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1
사내는 그 시체를 앞에 두고 다시 공손히 부복했다.
장막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장막 안에 있는 사람의 다리가 드러났다. 장막 안에 있는 그림자의 손이 슬쩍 올라가자, 서른 구의 시체가 공중에 둥실 떠올랐다.
스으윽.
어느새 시체들이 모두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는 그 광경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체는 사내도 이미 살펴보았다.
하지만 사내는 그 시체를 아무리 봐도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시체가 있던 주변에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으니 더더욱 알아내기 어려웠다.
“호오, 이거 놀랍군.”
사내의 눈이 살짝 커졌다. 지금까지 그가 놀랍다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 속에 있었고, 모두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다.
“단 한 수에 경천단을 전멸시키다니. 게다가 세상에 알려진 무공이 아니야.”
장막 안에서 흘러나온 말에 사내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경천단이 어떤 자들인가. 무림맹을 상대하기 위해 장막 안의 인물이 직접 키운 자들이다.
경천단이 비록 그 수는 적지만, 그들의 힘이라면 무림맹 현무단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쓸어버릴 수 있었다. 이번에 경천단을 움직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헌데 그런 경천단이 고작 한 사람에게 당했다는 말이 아닌가. 그것도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설사 무림맹주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생각보다 능력이 뛰어난 모양이구나. 상당히 재미있게 되었어. 과연 천기자야. 이런 놈들이 일백 명이나 있단 말이지.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사내는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과연 자신이 주인으로 모실만 했다. 그의 능력은 도저히 끝을 알 수 없었다.
“자아, 그래도 조심은 해야지. 먼저 적을 알아야 하니까. 무영(無影).”
“옛! 하명하십시오!”
무영이란 말에 사내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대답했다. 사내는 열기가 가득한 눈으로 장막 안에서 흘러나올 명을 기다렸다.
“그놈들을 찾아라. 형산 주변을 샅샅이 뒤져라. 그리고 무림맹과 함께 움직였던 놈들도 모조리 조사해라. 조서당(鳥鼠黨)과 함께 움직여라.”
“존명!”
무영이 자신 있게 대답하며 고개를 깊이 파묻었다.
조서당은 밤과 낮의 모든 정보를 지배한다. 무영이 생각하기에 현재 자신의 주인이 가장 큰 힘이 바로 조서당이었다.
무영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희미한 잔영만 남기고 사라졌다. 일단 명이 떨어진 이상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무영이 사라지자 장막 안에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큭큭큭큭. 천기자가 발버둥을 쳤군. 과연 그 발버둥이 혈마자를 얼마나 상대할 수 있을지 한 번 기대해 보지. 큭큭큭큭.”
음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장막 뒤에 있던 그림자가 어둠에 녹아들었다.
“오늘은 검집을 찾으러 가야겠군.”
형표의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표와 단형우는 삼 일 동안 집에서 한 발도 나오지 않았다.
단형우는 그동안 형표에게서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형표가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적은 양이 아니었다.
사흘 동안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는데도 아직 배울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말로 배운다고 모두 자신의 것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단형우에게는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단형우의 몸과 마음에 있던 껍데기 하나가 벗겨져 나갔다. 두 사람은 집을 나서서 대장간으로 향했다. 대장간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형표와 단형우가 대장간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대장장이가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평범해 보이는 검집이 들려 있었다.
“기다렸습니다.”
대장장이가 조심스럽게 검집을 내밀었다. 단형우는 그것을 받아들고 잠시 살피다가 허리춤에 있던 검을 빼 담숨에 검집을 집어넣었다.
일체의 소음도 없이 검이 검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장장이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아주 조심해서 신중하게 쓰신다면 일 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대장장이의 말에 형표의 눈이 커졌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대장장이는 송구스런 표정을 지으며 연방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제 실력이 그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찾는다면 조금 낫겠지만……”
대장장이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 형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데 어쩌겠는가.
“날이 전혀 닿지 않았다.”
단형우가 가만히 있다가 한 마디를 꺼냈다. 그것은 꽤 놀라운 말이었지만 대장장이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날이 닿고 안 닿고는 상관없습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가 너무 지나칩니다. 닿지 않아도 조금씩 상할 겁니다.”
형표는 놀란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형표는 서둘러 대장장이에게 돈을 쥐어준 후, 단형우를 쫓아갔다. 단형우의 뒤를 쫓는 형표의 눈빛이 허리춤에 있는 검으로 쏟아져 내렸다.
“벌써 조가장이로군.”
팽철영이 기분 좋게 웃었다. 옆에는 남궁진이 비슷한 표정을 짓고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라버니, 어서 들어가요. 전 빨리 쉬고 싶어요.”
