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lord's Martial arts ascension RAW novel - chapter (97)
97 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한 게 하 나 떠올랐다.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저쪽에 보면 탑같이 생긴 거 보이 시죠? 저기 가면 랭킹과 업적을 확 인할 수 있습니다.”
“5층은 처음이라서 잘 몰라.”
“제가 안내라도 해드릴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나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 고 있다.’
0층의 랭킹을 갈아버리고 2층 시 련을 모두 통과한 기라성같은 신예.
최소 수십 명이 공터 주위를 배회 하며 목표를 기다리고 있다.
소란에 휘말리는 건 사양하고 싶 다.
“근처에 괜찮은 찻집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시죠.”
예스
완전 마음에 드는 대답이다.
이러면 장소를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 았다.
“좋아. 어서 가자.”
정성희의 안내를 받아 찻집으로 이 동했다.
[바람의 잎사귀]
커다란 고목.
정령을 이용해서 위로 올라가니, 작은 건물 하나가 굵은 나뭇가지 위 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엘프가 운영하는 찻집이다.
“어서 오세요.”
찻집 주인은 초록색 머리카락과 기 다란 귀가 인상적인 엘프였다.
메뉴판에는 엘프의 고향에서만 나 는 여러 나무의 잎사귀를 우려낸 차 가 가득했다.
[에리사 차 – 2pt]
[힘믈 차 – 3pt]
눈에 띄는 건 차에 매겨진 화폐단 위였다.
나는 곧장 정성희에게 질문했다.
“여긴 돈이 없나?”
“탑 안에서는 포인트가 화폐입니 다.”
호오.
포인트의 새로운 용도를 배웠다.
이제까지는 공기 팩을 사거나 포탑 을 설치하는 등, 시련을 치르는 동 안 도움이 되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
만 쓸 수 있었다.
공중정원에서는 포인트 자체가 화 폐였다.
‘이따 포인트의 가치를 알아봐야겠 다.’
내가 가진 포인트는 약 180만.
화폐의 가치를 알아야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주문을 마치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 너머, [공중정원]의 일부가 내려다보였다.
“신기하게 생긴 건물들이 많죠?”
“그러게. 다른 차원에 온 기분이 야.”
불칸 종족의 제단.
엘프의 고목.
엘리시움의 사원.
그 외에도 여러 차원의 건축양식들 로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들어서 있 었다.
나는 풍경을 흘겨보면서 차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청량한 맛이 혀를 감돌면서 정신도 맑아졌다.
엘프 차의 효능이다.
정성희가 돌연 입을 뗐다.
“0층의 시련은 어떻게 통과하신 겁 니까?”
푸흡!
나는 망나니처럼 입에 머금었던 차 를 분사했다.
책상이 요란하게 뿜어낸 차에 흠뻑 젖었다.
“쿨럭. 쿨럭. 무슨 소리를 하는 건 지.”
“그렇게 놀라실 일은…… 누구나 통과하는 시험인데요.”
정성희는 능글맞은 투로 대꾸했다.
이 녀석.
일부러 날 떠본 거였냐.
‘보기 좋게 당했군.’
입가에 쓴웃음이 감돌았다.
갑자기 던진 질문에는 한 가지 큰 구멍이 있었다.
시험을 통과하는 것.
0층의 시련은 괴물에게 패배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종료된다.
저기서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건, 내가 ‘무시무시한 신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되었다.
‘너무 긴장하고 있었어.’
5층의 정보 부족.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두 요소가 겹치면서 정성희의 의도 에 보기 좋게 넘어갔다.
‘나답지 않은 실수였다.’
허허.
허탈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몸의 긴장을 풀고 허리를 뒤 로 젖혔다.
원목 재질 의자의 투박한 감촉.
등으로 전해지는 딱딱한 느낌에 다 소 놀랐던 가슴이 가라앉았다.
“언제부터 눈치챈 건가.”
“0층 랭킹 1위, 전민철이 동명이인 이라고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군.”
“짐작은요. 반응을 보니 정말로 0 층 기록을 경신하신 게 맞나보네 요.”
먹던 차를 내뿜는 과민 반응에 확 신한 듯했다.
쳇.
놀라지만 않았어도 떠보기에 당하 지 않았을 것이다.
보기 좋게 넘어가 버렸다.
‘이제 와서 부정하기는 틀렸고.’
나는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하지만.
