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19
“천환상단에서 왔다고 전해 주시오.”
환마의 말에 표사가 공손히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즉시 알려 드겠습니다. 일단 안으로 드십시오.”
천환상단은 꽤 규모가 큰 상단이다. 그리고 천마성 내부에서도 극비사항이지만, 그 주인이 사실 천마성이다. 즉, 천환상단의 주인이 바로 천마라는 뜻이다.
천마성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그 돈줄이 바로 천환상단이었다.
그러니 보통 규모로는 상단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중원의 상단 중 다섯 손가락 안에는 못 들지만 그래도 열 손가락을 꼽는다면 그중 한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 천환상단에서 표국을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물론 천환상단이 위치한 사천과 이곳 허창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천마와 환마는 표사의 안내에 따라 표국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안내된 곳은 접객실이었다.
천마는 접객실에 앉아 주변을 슬쩍 훑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곳이군. 그래봐야 표국이지만.”
천마의 말에 환마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잠룡들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천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해 보면 천마성이나 무황성보다 더 무서운 곳이 바로 이곳 하남표국이다.
검왕이나 검마는 차치하고 단형우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은 가. 지금도 단형우에게서 느꼈던 그 거대함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환마는 그런 천마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과연 뜻대로 될 지가 걱정입니다.”
“그 여자만 구워삶으면 된다. 틀림없이.”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제가 판단하기에 그 단형우라는 사내는 오히려 여인들을 이끌면 이끌어지 한낱 여인의 손에 놀아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환마의 말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잘 봤다. 나도 그렇게 봤으니까.”
너무도 간단하고 시원스러운 대답에 환마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게 고생해서 여길 찾아온 의미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 여자가 말하면 들어줄 것이다.”
천마의 말에 확신이 가득했다. 환마는 도저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환마의 계산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칫하다가는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상대는 단형우다. 자신들이 떼로 덤벼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강자다.
환마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천마가 씨익 웃었다.
“걱정하지 마라. 넌 만일 네 애첩이 지나가는 개미를 죽여 달라면 어쩌겠는냐?”
천마의 질문에 환마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리고 천마가 왜 그리 자신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불안해졌다. 단형우가 아무리 강하다 하나 천마성이나 무림맹은 절대 개미가 될 수 없다.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환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천마는 그런 환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자신도 벽을 넘서어지 못하고 그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면 결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
“믿어라. 그 사람의 힘은, 너나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그렇게 말하는 천마의 눈은 확신과 열망, 그리고 질시가 뒤섞여 있었다.
“문제는 단형우가 아니야. 진짜 문제는 이곳 국주, 조설연이다.”
조설연은 이미 국주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천마나 환마는 아직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형표가 새로운 국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허창에만 살짝 퍼지기 시작했을 뿐이니까.
형표는 하남표국의 변화가 외부에 급히 알려지는 것을 c치 않았다. 아직 하남표국은 급격한 변화에 흔들릴 수도 있는 시점이다. 굳이 나서서 흔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천마의 말에 환마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았다. 만일 천마가 말한 것처럼 단형우가 정말로 신에 필적하는 힘이 있다고 가정하면 진짜 문제는 조설연이 된다.
“그것은 제가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환마의 대답에 천마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환마를 데려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환마는 환마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환마 역시 천마성이 이대로 정체되어 있는 것이 싫었다. 이대로 정체되어 있다가는 무림맹에 완전히 먹혀 버릴 것이다.
지금이야 무림맹에서 금마공의 비밀을 마인들이 파헤칠까 두려워 감추고 있지만, 금마공의 진짜 비밀을 알게 되면 절대 이대로 숨기고 있을 리가 없다.
금마공을 익히니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든 마인들은 끝장난다.
그 전에 마인들을 결집시키고, 금마공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 사람이 그렇게 두러두런 얘기하는 사이 접객실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제 오나보군. 그나저나 기척이 조금 이상한데?”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마 역시 느껴지는 기척이 여인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내 접객실 문이 열리고 형표가 나타났다. 형표는 두 사람을 향해 공손히 포권한 후, 날카로운 눈으로 살피며 인사를 했다.
“하남표국의 국주인 형표라 합니다”
천마와 환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천마는 입을 꾹 다문 채 환마에게 모든 것을 맡겨 버렸다. 하남표국의 국주가 조설연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약간 충격을 받았다.
환마는 천마가 입을 다물고 있자, 약간 난감해졌지만 어쨌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조설연을 만나야 했다.
얼마 전까지 조설연이 이곳의 주인이었으니 갑자기 왜 주인이 바뀌었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그리고 형표와 조설연, 단형우와의 관계도 알아내야 했다.
