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12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설연이 말을 하는 시기가 상당히 절묘해서 둘의 기세가 맞붙기도 전에 틈이 벌어져 버렸다.
검마는 눈에 이채를 띠며 기세를 갈무리했다. 조설연에게 거슬려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쯤은 일행이라면 누구나 안다.
진국호 역시 조설연의 말을 듣고 화를 누그러뜨렸다. 조설연의 차분한 말투는 기이한 힘이 담겨 있었다.
“정말로 이곳에 있는 분들만으로 천마를 상대하실 수 있단 말인가요? 제가 알기로 천마는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
엄밀히 천하제일인은 아니다. 마공을 익힌 마인들은 천마를 천마제일인이라 치아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황을 천하제일인이라 칭하지만 조설연이 알고 있는 천하제일인은 단형우였다.
그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으니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 아닌가.
진국호는 조설연의 물음에 빙긋 웃었다.
“소저께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소. 우리에게는 금마공이라는 희대의 신공이 있기 때문이오. 천마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마공을 익힌 마인. 그가 미인인 이상 금마공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소.”
“아, 그렇군요.”
조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수긍했다. 금마공을 익힌 사람이 무림맹주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검마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들이 나섰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말을 듣고 살펴보니 당시 만났던 자와 비슷한 복장을 한 사내들이 현무단 사이사이에 보였다. 그들이 금마공을 익힌 자들일 것이다.
검마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아무리 천마라도 금마공을 익힌 자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검마의 걱정을 알았는지 조설연이 조심스럽게 검마를 쳐다보며 물었다.
“표국에서 나가고 싶으신 건가요?”
검마는 조설연의 질문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내가 표국을 나가 어디로 가겠나. 난 지금 이대로가 좋네.”
검마는 한 걸음 물러서며 그렇게 말했다.
조설연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진국호를 쳐다봤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그럼 이제 각자 볼일을 보도록 하죠. 저희는 먼저 가겠습니다.”
조설연이 그렇게 말하자 마차에서 내렸던 여인들이 다시 마차로 올라갔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하나둘 마차 안으로 사라져 갈 때마다 현무단 무사들의 아쉬움도 점점 커져만 갔다.
“크흠, 정말로 아쉽지만 거절하시니 어쩔 수 없지요.”
진국호는 그렇게 말한 후, 검마를 한 번 노려봤다. 검마는 무덤덤한 눈으로 진국호의 눈을 마주봤다.
진국호는 그제야 약간 기분이 풀렸다. 상대도 함께 노려봤다면 정말로 한바탕 할 생각이었는데 굳이 힘 쓸 필요가 없어졌다.
진국호는 바람 소리가 나게 몸을 돌렸다.
“가자.”
진국호와 현무단이 경공을 전개해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정신없는 놈들이로군.”
검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차 위로 올라섰다. 검마의 눈에는 어느새 망설임이 사라져 버렸다.
천마와의 만남, 그리고 천마성
오대세가의 회합이 순조롭게 끝났다.
모용세가의 대표로 참석한 장로 모용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 함꼐 참석한 모용설 덕분에 모용세가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들키지 않고 회합을 끝마칠 수 있었다.
회합은 끝났지만 아직 친목도모를 할 시간은 남아 있다. 보통 사흘에서 나흘 정도 먹고 마시며 친목을 도모한다.
물론 먼저 돌아가도 상관 없다. 모용세가는 지금까지 그 자리에 남아 본 적이 몇 번 없었다.
모용곽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수고했다, 설아.”
모용곽의 말에 모용설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에요, 숙부님.”
“그게 무슨 말이냐?”
“며칠 더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냥 돌아가기가 너무 찜찜하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제갈세가에서 눈치를 챈 것 같아요.”
모용설의 말에 모용곽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눈치를 챘다니?”
“이번 회합에서 제갈세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얼핏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우리와 얽힌 이권에서 철저히 발을 빼고 있어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선심 쓰듯 던져주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발을 뺀다면 아무리 봐도 눈치챘다고 생각해야겠지요.”
모용설의 설명에 모용곽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아직은 괜찮아요. 제갈세가도 함부로 이 사실을 발설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요. 사실 기회 아니겠어요? 다른 세가의 힘을 약화시키면서 제갈세가만 튀어오를 수 있으니까요.”
모용세가는 지금 힘겨운 상황이다. 단형우에게 당한 타격이 워낙 치명적이라 어마어마한 돈도 필요하고, 인재도 많이 필요하다. 게다가 상권을 정비할 시간도 모자란다.
