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96)
96 화
나는 허공을 노려봤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이겠 지만.
내 ‘눈’에는 다른 광경이 비쳤다.
상태창을 활성화시킨 때와는 조금 달랐다.
창 너머로 보이는 건 내 스탯이 아닌, 복숭아 가면을 쓴 관리자였으 니까.
‘모를 줄 알았냐?’
관리자 란드.
놈이 수작질을 벌인 건 진즉에 알 고 있었다. [관리자 란드가 당신에게 천리안을 사용했습니다.] [탑의 시스템이 당신을 관찰합니 다.] 붉은 눈동자가 번쩍이는 순간.
마력의 파동이 눈치채기 어려울 정 도로 은밀하게 일어났다.
거리가 가까운 덕에 알아챌 수 있 었다.
마력 파동을 읽어내자, 스테이터스 시스템이 곧바로 란드의 수작질을
확인해주었다.
‘플레이어 특성을 피해갈 수는 없 다.’
시스템은 내가 이상 현상을 인식하 면 자동으로 분석해주었다.
수상한 마력 파동을 놓치지만 않으 면 암습이나 독 같은 건 즉각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이제 초감각까지 깨우쳤으니 기습 은 안 통한다고 봐야지.’
[초감각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귓가에 아른거리는 메시지.
그와 동시에 사물의 색이 흑백으로 물들었다.
내 ‘기감’을 위협하는 존재.
혹은 무언가가 나타난 것이다.
‘관리자인가.’
아까는 무방비로 등을 내주었지만.
이제는 내게 [초감각]이 있었다.
곧바로 초감각을 해제하고는 기척 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바쁘신 몸께서 시간을 내주셨군.”
나는 가벼운 투로 빈정거렸다.
관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복숭아 가면 너머.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졌 다.
“탑의 규정이 어쩌고 하더니, 재밌 는 짓을 하고 있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
“천리안.”
관리자의 몸이 한차례 떨렸다.
허세를 부리려면 제대로 연기해야 지.
네 밑천은 이미 다 드러났다고.
“관리자가 도전자와 접촉, 말도 없 이 천리안을 사용했다…… 이건 규 정에 어긋나지 않나?”
『이 계층의 책임자는 접니다. 누 구도 제게 규정을 가지고 책망할 수 는 없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
입가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관리자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플레이에 특성은 생각보다 더 많 은 정보를 보여주거든.
‘허세 부리고 있는 거 다 안다.’
내가 여기서 이의를 제기하면, 탑 의 시스템이 개입해서 관리자의 개 입 여부를 판단한다.
관리자의 부정 개입이 인정되면 막 대한 페널티가 부과되고 대량의 포 인트를 지불해야 했다.
어떻게 아냐고?
모두 상태창이 알려줬다.
‘천리안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니 별걸 다 알려주네.’
탑 시스템의 규칙.
위반했을 때의 페널티.
이왕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써먹 어야 하지 않겠는가.
관리자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내 태도에서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듯했다.
『어떻게…… 저층의 도전자가 그 걸 알 수 있는 겁니까?』
“궁금하냐.”
『그렇습니다. 설마 0층의 관리자 가 그런 부분까지 알려준 건…….』
“헛소리하고 있네.”
『그럼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 까!』
“안 알려줌.”
내 특성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1 도 없었다.
중요한 건.
관리자보다 우위에 섰다는 사실이 다.
『이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불가능이고 자시고. 그래서 어떻 게 할 거야?”
『갑자기 무엇을 말입니까.』
“보상으로 나한테 뭐 해줄 수 있냐 고.”
『관리자는 도전자의 시련에 개입
해서는 안 .J
“그럼 규정대로 페널티를 받던가.”
나는 란드의 말을 끊었다.
‘어차피 이 녀석은 5층까지 담당이 잖아?’
탑의 시련과 관련된 보상이나 정보 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기껏해야 5층.
남은 층계 하나를 위해서 보상을 소모하는 건 낭비였다.
나는 천리안의 정보를 확인하는 순 간, 이미 생각해둔 보상이 한 가지 있었다.
‘흥정하는 건 이쯤이 적당하겠지.’
기가 드센 관리자.
이 정도로 기를 눌러두면 대화(?) 를 나누기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숨겨진 공간에 대한 정보. 아니면 그런 공간을 여는 열쇠면 되겠네.”
0층의 관리자.
탈모 사자 가면을 쓴 존재, 루체는 나한테 오론의 조각을 줬다.
3층의 시련에 숨겨진 장소, 오론의 보물창고로 이어지는 지도이자 열쇠 였다.
‘그런 보상은 규정 위반이 아니라
는 거잖아.’
