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477)
477 화
나는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앉아도 되죠?”
“재미있군요. 이미 앉아 놓고 짐의 허락을 구하다니.”
“형식적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아드리에는 내 대답에 희미하게 미
소를 지었다.
“그대의 태도를 보아 하건대, 아까 대전에서는 짐의 명예를 존중한 모 양이로군요?”
“원하신다면 형식을 맞춰 드리고 요.”
“아닙니다. 그대의 영민함을 본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짐도 그런 자 리는 불편하거든요.”
호오.
아드리에 황제, 역시 대단한 인물 이다.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과하게 인사했는데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황제 뒤에 있는 로얄 가드도 마찬 가지.
미동도 없는 걸 보면, 황제의 언동 에 익숙한 듯했다.
“에르단에게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 습니다. 지구의 차원신이여.”
“말 편하게 하시죠. 어차피 당신도 정령신의 대리인이니, 같은 급 아닙 니까?”
호오- 감탄을 흘리는 아드리에.
“시안나델 가문의 지도자는 대대로 정령신의 의사를 대변하기에 황가로 군림하죠.”
“그대가 황가에 대한 예법을 아는 건 우연이 아니었구나.”
아드리에는 편하게 말을 했다.
간접적인 인정의 표시다.
“뭐, 그럴 만도 하죠. 정령신의 힘 은 무시무시하니.”
“우리의 신께서 경계하고 있는 존 재가 그런 말을 하다니, 아이러니하 구나.”
“흐흐. 정령신은 차원의 자연을 다 루는 분, 눈치를 볼 건 이쪽이죠.”
정령신.
다른 차원에 가지 않아도, 의지만
으로 개입 가능한 신적 존재다.
신격으로만 놓고 보면 최상위, 그 러니까 신왕 제우스나 차원장과 동 등한 위치일 거다.
의지만 있으면 바나하임에 머무르 면서 지구를 말라 버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단 말이지.
왜 그런 강력한 존재가 있으면서 도, 바나하임이 세력 확장 대신 안 정과 평안을 꿈꾸었냐고?
정령신은 말 그대로 ‘자연’이기 때 문이다.
‘바람이 의지를 가지고 부는 게 아 닌 것처럼 말이야.’
정령신은 다른 차원에 간섭하지 않 는다.
하지만.
자연의 후손인 엘프를 손대는 것 또한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의지를 표현할 대리인을 두고 지금껏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 이다.
“말하는 재주 하곤.”
아드리에는 짧게 핀잔하면서도 부 정하진 않았다.
“하나, 우리의 신께서 그대를 경계 하신다는 건 진실이니라.”
“그래요?”
“정확히는 이렇게 말씀하시는구나. 투쟁의 화신이자 창세의 비밀을 품 은 자라고.”
“정령신한테 남의 속을 들여다보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인 후, 재차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 건 이 자리는 정령신의 의사가 개입된, 바나하임의 본심이 라고 봐도 되는 거죠?”
“맞도다. 중요한 이야기를 많은 이 들 앞에서 나눌 수는 없지 않겠더 냐.”
“신중한 건 여전하네요.”
“여전하다?”
“지구에 개입했을 때도 중립을 유 지하지 않았습니까.”
“부정하지는 않겠느니라. 그러는 그대야말로, 2황자가 말한 대로 꽤 나 직설적이로구나.”
에르단 녀석.
날 어떻게 소개한 건지.
아무래도 진짜 ‘직설적’이라는 것 이 무엇인지 알려 줘야겠다.
“인사는 이 정도면 충분한 듯하니 본론으로 넘어가죠.”
“서로 공사가 다망하니, 좋은 말이 로구나.”
웃음기를 지우는 아드리에 황제.
어디.
바나하임의 황제께서 야심한 밤에 무슨 이야기를 하러 왔는지, 들어보 실까.
아드리에는 짧게 심호흡을 했다.
“투장 사후, 엘리시움은 거만해졌 느니 라.”
“투장이면 지구에서 죽은 마왕 데 이모스를 말하는 건가요?”
“그대에게는 마왕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겠구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 더럽게 힘드 네.