날 놀린 값은 받아내야지.
“안내 제대로 안 해주면 그땐 가만 히 안 두겠다.”
“물론이죠. 그럼 공중정원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정성희는 수정구를 품속에서 꺼냈 다.
수정구의 크기는 야구공 정도였고, 표면이 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들거 렸다.
“이건 뭐지?”
“지도입니다. 거기 버튼을 한번 눌 러 보시죠.”
나는 시키는 대로 손가락을 수정구 한쪽에 파인 버튼에 갖다 대었다.
우웅!
구슬이 한 번 떨리더니 은은한 빛 을 내면서 홀로그램을 띄웠다.
도시 내부의 구조물들이 홀로그램 에 표시되어 있다.
붉은 점이 홀로그램 가운데에서 껌 뻑 인다.
“도시가 꽤 넓은 것 같은데.”
“예. 공중정원은 상주인구가 10만 이 넘어가는 곳입니다.”
10만.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 사람들은 탑을 더 오르지 않는 건가?’
10만이나 되는 사람들은 왜 탑을 더 오르지 않고 5층에 머무르고 있 는 걸까.
2층의 시련에서는 [심해]라고 불리 는 도시가 있었다.
시련을 치러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닷속 작은 세상에 안주 해버린 이들.
“꽤 많은 숫자인데, 모두 탑을 오 르는 걸 포기한 건가?”
“후후. 설명해드릴 게 많군요. 결론 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이번에는 투박하게 생긴 돌을 꺼냈 다.
“귀환석입니다. 탑에서 시련을 받 던 중, 도저히 공략을 못 할 것 같 으면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 다.”
” 호오.”
“가격은 1만 포인트. 굉장히 비싸
지만,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싼 편 이죠.”
귀환석이 아니더라도, 탑의 시련을 통과했을 때 5층으로 돌아오는 선택 지도 추가된다고 한다.
“원래 세계로 안 돌아가고 탑에 머 무는 자들도 꽤 있겠어.”
“그러니까 상주인구가 10만이나 되는 것이죠.”
공중정원에 들어서니, 이전까지 겪 었던 탑의 시련이 모두 튜토리얼처 럼 느껴졌다.
“공중정원은 네 개의 구획으로 나 누어져 있습니다.”
도시는 탑을 중심으로 마름모 형태 로 펼쳐졌다.
동쪽은 주택가.
탑에 머무는 도전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서쪽은 대장간.
탑에서 얻은 보상이나 부산물을 가 공하는 지역이다.
남쪽은 상회.
포인트를 가지고 탑 공략 관련 아 이템이나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북쪽은 커뮤니티.
수많은 커뮤니티가 난립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커뮤니티라는 건 뭐지?”
“도전자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입니 다.”
“지구로 치면 길드 같은 건가.”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탑의 칠황.
도전자 중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일곱 황제가 세운 7대 커뮤니티가 가장 강성한 세력을 보유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커뮤니티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아까 시작의 공터 근처에 있던 자
들, 기억하십니까?”
“시작의 공터?”
“민철 헌터가 5층에 막 올라왔던 곳입니다.”
아.
그곳을 시작의 공터라고 부르는 모 양이다.s
“5층으로 올라온 도전자는 모두 그 쪽으로 소환되는 건가.”
“예. 그래서 시작의 공터라고 부르 더군요.”
“그럼 그 녀석들도 모두 커뮤니티 에 소속되어 있나 보군.”
“맞습니다. 신입이 오면 커뮤니티 에 섭외하려고 대기 중인 친구들입 니다.”
나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시작의 공터.
헌터 시험이나 헌터 등록 센터에서 상주하던 길드 관계자들이 떠올랐 다.
잠깐.
‘이 아저씨가 거기에 있었다는 건……
나는 정성희의 두 눈을 직시했다.
“그럼 당신도 커뮤니티에 들었다는
말이잖아.”
“저는 협회 소속 도전자들이 세운 커뮤니티에 들어가 있습니다.”
“당신도 나를 섭외할 목적으로 기 다렸던 거 아닌가?”
“아뇨. 협회 출신 동료가 오면 커 뮤니티에 데려오는 게 막내의 역할 이라,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얄궂은 우연이군.”
나는 쓰게 웃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 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땐 랭킹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
었는데.’
레기온을 쓰러트리는 순간.
