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32
어쨌든 그렇게 제갈린과 연락을 주고받는데도 단형우라는 자에 대해서 제갈중천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꽤 곤란하게 했다.
“린이라 했던가? 군사의 손녀 말이오.”
“그렇습니다.”
“전에 보니 꽤 똑똑해 보이던게…… 전혀 들은 바가 없소?”
“저도 소문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독고운은 제갈중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가, 아니면 정보를 숨겼다는 뜻이로군.”
독고운은 후자라고 생각했다. 물론 제갈중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강한 사람이 표국에 함께 있는데 제갈린이 그것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뭐 의외긴 하지만 그리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겠소? 어차피 그곳에는 검왕과 검마도 있으니까 말이오.”
“그건 그렇습니다. 지금 와서 고수가 한 명쯤 더 늘어난다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검왕과 검마가 공동제자까지 둔 마당이니……”
사실 독고운은 단형우라는 고수의 등장보다는 검왕과 검마가 공동제자를 뒀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물론 이것은 꽤 오래전에 확인했다.
어쨌든 독고운도 제갈중천도 단형우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소문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여겼다. 소문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사실 소문 내용이 너무 허황되고 얼토당토않았다. 단형우가 가만히 서서 폭풍을 불렀고, 그 폭풍에 철혈권을 비롯한 수백의 무림인들이 낙엽처럼 날아가 박살이 났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어쨌든 내가 보기에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천마신교인 듯 하네. 그렇지 않은가?”
천마신교라는 말이 나오자 제갈중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확실히 천마신교는 지금 무서운 기세로 마인들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쪽 세작들의 정보에 의하면 실제 몇몇 마인들이 새로이 금마공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독고운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소식은 들었네. 정말이지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군.”
천마신교는 처음 생겨났을 때보다 급격히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결속력이 대단해서 새삼 천마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취월이라는 자의 말대로 천마신교가 그저 우리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었으면 좋겠군.”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지만 너무 낙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제갈중천의 말에 독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아네. 그나저나 그 취월이라는 사람, 날 만나고 싶어하는데 어찌 하면 좋겠는가?”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직접 하북까지 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우시면 안 됩니다. 그자의 능력이 탐나긴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그거야 그렇지.”
독고운은 조금 아쉬웠다. 취월이라는 자의 서찰을 한 번 받았을 뿐이지만 그 능력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뛰어난 자였다. 그런 자가 무림맹을 위해 일해 준다면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어쨌든 그 취월이라는 자에 대해서는 좀 알아보는 것이 좋겠네. 언제가 되었든 무림맹을 위해 일할 사람이니까.”
“그리 하겠습니다.”
제갈중천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실 제갈중천은 취월이라는 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휘두르려 하는 듯해서 그것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장로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독고운의 표정이 대번에 심각해졌다. 제갈중천은 나직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도 천마신교의 움직임을 알 수 있으니 더더욱 피부에 와 닿는 모양입니다. 천마신교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 끝장이니까요. 특히 자파가 신강이나 청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장로들은 더욱 열심입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천마신교가 생겨나서 좋은 일이 있다면 그거 하나야. 안 그런가?”
제갈중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천마신교가 아니었다면 무림맹은 다시 한 번 분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챈맹으로 한 번 갈라진 것만도 가슴 아픈 일인데 여기서 더 갈라져 나가면 그야말로 무림맹은 끝이나 다름없었다. 권위도 명예도 힘도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절대로 그렇게 되게 둘 수는 없었다. 무림을 위해, 무림맹을 위해, 그리고 제갈중천 자신을 위해.
사영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허창을 벗어났다. 허창에 남아 있다가는 절대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이 심장을 휘저었다.
허창에 빠져나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영의 신법은 모든 그림자들 중 최고였다.
“크윽……”
사영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나치게 큰 내상을 입었다. 혼자서 운기조식만으로 치료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적어도 영약에 가까운 것이 필요했다.
사영의 몸이 이리저리 이지러졌다. 은잠술을 아직도 풀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었다. 내상을 입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혈영을 만나야 했다. 어쨌든 혈영을 도와 혈영검을 되찾아야 했으니까.
사영의 뇌리에 무표정한 얼굴로 팔을 휘젓던 단형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온몽이 부들부들 떨렸다. 떨쳐낼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혈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하남표국을 바라봤다. 삼백 장이나 떨어져 있으니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오늘 본 단형우의 엄청난 모습 때문에 괜히 걱정이 되었다.