나는 팔짱을 꼈다.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서로를 노려본 채 몇 분 정도 지 났을까.
『관리자와 척을 지면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J
“기껏 생각한 게 협박이야?”
『후우, 제 관리 구역에서 벗어난 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응. 그럼 신고.”
나는 다시 란드의 입을 합죽이로 만들어줬다.
어디서 되도 않는 협박이야.
전생에는 우주를 누비면서 천사장 들과 자웅을 겨루었던 몸이다.
관리자가 대단하다 한들 천사장이 나 차원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 녀석들은 규칙에 매여 있다.’
[진실의 눈]을 사용해도 내력을 파 악할 수 없는 강자.
하지만 탑 시스템의 구속을 받고 있어서 도전자에게 함부로 손을 대 지 못했다.
‘우회하는 방법 하나쯤은 있겠지.’
눈앞의 관리자와 척을 지면 탑을
오르는 데 방해를 받을지 모른다.
상관없다.
먼저 선을 넘은 건 관리자였다.
‘날 건든 대가는 물질로 치러야겠 어.’
칼자루는 나한테 있었다.
오래 고민하던 란드는 결국 어깨를 축 내렸다.
『알겠습니다.』
턱시도 주머니가 열렸다.
주머니 틈 사이, 알 수 없는 문자 가 빼곡하게 적힌 양피지가 튀어나 왔다.
나는 양피지를 바로 낚아챘다.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흐흐. 소소하게 복수하는 건 아니 지?”
『탑의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입니 다.』
하긴.
0층 관리자도 오론의 조각을 어떻 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안 알려줬다.
란드의 날 선 목소리가 한결 풀어 졌다.
‘규칙 운운하는 건 자기가 좋을 때
만 꺼내는군.’
양피지의 용도를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 다.
피식.
실소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피안스의 고문세
등급 : 전설 [L]
종류 : 잡화
내구도 : 25/50
《시련의 탑》 9층에는 옛 신을 섬겼던 오래된 신전이 있습니다.
신전에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려면 고문서에 기록된 암호문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그 암호 집이라는 말이잖아.’
9층 시련.
갈 길이 멀었기에 일단 정보를 머 릿속에 집어넣었다.
관리자야.
이걸 나한테 넘겨준 걸 나중에 엄
청 후회하게 될 거다.
“약속은 약속이지. 거래는 끝났어.”
『당신 같은 도전자에게 한 방 먹 을 줄은 몰랐군요.』
“덜 아픈가 봐?”
『아닙니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 다 보면 제가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서 말이죠.』
눈치가 둔한 줄 알았는데.
마냥 없지는 않았네.
더 벗겨 먹을 게 있을까 찔러봤지 만 더 이상 도발에 넘어오지 않았 다.
[시련의 탑 – 4층]
[고난의 통로를 무사히 통과했습니
다.]
*소모 시간 : 05:19:32
[보상으로 10,000pt가 주어집니다.]
2층과 3층 보상에 비하면 별 볼
일 없게 느껴졌다.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초감각을 얻은 게 가장 큰 보상이
다.’
4층의 함정은 도전자의 집중력을 극도로 끌어냈다.
시련을 치르던 도중, [육감]을 넘 어선 [초감각] 특성을 획득했다.
더 바랄 것은 없었다.
나는 란드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가면을 노려봤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부디 저도 그러기를 빕니다.』
관리자가 내 말에 몸서리를 쳤다.
나는 웜홀 너머, 5층을 향해 나아 갔다.
* * *
공간 이동이 끝나자 바로 눈을 떴 다.
‘잠깐. 내가 탑 밖으로 나간다고 했던가.’
시련을 통과하면 다음 층으로 넘어 갈지, 원래의 세계로 복귀할지를 선 택할 수 있다.
혹시 현실로 복귀한다고 말을 했던 건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었다.
‘저기에 탑이 있잖아?’
시련의 탑.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자주 봤던 풍경이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여긴 지구가 아니다.’
혼란한 마음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대기에 충만한 마나.
마나 밀집도가 지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내 기억하고 다른 모습이 다.’
지구로 치면 중세의 건축 양식과 흡사한 빌딩들이 주위를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시련의 탑 – 5층]
[공중정원]
탑은 5층 단위마다 대단위 거주지 역인 공중정원으로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시련이 진행되지 않으 며, 여러 도전자들이 머무르며 삶을 영유하는 장소다.
휴식을 취하거나 정보를 모으고 다 른 도전자들과 협력하여 다음 층에 도전할 수 있다.
‘시련을 바로 진행하는 게 아니었 어?’
탑 5층, 공중정원.
