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79)
79 화
인천으로 가는 도중.
엘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는 중, 그녀의 안색이 굳 었다.
“민철 헌터.”
“무슨 일인데 그런 표정을 지어?”
“협회에서 게이트 공동공략 제의가 들어왔어요.”
“공동공략이면, 전주 때처럼 여러 팀이 공략하는 건가.”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계획에 없는 일.
불쾌감보다도 궁금증이 치솟았다.
“협회에서 갑자기 그러는 이유가 있어?”
“협회에서 게이트의 파장을 재확인 했는데 내부 면적이 처음 책정한 것 보다 2배 이상 크다고 해요.”
“면적이 2배여도 상관은 없는데.”
“협회 규정상 게이트 규모가 중급 이상이면 최소 2개 길드가 공력에 참여하게끔 되어있어요.”
“귀찮게 되었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변수가 생긴다.
특히 게이트 안에서는 계산하지 못 한 요소 하나가 큰 위험으로 번질 수도 있다.
엘리는 난색을 띠며 고개를 숙였 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됐어. 네 잘못도 아니잖아.”
“그 대신 A급 게이트 하나를 더 할당받았어요.”
“역시 일 하나는 잘한다니깐.”
하나를 주면 하나, 아니 두 개는 받아와야 하는 법.
엘리는 손해 보는 짓을 절대로 하 지 않았다.
“게이트 책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니 기껏 준비한 브리핑 자료는 쓸모가 없게 되었네요.”
“직접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나는 느긋하게 말하고는 좌석에 몸 을 기댔다.
게이트가 열린 곳은 동인천역에서 멀지 않은 공원이었다.
협회 요원들이 이미 주위 통제를 마쳤는지, 공원 안쪽에는 민간인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를 향해 접근하자, 요원 한 명이 앞에 섰다.
“성간 연합 분들이십니까?”
” 예.”
“게이트 책정에 오차가 생겨서 죄 송합니다.”
날 보자마자 사과하는 현장 요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닌 데요.”
뒤따르던 엘리가 곧장 질문을 던졌 다.
“공동공략에 참여하는 길드가 어디 인지 알 수 있을까요?”
“금산 길드로 알고 있습니다.”
금산.
화랑과 신성에 이어 국내 3대 길 드로 불리는 곳이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엘리가 질문하기 무섭게 차량 여러 대가 공원 주차장 안으로 속속 들어
왔다.
차량 앞에는 모두 금산 길드의 마 크를 부착했다.
“벌써 왔네요.”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으니 잘됐 네.”
첫 입장 때는 두 길드가 같이 진 입해야 한다.
금산 길드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준 덕에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는 금산 길드에서 파견한 공격대 의 규모를 살■펴봤다.
‘엄청 많네.’
캠핑카.
장비를 적재한 무장 차량.
장인들을 태운 대형 버스 등, 차량 숫자는 열대를 넘어섰다.
공격대 인원만 수십 명.
게이트 바깥에서 공략을 지원하는 힐러진과 보조 인원을 포함하면 백 명을 넘는 인원이었다.
‘3대 길드가 게이트 공략을 하는 방법인가.’
저렇게 많은 인원이 게이트 하나 공략하려고 움직이다니.
비효율적이고 번거롭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때.
벗겨진 머리가 인상적인 중년 사내 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금산 길드 2공격대 대장, 오정우 요.”
“성간 연합 소속. 전민철입니다.”
“당신이 요새 소문이 자자한 신입 이구먼?”
언뜻 호탕해 보이는 목소리.
하지만 그 안쪽에는 미세한 적의가 섞여 있었다.
“소문이 자자한 신입인지는 모르겠
지만, 맞는 것 같군요.”
나는 쌀쌀하게 대꾸했다.
오정우는 내 주위를 좌우로 둘러봤 다.
“그쪽 공격대는 언제 다 도착하는
거요?”
“다 왔습니다만.”
“여기에는 댁 혼자밖에 없잖수.” 오정우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한 음색.
말끝에 살짝 묻어났던 적의가 서서
히 표출되기 시작했다.
“30명 같은 1명이죠.”
“성간 연합이라고 해서 기대했는
데. 괜히 발목만 붙잡지 않았으면
좋겠수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가는 오정
우
“엘리야. 저건 시비 거는 거 맞
지?”
“저도 그렇게 느껴요.”