“설마 사영이 실패할 리는 없는데……”
사영의 은잠술은 혈영도 인정하는 바였다. 아무리 강한 자라 해도 사영의 은잠술을 알아낼 수는 없다. 그런 사영이 그저 검 하나 가져오는 일을 실패할 리 없었다.
혈영은 한숨을 내쉰 후, 몸을 돌려 가부좌를 튼 채, 여전히 운기조식에 빠져 있는 세 사람을 쳐다봤다. 혈영대에서 가장 강한 세 사람이었다. 한데 단형우의 단 한수를 견디지 못해 이렇게 심각한 내상에 빠졌다.
정말로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누구도 두려워해 본 적이 없는 혈영이다. 심지어 혈마자조차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단형우는 달랐다. 그는 근본적으로 뭔가가 달랐다. 마치 인간처럼 여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밤이 점점 깊어가는 데도 사영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상을 치료하던 세 명이 눈을 떴다.
“면목입 없습니다, 대주.”
세 명의 혈영대원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혈영은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그가 그렇게 강한 줄 몰랐던 내 불찰이야. 설마 천마보다 훨씬 강한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
혈영의 자조적인 말에 혈영대 세 사람은 이를 갈았다.
“그가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혈영대가 모두 나서면 반드시 없앨 수 있습니다. 혈영대는 무적입니다.”
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적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놈은 다른 자들이 상대하게 한다. 혈영대는 다른 큰일을 해야 해.”
혈영의 말에 세 혈영대원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섰다.
불만이 있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적의 기세조차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사실이니까.
혈영은 그런 혈영대원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아직도 멀었군. 이대로라면 절대 승산이 없어. 회주께서도 단형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계신 게 분명해. 이대로라면 대업에 차질이 생긴다.’
혈영의 마음에 불안감이 번졌다.
“혈영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혈영이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무영대원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어느새 밤이 밀려나고 있었다.
어슴푸레한 여명이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는 중이었다. 사영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젠장! 실패로군. 일단 허창을 벗어난다.”
혈영은 그렇게 명을 내리고는 즉시 돌렸다. 그리고 신법을 전개했다. 혈영대원과 무영대원이 혈영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허창을 벗어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혈영대야 당연하고 무영대는 다른 무공에 비해 신법이나 보법이 월등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허창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허창에서 벗어난 그들은 사영을 볼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누워 있는.
“사영……”
혈영의 입에서 마친 신음 소리와도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설마 사영이 이 지경이 되어 쓰러져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우리까지 들킬까봐 이리로 도망왔나 보군.”
혈영은 그렇게 말하며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순식간에 무영대원들과 혈영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누군가 숨어 있는 사람이 없나 확인했다.
혈영의 감각에는 근처에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더 멀리까지 확인을 해야 했다. 그만큼 사영의 현재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혈영은 사영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심각했다. 하지만 목숨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응급처치를 신속히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혈영의 손이 사영의 단전 어림을 향했다.
우우웅.
강대한 기운이 사영의 단전으로 흘러들어갔다. 직접 단저의 기운을 깨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혈영은 그런 것은 개의치 않았다. 일단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크으으……”
혈영의 내력이 사영의 단전을 온통 뒤흔들자, 사영이 힘겹게 눈을 떴다.
“…… 왔군.”
사영은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혈영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사영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작은 단약이었다. 사영은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혈마단이다.”
혈마단이라는 말에 사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이내 그것을 입에 넣고 즉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사영이 운기조식을 하는 동안 혈영은 혹시라도 있으지 모르는 일에 대비해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어느새 사방으로 흩어졌던 부하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 네 은잠술이 전혀 통하지 않았단 말인가?”
혈마단을 복용한 사영이 다시 눈을 뜬 것은 거의 두 시진이 지난 후였다. 혈마단의 힘은 과연 대단해서 사영의 내상을 거의 완벽하게 치료했다.
“전혀 통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지만, 어쨌든 그의 근처에서는 통하지 않는 게 확실해.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면 아마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긴 한데, 그나마도 확실치가 않아.”