“다중차원 우주에서 최강이라고 불 린 존재. 지난 수십 세기 동안, 데 이모스는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다 중차원 우주의 흐름을 쥐고 살았단 다.”
바나하임의 황제한테 전생의 칭찬 (?)을 들을 줄이야.
묘한 기분으로 아드리에의 말을 경 청했다.
“하지만 그가 소멸함으로써, 엘리 시움의 입김이 더욱 강해졌지.”
“동맹국인 바나하임 입장에서는 손 해가 아닐 터인데.”
“엘리시움의 천사들은 다른 종족을 계도해야 할 우민이라고 생각하니 라. 참으로 오만한 존재들이지.”
닭 날개 놈들이 재수가 없다는 건 나도 동감이다.
“판데모니엄 치하의 무질서한 세계 도 싫지만, 엘리시움에서 내세우는 질서에 복종하고 싶지도 않으니라.”
“그래서 이쪽에 붙어 보시겠다?”
“우리 바나하임의 힘이 더해지면 지구에게 큰 이점일 터.”
“글쎄요. 일단 순서부터 맞춰 봅시 다.”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조만간 다크 엘프가 침략한다는 정황이 있다고 했죠?”
“그러하다.”
“엘리시움에서는 자국의 사정 때문 에 참전을 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 혔고요.”
“하나, 타락한 자들의 배후에는 판
데모니엄이 있노라.”
“그런데도 나서지 않는 건 엘리시 움의 텃세다?”
“이번에 지구에서 도와준다면 본국 의 외교 노선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구실이 되겠지.”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말. 어폐가 있군요.”
“어폐라?”
“급한 쪽은 바나하임 측이잖아요. 선후 관계는 확실히 합시다.”
판데모니엄의 지원을 받는 다크 엘 프.
반면, 바나하임은 엘리시움 측에서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엘리시움 대신 지원을 요청할 만한 세력은 지구뿐이라는 거지.
나는 그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서 이야기했다.
“정말로 바나하임을 도울 세력이 지구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럼 되묻죠. 판데모니엄의 참전 소식에도 힘을 빌려줄 다른 세력이 있습니까?”
“본국은 엘리시움 외에도 여러 세 력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노라.”
“그럼 그쪽의 힘을 빌리시죠. 우리 말고.”
“손에 든 패는 많을수록 좋지 않겠 느냐. 더욱이 지금 같은 위기 상황 에서는 그러하다.”
아드리에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호오.
이 상황에서도 허세라니.
판데모니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다 크 엘프.
바나하임과 동맹인 차원이야 꽤 많 지만, 판데모니엄이라는 이름 앞에 나설 만한 국가가 얼마나 될까.
“그러면 그러시던지요.”
나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 다.
“덕분에 귀빈으로 와서 좋은 구경 잘했습니다.”
“가 보려는 건가?”
“협상이 끝났으니까요. 가자, 엘리 야.”
“알겠어요.”
엘리는 내 장단에 맞춰서 풀어놓은 짐을 하나씩 싸기 시작했다.
미리 이야기가 된 것도 아닌데 자 연스럽구먼.
“역시나. 듣던 대로 단호하면서도 과격하구나. 지구의 차원신.”
“내가 원래 앞만 보고 사는 타입이 라.”
“그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본국 의 위기에 발 벗고 도와줄 만한 동 맹은 없을 것이다.”
“흠. 갑자기 그걸 인정하는 이유가 뭐죠?”
“그렇다고 엘리시움과 판데모니엄 을 동시에 적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
“우리가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면 해볼 만하죠.”
“이번 전쟁에서 그 가능성을 모두 보여 주었으면 하느니라. 그게 바나 하임이 제3세력에 합류하는 조건이 다.”
호오.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야기를 돌린 건 저 말을 하려는 거였나.
실제로 내가 떠나가는 제스처를 취 했는데도, 아드리에의 기색에 당황 같은 건 안 보였다.
“내가 이래서 정치인들은 안 좋아 해.”
“좀처럼 솔직해질 수 없는 위치인 지라, 양해를 바란다.”
“뭐,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 거 지.”