“저 대머리랑 성간 연합 사이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아뇨. 처음 보는 얼굴인걸요. 개인
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난 저런 대머리 아저씨 몰라.”
풋-
엘리는 작게 웃었다.
농담하는 줄 알고 있나 본데.
진심이다.
‘누가 발목을 붙잡게 될지는 조금 이따 확인해보자고.’
상대방이 나를 미워하는 이유를 모 르겠다면.
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마땅한 도리지.
입가 한쪽이 위로 올라갔다.
나는 불길한 미소를 띠면서 대머리 아저씨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米 #: 米
[동인천역 게이트]의 내부.
게이트 안쪽으로 발을 딛는 순간, 환한 빛과 함께 주위의 풍경도 바뀌 었다.
‘여긴••••••
검게 물든 대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죽 음의 땅이다.
코끝에 아른거리는 시체 냄새.
무수한 ‘죽음’의 향이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뒤져서 땅에서 느껴지는 짙은 위화감의 정체를 알 아챘다.
‘죽음의 땅.’
온갖 생명체의 시체가 쌓여서 만들 어진 지역.
산 자를 배척하는 망자의 영역이 다.
그때.
게이트 표면이 쉴 새 없이 출렁거 렸다.
금산 길드 소속 헌터들이 [동인천 역 게이트] 안으로 입장했다.
총원 30명.
제2공격대 헌터들은 하나 같이 희 귀 등급 아이템으로 무장을 갖추었 다.
탱커, 근접 딜러, 원거리 공격수, 그리고 힐러진.
과거 전주에서 경쟁을 벌였던 화랑 길드 공격대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 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예가 아니라는 점인가.’
나는 [진실의 눈]으로 몇몇 헌터들 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협회 기준 B급.
하나 같이 잠재능력을 80% 이상 개화한 베테랑 헌터들이다.
“흥. 뭐야? 아무것도 안 보이는군.”
금산 길드 공격대 선두.
오정우가 투덜투덜하면서 앞으로 걸었다.
“더 안 가는 게 좋을걸요?”
나는 짧게 충고했다.
오정우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떠올 랐다.
“애송이 녀석. 벌써 겁을 먹은 건 가. 얘들아, 금산 길드의 저력을 보 여주자!”
오정우는 내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 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대머리는 날 상당히 의식하고 있었다.
공격대장의 뒤를 따라 전진하는 금 산 길드 공격대.
공격대 무리는 죽음의 땅에 진입했 다.
그때.
쿠르릉-
지진이라도 난 듯 딛고 있는 지면 이 마구 요동을 쳤다.
“모두 제자리를 지켜. 진동은 위협 적이지 않다!”
오정우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공격대 헌터들은 당황하는 기색 없 이 쥐고 있는 무기를 지지대 삼아 진동에 버텼다.
요동치던 땅은 빠르게 진정되었다.
‘어리석은 짓을 하는군.’
쯔쯧.
나는 혀를 찼다.
저들은 모를 것이다.
왜 이곳이 죽음의 땅인지.
조금 전에 올라온 진동은 죽음의 땅의 공포를 열어젖히는 서막에 불 과했다.
콰직!
갈라진 지면 틈 사이.
앙상하게 마른 뼈가 마구 솟구쳤 다.
수백 개나 되는 팔들은 죽음의 땅 에 발을 디딘 공격대의 바짓가랑이 를 붙잡았다.
“대장님! 발아래에서 적이 나타났
습니다!”
“언데드입니다!”
“모두 당황하지 마라. 내가 신호를 주면 뒤로 물러나서 진형을 바로잡 는다.”
오정우는 발을 세게 굴렀다.
[대진각]
충격파가 대지를 한바탕 휩쓸었다.
헌터들을 붙잡았던 뼈 팔들이 커다 란 힘에 휩쓸려서 수수깡 부러지듯 박살 났다.
“역시 대장님이야.”
“어서 재정비를 하자.”
게이트 쪽으로 후퇴하려는 공격대.
그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구어어 어……
“그겔겔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스켈레톤.
썩어 문드러진 좀비.
전후좌우.
언데드 군세가 사방에서 일어나면 서 금산 길드 공격대를 포위해버렸 다.
‘저렇게 될 줄 알았다.’
나는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봤
다.
죽음의 땅.
대규모 전쟁이 벌어진 지역을 제대 로 정화하지 않으면 이런 형태가 된 다.
