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574)
574 화
하늘섬 군도 끄트머리.
외곽 지역에 배치된 천사 무리를 몇 번이고 쓰러트린 끝에 여기까지 도달했다.
[합일]이 아니었으면 힘들었겠어.
그나저나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
군.
하늘섬 군도의 너머.
반투명한 막 사이로 다른 차원의 형상이 아른거린다.
「이 너머가 바로 엘리시움 본토인 거요?』
“그렇겠지.”
「판데모니엄에 투신했을 때는 그 렇게 가고 싶어도 구경 한번 못했는 데 말이오.』
감회에 젖은 요르문간드의 음성.
나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는 하늘섬 군도에서 피 튀기
게 싸웠거든.
판데모니엄의 최강자.
내가 전장에 나서면 천사장인 미카 엘을 포함, 둘이나 붙었다.
두 천사장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전생의 내 수준으로도 버거웠단 말 이지.
이제는 어떨까.
전생보다 훨씬 강해졌으니, [합일] 을 쓰지 않아도 천사장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가라앉 혔다.
지금은 시기가 안 좋아.
‘■•흠. 천사들의 땅에 들어가 볼 줄 이야.J
드레이너는 별 감흥이 없는 투로 중얼거렸다.
“강한 적이 많을 거다.”
「그 이야기는 마음에 드는군.』
반색하는 드레이너.
이 녀석.
죽기 전에는 왜 그렇게 몸을 사렸 는지 모를 정도로 전투를 즐겼다.
난 막에 손을 얹었다.
강한 반탄력.
본래에는 꽤 힘을 들여야 돌파할 수 있는 차원의 억제력이지만.
[합일을 사용합니다.]
차원 사이를 분리하는 막을 내 세 계로 끌어들이면 굳이 부수고 들어 갈 필요가 없었다.
물렁물렁해진 차원의 막.
“지금이다. 들어가.”
「존명.」
아지다하카가 엘리시움 본토를 향 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차원의 막을 돌파하는 순간.
성스러운 빛이 망막을 가득 메웠 다.
[엘리시움 차원에 진입했습니다.]
[정규 루트로 진입했기에, 페널티 가 없습니다.]
[엘리시움 차원의 지배자가 당신의 존재를 인지합니다.]
망막에 아른거리는 빛이 사라진
후, 엘리시움 본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술 작품 같다.’
엘리시움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 이다.
하얀 대리석으로 세워진 건물들.
잘 꾸며 놓은 정원이 건물과 조화 를 이루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 거리 사이 로, 수많은 천사들이 머무른다.
그래, 천국이라는 말이 참 어울리 는 공간이다.
「우리는 그 장소를 흙발로 디딘 것 아닌가?」
“그런 셈이지.”
「매너가 없군. 나의 지존께선.J
전장에서 그런 거 따지다가는 목숨 보전하기 힘들어.
나는 잔인하게 웃은 후, 원초의 불 을 손끝에 피어 올렸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군.
힘없는 이들에게 패악을 부리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엘리시움이라는 호수에서 대어를 낚으려면 큰 미끼를 준비해야 한다.
그 미끼라는 건…….
[원초의 불을 사용합니다.]
엘리시움이라는 호수, 그 자체다.
화르륵!
검은 불꽃이 하늘을 뒤덮는다.
혼돈기를 최대치로 불어넣어서 일 으킨 덕분이다.
하늘 위에 홑뿌려진 시커먼 화염은 눈처럼 천천히 바닥으로 하강했다.
천사들은 하늘에 들이닥친 이변을
금세 알아챘다.
“아, 악마의 침공이다!”
“지옥의 불길이 하늘을 덮었다.”
“도망쳐야 해!”
원초의 불에서 느껴지는 방대한 마 력.
선천적으로 기감이 뛰어난 상위 종 족인 만큼, 내가 뿌려 놓은 원초의 불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이 일대에 있는 천사들은 제 몸 하나만 챙긴 채로 피난을 가기 시작 했다.
” 빠르군.”
쩝, 나는 입맛을 다셨다.
