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590)
590 화
내가 비스트랜드를 방문한다는 소 식은 날개 달린 듯이 퍼져 나갔다.
지구는 물론이요.
두 상위 차원, 그리고 신들의 사회 들마저 내 행보를 주목했다.
「투신, 엘리시움과 평화 조약 후 비스트랜드에 방문하다.』
r이번 비스트랜드 방문에는 어떤 외교적인 노림수가 들어 있는 것인 가?』
「두 상위 차원에 견줄 만한 신홍 세력. 비스트랜드에 손을 건네나?』
지구에서 난 기사냐고?
아니.
성간 연합의 소식지에서 낸 뉴스들
이다.
” 피곤하군.”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전생에는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
그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 고, 정치적인 의도도 신경 쓰지 않 았었다.
지구인으로 환생해서 피곤하다는 생각은 처음 해 보는군.
“호호, 여기저기서 재미있는 추측 을 많이 하네요.”
엘리는 기사를 보더니 휙 넘겼다.
“한 가지 위안인 건 입막음이 잘되 었다는 거야.”
내가 엘리와 연인 관계라는 사실.
가까운 사람들 빼고는 비밀에 부쳤 다.
엘리는 평범(?)한 수인.
비밀리에 가드를 붙여 놓고 여러 아티팩트로 보호하곤 있지만, 그래 도 위험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 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가족이나 마르탄, 그리 고 사도들 외에는 비밀로 했는 데…….
“녹스도 모르고 있으니까.”
“이사님도요?”
“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잖 아.”
녹스가 알면 서운해하려나.
연합 내에서도 우리 둘의 관계를 기반한 추측 기사가 없는 걸 보면 비밀 유지는 잘되는 모양이다.
대외적인 명분은 비스트랜드와 지 구의 교류.
수인의 연합체.
비스트랜드는 신들의 사회까진 아 니어도 꽤 영향력이 큰 차원이라서 적절한 명분이다.
며칠 후, 난 펜리르와 엘리를 대동
한 채, 아카식 스트림으로 향했다.
“주인님. 거기서는 누구랑 싸우면 되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펜리르.
“싸우러 가는 거 아니다.”
“흥. 시시하다.”
“펭구야. 내 가족한테 인사하러 가 는 거니까 소란 피우면 안 돼.”
“누님의 가족이라고? 알겠다. 조용 히 있겠다.”
“옳지. 착하다, 우리 펭구.”
펜리르의 머리를 쓰다듬는 엘리.
놈의 눈동자가 호선을 그리면서 씰 룩거린다.
저 개…… 아니, 늑대 자식. 이따 보자.
“다녀오십쇼. 민철 님.”
“자잘한 업무는 저희가 처리하겠습 니다.”
마중 나온 두 사도가 공손히 고개 를 숙인다.
“일 봐라.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나는 손을 휘휘 저어 준 후, 비스 트랜드로 이어지는 웜홀을 향해 걸 어갔다.
웝홀을 건너는 순간.
“비스트랜드를 방문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투신이시여.”
풍성한 모발을 지닌 백수족 사내가 나를 맞이했다.
그 뒤를 따르는 무수한 수인족들.
“백수족이 현재의 대표인가?”
비스트랜드는 여러 수인들의 연합, 다시 말해 왕국 연방이다.
연방은 서로의 자치권을 보장한다 1_ m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의견 조율에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 다.
위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불 완전한 체제.
그렇기에, 비스트랜드는 국가별로 기간을 정해 두고 의장직을 돌아가 면서 맡는다.
비스트랜드 대표로 긴 머리를 찰랑 이는 사자가 나온 걸 보면 현 대표 가 백수족이라는 말이겠지.
“저희 차원의 질서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군요.”
“뭐, 나름대로 알아 뒀지.”
“제왕께서도 투신의 배려에 기뻐하 실 겁니다.”
백수족 사내는 빙그레 웃은 후에 안내를 시작했다.
비스트랜드.