“제가 듣기로는 하남표국의 국주가 여인이라 들었는데 잘못 알고 있었군요.”‘
환마의 말에 형표가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까지는 그랬지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하남표국을 이끌고 있습니다. 혹, 저희 아가씨께 용무가 있어 오신 것입니까?”
환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설연을 아가씨라 칭하는 것을 보니 꽤 가까운 사이가 분명했다.
형표는 의아한 표정으로 환마와 천마를 슬쩍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는 자들이다. 형표가 언제 천마성의 마인들을 만나봤겠는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형표는 뭔가 이상했다. 천환상단의 사람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은연중 느껴지는 분위기는 결코 상단을 운영할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조설연이 아는 사람은 대부분 형표도 알고 있다. 조설연의 인맥이 그리 대단치 않을뿐더러, 그녀가 어릴 때부터 표국에서 봐 왔기 때문에 몇 안 되는 인맥마저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더 봐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천환상단에서 오셨다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분께서 그곳의 주인이십니다.”
환마의 대답에 형표는 놀란 표정으로 천마를 쳐다봤다. 형표도 사람 보는 눈이 꽤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형표의 눈으로 아무리 살펴도 천마는 상단주에 어울리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차라리 칼끝에 사는 무인이라면 어울릴까. 오히려 환마가 훨씬 더 상단주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물론 형표의 기준으로 하면 천환상단처럼 큰 상단의 주인으로는 한참이나 모자라지만 말이다.
“천환상단이라면 사천에 위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 우리 아가씨와는 어떻게 아시는 사이신지……”
조설연이 사처에 간 것은 지난 번 당가의 표행 때뿐이다. 당시 거의 형표와 함께 있었으니 별다른 인연을 만들었을 리 없다. 형표가 의심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환마는 형표의 눈초리에 섞인 의심을 읽어냈다. 그리고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라도 충분히 의심했을 상황이군.’
환마는 슬슬 정체를 밝히는 것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일단 표국 내부에 들어와 국주를 만났으니 이곳에 천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숨겨줄 것이 분명했다. 밖으로 새나가면 절대로 좋은 꼴은 못 볼 테니까.
형표는 환마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눈치채고 크게 긴장했다. 형표의 수준으로는 두 사람의 무공을 익혔다는 것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검마와 검왕, 그리고 단형우처럼 극강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강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천마와 환마는 둘 다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일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환마의 말에 형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급히 말했다.
“아가씨는 오늘 표국에 안 계십니다. 내일이나 되어야 오실테니 일단 이곳에 머물며 기다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형표의 말에 환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형표가 자신과 천마의 분위기를 읽고 자리를 회피하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어쨌든 형표 또한 단형우의 사람이다. 환마는 지난 번 단형우가 검마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 만일 형표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나중에 모든 것이 되돌아올 것이다.
“안타깝군요. 급한 일인데…… 어쩌면 표국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고……”
환마는 슬쩍 말을 흘렸다. 형표도 그 말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향이라니요?”
“아, 신겨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쓸데없는 소문이 날지도 몰라서 한 말이었습니다.”
형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것은 명백한 협박이다. 지금 조설연을 데려오지 않으면 악의적인 소문을 내겠다는 뜻 아닌가.
“소문 따위에 흔들릴 정도로 하남표국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한 형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형표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리고 막 문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 환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 소문이 천마성과 관계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형표의 손이 그대로 멎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환마와 천마를 쳐다봤다.
“다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천환상단의 주인이시자, 천마성의 주인이십니다.”
형표의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졌다. 눈앞이 아득해지는 듯한 충격이 뇌를 터트려 버리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천마였다. 천마성의 주인이자 모든 마인의 정점에 서 있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형표의 머릿속에서 환마가 했던 말들이 한 올 한 올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검마가 떠올랐다.
형표는 아직 검마와 천마, 그리고 단형우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져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이들이 검마를 찾아왔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검마 어르신을 데리러 오셨습니까?”
형표의 질문에 환마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표사가 된 사람을 뭐 하러 데리러 오겠습니까. 그저 조소저와 간단히 얘기나 나눌까 해서 왔을 뿐입니다.”
형표의 뇌가 다시 헝클어졌다.
형표가 천마와 환마를 만나고 있을 때, 단형우는 연무장에서 쟁자수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서른 명의 쟁자수들은 이제 꽤 능숙하게 벼락을 만들어 냈다.
꽈르릉!
강렬한 천둥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벼락은 천뢰(天雷)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도 낙뢰(落雷)정도는 되어 보였다.