사영의 대답에 혈영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로 괴물 같은 놈이군. 그럼 네가 처음에 당했던 것도 어쩌면 방심해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단 뜻이로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 있었다는 게 정확하지.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적절한 시점에 기를 터트릴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당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만일 우연이라 해도 우연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단형우의 그림자가 그들에게 크게 드리워진 것이다.
“다시 가라고 하면 갈 수 있겠나?”
“혈마단을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건 힘들어. 좀 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해. 그리고 그림자가 하나 더 필요해.”
사영의 말에 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에 꼭 필요한 그림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월영이다.
무공이 아니라 머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그의 괴물 같은 진법이 피룡하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괴물을 준비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일단 내가 월영을 만나보지. 넌 회주께 돌아가서 일의 경과를 보고하는 게 좋을 듯하다. 반드시 돌아와야 해.”
혈영이 사영에게 다짐을 받았다. 지난 번 혈마자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사영이 돌아가면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영이 꼭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혈영검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괴물같은 놈의 손에서.
사영은 혈영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은잠술로 몸을 감췄다. 사영의 모습과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혈영은 한숨을 쉬며 부하들을 돌아봤다.
“슬슬 움직여라.”
혈영의 명에 따라 혈영대원과 무영대원들이 흩어졌다. 무영대원들은 허창의 상황을 주시하는 임무를 받았고, 혈영대원들은 나머지 혈영대원을 모으는 임무를 받았다.
혈영은 한 번에 승부를 볼 계획이었다. 혈영검만 얻을 수 있다면 혈영대원들은 모두 죽는다 해도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각성한 혈영검의 힘은 매력적이었다. 모든 마인들을 한 손에 휘두를 수 있게 될 테니까.
단형우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사영이 도망간 후, 들어와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사영의 수법이 자꾸 눈에 밟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실 잠을 자든 그렇지 않든 그다지 상관도 없었지만.
단형우는 방에서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손을 슬쩍 들어올려 눈높이 정도로 맞추고 뭔가를 시도하는 중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아침이 훨씬 지나갔다. 평소라면 식사를 거르지 않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그조차 거르고 뭔가에 몰두해 있었다.
당연히 조설연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서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는 식사시간에 단형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단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오라버니, 방에 계신가요?”
조설연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단형우는 문 밖에 누가 서 있는지 다 알고 있었지만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기운을 한 번 움직였다.
스르륵.
문이 저절로 열렸다. 문 밖에 조설연과 우문혜, 그리고 제갈린이 서 있었다. 그 뒤로 검왕과 검마가 보였다.
그들은 최근 단형우에게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사람이었다.
“이젠 별걸 다 하는구나.”
검왕이 살짝 투덜거렸다. 물론 검왕도 손 안 대고 문 열기는 할 수 있다.”
허공섭물을 할 수 있으면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이는 법이다. 하지만 문을 여는데 그런 힘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형우가 별종인 것이다.
다섯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방으로 들어섰다. 일단 단형우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단형우의 방에 들어서면 항상 뭔가 기대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단형우의 자세가 평소와 다른 것을 보고 다섯 사람이 모두 눈을 빛냈다.
“어라? 지금 뭘 하고 있는 네냐?”
검왕이 대뜸 물었다. 물론 단형우가 대답을 할 리 없다. 검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전개였다.
다섯 사람은 가만히 서서 단형우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어라?”
가장 먼저 놀란 것은 검왕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마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단형우의 손이 순간적으로 희미하게 흩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거였군.”
단형우의 중얼거림은 모두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런 게 뭔데요? 공자님?”
우문혜가 단형우에게 한 발 다가서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묘한 색기가 넘실거렸다. 최근 우문혜는 점점 색기가 짙어져 면사로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밖에 나다닐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문혜가 마음먹고 색기를 발산하면 어떤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녹여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단형우에게는 무의미했다. 아무리 색기를 풀풀 날려봐야 근처에 있는 다름 남자들에게만 효과가 미칠 뿐이었다.
지금도 마음먹고 열심히 색기를 날렸는데, 검왕과 검마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릴 뿐이었다.
검왕과 검마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정말로 지독한 색기였다. 천하의 우물이라는 말은 바로 우문혜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만 해라. 여기 그놈만 있는 게 아니니까.”
검왕의 말에 우문혜가 쳇,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발걸음은 단형우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공자님, 뭔데요?”
우문혜가 다시 묻자 단형우가 그녀 앞으로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