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66)
66 화
나는 펜리르, 아니 펭구를 품에 안 은 채로 차에 탑승했다.
“허허. 이번에도 반려견이랑 함께 오시는 겁니까?”
늘 차를 운전해주는 기사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뭐, 그렇죠.”
사실은 반려견이 아니라 신을 잡아 먹은 괴수인데요.
속으로 대답을 삼켰다.
“엘리 는요?”
“엘리 부장님은 경매를 준비하느라
바쁘시더군요.”
어쩐지.
목소리에 다급함이 느껴졌는데 이 유가 있었다.
날 데려올 때는 늘 차에 있었는데.
비어있는 자리를 처음 보니 꽤 허 전한 느낌이었다.
-예쁜 누님은 오늘 없어?
“오냐. 바쁘단다.”
-난 주인님보다 예쁜 누님이랑 있 는 게 더 좋은데.
“그럼 엘리한테 맹약을 맺던지.”
꽁!
나는 펜리르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폭력 반대!
“네가 나보다 더 세거든요?”
펜리르와 노닥거리다 보니, 금세 성간 연합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빌딩 앞이 북적거린다.
수많은 인파와 경비 인원들이 입구 주변에 있었다.
“오늘따라 좀 사람이 많은 것 같은 데.”
“허허, 경매가 진행되는 날이니 당 연한 일입니다.”
“경매에 관심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아요?”
“고위 길드 관계자나 대형 그룹의 회장님같이 경 • 재계에 상당한 영 향을 끼치는 분이 참여하니까요.”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이네.”
태연자약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놀랐다.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크잖 아?’
정문 앞에 깔린 레드카펫.
한쪽에는 각종 언론에서 나온 기자 들이 줄을 치고 기다렸다.
경비를 맡은 전투 골렘들은 레드카 펫 라인을 지키면서 접근하는 사람 을 차단했다.
마치 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날 태운 차는 성간 연합 빌딩을
그대로 지나쳤다.
“여기서 내려야 하는데……
“경매에 참가하기 전에 다른 곳으 로 모시라고 전달받았습니다.”
“그래요?”
금시초문이다.
나는 잠자코 차가 멈추기를 기다렸 다.
끼이익-
차량이 정차한 곳은 빌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메이크업 전문점이 었다.
-멍! 예쁜 누님이다!
펜리르가 반갑게 짖었다.
녀석 말대로, 문 앞에는 엘리가 서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
보자마자 엘리의 변화를 눈치챘다.
‘엄청 꾸몄잖아?!’
엘리는 평소 정복에 수수한 옷차림 을 고수했다.
오늘은 달랐다.
하얀 톤의 화려한 드레스.
등 뒤는 파격적으로 파여 있고, 볼 륨감 있는 몸매가 천 재질 위로 고 스란히 드러났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다.
‘이렇게 보니까 또 다르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외모였지 만.
제대로 힘을 주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음음.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 다.
“바쁘다면서. 왜 여기에 있어?”
“왜긴요. 우리 자유용병님 챙기려 고 나왔죠.”
엘리의 눈동자가 빠르게 내 전신을
홅었다.
잔뜩 찌푸려진 이마.
안색이 어두웠다.
“역시나…… 빨리 나와요.”
“어디 가려고?”
“어디긴요. 메이크업해야죠. 시간 없어요.”
엘리는 내 손을 홱 잡고 메이크업 전문점 안으로 들어갔다.
-와. 누님 박력 쩔어!
야.
넌 그런 표현을 어디서 배웠냐?
펜리르를 쏘아주고 싶었지만 엘리 의 기세가 매서워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우리 여기는 왜 가는 거야?”
“그야 민철 헌터 때문이죠.”
저, 엘리 부장님. 거기서 제 이름 이 왜 나오는 건가요.
설명을 해줘야지.
납득이 안 가는 눈빛으로 엘리를 바라봤다.
“이번 경매는 세계 각지의 큰손들 이 참여해요.”
“기사님한테 들었어.”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입고 있을 건가요?”
나는 옷가지를 흘겨봤다.
깔끔한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상체의 탄탄한 근육과 쭉 빠진 기 럭지가 적당히 드러나서 보기 좋았 다.
“괜찮은데.”
“격이 안 맞잖아요! 전 우리 지부 의 계약자인 민철 헌터가 얕보이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
오}.
박력 있다.
소리를 지르면서 팔을 확 당기는 데, 도저히 밀쳐낼 수가 없었다.
