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57)
57 화
멸망해버린 세계의 파편.
나는 몇 번의 격전을 치른 뒤에 끄트머리에 도달했다.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었군.’
다크 엘프의 포진.
전투 인원을 밀집시키지 않고 소규
모로 분산,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침입자의 발을 묶는 진형이다.
‘각개격파 당하기 딱 좋은 포진이 지.’
침입자 다수가 왔을 때 유효한 전 략.
나한테는 호재였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각 무리를 격파하면서 의식 장소에 무사히 도 착했다.
‘혼돈의 기운도 제법 흡수했고.’
[혼돈력 : 250 _ 280]
[혼돈기 : 4,250 _ 4,760]
검은 게이트.
이곳은 역시 영약(?)의 보물창고였 다.
몇 번 전투를 벌였는데도 힘이 들 지 않았다.
오히려 혼돈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몸의 피로도 씻겨나갔다.
‘해볼 만하겠어.’
탑에서 나오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 지만.
2시간 정도 운기행공을 하고 혼돈
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컨디션이 최 상에 가까워졌다.
상태 점검을 마치고 곧장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의식 장소는 멀지 않았다.
“침입자가 들어왔다!”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돌파당한 거지?”
“괴수들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응.
그 녀석들은 불러도 안 올 거야.
걸어 다니는 영약은 모두 내가 해 치웠거든.
“너희 짐승 육질 쩔더라?”
수비 병력은 5명.
여태 그랬던 것처럼 화살과 암흑정
령으로 나를 저지하려 들었다.
‘허튼짓을 하네.’
화르륵!
성스러운 불꽃이 ‘검’으로 변한 다
크 스타의 칼날을 휘감는다.
미카엘의 권능, 성화.
암흑 마나를 다루는 존재한테는 상
극인 기운이었다.
팅!
화살이 튕겨 나가고.
화륵!
암흑정령은 성화가 깃든 검에 썰려 서 정령계로 강제 귀환했다.
‘그 닭 새끼. 이렇게 편리한 권능 을 다뤘단 말이야?’
무공을 펼치면서 성스러운 기운을 두르니 한 번 휘젓기만 해도 어지간 한 공격을 모두 무효화시켰다.
다크 엘프는 대부분 근접전에 취약 했다.
원거리 견제 능력을 상실하면 전투 력이 반감된다.
서걱!
접근 후에 수비 병력을 쓰러트리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다크 엘 프 장로한테 칼을 겨눴다.
“어이. 뒈지기 싫으면 그만하지?”
다크 엘프 장로가 눈을 떴다.
입가에 감도는 웃음.
조롱기가 가득한 미소였다.
“흐흐. 이미 늦었다. 의식은 완성되 었고, 너는 헛걸음을 했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뭐가 그렇 게 좋아?”
“동포들은 모두 위대하신 존재의 뜻을 따랐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이 탈색 귀쟁이 새끼가.
네가 뭔데 남의 죽음에 가치를 매 기고 있는 거야?
한 번 죽어봐야 저런 소리를 안 하지.
“조리 있게 개소리를 하네. 이미 죽은 데이모스를 따라서 어디에다가 쓰냐?”
말하던 중 얼굴이 찌푸려졌다.
스스로한테 고인 능욕을 하니 기분
이 영 안 좋네.
다크 엘프 장로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흐흐흐. 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우리는 이미 소멸한 투장 따위를 따 르지 않는다.”
“그럼 누구를 따르지?”
“그건••••••
콰아아아!!
그때.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이 굉음을 내 면서 찢겨나갔다.
‘아. 타이밍 한 번 죽이네.’
다크 엘프의 배후.
내 이름을 빌려서 일을 벌인 놈의 정체를 들으려는 순간이었는데.
솟구치는 짜증에 이마에 주름이 잡 혔다.
장로가 양팔을 하늘 위로 올렸다.
“오시 오소서. 오랜 잠에서 깨어나 이 땅에 혼돈을 가져다주시옵소서!”
광풍이 지면을 휩쓸고 지면이 갈라 졌다.
이미 소멸 직전인 세계가 비명을 지르면서 찢겨나갔다.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옛 차원.
다크 엘프 장로는 의기양양한 모습 으로 외쳤다.
“두려워해라. 그분이 강림하시면 너 따위는 짓이겨진 고깃덩어리가 되어서……
“그거 참 이상하다.”
“뭐가 말인가.”
