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10
모용후와 모용설은 힘을 합해 세가에 드리운 공포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애썼다.
“일단 부서진 전각을 다시 지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그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연무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나을 거예요.”
모용설의 제안에 모용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대부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모용설의 말을 귀담아 들은 후, 그대로 시행하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렇게 하마.”
모용후는 그렇게 대답한 후,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이대로는 너무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구나. 그 대장장이라도 죽여야겠다. 다들 심양을 떠난 모양이니 별로 어려울 것은 없으니 당장이라도 잡아들이는 게 좋겠다.”
모용후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분노가 담겨 있따가 말이 끝나갈 무렵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같은 화가 피어올랐다.
모용설은 그런 모용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지 마세요.”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그런 일을 당했는데!”
“그 대장장이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어오. 그저 강한 자를 알고 있었던 것뿐이죠.”
“어쨌든 그가 없었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난 그를 벌할 자격이 있어.”
모용설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를 건드리면 세가가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설마 모용세가의 맥을 끊어 버리실 생각은 아니시죠?”
모용설의 말에 모용후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한 느낌이었다.
“그게…… 그게 무슨 말이냐? 맥을 끊는다니.”
“그 대장장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모용후는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 그렇구나. 내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지금 우리는 그 대장장이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모용설은 모용후의 놀란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곳이 어디겠어요?”
그제야 모용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것은 큰 문제다. 자칫 소문이 제대로 나면 철막심을 노리는 자들까지 나타날 것이다. 모용세가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은 분명히 그 사실을 이용할 것이다.
“그놈들 정체라도 알아야 나중에라도 복수를 할 텐데……”
모용후는 여전히 복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전표를 던지던 여인 기억나죠?”
모용설의 물음에 모용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영환은 전표를 받아들고는 그녀가 우문세가의 소저라고 했다.
“설마 그들이 우문세가 사람들이란 말이냐?”
모용설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하남표국이에요.”
“하남표국?”
모용후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일개 표국이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적어도 오대세가 이상의 단체임이 분명했다.
“하남표국은 우문세가와 사천당가의 비호를 받고 있어요. 그리고 검왕과 검마가 그곳에 있지요. 그날 두 사람도 있었어요. 나설 기회조차 없었겠지만.”
모용설은 그렇게 설명하며 당시 전면에 나서서 힘을 과시하던 단형우를 떠올렸다. 정말로 몸소리칠 정도로 강한 자였다.
세가가 아무리 힘을 키워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십대고수인 청룡검 모용천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죽이지 않았던가.
결국 모용설은 고개를 저었다. 복수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그저 모용세가를 제대로 간수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어찌되었건 이것은 모두 모용세가가 저지른 일에 대한 업보다.
모용설은 철막심이 어떻게 모용세가의 대장장이가 되었는지 꽤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그건 모용세가의 잘못이었다. 물론 그 잘못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이번 겪은 일이 너무 크긴 했지만.
모용설의 말을 들은 모용후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져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복수심보다 훨씬 더 깊은 절망감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모용설은 한숨을 내쉬며 모용후를 다독였다.
“오라버니, 지금은 그렇게 있으신 때가 아니에요. 설마 오대세가의 회합을 잊고 계신 건 아니시죠?”
오대세가의 회합이라는 말에 모용후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잡생각이 깨끗이 사라졌다. 오대세가의 회합을 이번에 모용세가에서 하기로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쌍수를 들도 환영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세가의 회합을 이곳에서 한다면 모용세가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고스란히 천하로 퍼져 나갈 것이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지금은 무조건 그것을 막아야 했다. 이런 좋지 않은 소문은 되도록 늦게 퍼지는 것이 좋은 법이다.
“네 생각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팽가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얼마 전 심양으로 들어왔다고 해요. 그들은 아직 모용세가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고 있어요. 세가 사람들에게도 단단히 입단속을 시켜놨으니 당분간은 안전하 거예요.”
모용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용설이 말을 이었다.
“일단 이번 회합은 팽가에서 하는 쪽으로 밀어붙여요. 그들이 곧 우리 세가로 올 테니 어떻게든 서둘러 세가를 정리해야 해요. 장로님들은 제가 설득할게요.”
지금 모용세가의 가장 큰 문제는 장로들이다. 모용세가의 실질적인 고수들인 그들이 숨죽이고 있으니 세가가 더 침체되는 것이다. 모용설은 그들을 움직이게 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하마.”
모용후는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일은 조금이라도 더 서두르는 것이 좋은 법이다.
모용후가 방에서 나가자 모용설이 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로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새삼 모용세가를 이렇게 비참한 지경으로 만든 그 단형우라는 자가 원망스러웠다.
오대세가의 회합은 모용설이 원하는 대로 정리가 되었다.
팽철영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모용세가에서 원하지 않는다는데 굳이 억지로 우길 필요는 없었다. 자세한 이유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그렇게 이번 오대세가의 회합은 하북에 있는 팽씨세가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날짜도 최대한 앞당겼다. 모두 모용세가에서 서두른 결과였다.