바나하임의 명운을 건 거래.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간다.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군.’
난 감정을 최대한 누른 채로 의자 에 다시 앉았다.
이쪽의 무력과 바나하임의 가치.
둘이 가진 패를 비교하면서 향후 양 차원의 방향성을 정하는 협상을 시작할 때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뒤를 힐끗거
렸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엘리.
그녀는 오른손을 귀에 대면서 고개 를 끄덕였다.
좋아.
준비는 완벽하군.
“자. 이야기를 시작하죠.”
나는 손을 한번 비비고는 진한 미 소를 지었다.
♦ * ♦
바나하임과 협상을 마무리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드리에 시안나델.
현 바나하임의 황제는 꽤나 욕심이 많았다.
“짐은 이번 분쟁에서 드라코의 힘 을 빌리고 싶도다.”
“불가. 전면전도 아닌데 용족을 부 르는 건 가성비가 안 좋습니다.”
드라코하고는 동맹을 맺은 거지, 하수인이나 용병 같은 계약 관계가 아니다.
거기에 그 엉덩이 무거운 드래곤들
을 부리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 한지 모른다.
바나하임이라면 자금이야 충분하겠 지.
하지만.
난 금전적인 이유를 제외하고도 용 족을 이번 분쟁에 참여시킬 생각이 1그램도 없었다.
‘이번 기회에 내 힘을 다중차원 우 주 전역에 각인시키는 거다.’
판데모니엄의 지원을 받은 다크 엘 프 군대를 정면으로 부숴 버린다.
이보다 더 좋은 홍보 효과가 어디 에 있을까!
“지구 차원의 힘으로 판데모니엄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더 냐?”
“엔시움과의 전쟁에서 선보인 병 기, 이미 들어서 알 거잖아요.”
“드래곤을 닮은 사족 보행 병기 말 인가.”
“드래곤 골렘. 그게 이미 양산화가 되고 있거든. 30기를 생산해 뒀는 데, 이번 전쟁에 다 투입하지 뭐.”
“그렇다고 해도 절대적인 강자가 부족하니 라.”
“악마 새끼들은 내가 쓰러트리면 되고.”
난 엄지를 가슴팍에 댔다.
악마를 상대하는 건 전직 악마한테 맡겨라.
경험치도 얻고 딱이겠네.
드래곤 골렘에 대한 정보.
또한, 내가 엘림 수십 기를 부순 것까지 알고 있어서인지, 아드리에 는 예상했던 것보다 순순히 거래를 받아들였다.
우리는 양 차원의 동맹 서류를 그 자리에서 작성했다.
지구의 차원신인 나.
정령신의 대리인인 아드리에 황제.
두 차원신이 이름을 걸고 쓰는 만 큼, 상당한 구속력을 지닌 맹약이다.
서류를 작성한 후.
아드리에는 피곤한 목소리로 둥을 뒤로 젖혔다.
“그대는 정치인과 거리가 먼 것 같 은데, 동맹 관련 문서는 칼같이 작 성하는구나.”
“내가 좀 재주가 많거든요.”
“기이하기도 하지. 짐이 보기에는 그런 쪽으로 전혀 재주가 없어 보인 다만.”
예리해라.
나는 동맹 문서를 작성하는 동안 엘리의 도움을 받았다.
[역천의 마주침].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문서 항목을 하나하나 따졌다.
지속 시간 문제가 있지만.
휴대 전화처럼 통신을 끊었다가 다 시 하면 남은 시간이 유지가 되거 든.
엘리는 최소한의 대화로 협상 과정 을 도왔다.
“하여간 정식 동맹이 되었네요.”
“이번 문서는 다크 엘프와의 전쟁 이 끝난 후에 공표가 될 것이니라.”
“잘 부탁드립니다. 폐하.”
“이쪽이야말로. 부디 그대의 가능 성에 투자한 것이 옳은 일이기를 빌 겠노라.”
바나하임을 동맹으로 편입.
이로써 다중차원 우주에서 강한 영 향력을 지닌 세력을 아군으로 끌어 들였다.
뭐.
다크 엘프와의 전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