0층의 시련을 통과하고 랭킹에서 1위를 달성했다.
나는 이후에 그 사실을 까맣게 잊 어 버렸다.
‘조회가 가능할 줄은 몰랐다.’
도전자들의 관심을 받는 건 귀찮았 다.
다른 도전자들이 탑을 오르던 중에 나를 견제하는 건 두렵지 않다.
하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싫었다.
“걱정 마십쇼. 저는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이 사람.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나.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비밀을 보장하는 대신 커뮤니티에 들어와라, 그런 제안 같은 건 없나.”
“그런 비겁한 짓은 안 합니다.”
“그럼 왜 나한테 이렇게 호의를 베 푸는 거지?”
제가 탑에 오를 결심을 하게 만든
계기를 주었으니까요.”
얼레.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나는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정성희 를 바라봤다.
정성희는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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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성희에게 여러 정보를 들었 다.
‘공중정원은 단순하게 한 층계가 아니야.’
하나의 작은 사회.
도전자들은 공중정원에 머무르면서 더 높은 시련에 도전한다.
시련을 통과하려면 여러 장비와 아 이템이 필요했다.
희소성이 높은 물건은 원하는 사람 도 많은 법.
그런 아이템들은 자연스럽게 강한 힘을 가진 커뮤니티에게 집중되었 다.
‘칠황과 그들이 이끄는 커뮤니티,
라고 했던가.’
탑의 칠황.
각 층계에서 고 랭크를 달성한 이 들이자, 현재 도전자들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존재들이다.
칠황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하 나.
자신이 탑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 다.
‘지금은 서로 경쟁을 하느라 상위 층 공략이 지지부진하다고 했지.’
탑의 시련.
그리고 상대 커뮤니티의 견제.
최상위 커뮤니티들은 양쪽 모두를 신경 써야 했다.
이런 갈등은 탑이 생겨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억겁에 이르는 시간 동안 반복되었다.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지.’
커뮤니티에는 들 생각이 전혀 없었 다.
혼자 탑의 시련에 도전하는 편이 훨씬 편했다.
“하여간, 민철 헌터는 대단하군요.”
“갑자기 왠 금칠이야?”
“5층까지 도전자들은 평균 능력치
가 A입니다.”
“뭐, 그게 대순가.”
“민철 헌터를 스카우터로 살펴보니 모든 능력치가 B나 B十던데요.”
오호.
혼돈기를 숨겼더니, 혼돈력 수치가 스카우터에 잡히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나머지 능력치는 그렇게 높 은 편이 아니지.
‘성스러운 화염과 성천조계공이 없 었다면 꽤 고생했을 거다.’
혼돈기와 권능의 중첩 버프 효과.
신체 능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버프는 전 우주를 뒤져봐도 없었다.
‘둘을 중복으로 사용하면 순수 스 탯은 S급에 육박하지.’
근력 500대.
민첩은 400대에 육박한다.
두 버프를 동시에 발동하면 눈앞에 있는 A급 헌터, 정성희 정도는 순 식간에 제압할 수 있다.
헌터 인준 시험 때는 꽤 애먹었는 데.
몇 개월 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 었다.
정성희한테 정보를 듣다 보니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아차. 저도 커뮤니티로 돌아가야 겠군요.”
“이야기 잘 들었다.”
“뭘요. 제가 탑에 오르게 된 것도 민철 헌터 때문인데, 이 정도는 아 무것도 아닙니다.”
응?
이 아저씨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하 는 건지 모르겠다.
‘두 번 만난 게 전부 아니었나?’
게이트 브레이크 때.
그리고 헌터 인준 시험 때.
너무나도 얇은 관계다.
‘그래. 짧은 만남도 인연이라면 인 연이겠지.’
나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 뵌 것도 인연이니 드리겠습 니다.”
녀석은 떠나기 전, 지도 기능이 있 는 구슬도 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성희의 호의.
준다고 하는데 안 받는 건 또 예 의가 아니지 않은가.
말이 바뀔까 염려해서 지도 구슬을
바로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정성희를 떠나보낸 뒤, 나도 곧이 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도 대장장이들이 있다고 했 지?’
서쪽.
대장간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탑은 여러 차원의 실력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다.
그렇다면.
과거 2층에서 얻은 [요르문간드 망 토]의 각인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 력자도 있지 않을까.
나는 기대를 품으며 도시 서쪽을 향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