모용설은 소문이 퍼지기 전에 세가회합을 마치고 싶었다. 그것이 모용세가에 있어서는 최선이었다.
회합의 목적은 겉으로는 친분 다지기지만, 내부적으로 각 세가의 이득에 관련된 다양한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서로의 상궈을 지켜주고, 오대세가의 해악을 처리하기 위해 상의하는 모임이었다.
당연히 그 기반은 힘이다. 세가의 힘이 사라지면 그저 먹이로 전락하게 된다. 모용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직까지는 오대세가라는 허울이 필요했다. 힘이 있다고 믿게 해야 했다.
모용세가가 그렇게 힘겹게 움직이고 있을 때, 단형우 일행을 실은 마차는 하북으로 들어섰다.
종칠은 조금 느긋하게 마차를 몰았다. 최근 밤마다 검왕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련을 도와줬는데, 그 효과가 너무나 지대했기 때문이다. 종칠의 느낌으로는, 이 수련은 여행과 함께 끝나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구박도 잘 안하고 말이야.’
종칠은 요즘 말도 꽤 조심했다. 되도록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파묻었다. 괜히 검왕의 기분을 거스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어쨌든 확실한 것은 요즘 검왕과 검마의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눈치 빠른 종칠이 그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참으로 애매했다. 좋아진 것도 아니고 나빠진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종칠은 최대한 그들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검왕과 검마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모용세가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시 단형우가 보여준 신위때문이었다.
단형우는 전혀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단형우가 펼치는 천뢰가 검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거라 믿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직접 겪었을 때도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했다. 헌데 그게 아니었다.
당시 모용세가에서 단형우는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 천뢰를 만들어 냈다. 효과는 검으로 펼치는 것과 똑같았다. 아니, 훨씬 더 대단했다.
전혀 새로운 차원의 강함이었다. 검왕이나 검마가 따라갈 수조차 없을 정도로.
“허허, 정말로 나이를 헛먹었군.”
어릴 때부터 검을 잡았다. 지금 나이가 아흔이 훨씬 넘었으니 적어도 구십 년 동안 검을 휘둘러 왔다는 뜻이다.
세간에서는 검왕의 나이를 여든 정도로 보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래 살았다. 그리고 훨씬 더 오래 검을 휘둘렀다.
한데 이제 고작 스물밖에 안 되는 청년이 자신보다 월등히 높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것도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검마도 마찬가지였다. 검마의 연배도 검왕과 비슷했다.
두 사람이 자괴감에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단형우는 두 사람을 가만히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심정을 단형우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형우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악가장에서 악비환을 만났을 때부터 들어던 의문이었고, 아직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것은 십 년이라는 시간이 가져오는 괴리감이었다.
단형우가 겪은 시간은 분명히 십 년보다 훨씬 길었다. 아무리 시간을 잘못 느끼고 아무리 계산을 잘못 했다고 해도 절대 십 년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철막심까지 만나면서 그 시간이 십 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혼란스러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긴 시간이 고작 십 년이라니.
“긴 십 년이로군.”
단형우가 중얼거렸다. 그것은 너무나 길고 괴로운 십 년이었다. 그리고 외로운 십 년이었다.
문득 단형우의 입아게 미소가 매달렸다. 단형우는 고개를 슬쩍 돌려 마차 지붕에 함께 서 있는 일행을 둘러봤다.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이렇게 동료들이 생겼으니까.
“그렇게 웃지 마라. 정든다, 이놈아.”
검왕이 심통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억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무려 구십 년의 세월이 고작 십 년의 시간 보다 못하다니 이게 어찌 말이 된단 말인가.
“에잉, 하여간 천재들은 하나같이 재수가 없어.”
검왕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였다. 검의 천재.
그날부터, 그러니까 검왕이 심통을 부린 날부터 단형우는 검왕과 검마를 상대로 대련을 시작했다.
단형우가 먼저 제안해서 시작한 대련이었다.
단형우의 제안에 일행 모두가 천지가 개벽한 듯 놀랐다. 그리고 조설연을 비롯한 여인들은 단형우의 긍적적인 변화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어쨌든 이것은 정말로 긍정적인 변화였다.
단형우와 검왕, 검마의 대련. 이것은 천만금을 주고도 구경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무공을 익히는 사람이라면 기연이나 다름없는 구경거리다. 그것을 매일 밤마다 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단형우와의 대련은 딱 반 각이었다. 매일 밤마다 반 각 동안 대련을 한다. 검왕과 검마는 힘과 머리를 함께 단형우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진짜로 싸운다면 순식간에 결말이 날 것이다. 물론 검왕과 검마는 시체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대련이다. 즉, 단형우가 검왕과 검마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사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검왕도 검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은 단형우의 순수한 강함에 빠져버린 상태였다.
만일 같은 일을 십대고수 중 다른 사람들에게 제안했다면 단형우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알려졌어도 대번에 거절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왕과 검마는 이미 단형우에게 너무 깊이 빠져 버렸다.