팽철영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뒤에는 짜증을 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여동생이었다.
팽미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여자답지 않게 가문의 도법을 상당 수준까지 익혔다. 그 재능은 대단히 뛰어났지만 성격이 조금 편협하고 제멋대로인 것이 흠이었다.
팽철영은 슬쩍 고개를 돌려 못마땅한 눈으로 팽미령을 쳐다본 후, 문으로 다가갔다. 문 앞에는 조가장의 정문을 지키는 무사 셋이 서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조가장 무사들은 정중했다. 팽철영은 속으로 과연 조가장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팽가나 남궁세가에 비하면 많이 모자랐지만 무사들의 기게가 꽤 대단했다.
“무림맹에서 왔소.”
팽철영의 한 마디에 조가장 무사들이 급히 포권을 취하여 예를 차린 후, 정문을 열었다.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 사람이 정문 앞으로 들어섰다.
팽철영과 팽미령이 무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남궁진이 그 뒤를 따르자 다시 문이 닫혔다. 남은 두 무사는 형형한 눈빛을 뿜어내며 다시 정면을 보고 섰다.
안으로 들어간 세 남녀는 내심 놀랐다. 조가장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기세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조가장에는 수많은 무사들이 있었고, 그들의 실력은 밖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저 표국의 무사를 훈련시키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이건 훨씬 대단하군. 그렇지 않은가?”
팽철영의 나직한 말에 남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오대세가가 육대세가로 바뀔 것 같군.”
남궁진의 말에 팽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육대세가가 되더라도 기존의 오대세가와는 많은 차이가 나겠지만 지금 보이는 위세만 놓고 보면 충분했다.
세 사람은 어느새 가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가주님, 무림맹 승룡단 분들이 오셨습니다.”
무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집무실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드십시오.”
무사의 정중한 말에 세 남녀가 서로를 한 번 쳐다본 후 집무실로 들어갔다. 세 사람이 들어가자 문이 닫혔고, 무사는 다시 정문으로 돌아갔다.
“어서들 오시게. 그래, 맹주님은 잘 계시는가?
조일현의 말에 팽철영이 앞으로 나서서 빙긋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팽철영이라고 합니다.”
“자네가 바로 승룡단의 쌍룡(雙龍) 중 하나라는 도룡(刀龍)이로군. 그럼 자네가 검룡(劍龍)인가?”
조일현이 남궁진을 보며 말을 마무리하자 남궁진이 공손하게 포권을 취했다.
“남궁진입니다.”
조일현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팽미령을 쳐다봤다.
“팽미령이예요.”
조일현은 팽미령을 보며 살짝 눈을 빛냈다. 팽미령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게다가 팽가라면 하북의 최고 무가(武家) 아닌가. 조인과 좋은 짝이 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래, 잘들 왔네. 오늘은 피곤할 테니 일단 푹 쉬도록 하게.”
조일현의 말에 세 사람이 다시 한 번 공손하게 포권을 취했다. 어느새 문이 열리고 무사 하나가 들어와 세 사람을 숙소로 안내했다.
조일현은 집무실에서 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매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가장으로서는 전혀 나쁠 것이 없었다.
팽철영은 자신의 숙소로 배정된 방을 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꽤 신경을 써 준 티가 났다.
그들의 임무는 은밀한 감시였다. 그리고 조가장과 친분을 다지는 것이었다.
무림맹으로서는 조가장 같은 무림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무림맹에 적을 둔 무림세가는 팽가와 남궁세가, 그리고 제갈세가가 전부였다.
비록 오대세가에 속하지는 않지만 만일 조가장이 무림맹에 입맹(入盟)한다면 무림맹은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무림맹의 영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팽철영은 자신의 임무를 다시 한 번 상기했다. 그리고 조설연을 떠올렸다.
“오라버니,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팽철영은 갑자기 끼어드는 팽미령 때문에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지웠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얼굴인데요? 남궁 오라버니도 그렇고.”
팽철영과 남궁진은 헛기침을 하며 팽미령을 외면했다.
“흠흠, 우선 안에 들어가는 게 좋을 듯하군.”
팽철영이 급히 안으로 들어가자 남궁진이 그 뒤를 따랐다. 팽미령은 그런 두 사람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며 천천히 뒤를 따랐다.
“응?”
팽미령은 막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팽미령의 눈이 머무는 곳에는 준미한 사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내 옆에 예쁜 소녀가 있었다.
스스로의 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팽미령도 은근히 질투심이 일 정도로 예쁜 소녀였다.