전생에도 몇 번 방문했던 차원이 다.
여러 종족이 연맹을 이룬 곳답게, 각 종족의 건축 양식대로 만든 건물 들이 섞여 있는 기묘한 곳이다.
“주인님. 여기는 다 수인족들만 있
다.”
“신기하냐?”
“웅. 당연하지.”
풋- 하고 웃는 엘리.
한때는 너를 수인족이라고 포장했 는데.
이런 식으로 반응하니까 당시에 댄 변명이 우스워지잖아.
백수족 사내의 안내를 받아 간 곳 은 여러 수인족 얼굴 모양으로 깎아 만든 커다란 건물이었다.
어머- 하고 놀라는 엘리.
“왜 놀라?”
“여긴 연합의 대표님들이 연방의 대소사를 논할 때 열리는 회합장이 랍니다.”
“그 말대로라면, 대표님들이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가?”
나는 신음을 삼켰다.
견족의 여왕님만 슬쩍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일이 생각보다 커졌네.
백수족 사내가 내 말에 고개를 끄 덕였다.
“귀빈께서 오셨으니까요. 비스트랜 드의 모든 대표께서 기다리고 계십
니다.”
백수족 사내가 문 앞에 서자, 육중 한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길 이 나왔다.
후. 긴장되는구먼.
엘리시움의 천사장들을 마주할 때 도 안 떨었는데.
지금은 생사대적이 눈앞에 있는 것 보다도 더 심장이 두근거렸다.
“민철 님.”
엘리의 목소리가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그래. 들어가자.”
일행은 회합의 장소로 들어갔다.
저벅- 저벅-.
세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적막한 통로를 진동시킨다.
통로 끝에는 여러 수인족의 대표가 미리 와서 앉아 있었다.
개. 여우. 호랑이 등.
지구에 있는 여러 동물과 닮은 수 인족들이 일행을 바라본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는 백수족의 왕이었 다.
“귀빈이 오셨구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리에서 일 어나는 백수족의 왕.
나머지 대표들도 그에 맞춰 일제히 기립했다.
“우리 비스트랜드의 대표들은 투신 의 방문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백수족 왕의 목소리.
“환영합니다.”
다른 종족의 대표들이 후창했다.
최선의 예.
두 상위 차원과 대등하게 겨루었던 나를 향한 헌사다.
차원 대전 때만 해도 서로의 위치 가 반대였는데.
16강에서는 백수족 꼬맹이랑 맞붙 기도 했으니, 몇 년 만에 인사를 받 는 입장이 된 것이다.
“비스트랜드 중진의 환대에 감사드 립니다.”
나는 짧게 인사했다.
회합장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비스트랜드와 지구.
두 차원은 여태까지 큰 연관이 없 었다.
다르게 말하면, 적대적인 포지션에
서지 않았다는 말.
요즘 주가가 폭등 중인 차원의 주 인이 직접 비스트랜드에 방문했으 니, 대표들 입장에서는 기꺼울 만했 다.
난 귀빈석으로 지정된 자리에 앉아 서 환담을 나누었다.
의외로, 비스트랜드의 대표들은 내 행보에 관심이 많았다.
“하면 엘리시움과의 평화 협정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니플하임에서도 투신을 지지한다 고 성명을 냈는데. 참으로 신기하군 요.”
정치적인 계산이나 의도가 다분히 섞여 있긴 해도.
음색에 담긴 ‘놀라움’이라는 감정 은 과장 없는 진실이었다.
속마음까지 살펴보진 못해도, 마력 의 파동으로 어떤 감정인지 읽어 낼 수 있기에 확실했다.
“투신이시여. 한데, 이번에는 어인 일로 비스트랜드에 방문한 것인 지……
적당한 타이밍에 입을 떼는 백수족 의 왕.
나는 미소를 지었다.
“두 차원의 우애를 다지기 위함입 니다.”
“우리는 바나하임과 달리, 지구와 특별한 교류를 하지 않았소만.”
