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438)
438 화
카리크는 왼쪽 눈에 새겨진 상처를 가리켰다.
“형님을 볼 때마다 여기가 욱씬거 리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저 상처는 처음 카리 크를 만났을 때 인생 교훈을 몸에 새겨 준다고 만든 거였지?
“거참. 뒤끝 센 건 여전하네.”
나는 혀를 찼다.
암혹 마나를 듬뿍 담아서 상흔을 낸 거라 치유도 온전히 안 먹혔다고 했다.
“농담이고. 제가 형님 기술 따라 하려고 연구하지 않았습니까.”
“그 스타더스트…… 뭐였지?”
“미라지입니다. 형님.”
“아무튼. 그거랑 관계가 있는 이야 기냐.”
“당연하죠. 제가 형님 기술 연구만 천 년을 했는데 원본을 못 알아보겠
습니까!”
자식.
눈썰미 좋은데.
분신 응용 능력은 꽤 희귀하다.
하지만 고작 ‘분신’ 하나만 가지고 는 나를 특정하기 어렵다.
‘다중차원 우주에는 저런 기예가 좀 있거든.’
머리카락을 뽑아서 분신을 만든다 든지.
정신을 쪼개서 여럿으로 분열한다 든지.
한데, 이 녀석은 형태만 보고 금세
나라는 걸 알아챘다.
“참. 마나랑 오러를 넘나드는 건 어떻게 한 거냐?”
“그게 말이죠. 형님 기술을 재현하 다 보니 된 건데요.”
카리크의 입술이 살짝 씰룩였다.
분신 여럿올 순식간에 만들어 내서 타격하는 기예.
허공에서 마나를 고정시켜서 형태 를 짜내야 하고.
거기에 추가로 속성까지 부여해야 했다.
드래곤의 마나 감웅력이 엄청나다
고 해도,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 니다.
“전 그래서 마나의 지배력을 강화 시키는 방향을 선택했죠.”
“지배력?”
“예. 어떤 성질이든 화염이라면 제 어할 수 있게요.”
다른 속성 마법은 일체 포기하고 화염 마법에 매진했다고 한다.
거기에 즐겨 쓰는 마법 몇 개는 주문 술식을 개조, 지배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자신의 몸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도록 바꾸었다고.
“모든 마법이 그런 건 아니었나 보
네?”
“당연하죠. 이만큼 개조하는 데만 수백 년이 걸렸다고요.”
오러와 마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 는 마나.
그 신묘한 기예가 실은 내 기술을 따라 하던 중에 탄생한 거라니.
‘대단하다. 대단해.’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런데 형님. 오늘 보니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네가?”
“예. 분신을 만드는 형태가 고정되
어 있잖아요. 위력도 떨어지고.”
“멀기는. 충분히 대단해.”
나는 진심을 담아 카리크를 위로했 다.
이형환위의 경지에 이른 경신법.
환영에 형태를 부여하는 [초월 의 지].
그 형태에 격과 힘을 싣게 하는 【불굴】 권능.
위에 언급한 세 힘을 극한으로 다 루어 내야 내 분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나만 쓸
수 있는 기예.
카리크는 그걸 재해석해서 다른 방 향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헤, 헤헤. 그렇습니까. 형님?”
“오냐.”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카리크.
처음 봤을 땐 격이 어쩌고 하더니 만…… 사람, 아니 용이 이렇게 180 도로 바뀌어도 되나 싶다.
“형님 정체를 아는 분은 얼마나 있 습니까?”
“총수 영감이랑 내 사업 파트너 한
명 말고는 몰라.”
“엥? 녹스 장로님한테도 말씀 안 하신 겁니까.”
“당시에는 내가 힘도 부족했고. 혹 시 몰라서 말 안 했지.”
“흐흐. 그러면 형님의 정체를 아는 건 셋뿐이라는 것이군요.”
음흉한 미소를 짓는 카리크.
뭔 생각을 하는 건지, 원.
“참. 너 언제부터 장로였냐?”
“500년 전인데요.”
“장로 달기는 좀 어리잖아.”