두 사람도 팽미령을 발견했는지 눈에 이채를 띠고 다가왔다.
“혹시 무림맹에서 나오신 분이십니까?”
사내의 말에 팽미령이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팽미령이에요.”
“아, 저는 조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동생인 설연입니다.”
팽미령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팽철영과 남궁진의 속셈을 알아챘다. 그녀도 이번 무림맹이 형산으로 갈 때 조가장 사람들을 대동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흐응, 그러니까 쟤가 마음에 들었다 이거지.’
팽미령이 잠시 조설연을 쳐다봤다.
조설연은 그런 팽미령의 눈길이 부담되는 듯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팽미령은 다시 고개를 돌려 조인을 쳐다봤다. 상당한 사내였다. 내심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가장에 따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안에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지 않겠어요?”
팽미령의 말에 조인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다. 그 역시 부친으로부터 무림맹 사람들과 친분을 다져 놓으라는 당부를 들은 후였으니까.
팽미령의 방으로 조인과 조설연이 들어가자 팽철영과 남궁진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그들도 방에 있으면서 팽미령과 조인이 나누는 얘기를 모두 들은 것이다.
어색한 사이니 분위기가 서먹서먹할 수도 있었지만 각자 흑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점점 분위기가 좋아졌다. 다만 조설연만이 부담스런 표정으로 끝까지 적응을 못했다.
조설연은 벌써 며칠째 단형우를 보지 못해 마음이 온통 단형우로 꽉 차 있었다.
그런 조설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 의미 없는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기간 없다! 서둘러!”
“흔들리지 않게 잘 쌓아!”
하남표국이 소란스러운 아침을 맞이했다. 표행을 나가는 날은 언제나 이렇게 시끌벅적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준비는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에야 마무리된다.
표사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그제야 쟁자수들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형표는 다른 표사들과 함께 밥을 먹지 않고 쟁자수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단형우를 지켜봤다.
단형우는 다른 쟁자수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일했다. 예전에 쟁자수들에게 보여줬던 것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단했다.
허리에 검을 찬 상태로 가볍게 짐을 들어 날랐다. 쟁자수들이 낑낑대며 나름 정도로 무거운 짐이었지만 단형우는 그저 가볍게 한 손으로 살짝 들어올렸다. 그 경이로운 힘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춰 일했지만 그래도 단형우 덕분에 일이 상당히 일찍 끝났다.
쟁자수들은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어쨌든 표사들이 오기 전까지는 자리를 지켜야 했다. 아니, 표물을 지켜야 했다.
이내 표사들이 몰려왔고, 쟁자수들은 식사를 하러갈 수 있었다. 단형우 역시 다른 쟁자수들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표국의 전반적인 일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형표의 가름침도 좋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단형우도 뛰어났다.
단형우는 오늘 먹을 음식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며 슬쩍 입가를 움직였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미소였다.
식당에 도착한 단형우는 어색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 지옥에서 나온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앉은 것이 편치 않았다.
단형우를 마주보는 자리에 형표가 앉았다. 그러자 식당의 일꾼이 단형우와 형표의 식사를 가져왔다.
단형우는 눈앞에 놓인 음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루 중 이 시간이 가장 좋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칼을 써도 제대로 찌르거나 자를 수 없을 정도로 질긴 마물의 고기만을 날로 씹어 삼켜왔다. 그러니 이렇게 부드러운 음식에 매료되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맛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해 맛을 느끼는 감각이 거의 퇴화되어 버렸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미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단형우에게는 그것이 더없이 소중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네처럼 무슨 의식을 치르는 밥을 먹는 사람은 처음 보네.”
형표의 말에도 단형우는 여전히 맛을 음미하며 음식을 먹는 데에 열중했다. 형표는 그런 단형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식사를 할 때는 정말로 대화도 나눌 수가 없었다. 만일 누군가 이 식사를 방해한다면 그때 벌어질 상황은 정말로 끔찍할 것이다.
이내 식사가 모두 끝났다.
단형우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불편하게 앉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출발해야 하네. 자넨 쟁자수이니 그에 맞게 행동하게. 자넨 아직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형표의 진지한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표의 말과 행동에서는 언제나 진심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표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형표는 첫 표행을 나서는 단형우가 불안해 보여 계속해서 잔소리를 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잔소리겠지만 단형우에게는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평범하고 평화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이번 표행의 목적지는 사천일세. 상당히 먼 거리가 될테니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 그리고 길도 험하다네. 하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특히 자네한테는.”
형표는 그 말을 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출발!”
이번 표행을 이끄는 표두 마육이 소리치자, 표물을 실은 마차가 덜그럭거리며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