“이제부터 만들어 가면 되지요. 형 제국으로서.”
잠깐의 침묵.
각 종족의 대표들은 내 말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생각에 잠겼 다.
진심인데.
내가 엘리랑 반려로 살게 되면 정 말로 형제가 되는 거잖아.
“핫, 하하하!”
돌연 백수족의 왕이 너털웃음을 지 었다.
“그 말씀. 마음에 드는구려.”
“그렇습니까?”
“어떤 계산도 없는 진솔한 말을 들 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소.”
그러게요.
내 의도를 읽어 내려던 대표들도 하나둘 마음을 내려놓았다.
엘리시움과 전면전을 벌이기 전이 라면 모를까.
상위 차원과의 전면전에서 평화 협
정을 끌어낸 것뿐 아니라, 땅 일부 를 양도받았으니 승리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았다.
주가를 한창 올리는 중인 지구.
비스트랜드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 도 모자란 상황인데, 내가 직접 왔 잖아?
-정말 우리와 친교를 맺으려는 것 같소.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당장은 경계할 게 없어 보이는구려.
-저 청년이 엘리시움의 첫 번째 검도 꺾었다지?
-겉으로 보기에는 유약해 보이는
데. 알다가도 모르겠군.
제 딴에는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 는 것 같은데.
그거 다 들리거든요?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기가 힘드네.
그 와중에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도 있었다.
견족의 왕, 엘리제.
그녀는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살폈 다.
허 참.
이렇게 엘리의 어머니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귀빈도 오셨으니. 따분한 이야기 는 여기까지 하고 환영회를 시작하 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백수족의 왕은 박수를 치면서 대표 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안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나눌 이야기가 다 끝났음을 알리는 선언 이었다.
나는 짐짓 놀란 척했다.
“환영회를 준비하신 건가요?”
“귀빈이 오셨는데 당연한 말이지 요.”
“비스트랜드 대표님들의 환대에 감
사드립니다.”
짝짝!
백수족의 왕이 다시 한번 박수를 치자,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제복을 입은 시종들이 갖가지 음식 을 들고 입장.
회합장은 순식간에 연회 장소로 탈 바꿈했다.
“우와. 주인님! 이것도 먹어 봐라. 여기 음식 너무 맛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권하 는 펜리르.
수인족 중 상당수가 조리하지 않은
날것을 선호해서 그런지, 피가 묻은 게 많았다.
“……정중하게 사양하지.”
나는 조리를 마친 구운 고기를 집 어 먹었다.
맛있군.
연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펜 리르를 놓고 엘리와 함께 슬쩍 창가 로 빠졌다.
회합장의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 공 간.
난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귀빈 대접을 받을 줄
이야.”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무슨. 긍정적인 반웅이잖 아.”
비스트랜드는 두 상위 차원의 압력 에도 굴하지 않은 세력이다.
차원의 규모도 크고, 각 종족의 힘 도 강하다.
강한 국력을 지녔기에 두 상위 차 원의 압력에도 중립을 유지할 수 있 던 것.
친교라는 핑계로 내가 먼저 손을 건네긴 했지만, 저 반웅도 충분히 이례적이 었다.
“펭구만 저렇게 둬도 될까요?”
“걱정하지 마. 사고 치지 말라고 경고해 뒀어.”
비스트랜드 측에서 내 일행한테 시 비를 걸 이유는 없고.
펜리르만 얌전히 있으면 문제는 없 다.
“고향에 온 기분은 어때?”
“아직 실감이 안 돼요. 여긴 견족 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조만간 인사하러 갈 거니까 기다 려 줘.”
“호호, 민철 님만 믿을게요.”
엘리의 손등 위로 오른손을 포갰 다.
따스한 체온이 느껴진다.
두근거리는 심장.
전장에서 느끼는 흥분과는 다른 감 각이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겹쳐진 손을 빠르게 거둔 직후.
“오래간만이구나. 딸아.”
견족 여왕, 엘리제가 창가에 나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