형표는 이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낙뢰대(落雷隊)라는 무사단을 만들었다.
사실 이 서른 명의 쟁자수들은 형표에게나 표국의 입장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이들은 쟁자수로 부리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표사로 부리기도 곤란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힘을 합해 강력한 무력을 보일 수 있다면 유사시에 크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낙뢰대가 보여준 힘이 형표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단형우는 쟁자수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폈다. 사실 단형우가 이곳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단형우와 함께 있으면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뇌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모여 수련을 한다. 그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당호관이다. 당호관은 천뢰(千雷)를 완성하기 위해 아예 하남표국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런 당호관을 따라 몇몇 당가 무사들이 근처에서 수련을 했다. 당호관은 그들의 우상이었다.
당가에서 실전된 천뢰를 복원해 낸 유일한 사람이 아닌가. 당가 무사들은 모두 당호관의 뒤를 이어, 가슴에 뇌기를 품기 위해 뼈를 깎는 수련을 했다.
단형우는 그들 모두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하남표국 연무장은 그의 의지에 따라,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기의 밀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단형우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련 하는 사람은 바로 조설연이었다. 조설연은 표국의 일을 형표에게 모두 맡긴 후부터 되도록 단형우와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요즘은 단형우가 주로 연무장에 있었기 때문에 조설연 역시 연무장에서 수련을 했다.
오늘도 온몸이 땀에 푹 젖을 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체력과 내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게 되어서야 수련을 멈췄다.
그렇게 수련을 마치고 단형우를 쳐다보니 여전한 자세로 서서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라버니는 그렇게 항상 서 계시면 힘들지 않나요? 앉아서 구경하는 것이 훨씬 편할 텐데.”‘
조설연의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난 이게 가장 편하다.”
꽤 오랫동안 봐오던 모습이고, 그렇게 받아들인 사실이지만, 솔직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앉거나 눕는 것보다 서 있는 것이 더 쉽단 말인가. 그것도 미동도 않고 같은 자세로 말이다.
조설연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단형우 옆에 가서 섰다. 단형우가 앉지 않으니 조설연도 앉을 수가 없었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전 오라버니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네요.”
조설연의 말에 단형우가 그녀를 쳐다봤다. 감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아무도 그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것뿐이다.
조설연은 그런 단형우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전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요.”
“뭐가 궁금하지?”
단형우의 질문에 조설연은 잠시 머뭇거렸다. 막상 그렇게 물으니 금방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혹시 단형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있나였지만, 그것을 물을 수는 없었다.
“무, 무공이요.”
조설연은 머릿속에 떠오른 말 중 아무거나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것이 바로 무공이었다. 그렇게 말을 내뱉고 나니 단형우의 무공에 대해서 정말로 궁금해졌다. 아니, 단형우가 가진 힘의 끝이 궁금해졌다.
단형우는 조설연의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조설연은 그것을 거부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생각해 보니 타인의 무공에 대해서 함부로 물어본 것 자체가 큰 결례다.
“아, 죄, 죄송해요. 그런 곤란한 질문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단형우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쓰는 검법은 모두 세 가지다. 천뢰(天雷), 지룡(地龍), 인혼(人魂).”
단형우의 말이 시작되자, 조설연은 숨을 죽이고 귀를 열었다. 궁금증 중 하나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단형우의 검법이 세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세 번째 초식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 듣는다.
단형우는 조설연의 눈을 바라보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내리쳤다.
번쩍!
한 줄기 벼락이 떨어졌다. 그동안 수도 없이 봐 왔던 천뢰다.
“이게 천뢰다. 천뢰는 부수고, 내보낸다.”
단형우는 그렇게 말한 후, 이번에는 검을 휘둘렀다.
콰드드득!
땅이 깊게 파이며, 기의 덩어리가 땅속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 기의 덩어리는 마치 땅속에서 움직이는 용처럼 꿈틀대며 앞으로 나아갔다.
콰과광!
단형우가 만들어 낸 지룡이 연무장 벽을 날려 버렸다. 부서진 벽의 잔해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 하나하나에 실린 힘이 실로 어마어마해 주변의 공기와 기가 마구 요동쳤다.
“이게 지룡이다. 지룡은 담는다.”
조설연은 단형우의 설명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천뢰가 부순다는 것은 어찌어찌 알겠지만, 지룡이 담는다는 것은 전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인혼은……”
단형우는 검을 들어 올렸다가 연무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는 다시 검집에 넣어 버렸다.
“여기서 펼칠 수는 없겠군.”
단형우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조설연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