드래곤의 평균 수명은 1만 5천 년 이다.
8천이면 갓 고룡에 들어선 나이.
500년 전이라고 치면, 고룡 급에 들어서지도 못했던 시기다.
“아. 그게 형님 기술을 연구하면서 테스트 좀 하다 보니 장로님 몇 명 이랑 싸워서 이겼거든요.”
“미친. 도장 깨기 한 거잖아, 그 건.”
“헤헤헤. 하여간 제가 세다고 장로 시켜 줬어요.”
“장로 중에서는 어린 축이면서 용
케 꼰대 노릇까지 하고 다녔군.”
“아이고. 형님. 저희 용족 자존심 아시지 않습니까.”
카리크는 꼬리를 말았다.
“하여간 라우한테는 사과해라. 걔 가 그래도 내가 약할 때부터 친구라 고 했던 의리 있는 녀석이야.”
“예. 어린 군주님한테는 꼭 용서를 빌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주먹을 살짝 들었다.
라우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동요하 는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민철과 카리크가 자리에서 사라진 후.
두 사람이 돌아오기를 초조한 마음 으로 기다렸다.
‘하필이면 순혈주의자인 카리크 장 로님하고 마주칠 줄이야.’
용족은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선천적으로 용의 힘을 타고난 존 재, 드래곤.
정수를 전수받거나 계약으로 용의 힘을 이어받은 용인.
신화시대에는 드래곤이나 핏줄이 옅은 레서 드래곤(드레이크, 와이번 둥)만 존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순수 용족의 숫자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다.
신화시대에서 전설의 시대. 그리고 영웅의 시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 지.
수명이 다해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사냥당하는 이들은 늘어났지만, 새 로이 탄생하는 용족은 적었다.
이에 전대 용왕들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게 된다.
-우리의 희생으로 용의 정수를 빚 어내어 새로운 용족을 만들자.
타 종족 중에서 용의 파동과 알맞 은 영혼을 선택, 정수를 먹여서 종 족을 늘려 가려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게 2세대 용 족, 일명 용인(龍人)이다.
라우 또한 전대 용왕의 정수를 이 어받아 차기 군주로 내정된 용인이 다.
전승받은 힘을 모두 일깨우면 1세 대 용족보다도 강해지겠지만.
아직은 그 길을 걸어가는 중이라
온전히 군주로 대접받지 못했다.
‘카리크 장로님은 용인이 아닌 순 혈 출신. 안 그래도 자부심과 고집 이 많은 분인데……
어린 군주.
순혈주의자들이 라우를 부르는 호 칭이다.
군주의 정수를 이어받았으나, 아직 온전하지 못하다는 의미의 별칭.
말이 좋아야 별칭이지, 멸칭에 가 가웠다.
민철과의 대련에서 조금 밀리기는 했지만, 카리크의 발언권은 커뮤니 티 내에서 꽤 강한 편이었다.
‘대화가 잘 안 풀리면 벗에게 해가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라우의 생각이 향하는 방향은 민철 의 안위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 으로는 방금 전의 전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못 보는 동안 얼마나 강해진 것이 더냐, 내 벗이여.’
4년 전.
탑 1층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 도, 전투 센스가 뛰어난 필멸자라고 만 생각했다.
타인과 다른 배포.
그러면서도 강자에게도 굽히지 않 는 성정과 배려심을 같이 지니고 있 어서 친우가 되자고 했었다.
한데, 이만큼이나 빠르게 강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조금이지만 카리크 장로를 앞섰 다.’
더 놀라운 건.
민철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 이다.
과거 2번이나 손속을 겨루어 본 입장이다 보니, 기술 몇 개를 의도
적으로 펼치지 않은 게 보였다.
‘그 백염을 몸에 두르지 않은 것만 봐도.’
성스러운 화염.
라우는 두 불꽃이 【원초의 불】 로 합쳐진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도, 민철이 버프용으로 사용하 지 않았기에 결과론적으로는 동일했 다.
‘내 벗이 전력을 다했다면 카리크 장로님도 못 버텼을 것이다.’
역전된 힘의 격차.
