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45)
45 화
두 번째 안전지대는 마을을 연상시 키는 분위기였다.
중앙을 가로질러서 난 커다란 도 로.
크고 작은 건물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길가를 오가는 사람들.
그 숫자만 수십 명 정도였다.
‘좀 낯선 느낌이잖아.’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백인, 황인 등, 지구 출신인 비 랭 커들.
어인이나 엘프 등 다른 차원에서 초대를 받은 랭커 등.
여러 차원에서 온 자들이 한데 섞 여 있었다.
“싸다. 싸. 소드피시 주둥이를 가공 해서 만든 단검이 단돈 3,000pt!”
“킹크랩 갑주. 사용감 있음. 내구력 우수. 4200pt.”
“연금술로 제작한 중급 힐링 포션 팝니다.”
온갖 상점.
그리고 노점상들.
종족을 가리지 않고 서로 흥정을 하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이다.
탑보다는 전통시장 같은 느낌.
“이보게.”
중후한 음성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설마 날 부르는 건 아니겠지.
목소리를 무시하고 안전지대 안쪽 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가 불쑥 나를 향해 다가왔 다.
“자네. 잠깐 멈추게.”
50대쯤 되는 백인 사내였다.
노란색과 갈색이 섞인 머리카락, 그리고 푸른 눈.
코에는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렀 다.
마치 TV에서 나올 법한 신사의 모 습이다.
‘뭐야. 이 양반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봤 다.
“초면인데 미안하구먼. 잠시 시간 좀 내주지 않겠나?”
“$#@%(이!※#(c)”
웩!
아무 생각 없이 대꾸하려다가 물만 왕창 먹었다.
‘저 아저씨는 어떻게 말을 하는 거 지?’
알 방법이 없구먼.
나는 전음을 사용했다.
-도에는 관심 없는데요.
“자네. 이 안전지대에 온 건 처음 이지?”
어인도 그랬지만, 정체 모를 아저 씨도 하는 말이 똑같다.
내 이마에 [시련 처음 참여했습니 다.]라고 써놓고 다니는 것도 아닌 데 말이야.
“다 아는 법이 있지. 자네 신발을 보면 알아.”
신발?
발을 내려다봤다.
물에 젖어있는 것 빼고는 멀쩡한 데.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서 사내의 신 발을 쳐다봤다.
‘저게 뭐지?’
점액질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하얀 신발을 뒤덮고 있다.
“투명 해파리 신발. 바다를 다닐 때는 필수 아이템이라네. 어인 아올 옥이 설명해주지 않았나?”
-아니. 못 들었는데요.
“이걸 신지 않으면 중심을 잡기도 힘든데, 용케도 여기까지 왔군.”
잡화점에 있는 어인 녀석.
정말 중요한 건 쏙 빼놓고 알려줬
네?
“해양 괴물들도 마주치지 않고 여 기까지 무사히 온 게 천운일세.”
-뭐. 그렇군요.
나는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뭔가 크게 오해하고 있구먼.
하지만 나쁜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자네. 포인트는 얼마나 있나? 2천 포인트는 필요한데.”
뭐야.
이 아저씨도 그 어인처럼 장사치였 나?
– 없는데요.
“끄응. 투명 해파리 신발이랑 오르 자의 망토는 필수란 말일세.”
-아이템 없어도 여기까지 잘만 왔 는데.
“안 되겠군. 아이템의 효과를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어.”
중년 사내는 주위를 둘러봤다.
유유히 옆을 지나가는 소드피시 한 마리.
발을 구르더니 능숙한 수영 솜씨로 소드피시를 향해 다가갔다.
소드피시가 중년 사내를 인식했다.
“이 녀석은 돌진 속도가 빨라서 수 영으로는 피할 수가 없다네.”
뾰족한 입을 앞세우면서 돌진하는 소드피시.
중년 사내의 등을 덮고 있는 망토 가 환한 빛을 내뿜었다.
“오르자의 망토는 물에서도 발판을 만들어 준다네.”
발밑에 생기는 반투명한 판.
중년 사내가 판을 밟고 위로 올라 가자, 바로 물속에 녹아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소드 피시.
“십 분에 한 번만 쓸 수 있으니 신 중하게 사용하는 게 좋네.”
팔과 다리를 허우적대는 사내.
“투명 해파리 신발은 물속에서도 자세를 보정해 주지.”
물속에서 바동거리다가 금세 안정 을 되찾았다.
“그러면 이렇게…… 소드피시가 잠 시 움직임을 멈춘다네.”
사내의 말 대로였다.
목표물을 놓친 소드피시는 잠시 경 직상태에 빠졌다.
“아이스 스피어!”
저저적!
재배열된 마나가 실체화된다.
물 일부가 얼어붙더니 커다란 창의 형태를 갖추었다.