천사들을 보면 전생의 기억 탓인지 적개심이 솟구쳤다.
그렇지만 무기를 들지 않은 이들까 지 학살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 다.
싸울 각오를 품었다는 건, 언제나 전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거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요르문간드가 나를 힐끗 봤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 보이더 니, 의외로 자비롭군요.』
“자비는 무슨.”
난 툴툴거리면서 원초의 불을 더 거세게 키웠다.
검은 화염이 엘리시움 본토를 잠식 하기 시작한다.
드넓은 영역에 비해서는 극히 일 부
한국으로 치면 주택 하나를 태워 버린 정도다.
한 줄 뉴스로 치부될 만큼 작은 사건이지만, 그 실행자가 나라면 이
야기가 달랐다.
메타트론도 내 존재를 알아챘을 테 니, 어떤 형태로든 입질이 올 것이 다.
불장난을 저지른 지 얼마쯤 지났을 까.
저 멀리에서 강한 성력의 파동이 감지되었다.
하늘 일부를 뒤덮은 엘림 병단.
“생각보다 반웅이 늦군.”
「은공. 저치들은 나한테 맡겨 주 시구려. 옛날이 생각나서 가만히 있 을 수 없구려.』
요르문간드가 혀를 날름거렸다.
“아지다하카. 요르문간드를 보조해 라.”
「존명.」
드레이너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뭘 하면 되나?」
“힘 좀 아껴 둬. 여긴 적의 본진이 니까.”
실낙원을 침공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분오열되어 있는 판데모니엄.
아스모데우스를 쓰러트려도 관여할 악마 군주는 별로 없다.
엘리시움은 정반대다.
하나 된 질서와 위대한 의지를 숭 배하는 천사들.
판데모니엄에 침투했던 것처럼 일 부만 타격하고 몸을 빼는 건 불가능 하다.
우리는 지금…… 화약고 위에서 담 뱃불을 붙인 상황이다.
이 불이 어디까지 퍼져 나갈지.
불길을 만든 나 자신마저 태워 버 릴지는 모른다.
‘기대되네.’
나는 팔짱을 낀 채, 엘리시움의 천
사장들이 어떤 반웅을 보일지 기다 렸다.
엘리시움의 유구한 역사 가운데서 본토에 허락받지 않은 이가 발을 디 딘 건 몇 번 되지 않았다.
하늘섬 군도로 차원 전체를 감쌌기 에, 그 방어막을 돌파하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군도 곳곳에 쳐진 철벽의 방어진. 판데모니엄이 대규모 침공을 감행
했을 때 일부가 뚫린 적은 있어도, 본토에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 성역이…….
“불타고 있다.”
천사 한 명이 흐느꼈다.
빛조차도 흡수해 버리는 검은 불 꽃.
원초의 불은 엘리시움에 충만하게 분포되어 있는 성력을 잡아먹으면서 규모를 키워 갔다.
굳이 민철이 혼돈기를 불어넣을 것 도 없었다.
거세진 불길은 넘실거리는 파도처
럼 엘리시움 본토를 집어삼키는 중 이었다.
지면에서 솟구치는 연기가 하늘을 검게 물들이고.
그 사이로 세계뱀 요르문간드가 노 란 눈•을 번뜩이면서 엘림을 하나하 나 파괴했다.
“여긴 지옥이야.”
한 천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농락당하는 엘리시움 본토.
파괴되는 영역이 빠르게 넓어져 갔 다.
민철의 공격이 알려지면서 인명피
해가 줄어들긴 했지만.
많은 천사들의 생활 영역이 잿더미 로 화했다.
그뿐이랴.
엘리시움은 본토 내 방어 체계를 굳건하게 세워 두지 않았다.
하늘섬 군도는 방어.
본토에서 병력을 움직일 땐 다른 차원을 공략할 때뿐이다.
애당초 엘리시움에서 전투를 벌인 다는 전제가 없기에, 급조된 방어 병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크하하하. 예전 생각이 나는구
나!』
입을 크게 벌리는 요르문간드.
보라색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바깥 으로 분사되었다.