“그 위대하신 존재가 왜 안 나타날 까?”
서서히 잦아드는 바람.
대지의 흔들림도 조금씩 가라앉았 다.
하늘 위의 균열.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심연이 조 금씩 입을 닫았다.
“안, 안 돼!”
“돼.”
퍼억!
주먹으로 다크 엘프 장로의 안면을 강타했다.
내력을 싣지 않아서 힘이 크지는 않았지만.
약해빠진 다크 엘프에게 통증을 주 기는 충분했다.
“쿨럭! 이럴 리가 없다. 분명 그분 께서 알려주신 대로 의식을 진행했
단 말이다!”
“여기서는 그랬겠지.”
“여, 여기서라니. 무슨 말이지?”
“파장 증폭진. 그거 다 박살났어.”
의식이 완성된 걸 알면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
나는 이미 [진실의 눈]으로 의식의 중추가 되는 마법진을 살펴봤다.
[증폭률 – 8%]
후후.
원조 귀쟁이들이 일을 잘 수행해줬 다.
내가 검은 게이트를 치는 동안, 서 울 곳곳에 설치했던 파장 증폭진 중 대부분이 파괴된 것이다.
의식의 실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 다.
‘내가 아니었으면 절대 못 찾았겠 지.’
지난밤에 파장 증폭진을 찾아내느 라고 온갖 고생을 했다.
다크 엘프 장로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니,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갔 다.
아주 뺑이를 친 보람이 있네.
“아까 하던 이야기나 해봐. 누가 너한테 이걸 시켰다고?”
“마, 마왕 데이모스 님……
“헛소리할 때마다 손가락 하나씩 잘라낸다.”
“히, 히끅!”
에휴.
이 녀석. 다른 다크 엘프와는 달리 기개가 없어요.
‘이런 놈이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 지.’
죽어도 여한이 없다느니, 의미 있
는 희생이라느니.
나는 이런 부류가 제일 마음에 안 들었다.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 버리고 싶지 만, 꾹 참았다.
포로로 잡으면 배후 세력에 대해 많은 것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콰르르릉!!
” 어?”
거센 바람이 검은 게이트를 마구 휘저었다.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닫혀가던 차원의 균열.
무저갱을 떠올리게 만드는 검은 공 간 너머.
번쩍!
녹색 눈동자 한 쌍이 나를 노려봤 다.
“씨 X……
이거.
아무래도 엿 된 것 같은데?
米 米 #:
하늘 일부가 무너졌다.
그 말 이상으로 적합한 표현을 찾 을 수가 없었다.
선명한 검은색 구멍이 노을빛 하늘 가운데에 생겼다.
그 주위로 새겨진 수많은 상흔.
깨진 유리창을 보는 것 같다.
r 크르르르!』
쿠 쿵!
검은 균열이 점차 크기를 넓혀갔 다.
다크 엘프 장로의 얼굴에서 화색이 감돌았다.
“돼, 됐어! 그분께서 말씀하신 대 로야!”
“되기는 뭐가 돼’?”
퍼억!
반대쪽 뺨을 맞고 바닥을 구르는 장로.
얄미운 녀석.
지근지근 밟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이 안에 갇혀있던 거 야?’
다크 엘프가 지구에 풀어놓으려고 했던 괴물.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는 긴장을 유지한 채 균열이 벌 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이윽고.
쩌저저적!
무언가가 검은 균열을 강제로 비집 으면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늑대였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약 10m.
전신을 뒤덮은 검은 털.
광기에 물든 초록색 눈동자가 흑색 털 사이에서 번뜩였다.
『아우우우우-!』
늑대는 크게 울부짖었다.
쿠르르릉!
이미 한계에 다다른 차원.
늑대의 하울링이 공간을 울리자, 하늘 위에 새겨진 균열이 더욱 규모 를 키워갔다.
다크 엘프 장로는 몸을 일으키더니 늑대를 향해 뛰어갔다.
“펜리르이시여! 제가 그대를 깨웠 나이다!”
마침내.
다크 엘프들이 깨우려던 ‘신살자’
의 정체를 알았다.
유감스럽게도 잘 아는 이름이었다.
쳇.
나는 혀를 찼다.
‘엄청난 놈을 불러왔잖아.’
신 포식자 펜리르.
신화시대의 괴물이다.
과거 번성했던 아스 신족을 멸절시 킨 신살자이며, 차원을 무너트린 멸 망의 괴수였다.