검게 죽어버린 땅은 흙이 아니라 시체들을 쌓아서 만든 대지다.
‘저렇게 무방비하게 가면 사지로 뛰어드는 꼴이지.’
게이트 진입 전, 탐색에 조예가 있 는 헌터를 시켜서 조사했으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저 대머리 녀석이 나한테 무슨 억 하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의식하고 서둘러서 진입을 한 탓에 공격대 전체가 위험에 빠져버 렸다.
언데드의 숫자는 금세 수천으로 늘 어났다.
“민철 헌터. 저거 안 도와줘도 되 는 건가?”
지원 팀장 정영현의 목소리가 떨렸 다.
“내버려 둬도 돼요. 고생 좀 해야 지.”
“다른 길드라고 해도 그렇지, 저러 다가는 경을 칠 것 같네.”
“저 언데드들. 모두 하급이에요. 제 대로 대처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걸 요.”
나는 스켈레톤을 가리켰다.
D급 게이트에서나 출몰할 법한 약 해빠진 녀석들.
명색이 3대 길드의 공격대이니 쉽 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저런 잡졸들이 아니지.’
이곳은 평범한 게이트와 다른 지역 이다.
죽음의 땅.
이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라
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나는 성천조계공을 활성화했다.
감각을 날카롭게 해서 죽음의 기운 이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장소를 찾 았다.
정면을 기준으로 45도 각도.
흑색 기운이 나풀거리는 곳을 발견 했다.
나는 아공간에서 임모탈 워리어 5 구를 불러냈다.
“너희. 여기서 일행을 지켜라.”
『존명.』
“펭구야. 너한테 맡긴다.”
-멍! 나만 믿어라.
지면 전체가 언데드 소굴인 죽음의 땅.
지원팀을 대동하고 들어가기에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여긴 혼자 다니는 게 편해.’
성천조계공에 이어 성스러운 불꽃 도 몸에 휘감았다.
모든 능력치 90% 증가!
막대한 힘이 샘솟았다.
나는 땅을 박차면서 운류보를 운용 했다.
언데드 군세에게 포위당한 금산 길
드 공격대를 지나, 그 안쪽을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그어어어!”
“신선한 살. 나한테 줘라.”
하급 언데드로 된 군세가 앞을 가 로막았다.
나는 놈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대 신, 발바닥에 혼돈기를 집중시켰다 가 일제히 터트렸다.
퍼엉!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몸.
부유감이 전신을 휘감는 것도 잠시 뿐, 금세 아래로 떨어졌다.
‘어차피 잡졸. 경험치도 거의 안 주는 놈들이다.’
나는 오른발로 좀비의 머리를 밟으 면서 운류보를 재차 운용했다.
머리나 어깨.
언데드의 몸뚱이를 징검다리 삼아 서 군세 사이를 헤치고 목적지를 향 해 나아갔다.
“그겔? 산 자의 냄새가 났는데.”
“머리 위다.”
“그어어어……
언데드 군세가 머리 위로 팔을 휘 저으면서 날 잡으려 들었다.
하지만.
놈들이 나를 인식해서 팔을 뻗었을 때면 이미 지나간 뒤였다.
‘이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시간 낭 비다.’
죽음의 땅.
게이트 전체가 괴물로 이루어진 공 간이다.
하급 언데드는 사람으로 치면 비듬 이나 때 같은 물질.
아무리 털어내도 본체인 사람에게 는 해를 끼치지 못한다.
‘죽음의 땅을 유지하는 상급 언데
드를 쳐야 한다.’
나는 죽음의 기운이 강한 곳을 향 해 쉬지 않고 달려갔다.
3분 정도 전진했을 때.
쐐애액!
무언가가 먼 곳에서 날아들었다.
나는 육안으로 물체를 확인하기 전 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내 등을 스치고 지나간 물체가 지 면에 박힌 순간.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언데드 수십 마리가 폭발했다.
뼛조각과 썩은 살점이 비가 내리 듯, 내 뒤로 쏟아졌다.
-산 자여. 내 공격을 피하다니, 몸 놀림이 제법이구나.
확성기에 대고 말한 것처럼 크게 울리는 음성.
정면을 바라봤다.
목 위가 비어있는 언데드 기사.
상급 언데드, 듀라한이 유령마 위 에 올라탄 채로 날 내려다봤다.
“생각보다 금방 찾았네.”
나는 듀라한을 보면서 의미심장하 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