엘리는 나를 잡아당기더니 바로 의 자에 앉혔다.
“실장님. 이 사람 메이크업 부탁드 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리 부장 부 탁이면 빨리해줘야지.”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 명이 나한테 달라붙었다.
세 분 모두 전문가의 아우라가 가 득했다.
팔과 다리가 긴장으로 굳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이런 건 처음이라고!’
평생 화장하고는 거리를 두고 살았 다.
젤로 머리 모양 내주고 로션이나 발라주는 게 전부였지.
엄마한테 물려받은 외모빨(?) 덕분 에 크게 치장하지 않아도 인기가 많 았었다.
전생을 각성한 뒤로는 그나마 하던 관리도 아예 손을 떼어버렸다.
“학생.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멋지
게 꾸며줄게.”
엘리가 실장님이라고 불렀던 분이 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 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다 끝났단다. 확인해보고 괜찮은 지 말해줄래?”
시키는 대로 눈을 떴다.
맞은편에 있는 거울 너머, 내 모습 이 투영되었다.
‘완전 연예인이잖아?!’
내가 봐도 놀랐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평소 익숙했던 내 얼굴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뽀얀 피부와 적당히 웨이브 진 머 리.
크게 손을 댄 것 같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인상을 훨씬 좋게 만드는 메 이크업이 었다.
“어머, 역시 사람은 꾸미고 봐야 한다니까요.”
엘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까지는 내가 별로였다는 건가?”
“호호, 안 꾸며도 괜찮았죠. 그러지
말고 옷 좀 입어 봐요.”
메이크업에 이어 준비된 정장을 입 어봤다.
‘ 응?’
신기했다.
처음 입는 옷인데도 몇 번 입어 본 것처럼 몸에 딱 맞았다.
정장을 입는 건지 모를 정도로 움 직이는 데 걸리는 게 없었다.
“이거 완전 편한데?”
“엣헴. 제가 다 맞춰서 준비해뒀 죠.”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야.”
“경매 참여하신다고 했을 때부터 요.”
눈대중으로 내 사이즈를 다 체크하 고 준비까지 해둔 거야?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나는 엘리의 수완에 혀를 내둘렀 다.
“저는 먼저 가볼게요.”
“안 기다려주고?”
“바빠요. 지금도 겨우 시간 내서 나온 거예요.”
하긴.
용산 지부에서 주최하는 경매.
마르탄의 직속인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당연했다.
“엘리.”
“네?”
“옷 잘 어울린다고.”
“풋, 전 원래 뭐든 잘 어울려요. 이따 봬요.”
엘리는 가볍게 웃고는 멀어졌다.
저렇게 입으니 사람이 달라 보이는 구나.
새삼 메이크업과 옷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고객님. 머리 흐트러졌어요. 잠시
만 그대로 계세요.”
“……예.”
그나저나.
난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k 米 米
우여곡절 끝에 메이크업을 마치고 경매 장소로 들어왔다.
빌딩 옥상.
경매장은 마르탄의 집무실이 위치
한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였다.
‘완전 연회 분위기네.’
쫙 빠진 정장을 입은 사내가 우아 하게 와인을 들고 있다.
맞은편에 있는 여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한껏 치장한 사람들이 경매장 안에 가득했다.
‘유명한 사람들이 많군.’
언젠가 TV에서 본 유명 연예인이 나 정치가들.
혹은 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재벌의 총수들도 있다.
성천조계공을 자극하는 강자들도 섞여 있었다.
-멍! 사람이 엄청 많아!
“괜히 돌아다니다가 사고 치지 마 라.”
-날 뭐로 보는 거야?
“펭구.”
-그런 멋대가리 없는 이름 말고! 나한테는 펜리르라는 멋진 이름이 있단 말이야.
“그건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나는 펜리르의 입을 막았다.
혼자 둘 수가 없어서 데려왔는데, 피곤하게 됐네.
“어머, 귀여운 강아지를 데려오셨 네요?”
등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 다.
나는 음성이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구지?’
하얀 피부와 오뚝한 코, 그리고 커 다란 눈망울이 인상적인 미인이었 다.
허리 언저리까지 내려온 붉은 머리
카락.
아찔한 붉은 드레스와 머리카락이 어울리면서 강렬한 느낌을 줬다.
타오르는 불꽃.
여인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천지연이라고 해요.”
“아, 전민철입니다.”
나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인사를 받 았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인 상.
