌓아 올린 격도 같이 사라진다.
최초의 차원장은 뭐하러 제 살을 깎으면서 그런 일을 벌인 걸까.
〔그건 ■■■와 나눈 태곳적의 맹 약에 따른 것이니라.〕
“아. 그놈의 필터링 좀 그만 거시 고요.”
〔방금 전에도 말하였지만, 내 말 이 들리지 않는 건 그대의 격이 부 족하기 때문이다.〕
약 좀 올렸다고 두 번이나 먹이네.
〔맹약의 내용은 원초의 힘과 맞닿 은 존재에게 지식올 전하는 것이 다.〕
“무슨 지식?”
〔이제는 잊힌 언어이니라.〕
“그런 건 필요 없는데.”
목소리가 절로 퉁명스러워졌다.
얼마나 대단한 걸 주려고 이 요란 을 피우나 했네.
아스모데우스처럼 잊힌 신비에 관 심이 있는 차원장이나 악마 군주면 모를까.
난 그런 곳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그대가 품고 있는 원초의 신비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 하네만.〕
잠깐.
이 녀석.
혹시 성천조계공을 염두에 두고 하
는 말인가?
전생의 나는 성천조계공의 끄트머 리인 10성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 했었다.
환생하고 보니 반쪽짜리였다.
그 말인즉슨…….
“너. 내가 익힌 심법의 근원에 대 해 알고 있는 거냐.”
〔모른다. 그렇지만 안다고도 할 수 있다.〕
“뭔 대답이 그래?”
〔근원에 도달하는 길은 많으나 지 향점은 같기 때문이니라.〕
붉은 눈동자의 말을 듣는 순간.
탑에서 얻은 보상 하나가 번뜩 떠 올랐다.
‘개기일식의 서.’
태양 • 달 • 그리고 개기일식.
세 서적을 온전한 형태로 얻으면 숨겨진 비술, [검은 태양]을 익힐 수 있다고 했다.
근원으로 가는 길.
눈깔 놈이 말한 것과 연관 있는 건 아닐까.
‘여기서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
상념을 가라앉혔다.
고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생 각을 멈추고 행동하는 게 답이다.
〔후후. 잊힌 언어를 계승할 마음 의 준비가 된 것 같구나.〕
“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나?”
〔없도다. 그대는 원초의 힘을 다 룰 수 있기에 계승 조건을 충족했도 다.〕
“그럼 기다릴 거 없지. 바로 시작 하자고.”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엄청난 두통 이 몰려왔다.
이 눈깔 새끼가!
들어올 때 깜빡이 정도는 켜고 와 야지!
잊힌 언어의 발음과 단어,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내 영혼과 머리에 차곡차곡 새겨졌다.
끄으으- 신음을 억지로 참아 냈다.
〔다 끝났다.〕
“제길. 더럽게 고맙네.”
머리가 익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 을 만큼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할 만큼의 보람은 있었다.
‘ 대단하군.’
빈말이 아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강대한 ‘힘’이 실 렸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룬(Rune) 술 사나 드래곤의 용언(龍言)처럼 현실 에 간섭하는 강력한 언령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령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잊힌 고대어를 깊게 연구할 생각 같은 것은 들지 않았다.
[죄악 • 광휘】 의 권능 활용법과 무공과의 연계를 짜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저 눈깔 녀석이 호언장담한 대로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가는 단서 역할 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볼일은 끝난 거냐?”
〔그렇다. 내 남은 의식들은 모두 이곳으로 합쳐질 것이다.〕
“의식이라면…… 남은 칠흑혈을 말 하는 건가?”
〔죄악의 전당에는 영혼의 조각 3 개가 합당한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 었도다.〕
판데모니엄에서 확인된 칠흑혈은 모두 7개.
역대 차원장의 위에 오른 악마들은 죄악의 전당에서 칠흑혈을 받았다.
그중, 검은 보석에 깃든 힘을 취하 지 않은 건 나뿐이다.
“너는 어떻게 되는 거지?”
〔소임을 다했으니 사라져야지.〕
“아니. 본체로 돌아가냐는 말이야.”
〔그 부분은 대답해 줄 수 없느니 라. 스스로 알아보거라.〕
쳇.
판데모니엄 최초의 차원장.
놈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흥미 가 생겼는데.
저 덜떨어진 해피 친구(?)는 내 질 문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눈꺼풀을 바로 닫아 버렸다.
눈높이가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 했다.
〔언젠가 다시 볼 일이 있을 것이
다.〕
흐려지는 목소리.
눈올 감았다가 떴을 때는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꿈을 꾼 것 같다.
머릿속에 감도는 묘한 피로감.
눈을 감으면 수마가 다시 몰려들 것만 같다.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성천조계공 으로 몸에 깃든 피로감을 몰아냈다.
‘최초의 차원장이라.’
놈이 언급했던 태곳적의 맹약.
근원에 도달하는 길.
그 외에도 수수께끼 같은 말만 남 기더니 금세 사라져 버렸다.
꿈이라고 치부하자니 머릿속에 새 겨진 ‘잊힌 고대어’가 존재감을 드 러내며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시켰 다.
나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더 강해질 수 있게 되었
어.’
잊힌 고대어.
단어에 실린 ‘힘’을 곱씹다 보면 내 혼의 격도 자동적으로 상승할 것 이다.
전생 때 무리해서 칠혹혈을 흡수하 지 않은 덕에 찾아온 기연이다.
그 순간.
칠흑혈이 다시 한번 진동음을 내면 서 격렬하게 흔들렸다.
[칠흑혈의 진정한 계승자가 나타났 습니다.]
[판데모니엄에 남아 있는 칠흑혈이 모두 계승자에게 흡수됩니다.]
때아닌 폭풍이 집무실에 불어닥쳤 다.
우당탕, 서류가 나부끼고 내부 인 테리어가 마구잡이로 뒤엉켰다.
약 30초 정도가 지나자, 거친 바람 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폭풍의 진원지였던 칠혹혈은 전보 다 4배 정도 커져 있었다.
“미친.”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은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눈깔 녀석의 말이 떠올랐다.
몇 배나 강력해진 칠흑혈의 기운.
잊힌 고대어를 익혀서일까.
전처럼 거부 반웅이 일어나진 않았 다.
‘흐흐.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 지지.’
이렇게나 강대한 기운을 굳이 남에 게 줄 필요가 없잖아.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