탑에서 만났던 요르문간드하고는 형제지간이기도 했다.
‘근데 펜리르가 저렇게 작았나?’
기록에 따르면 펜리르의 크기는 턱 을 벌리면 하늘과 땅이 맞닿는다고 했다.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형제인 세계뱀, 요르문간드의 크기 를 생각하면 전혀 위화감이 없는 비 유였다.
‘저건 못 이기겠다.’
투장 데이모스 시절 때의 힘이 있 으면 모를까.
지금의 실력으로 덤벼드는 건 훌륭 한 자살행위였다.
슬며시 뒤로 물러나려고 할 때.
이변이 일어났다.
『크르르르릉!』
“시, 신살자이시여?”
당혹감을 감추지 않는 다크 엘프 장로.
펜리르의 광기 어린 눈동자는 다크 엘프 장로를 향하고 있었다.
“이, 이건 뭔가 잘못……
콰아아앙!!
집채만 한 발이 지면을 후려쳤다.
메마른 대지가 크게 흔들리고, 지
면에 커다란 상흔이 새겨졌다.
볼 것도 없이 즉사였다.
‘다크 엘프랑 같은 편 아니었어?’
펜리르를 불러내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것처럼 자신했던 다크 엘프.
결과는 정반대였다.
『크르릉.』
펜리르는 앞발에 묻은 피를 핥았 다.
‘이건 좀 이상한데.’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펜리르를 바라봤다.
짙은 위화감.
펜리르의 행동은 어딘가 부자연스 러웠다.
‘이성이 없어.’
사자를 며칠 동안 굶겨놓으면 저런 모습일까.
발을 핥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깔아 뭉갠 지면에 혀를 갖다 대었다.
마치.
눈앞에 있는 ‘나’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상한 점은 한 가지 더 있었다.
조금 전.
다크 엘프 장로를 후려쳤을 때.
펜리르의 힘은 생각만큼 강하지 않 았다.
‘불러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가?’
나는 [진실의 눈]을 사용했다.
펜리르
종족 : 신수 / 나이 : ???
적성 : 본능, 격투
근력 : 543 / 민첩 : 495 / 맷집
: 501 / 체력 : 420 / 마력 : 407
*불완전한 의식의 여파로 힘 대부 분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큰 충격으로 이성이 마비되었습 니다.
역시나.
펜리르는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전 72좌의 악마 군주, 요르문간드 와 버금가는 존재.
펜리르가 정상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공격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소멸했을 것이다.
‘귀쟁이 놈들이 제대로 일해준 덕 분에 살았다.’
후우-.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바리스 실린이 이끈 엘프 부대.
엘프 부대가 서울 곳곳에 설치해놓 은 파장 증폭진을 효과적으로 제압 한 덕분이다.
펜리르 정도의 괴수를 불러내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의식은 파장 증폭진을 제압당한 시 점에서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 다.
하지만 옛 차원에 갇힌 펜리르가 자신의 힘을 써서 억지로 벽을 허물 고 이곳으로 넘어왔다.
‘대신 진실의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약화 되었지.’
신 포식자.
신화시대의 괴물이다.
힘의 일부라도 발휘할 수 있다면 [진실의 눈]으로도 상태를 간파해내 지 못했을 것이다.
『크르르릉.』
문제는.
힘 대부분이 봉인되었어도 엄청나
게 세다는 것이고.
그 괴물이 나를 주시했다는 사실이 다.
‘피할 수는 없겠어.’
의식을 방해하려고 게이트 끄트머 리까지 도달했다.
경신법을 극성으로 운용해도, 저 괴물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졌다.
‘싸운다.’
꿀꺽.
침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간다.
광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놈은 지금.
나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펜리르의 살기를 정면에서 받아내 자, 몸이 움찔거렸다.
“일이 재밌게 됐잖아.”
흐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난 강적.
투쟁을 갈구하는 전생의 업이 꿈틀 거렸다.
상대는 이성을 잃고 대부분의 힘이
봉인된 괴물.
강인한 육체를 지녔지만, 그저 살 육과 굶주림에 잠식당한 본능의 노 예였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다.
왜냐면…….
나는 투장 데이모스이자 전민철.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싸우는 것 으로는 우주에서 제일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똥개야. 오늘 한 번 매타작 좀 하 자.”
나는 다크 스타를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