그런 모용세가와 함께 뭔가를 처리하다가는 상대도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제갈세가는 그런 위험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간 것이다.
미리 모용세가의 실정을 알고 있지 않다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모용세가는 오대세가 중 첫손에 꼽힐 정도로 강하고 부유하니까.
“그럼 더 걱정할 필요 없는 것 아니냐. 어서 돌아가서 한 가지라도 일을 처리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그들이 또 다른 수를 쓰지 못하게 막아야지요.”
모용설의 말에 모용곽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친목도모를 하는 자리에서 수많은 정치공작이 오간다.
지금까지는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필요하다. 특히 제갈세가가 모용세가의 일을 알고 있다면 더더욱.
“어쩔 수 없구나. 네가 알아서 잘 하리라 믿는다.”
모용설이 빙긋 웃었다 “걱정 마세요. 숙부님. 앞으로도 별 일 없을 테니까요.”‘
모용곽은 진심으로 질녀의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리고 모용세가를 이 지경으로 만든 단형우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너무나 어마어마한 광경을 봤기에 분노도 일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뿐이었다.
“허어, 대체 언제쯤 이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지……”
모용곽의 힘없는 독백이 모용설의 귓가에 울렸다. 모용설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지었다.
장로가 이 모양이니 앞으로 모용세가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면 상당히 힘들겠다고 생각하며.
무림맹 현무단과 헤어진 일행은 다시 하남을 향해 출발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천마가 혼자 이곳에 왔을 리는 없고…… 대체 무슨 일이지? 천마성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검왕이 중얼거렸다. 검마는 검왕의 말을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검마도 계속 그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나 때문이군.”
검마의 말에 검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마라는 이름이 천마성에서 그렇게 대단한 위치였나?”
검마를 찾기 위해 천마가 직접 나타난다는 얘기는 그만큼 검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수많은 마인들을 대동하고 와야 했다. 물론 그렇게 했다가는 곧장 정마대전으로 빠지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정마대전이 벌어진다면 그건 마인들에게나 무림맹에게나 서로 좋지 않다. 자멸의 수인 것이다.
“난 금마공에서 벗어났으니까.”
검마의 말에 검왕의 눈이 동그래졌다. 금마공은 마공을 익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천형과도 같은 것이다. 한데 그런 금마공에서 벗어났따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정말인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검왕의 질문에 검마는 그저 단형우를 한 번 쳐다봤다. 검왕의 시선도 검마를 따라 단형우에게로 향했다.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단형우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형우라면 금마공 할아버지가 와도 소용 없을 건 자명했다.
더구나 단형우가 익힌 무공도 어쩌면 마공에 근간을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심양에서 단형우가 보여줬던 그 어마어마한 검무를 검왕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니, 검왕뿐 아니라 그때 그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그 광경을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단형우는 인간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극음과 극양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융합시켜 벼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극마와 극선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으니 어찌 인간의 경지라 할 수 있겠는가.
당시 단형우의 몸에서 흘러나왔던 마기는 오랜 시간 마공을 심도 있게 수련하지 않으면 결코 만드러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검왕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그렇다면 단형우도 마공을 익혔다는 뜻인데, 단형우가 금마공에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단형우가 어떤 사람인데 금마공 따위에 당하겠는가. 그렇다면 단형우는 금마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크흠, 너무 비약이 심한가?”
검왕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믿고 있었다. 아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눈앞에 금마공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검마는 이런 일로 농담하거나 거짓을 말할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그럼 금마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우릴 찾아오고 있다는 말인데……”
검왕은 중얼거리며 단형우를 슬쩍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형우가 천마에게 금마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천마가 허튼 수작을 부리면 단칼에 갈라버릴지도 모른다.
“거 참, 재미는 있겠군.”
검왕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지만, 검마는 그렇게 간단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천마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자신이 보낸 소식 때문이다.
금마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마인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꿈이었다. 그리고 미래였다.
검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먼 곳을 바라봤다. 지금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천마를 만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마를 그대로 둔다면 죽고 말 것이다.
이미 마음을 정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천마가 죽는다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한때 모셨던 사람 아닌가.
“천마가 찾아오면 어쩔 텐가?”
검왕의 질문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검마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비록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무림맹은 마인이 활동하는 걸 가만 내버려 둘만큼 만만한 놈들이 아니야. 언젠간 손을 뻗치겠지. 차라리 천마와 함께 돌아가는 건 어떤가?”