검왕과 검마의 합공은 정말로 무시무시했다.게다가 두 사람은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단형우의 공격했다. 그들이 그렇게 바닥까지 힘을 내는 경우는 아마 거의 드물 것이다.
한데 그것을 매일 하고 있엇다. 그것도 반 각 동안 모든 힘을 소진할 각오로 덤비는 것이다.
대련의 양상은 매일 바뀌었다. 검왕과 검마가 이런저런 고민을 해서 공격 방식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새로운 검법을 만들어 그것을 단형우에게 시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의 양상은 어떻든 간에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반 각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 검왕과 검마는 가슴에 충격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단형우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무엇으로 충격을 줬는지도 모른 채.
당연히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른다. 그들은 구경함녀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두렴움도 함께 얻었다.
단형우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똑같네.”
검왕과 검마가 나가떨어지는 광경에 우문혜가 중얼거렸다. 벌써 닷새째다. 하북에 들어선 후로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대폭 줄어들었다.
종칠이 의도적으로 마차를 느리게 모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상당히 늑장을 부렸다. 왠지 이번 여행은 쉽게 끝내고 싶지 않은 것이 모두의 심정이었다.
우문혜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조금 더 단형우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었다. 물론 둘만 있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초연해져 버렸다.
“그나저나 대단하긴 하네.”
방금 전의 대련도 어마어마했다. 사방으로 강기가 날아다니고, 벽이 무너졌다. 폭음이 어찌나 큰지 귀가 먹먹할 정도였고, 열기와 냉기가 동시에 휘몰아쳤다.
덕분에 곁에서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첫날 구경할 때와 지금 구경하는 것은 또 많이 달랐다. 워낙 대단한 기의 분출이 있다 보니까 그 흐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강렬한 기의 흐름은 거의 파악이 가능했다. 우문혜가 이 정도니 그보다 강한 영사나 당호관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문혜보다 약한 나머지 사람들은 조금 덜 보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기의 흐름을 느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으로 무공을 익혀나가거나 실전을 할 때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그런 기연이 찾아온 것을 너무나 기쁘게 생각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저런 대단한 고수들의 비무를 볼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알아챌 수 없었다. 사실 그들의 기의 흐름을 느끼게 된 것은 단형우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란 사실을.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검왕과 검마의 기운이 사방으로 폭출해도 그것의 흐름을 이렇게 자세히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절대고수의 제자들도 좀 더 쉽게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당금 강호에 거의 십대고수에 근접한 실력을 가진 자들뿐이었다.
물론 그들과 일행 사이에는 기를 간파하는 능력조차도 상당히 차이가 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일행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비무가 끝났다. 이제 잠시 후면 검왕과 검마가 깨어날 것이고, 새로운 수련이 시작될 것이다.
검왕과 검마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종칠을 쥐 잡듯했다. 마치 단형우에게 당한 분을 모조리 종칠에게 푸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종칠은 두 사람의 분풀이 대상이었다.
종칠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분풀이를 할 수 있겠는가.
덕분에 종칠은 매일 밤마다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물론 명목은 수련이었지만 결과는 괴롭힘이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정말 쭉쭉 늘었다. 십대고수 중 두 사람이 달라붙어서 피를 토하게 하는 강도 높은 수련을 시키는데 실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종칠은 일행 중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바는 절대 아니었지만.
그렇게 며칠 더 지나갔다.
“그나저나 너무 느린 것 아닌가요?”
마차 안에서 당문영이 살짝 걱정을 담아 말했다. 그녀는 허창 분가를 오래 비워두는 것이 조금 불안했다.
비록 당가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들이 무수히 허창 분가에 있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뭘 그렇게 걱정해. 늦게 가면 좋지, 뭐. 고작 이 정도 시간에 이 만큼이나 강해졌는데, 앞으로는 절대 이런 기회 없어.”
우문혜의 말에 나머지 여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에게도 이것은 기회였다.
심지어는 염혜미조차도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었다. 덛분에 최근 천섬에 타나타는 문양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았다. 제갈린이 그것을 살피며 연구하는 것이 힘겨울 정도로.
“그리고 두 어르신의 고집을 누가 말려. 단공자님이 나서시면 또 모를까.”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현재 속도가 느려진 가장 큰 이유는 검왕과 검마였다.
두 사람이 마차가 빨리 가지 못하게 조절을 하는 것이다. 종칠이 조금이라도 빨리 갈려고 서두를 때마다 무시무시한 기세와 함께 주먹이 마구 날았다.
종칠은 죽지 않기 위해 마차를 최대한 천천히 몰아야 했다. 하지만 말이 걸어서는 안 된다.
달리면서도 천천히 가야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덕분에 종칠의 마부실력이 한 단계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단공자님께서도 대련을 즐기시는 것 같던데요?”
제갈린이 평소와 다르게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평소에는 대부분 표정을 짓지 않는 그녀였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단형우에 대해 얘기할 마다 자신도 모르는 미소가 곁들여졌다.
“그러고 보니 오대세가의 회함이 조만간 이을 모양이던데, 소식 들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