여태 봤던 탑의 시련과는 다른 내 용이었다.
“신입이 왔다고?”
“이번에는 제발 헛발질을 하지 않 았으면 좋겠어.”
“소문의 신입을 섭외하는 건 우리
몫이다.”
공터 주위.
여러 종으로 구성된 도전자들이 하 나둘 내 옆으로 몰려들었다.
크고 작은 목소리가 섞이면서 주위 가 소란스러워졌다.
얼추 수십 명은 되어 보인다.
도전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검은색 안경을 썼다.
‘뭐야. 안경을 쓰는 게 이 동네 유 행인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안경에서 묘한 마력 파장이 뻗어져
나왔다.
관리자 란드의 천리안과 흡사한 느 낌.
급수는 훨씬 떨어졌지만, 천리안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스킬이라는 것 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전자 지레스가 당신에게 스카우 터를 사용합니다.]
[도전자 푸르가…….]
메시지 여러 개가 동시에 울렸다.
마법의 기운이 육신을 노골적으로
살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들. 뭐 하자는 거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상대방의 정보 를 얻는 건 무례한 짓이다.
판데모니엄이나 엘리시움에서는 탐 색 스킬을 사용하려면 상대방의 동 의를 반드시 얻어야 했다.
아니면 적대 관계에 있거나.
‘이걸 확 엎어버려?’
성천조계공을 운용하면 마법의 기 운을 얼마든지 떨쳐낼 수 있다.
마음에 안 들었다.
잠깐이지만 이 상황을 엎어버릴까 싶기도 했다.
‘아니.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갓 5층에 진입했다.
무수한 도전자들.
싸워서 이기는 건 걱정이 안 되지 만, 바로 무력 충돌을 벌이기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나는 마법에 반응해서 꿈틀거리는 혼돈기를 진정시켰다.
심상 세계 속 성운들의 기운은 최 대한 은닉해서 힘을 감췄다.
‘무 대륙에서는 실력의 3할을 감추
라고 하지.’
내 신체 능력은 높지 않다.
능력치 대부분은 협회 기준으로 보 면 B에 머물렀다.
혼돈력 수치만 S+.
기운을 잘 갈무리하면 탐색 스킬을 사용해도 속여 넘길 수 있었다.
불쾌한 기운이 한바탕 몸을 훑고 지나간 뒤.
“에이. 이번 신입도 꽝이잖아.”
“저 능력치로 어떻게 여기까지 올 라온 건지 모르겠군.”
“운이 좋았나 보지.”
“도대체 화제의 신입은 언제쯤 5층 으로 올라오려나?”
도전자들은 실망한 기색을 띠었다.
그때.
“전민철 헌터 아니십니까?”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인파 사이에 서 튀어나왔다.
나는 그 음성이 향하는 곳을 쳐다 봤다.
검은 머리와 갈색 눈동자, 그리고 황색 피부.
지구, 그것도 동양인의 외형이다.
30대쯤 되었을까.
말끔한 외모의 사내가 인파를 헤치 면서 다가왔다.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이잖아.’
사내의 외모는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정성희.
헌터 인준 시험 때 대련을 벌였던 상대였다.
“당신. 탑에 오르고 있는 줄은 몰 랐군.”
“저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협회 요원. 정성희 씨 아니던가.”
“절 잊지 않아 주시다니 가문의 영
광이네요.”
“영광은 무슨. 과장이 심하네.”
투덜거렸지만, 내심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잘 됐군. 5층에 대해 좀 물어봐야 겠어.’
나는 곧장 질문을 꺼냈다.
“방금 녀석들. 마법으로 날 탐색하 던데 관례인 건가?”
“처음 5층에 올라온 도전자의 능력 치를 가늠하고 동료로 포섭하려는 겁니다.”
“모두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데.”
“예. 스카우터라는 물건인데 1만pt 입니다. 탑의 아이템들은 신기한 게 많더군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5층에 막 진입한 상황만 아니었다 면, 스카우터를 쓴 녀석들과 일전을 불사했을지도 모른다.
언짢은 기색을 느꼈는지, 정성희가 바로 뒷말을 붙였다.
“조금 과열되기는 했죠. 탑에 이변 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이변?”
“예. 무시무시한 신입이 출현해서
다들 난리도 아닙니다.”
아. 그렇구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신입의 특징이 뭔데?”
“튜토리얼 시련에서 칠황의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합니다.”
익숙한 기시감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애써 표 정을 관리했다.
“……그거 말고 다른 이야기는 없
나.”
“2층, 심연의 바다에서 단기간에 보석 모두 모았다고 하더군요.”
그거…… 지금 내 이야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