검마가 놀란 눈으로 검왕을 쳐다봤다. 검왕은 지금 진심으로 검마를 위한 조언을 하고 있었다.
검왕은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뭘 그런 눈으로 쳐다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니까, 결정은 알아서 해.”
검왕의 약간 퉁명스러운 말에 검마가 고개를 저었다.
“난 이미 결심을 굳혔네. 여기가 좋아. 물론 폐가 된다면 언제라도 떠날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검마의 대답에 검왕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별 시덥잖은 걱정을 다 하는군. 내가 있는데 감히 누가 건드려? 설사 무황이 온다 하더라도 날 쉽게 꺾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검왕의 말에 검마가 빙긋 웃었다. 지난 번 조설연 때문에 지은 미소보다 훨씬 따뜻하고 정감 어린 웃음이었다.
더 이상 말은 필요치 않았다. 검왕의 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응? 또 누가 오는데?”
검왕의 중얼거림에 검마가 앞을 쳐다봤다. 상당히 먼 곳이라 검왕이나 검마 정도가 아니라면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똑똑히 보였다.
“두 명이군.”
검마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점점 확신할 수 있었다. 미증유의 거대한 마기가 다가온다. 이런 마기를 보유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천마만이 유일했다.
“올 것이 왔군.”
조금 전 무림맹 사람들과 헤어진 후부터 천마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냥 생각이 아니라 거의 확신이었다.
그래서 다짐을 새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천마가 다가오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 또 마음이 흔들렸다.
검마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천마와 혈도객이었다.
어느새 마차가 멈췄다. 그리고 천마와 혈도객이 마차 앞에 거대한 기세를 흩뿌리며 서 있었다.
검마는 복잡한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봤다.
천마와 검마의 눈이 마주쳤다.
“내려와라.”
천마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 목소리에는 항거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
비록 단형우 덕분에 최근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 검마였지만 아직까지 천마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검마의 몸이 표홀하게 떠올랐다가 마차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천마 앞에 가볍게 선 검마가 여전히 복잡한 눈으로 천마를 바라봤다.
“벌써 마음이 떠나갔구나.”
검마의 눈을 바라보던 천마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천마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검마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서 있던 혈도객이 놀란 표정을 지어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했다. 천마의 몸에서 뭉클뭉클 마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하남표국에 뭐가 있기에 네 마음을 끌어당겼는지 모르겠다. 넌 천마성이 그렇게 아무 때나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던 것이냐?”
천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차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당호관이나 영사를 보면서 덤덤했던 누이 검왕을 보면서 이채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형우에게 머물러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단형우를 바라본 순간 천마는 거대한 충격을 느꼈다.
“어, 어찌 인간이……!”
천마는 단형우 안에 갈무리 된 거대한 힘을 느꼈다. 자신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강력한 힘이었다. 그것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힘이기도 했다.
천마의 반응에 단형우가 흥미로운 시선을 보냈다.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조금이나마 알아챈 사람은 천마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흥미가 생겼다.
단형우의 몸이 천마 앞에 나타났다.
천마는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놀라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연달아 놀랐다.
처음 단형우를 봤을 때 놀랐고, 또 단형우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해 놀랐다. 단형우는 마치 원래부터 이 자리에서 서 있던 것처럼 이동해 왔다.
마차 위에 서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천마 앞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 중간이 사라졌다.
아무리 가량 차이가 심하다 해도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으로서는.
천마 앞에 선 단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는 다시 세상에 나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강했다. 검왕이나 검마와 비교해도 까마득하게 높은 경지였다.
‘익숙한 기운.’
그것은 검마에게서 예전에 느꼈던 그 익숙한 기운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단형우에게 가장 익숙한 기운은 바로 마기(魔氣)다. 회색의 지옥에 가득하던 바로 그 기운 말이다.
천마는 눈앞에 선 단형우의 시선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단형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하지만 억지로 그 기운을 이겨내려 애썼다.
‘나는 천마다. 천마성의 성주이자 모든 마인들이 정점.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천마는 속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되뇌었다. 마치 스스로에게 세뇌라도 하듯이.
상대가 단형우가 아니었다면 천마는 당장 환마와 마궁을 이용했을 것이다.
천마가 은밀한 몸짓을 하면 그것을 신호로 환마와 마궁이 화살을 날리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천마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 아니, 그 마음을 먹는 순간 다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