토르마저도 빈사 상태로 만들었던 맹독.
독액에 닿는 것은 천사든, 엘림이 든 따지지 않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문드러졌다.
r작동. 불가시
신화시대 때부터 살아온 신수이자 한때 판데모니엄의 왕좌를 차지했던 괴물의 독이다.
귀족 급 악마의 무력에 버금가는 전투 병기, 엘림마저도 요르문간드 의 독액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민철 일행의 패악은 금세 일곱 천 사장에게도 보고되었다.
에덴.
옛 낙원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만 든 천공의 성역 전체가 분노로 끓어 올랐다.
“형제여. 이런 굴욕은 처음이로구 나!”
미카엘의 붉은 머리카락이 하늘 위 로 올올이 솟구쳤다.
날개에 아른거리는 불꽃이 한충 더 거세진다.
그가 이번 사태로 얼마나 분노한지 를 대변해 주는 모습.
메타트론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투신. 이런 수를 준비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군.”
민철이 무슨 수로 하늘섬 군도의 감시망을 뚫었는지는 중요하지 않 다.
엘리시움 본토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
스스로를 드높은 존재라 칭하는 천
사들에게, 이만큼 굴욕적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미카엘, 엘리시움의 첫 번째 검이 여.”
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메타트론의 목소리.
미카엘은 분기를 가라앉힌 후, 대 전 앞에 나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 다.
“엘리시움의 첫 번째 검. 명을 받 듭니다.”
“우리엘과 산달폰을 붙여줄 터이니 저 악적들의 영혼을 소멸시키시오.”
“Yes. My Lord.”
위대한 의지의 대변자.
메타트론에게 예를 올린 후, 미카 엘은 곧장 날개를 펼쳤다.
커다란 바람이 에덴 전체에 휘몰아 쳤다.
” 라파엘.”
-이미 듣고 있소. 대변자여.
“그대는 동원할 수 있는 만큼 엘림 병단을 편성하여 미카엘을 돕도록 하시오.”
– 알겠소이다.
일곱 천사장 중 넷.
급조했다지만 엘림 병단까지 동원
했다.
넷뿐인 민철 일행을 상대하기에는 과한 전력.
하지만 천사장들 중 그 누구도 토 를 달거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 다.
민철이 벌인 짓은 자존심 강한 천 사들조차도 의지를 꺾을 만큼 엄청 난 일이었다.
전장으로 날아가는 미카엘.
하얀 불꽃, 성염(聖炎)이 그의 전 신을 휘감는다.
성스러운 화염.
위대한 의지가 하사한 권능이다.
“형제. 내 쌍둥이한테 이야기 들었 는데, 속도 좀 맞춰 주지 그래?”
미카엘의 옆에서 목소리가 불쑥 튀 어 나왔다.
금발의 천사.
메타트론의 쌍둥이이자, 그와 마찬 가지로 천사장의 위에 있는 산달폰 이다.
“분기를 가라앉히시오. 첫 번째 검 이여. 지금은 냉정해야 하오.”
뒤이어 미카엘을 따라잡는 천사.
땅을 주관하는 천사장, 우리엘이다.
이들은 모두 대판데모니엄 전선에 서 가장 앞장섰던 천사장들이다.
“우리 셋이 같이 활동한 적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려.”
“데이모스 사후 처음이오.”
미카엘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 했다.
투장 데이모스.
일대일로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 다고 했던 판데모니엄의 차원장.
그가 지구에서 소멸하기 전에는, 하늘섬 군도가 늘 긴장 상태를 유지 해야 했다.
미카엘조차 단독으로는 시간올 버 는 게 고작이라, 늘 산달폰이나 우 리엘 중 한 명과 페어로 데이모스를 막았다.
한데 이번에는 셋이 동시에 출진하 니, 사태의 중대성을 익히 알 만했 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그 천하의 투 장도 물러났잖아.”
“그 투신이라는 자도 다르지 않을 거요.”
“반드시 대가를 치루게 해 줄 거 요.”
세 천사장은 속도를 맞추어서 빠르
게 전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