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호승심이 더더욱 샘솟았다.
‘나도 선대의 진전을 빨리 이어받 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라우는 손을 꽉 말아 쥐었다.
그때.
멀찍이 있던 민철과 카리크가 대련 을 벌였던 섬으로 돌아왔다.
“크홈. 어린 군주님. 대단한 벗을 두셨구려.”
헛기침을 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카 리크.
라우는 왠지 모를 뿌둣함에 웃음을 꾹 참았다.
“후후. 장로 카리크여. 그대가 내 벗의 가치를 알아봐 주니 다행이구 려.”
“꽤 많은 동족이 모여 있으니 한 마디 하리다. 나, 장로 카리크는 어 린 군주님의 벗을 드라코 커뮤니티 의 귀빈으로 인정하오!”
갑작스러운 폭탄선언.
인근에 모여 있던 용족들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용족은 자존심이 세다.
순혈이든, 정수를 물려받은 2세대 이든 상관없었다.
목이 뻣탯하기로는 악마나 천사보 다 더하다고 유명한 종족.
그 녀석들이 하계 출신인 나한테서 고개를 조아리는 걸 보자니, 꽤 느 낌이 새로웠다.
“귀빈께 인사드립니다.”
“귀빈이여. 안녕하신지요.”
신기한 눈빛을 띤 채로 인사하는 용족들.
하나, 불쾌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자존심 센 놈들이 웬일이래.”
“그대가 연달아 싸우는 걸 봤으니 아무 말도 못 할 것이오.”
라우는 살짝 힐난하듯, 뾰족한 목 소리로 대꾸했다.
“왜. 뻬진 거 아니지?”
“악감정은 없소이다만…… 힘 조절 은 해 줄 수 있지 않았소.”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는 라우.
그의 외형은 전장에서 막 돌아온 것처럼 넝마가 되어 있었다.
카리크의 귀빈 선언 이후, 나는 예 정되었던 일정올 소화했다.
45층에 온 이유.
라우와의 대련이었다.
“패배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압 도적이 라니.”
장로 급인 카리크도 【원초의 불】 을 안 쓴 상태로 해볼 만했다.
라우 수준의 실력자라면 3대1을 동시에 상대해도 가뿐하게 이기지 않을까.
“너무 분해하지 마. 너도 충분히 강하거든.”
“후후후, 다른 이에게 이렇게 위로 를 받아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
구려.”
“아. 싫은 건 아니지?”
“그렇다면 싫다고 했을 것이오.”
이래서 용족은 대하기가 편하다.
종족 특유의 자존심이 원체 대단해 서 그렇지.
한 번 인정한 상대한테는 마음을 여는 편이거든.
방금 전에도 엄청 두들겨 팼는데 뒤끝이 별로 없잖아.
라우와 방금 벌였던 대련을 복기하 는 겸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아까 떠나갔던 카리크가 내 쪽으로
돌아왔다.
“혀…… 아니. 귀빈이시여.”
“어. 할 말이라도 있나.”
“어린 군주님과의 대담이 끝나면 바로 돌아가실 겁니까?”
“그래야겠지. 슬슬 탑올 등반해야 하니까.”
“잠시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
니다만.”
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전생의 인연을 다시 본 거야 반갑 지만.
더 할 이야기가 남아 있던가?
“이유가 뭔데.”
“우리 커뮤니티의 단장께서 귀빈을 한번 뵙고 싶다고 합니다.”
잠깐.
드래곤 투스의 단장이라고 하 면…… 칠황이잖아?
“오호.”
탑의 정점으로 군림한 일곱 황제.
마황과 천마에 이어, 또 다른 칠황 을 직접 보게 생겼다.
‘잘됐군.’
과거 마황을 마주쳤을 때는 내 경 지가 부족해서 [진실의 눈]으로도
능력치를 온전히 살펴볼 수 없었다.
전생의 경지를 상당수 되찾은 지금 은 칠황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을 터.
감각으로 아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차이가 명백했다.
“좋아. 한번 인사나 하고 가지.”
나는 카리크의 제안을 흔쾌하게 받 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