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52)
52 화
와락-
다크 엘프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아!”
“데, 데이모스 님께서 다시 이 세
상에 강림하셔서 죽음을 풀어놓으
실 ”
다크 엘프의 입가 너머로 붉은 액 체가 흘러나왔다.
나는 놈의 맥을 짚었다.
‘제길. 마나를 폭주시켰다.’
다크 엘프의 눈동자에서 총기가 점 점 사라졌다.
내부에 있는 암흑 마나를 폭주시켜 서 스스로를 해한 것이다.
“야. 너 할 말만 하고 뒈지면 어떻 게 하냐’?!”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데이••••••
남의 속이 타는지도 모르고.
다크 엘프 대장은 죽기 전까지 헛 소리만 하다가 고개를 떨어트렸다.
나는 한참 동안 다크 엘프의 사체 를 내려다봤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을 휘젓 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감정이 무 엇인지 깨달았다.
그건.
분노였다.
“이 쓰레기 자식들이!”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격렬한 감정에 손이 덜덜 떨렸다.
콰아앙-!
화가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혼돈기를 실어서 땅을 내려찍자, 무언가가 폭발하듯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내 이름을 사칭하고 있다 고!”
투장 데이모스.
비록 전생이지만, 나는 살면서 부 끄러운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투마 일족으로 태어나 투마답게 죽 었다.
그런데.
제깟 놈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위해 내 이름을 팔아먹는다고?!
쾅 쾅!
야산에 때아닌 재앙이 들이닥쳤다.
산책로 일부가 충격을 버티지 못하 고 무너져 내릴 때쯤.
“후우……
길게 한숨을 쉬면서 분노를 가라앉 혔다.
‘놈들의 목적을 알아내야 한다.’
내 정체성은 전생과 현생이 반반씩 섞여 있다.
현생의 나.
전민철의 냉철한 판단력이 발휘되 면서 분노를 억누를 수 있었다.
‘지금은 분노를 터트릴 때가 아니 야.’
마음속에서 끝없이 타오르는 분노.
이 감정은 웃기지도 않은 장난을 친 장본인을 마주했을 때 터트릴 것 이다.
다크 엘프는 모두 죽어버렸다.
‘죽은 놈들한테는 입이 없으니 물 어볼 수가 없다.’
남은 단서는 하나.
다크 엘프 대장이 진행하던 의식을 조사하면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공터에 새겨진 의식 마법진을 훑어봤다.
‘어디에 쓰는 거지?’
특이한 룬어 배치.
잊힌 고대 문자.
무 대륙의 언어도 있었다.
전생의 지식을 뒤져봐도 본 적 없 는 마법진이다.
이럴 때 유용한 스킬이 있지.
나는 [진실의 눈]을 사용해서 의식
마법진의 정보를 살폈다.
[파장 증폭진]
분류 : 진법
등급 : A
완성도 : 81%
특정한 파장에 반응, 그 마력을 증 폭시켜주는 마법진이다.
총 12개의 룬(Rune)어, 무 대륙의 한자, 그리고 크투나 차원의 고대어 가 접목되었다.
‘특정 파장을 증폭시킨다고?’
더 자세한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 다.
하지만 충분한 힌트가 되었다.
‘저 마법진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야.’
대규모 의식을 위한 밑바탕.
다크 엘프들이 설치하던 마법진은 커다란 계획 일부에 불과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내 이름을 걸고 엉뚱한 짓을 꾸미고 있었다.
‘정보가 필요해.’
지구에서는 판데모니엄에 관한 정
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나한테는 남들에게 없는 쓸 만한 부하가 있었다.
전화기를 잡고 재다이얼 버튼을 눌 렀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베르데한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 지만, 죄다 부재중 메시지만 들렸다.
아. 게이트 들어간다고 했었지.
젠장.
개똥도 쓰려고 하면 없다고 하더 니.
미간을 찌푸렸다.
‘내 이름을 팔아서 헛짓거리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대안을 생각 했다.
다크 엘프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 는지도 궁금했지만.
그 음모에서 내 이름을 언급하는 게 더 괘씸했다.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네놈들의 헛짓거리를 박살내주마.
‘혼자서는 막을 수 없다.’
서울은 넓다.
은밀한 암흑마나의 유동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어렵다.
먼저 떠올린 건 헌터협회였다.
‘괜히 들쑤시는 것밖에 안 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섣불리 판데모니엄의 준동을 알렸 다가는 놈들이 더 안쪽으로 숨어들 것이다.