얼음 창이 물살을 가르면서 나아간 다.
푸욱-
소드피시의 미간 사이에 꽂힌 아이 스 스피어. 괴물은 눈을 부릅뜨더니 그대로 멈췄다.
“어떤가. 이래도 이 아이템들의 필 요성을 못 느끼겠는가?”
-글쎄.
쓸 만하긴 하네.
나한테는 전혀 필요 없지만.
“후, 그럼 대여 형식으로라도 내 걸 빌려주겠네. 중고지만 쓸 만할 거야.”
아.
이 아저씨, 그냥 오지랖이 넓고 사 람이 좋은 거였구나.
목소리에서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 다.
근데 어쩌나.
정말 필요가 없는데.
마침 소드피시 한 마리가 더 나타
났다.
물을 박차면서 소드피시의 주의를 끌었다.
“자, 자네. 그렇게 달려가면…!”
아저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 린다.
내가 말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소드피시를 몇 마 리나 횟감으로 만들었는지 알면 기 절할걸?
‘오지랖 넓은 아저씨한테는 직접 보여주는 게 최고지.’
다크 스타를 태도로 변형.
바로 오호단문도의 첫 초식을 펼쳤 다.
흑색 도기는 소드피시를 주둥이 째 반으로 갈라버렸다.
– 봤죠?
“……자네는 뭐 하는 사람인가?”
중년 사내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렸 다.
米 米 米
중년 신사의 이름은 제라드.
영국 출신 헌터였다.
제라드는 나뭇잎 모양 브로치를 줬 다.
그걸 옷에 걸으니 물속에서도 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 구먼.”
“알면 됐네요.”
험험, 제라드는 민망한 듯 헛기침 을 했다.
하긴.
나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부끄럽겠 다.
“오지랖을 떤 김에 내가 이곳, 심 해를 안내해주도록 하지.”
“심해?”
“이 해역의 안전지대. 아니…… 도 시라고 불리는 곳이지.”
“근데 도시 이름치고는 이상한데 요.”
“도전자들이 붙인 이름일세.”
“바다에 있는 도시라서 심해라고 부르는 건가?”
“그 말도 일리가 있다만 정답은 아 니라네.”
“이유나 들어봅시다.”
“3층으로도, 원래의 세계로도 돌아 갈 수 없는 곳. 심해에 빠진 자들이 머무는 곳.”
이봐요. 아저씨.
설명을 해달라니까 무슨 시를 읊고 있네.
“그 못마땅한 표정은 뭔가?”
“알아듣기 어려워서 그렇죠.”
“아. 자네는 이 층계의 구조를 아 직 모르고 있겠군.”
제라드는 땅에 쭈그리더니 지팡이 로 땅을 벅벅 긁었다.
뭘 하나 지켜봤더니 무언가를 바닥
에 그리고 있었다.
“그거 해바라기인가요?”
“……심연의 바다 구조라네.”
“아. 좀 꽃 같이 생겨서.”
중앙의 동그라미 하나를 두고 다른 동그라미 다섯 개가 감싼 형태.
그림 위쪽으로는 기다란 타원이 쭉 뻗어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이곳, 중앙 해 역이라네.”
“중앙 해역?”
“모든 해역으로 통한다고 해서 그 렇게 부르고 있지.”
“그럼 저 막대기는 침묵의 해역인 가요?”
“그렇다네. 이해가 빠르군.”
해역은 단계별로 쭉 나누어지는 줄 생각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스테이지 방식 이 아니라, 원하는 보석의 시련을 취사선택으로 고를 수 있는 모양이 다.
“그래서인지, 다른 해역의 안전지 대보다 유독 중앙 해역 안전지대가 크다고 하더군.”
“직접 본 건 아닌가 보네요?”
“뭐, 그런 셈이지.”
제라드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3층으로 올라가려면 보석을 최소
4개는 모아야 하지.”
“그렇죠.”
“바꿔 말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 려고 해도 보석 4개가 필요하다는 말이라네.”
잠깐.
그럼 그 심해라는 말이…….
‘벗어날 수 없다고 해서 심해인 거 야?’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이해한 모양이군.”
“그럼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 2층 에 발이 묶인 건가요?”
“그렇다네. 나를 포함해서 말이지.”
2층의 시련, [심연의 바다]에서 장 기 체류를 하고 있는 이들은 얼추 수백.
도시 규모인 ‘심해’를 뺀 나머지 안전지대에도 도전자 상당 숫자가 머무르는 중이라고 한다.
“숙식은 어떻게?”
“소드피시 같은 괴물들을 죽여서 포인트를 얻고, 그걸로 생활비를 충
당하고 있다네.”
탑의 시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 람들.
누가 붙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도 시의 명칭인 ‘심해’는 도전자들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곳은 보다시피……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마련되어 있 다네.”