근데, 본 기억이 없다.
“절 모르시나요?”
“미안합니다. 본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안 나네요.”
“저도 민철 헌터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랍니다.”
천지연은 명함을 내밀었다.
[신성 길드]
[천지연 길드장]
‘잠깐. 신성이라면……
신성 길드.
화랑, 금산에 이어 국내 3대 길드 로 자리매김한 저력 있는 길드였다.
‘그럼 이 사람이 신성 그룹 회장의 막내딸이라고?’
신성 그룹.
국내 재계 1위의 굴지의 기업이다.
신성 길드는 그룹 회장인 천유성의 막내딸이 건설한 자회사였다.
“대단한 분을 못 알아봤군요.”
“말은 그러면서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으시는데요?”
“설마요.”
나는 가볍게 웃었다.
마주한 여인은 신성 그룹의 막내딸 이자 국내 3대 길드의 수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가 있 나?
‘그래 봐야 한국 내에서지.’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신성 그룹의 입지도 절대적이지 않았다.
예의는 차리되.
굴종하지는 않았다.
천지연의 눈동자에서 묘한 빛이 감 돌았다.
“우리 길드에서 당신을 섭외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뵙게 되네요.”
“연락을 주지. 아쉽군요.”
“휴대전화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 만 받지 않으시더라고요.”
“그게 언제였죠? 연락받은 적이 없 었는데.”
“헌터 시험을 통과한 직후였죠.”
아.
그때 전화가 너무 시끄러워서 아예 쳐다보지를 않았지.
결과적으로는 연락을 피한 꼴이 되 었다.
“흠흠. 그렇군요. 그럼 전……
“가시지 않는 게 좋을걸요?”
“무슨 말씀인지……
“주위를 둘러봐요.”
나는 천지연의 말대로 눈을 좌우로 돌렸다.
‘어느새 사람이 이렇게 늘었지?’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안 보는 것 같으면서도 나와 천지 연이 대화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 다.
‘엄청 귀찮아지겠는데.’
노골적인 관심이 나한테 쏟아졌다.
천지연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들이
대서 명함을 내밀 것 같은 모습이 다.
나한테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저 러는 거지?
천지연이 싱긋 웃었다.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네요.”
“신성 길드장님은 이유를 아시나 봅니다?”
“당연하죠. 지금 민철 헌터는 폭풍 의 핵이랍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지……?”
“갑자기 등장한 신예 헌터가 국내 유명 길드의 유망주들을 꺾고 시험
에서 1등을 했잖아요.”
“그게 뭐 얼마나 중요하다고.”
“호호, 헌터 시장을 뒤흔들 만한 인재가 나왔죠.”
“길드를 바꿀 생각은 없어요.”
“그런 것 같아서 제안도 안 꺼냈어 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는 모르겠네요?”
음.
인정하지.
천지연이 떠나가면 더 귀찮아질 것 같은 상황이다.
문득 이해가 안 가는 게 생겼다.
“그럼 신성 길드장님은 왜 나랑 이 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이유가 꽤 빈약한데.”
“아뇨. 그건 빈약하다고 폄하 당할 일이 아니랍니다.”
꿀꺽.
천지연은 샴페인 잔에 담긴 음료를 넘기면서 잠시 목을 축였다.
나는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예전에 민철 헌터가 푸른 파수꾼 을 상대하는 장면을 봤어요.”
천지연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가 시험을 치렀던 장면을 떠올리 기라도 하는 것일까.
몽롱하면서도 그 안에 생기가 가득 했다.
“전 그때 당신이 국내 최고의 헌터 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꽤 비약이군요.”
“후후, 표정은 전혀 아닌 것 같은 데요.”
솔직히 놀랐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발전 가능 성을 높게 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이 여자. 보통이 아니다.’
푸른 파수꾼을 상대했던 영상.
당시의 나는 갓 무공을 익힌 초심 자였다.
그때의 싸움을 보고 내 가능성을 파악했다고?
방금 한 말이 모두 진짜라면 그 눈썰미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천지연은 한쪽 눈을 감았다가 뜨며 윙크를 했다.
“미래의 국내 최고 헌터와 친해지 고 싶다.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아 요?”
“아니. 그 말은 틀렸죠.”
나는 그 말을 부정했다.
천지연은 내 말에 살짝 놀란 듯 입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가 될 사람을 미리 알게 된 겁니다.”
나는 천지연을 마주 보면서 씩 웃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