내가 전생의 기억과 경험이 있어서 암흑마나를 감지한 거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
‘성간 연합은?’
성간 연합의 힘은 강대하다.
하지만 내가 쓸 수 있는 인맥은 지부장 선이 최대였다.
전투 골렘 몇 기.
금전으로 동원할 수 있는 용병 몇 명.
전력이 부족했다.
‘이 탈색 귀쟁이 놈들을 어떻게 하 면…… 아, 엘프?!’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
신유미.
엘프 대사관과 한국인 부부 사이에 서 생긴 하프 엘프다.
몇 달 전에 치른 헌터 시험.
푸른 파수꾼 레이드를 두고 내기를 걸어서 밥 한 번 얻어먹겠다는 약속 을 받아냈다.
‘엘프라면 다크 엘프의 준동에 대 해 관심이 있을 거다.’
엘프와 다크 엘프.
원래는 같은 종족이었지만, 급진파 엘프 일부가 판데모니엄과 손을 잡 은 후로 두 세력으로 나누어졌다.
두 종족의 사이는 철천지원수!
다크 엘프가 한국에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 을 보일 것이다.
곧장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낭랑한 목소리.
그때 대화를 나눴던 음색과 비슷했 다.
다행히 맞는 번호인 것 같다.
“전에 헌터 시험에서 만났던 사람. 전민철이다.”
-아, 그때!
“시험에서 했던 내기. 기억하고 있 지?”
-호호호. 물론이죠. 근데 연락이
많이 늦으셨네요.
“내가 좀 공사다망해서. 참, 한 가 지만 물어봅시다.”
-음……. 개인적인 이야기만 아니 면 좋겠네요.
선을 긋는 신유미.
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거든요.
“다크 엘프. 혹시 알고 있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내 말을 못 들은 건가.
확인차 다시 한번 말하려고 할 때 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 죠?
신유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다크 엘프라는 단어 한 마디에 여 러 말이 튀어나왔다.
오호.
엘프 대사관.
이미 다크 엘프에 대한 냄새를 맡 은 걸까?
신유미한테 전화하기를 잘한 것 같 다.
“밥 약속. 아직도 유효하지?”
나는 씩 웃었다.
* * *
나는 통화를 마치고 전투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을 보낸다…… 라.’
신유미와의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 졌다.
그녀는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나는 야산에서 벌어진 일을 최대한 짧게 축약했다.
-이쪽에서 수습할 사람들을 보낼 게요.
엘프 대사관에서는 이미 다크 엘프 의 준동을 파악한 게 분명했다.
산 아래.
전투를 벌인 흔적이 눈에 들어왔 다.
주위를 가득 메운 암흑 마나.
이 주변은 여전히 다크 엘프들의 교란 마법의 영향을 받았다.
파훼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교란 마법을 그대로 뒀다.
‘이걸 거둬내면 암흑 마나의 기척 이 퍼지겠지.’
귀찮은 일은 사양이다.
엘프 대사관에서 뒤처리를 해준다 고 했으니,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킁킁-
상큼한 과일 향이 코끝에 감돌았 다.
정령의 기운이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초록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귀쟁 이들.
대사관에서 파견된 엘프였다.
“반갑습니다. 실례지만 전민철 헌 터가 맞으십니까?”
1그렇다.”
“엘프 대사관에서 파견 나온 그리 프입니다.”
나는 선두에 선 엘프의 어깨를 힐 끔거렸다.
잎사귀 5개가 그려진 브로치가 옷 에 걸려 있다.
‘저건 친위대일 텐데?’
엘프들은 브로치에 달아놓은 잎사 귀 개수로 전사 계급을 구분한다.
잎사귀는 종 6개.
그중 5개가 달린 계급이라면, 엘프 의 사회에서도 뛰어난 전사라는 걸 의미했다.
엘프, 그리프는 싱글거리는 투로 말을 이었다.
“엘프를 보는 게 처음이 아니십니 까?”
“처음이지.”
물론.
현생의 나는 말이다.
“많이들 놀라시는데. 민철 헌터는 아니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러는 너는 엘프치고 말이 많은 편 같은데.”
“하하. 엘프가 다 과묵하지는 않습 니다.”
아니야.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과묵해.
뒷말을 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 다.
“실례가 안 된다면 뭐 하나 물어봐 도 되겠습니까?”