“글쎄요. 이걸 삶이라고 할 수 있 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갇힌 곳에서 반복되는 생활.
그걸 진짜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 았다.
“2층 시련이 그렇게 어렵나요?”
“열사의 사막하고는 비교할 수 없 지. 자네도 그 보물 초롱아귀를 보 지 않았나?”
” 봤죠.”
“그걸 잡으라니…… 아이템의 힘을 빌어도 쉽지 않은 일이지.”
“이미 잡고 왔는데요.”
“••••••응?”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아공간 주머니를 뒤져서 루비를 꺼 냈다.
“정말이군. 괜한 참견을 했어.”
“실수를 할 수도 있죠. 이해합니 다.”
나는 관대하게 웃으면서 넘겼다.
입이 쩍 벌어진 제라드.
방금 한 말에 감격이라도 받았나보 다.
흐흐.
내가 이렇게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 이다.
“제라드. 왜 나한테 이런 걸 알려
주는 거죠?”
“심연의 바다는 혹독한 곳이다. 자 네 같이 처음 온 젊은이들한테는 반 드시 말을 해주고 있다네.”
“당신은 좋은 사람이네요.”
“조, 좋기는. 그냥 심해에서 벗어나 지 못한 망자에 불과하다네.”
“몇 년이나 있었는데요?”
“올해로 3년 정도 되었나.”
3년 동안 바다 안에서 머무르다니.
끔찍하구먼.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까지 3개를 모았지만, 나머지 시련들은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도전 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다.
탑에 들어간 헌터 중 사망률이 30%정도 된다고 하던데.
그중 상당수는 2층에서 장기 체류 를 벗어나지 못해서 사망 처리된 사 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의 시련을 내가 치러줄 것도 아니니.’
나는 심해에 머무는 이들을 동정하 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전사다.
스스로 선택하여 시련에 도전했고, 벽에 멈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 벽을 넘는 것은 자신의 몫.
내가 동정하거나 도와준다고 해서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중앙 해역의 시련은 어디로 가야 치를 수 있죠?”
“여기서 멀지 않네.”
제라드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흘겨봤다.
“바로 시련을 치르러 갈 건가?”
“그래야죠. 시간 끌어서 뭐 합니
까.”
체력은 넘쳐났다.
시간은 금.
지금 시련을 치르지 않으면 시간 낭비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알겠네. 그럼 내가 안내해주도록 하지.”
“그냥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데.”
“자네가 시련을 치르는 모습을 보 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말게.”
이 아저씨가.
어떻게 신경을 안 씁니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제라드의 안 내를 따랐다.
안전지대, [심해]에서 조금 떨어진 곳.
아래로 백 미터 정도, 해저의 바닥 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보석인가?’
바닥에 박혀 있는 커다란 보석.
주황빛을 흩뿌리고 있어서 못 볼 수가 없었다.
보석 주위로는 커다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시련의 탑 – 2층]
[퀘스트 : 바다의 보석 – 가넷] 제한 시간 동안 마나 소용돌이 안
에서 버텨라.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흐름에 저 항하지 못하고 튕겨 나가면 실패한 다.
[시간 – 00:10:00]
“저 소용돌이 안에서 버티고 있으
면 되는 겁니까?:
“그렇다네.”
콰콰콰콰-!
바닷물을 빨아들이면서 맹렬하게 회전하는 소용돌이.
아까 마주했던 해류벽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기세다.
소용돌이 안에는 여우 귀를 단 수 인이 물살에 떠밀리지 않게 버티는 중이었다.
“이미 시련을 시작한 자가 있구먼. 잠시 기다리세.”
시간이 지날수록, 소용돌이가 더욱 거세졌다.
“끼아아아아!”
소용돌이의 흐름을 버텨내던 여우
귀 수인이 결국 바깥으로 튕겨 났 다.
“안타깝구먼. 1분만 더 버티면 되 었을 텐데.”
“그래도 죽을 일은 없겠네요.”
1층의 서브 퀘스트.
펠 비스트는 실패 = 죽음이었다.
반면 2층의 시련은 실패해도 얼마 든지 재도전을 할 수 있는 구조였 다.
“이 시련은 그렇지. 2층의 모든 시 련이 이런 식이지는 않다네.”
보석마다 시련의 난이도가 다른 건
가.
“어떤가. 쉽지 않아 보이지?”
“뭐, 그렇네요.”
“저기에서 버티려면 특수한 장비가 있어야……
“장비는 무슨. 들어갑니다.”
언제 시련 전용 장비를 맞추나.
그게 아니어도.
마나 소용돌이에서 버티는 건 자신 이 있었다.
“이보게! 그건 너무 무모해!!”
나는 제라드의 말을 무시하고 주황
빛 보석이 있는 땅에 섰다.
[가넷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폭풍전야.
소용돌이가 허접한지, 내가 허접한 지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