“어. 실례니까 물어보지 마.”
“에이. 그러지 말고 이야기 하나만 해주십쇼.”
엘프가 저렇게 사회성이 밝다니.
참 적응 안 되는 캐릭터다.
“말해봐. 하나만 대답해주지.”
“당신 혼자서 타락한 자들을 해치 운 겁니까?”
그리프의 시선이 전투 현장을 향했 다.
야산 산책길은 전의 흔적을 찾아보 기 어려울 만큼 망가졌다.
암흑정령과 흑마법.
정령의 힘을 섞은 궁술.
산책로와 숲 곳곳에는 격렬했던 전 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렇지.”
“저희 아가씨랑 같이 시험을 봤다 고 들었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는 그리프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바람에 휘날리는 초록색 머리카락, 그 사이에 드러나는 눈동자가 초롱 초롱하게 빛났다.
그녀는 잠시 내 눈치를 보면서 입 을 오물거리더니.
“저랑 한 판 붙어보지 않겠습니 까?”
생각도 못 한 발언을 던졌다.
……뭐요?!
‘진심인 것 같은데.’
눈빛에 섞인 호승심.
다른 감정이 일체 섞이지 않은, 순 수한 투쟁의 불꽃이 일렁였다.
“저기. 지금 다크 엘프들의 뒤처리 를 하러 온 거 아닌가?”
“아, 아! 맞죠. 강해 보이셔서 무턱 대고…… 죄송해요!”
이 여인.
엘프가 아니라 투마라고 해도 믿겠 다.
“헤헤. 죄송합니다. 다크 엘프와 교 전을 벌였을 때의 상황을 들을 수 있습니까?”
“그러지.”
다크 엘프의 전력.
의식 마법진의 존재.
나는 그리프한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줬다.
“아마 저 마법진이 키워드인 것 같 다.”
“알겠습니다. 이곳의 수습은 저희 에게 맡기세요.”
그리프가 손짓을 했다.
“파치. 치에. 시작하자.”
“네. 그리프 님.”
두 엘프는 하늘 위로 팔을 뻗었다.
진한 녹색을 띤 빛이 손가락에 맺 혔다.
정령의 기운이다.
-나. 계약자의 말. 따른다.
-그대여. 나를 불렀나요.
나무의 정령 드라이어드.
땅의 정령 노움이 나타났다.
“이곳을 파괴되기 전의 모습으로 돌려주세요.”
-계약자. 말대로. 따른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군요.
정령들이 힘을 발휘했다.
부러진 나무가 시간을 역행하듯 재 생 했고.
노움이 팔을 땅에 찍자 파괴된 산 책로가 원래대로 복구되기 시작했 다.
주위를 가득 메웠던 유황 냄새도 빠르게 가라앉았다.
자연의 마나가 활성화되면서 암흑 마나를 정화시킨 것이다.
‘이래서 엘프들은 편해.’
정령술.
자연의 정령을 다루는 힘이다.
정령을 부리는 힘은 복잡한 계산이
나 수련보다는 타고난 정령 친화도 에 좌우된다.
전생의 나는 악마였기에 정령술과 전혀 연관이 없었지.
뒤에 있던 엘프 한 명이 내 옆에 섰다.
그리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친구가 민철 헌터를 모실 거예 요.”
“날 모신다고?”
“예. 아가씨와 만찬을 드시기로 했 다고 들었는데요.”
호오.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건가.
식사 약속을 이렇게 빨리 진행할 줄은 몰랐다.
예정에 없던 일.
‘잘 됐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변수는 언제나 존재했다.
성천조계공을 수련하다가 암흑 마 나를 느낀 것도 하나의 변수였다.
중요한 건 ‘변수’가 아니라, 변수가 생겼을 때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다.
“좋아. 가지.”
“네. 그랑, 아가씨의 손님이니 실수 없이 모셔야 해.”
나는 엘프의 안내를 따라 산 아래 로 내려갔다.
다크 엘프의 준동.
그리고 엘프와의 이야기.
‘얻어낼 수 있는 건 모두 얻어낸 다.’
정보와 인력.
문제를 해결할 두 가지 요소가 모 두 부족했다.
그렇기에.
예정에도 없던 저녁 식사는 매우 중요했다.
엘프들을 부려먹어서라도 내 이름 을 사칭한 놈들을 박멸시켜주겠다.
의욕을 불태우면서 안내역을 맡은 엘프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