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33
단형우의 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단형우의 손이 뿌옇게 변하더니 안개처럼 흩어졌다. 마치 손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다섯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건 대체 어떻게 한 거죠?”
제갈린이 물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녀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다.
“이상한 놈이 이런 걸 하더군.”
“이상한 놈이라뇨?”
단형우가 손가락을 들어 침상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혈영검이 놓여 있었다.
검마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누군가 혈영검을 훔치러 들어왔단 말이오?”
검마의 말에 단형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해연히 놀랐다. 하남표국에는 검왕과 검마가 있다.단형우의 거처에 오려면 검왕과 검마의 거처를 지나쳐야 한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검왕과 검마의 감각을 속이고 들어왔다는 뜻이다.
“어젯밤에는 아무런 기척도 느낄 수 없었는데…… 아무리 내가 잠든 다음에 왔다 하더라도 이건…….”
검마가 중얼거리자 단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깨어 있을 때였다.”
그 말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왕과 검마가 멀쩡히 깨어 있는 시간에 몰래 들어와 혈영검을 훔치려다 단형우에게 발각되고 또 도망쳤다는 것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가 그렇게 대단했소?”
“부상당하긴 했지만 도망갔다.”
단형우의 말에 검왕이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그렇다면 부상을 당해 완전치 못한 몸 상태로 도망을 갔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 아닌가. 더욱 심각한 이야기였다.
“천하제일의 신투(神偸)가 나타났군.”
단형우는 검왕의 말을 들으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에는 도둑질을 하러 들어왔지만, 그 느낌은 도둑이 아니었다. 암살자에 더 가까웠다.
지옥에 있을 때는 그런 마물들이 꽤 있었다. 몸과 기척을 숨긴 채 다가와 공격을 하는. 그들은 자신들의 살기를 완벽하게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방심하다가는 크게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물이 이곳에도 존재할 리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겪어온 바에 의하면 그런 존재는 없는 것이 분명했다.
단형우가 슬쩍 손을 뻗었다. 침상 위에 놓여 있던 혈영검이 날아와 단형우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단형우는 그 검을 검마에게 내밀었다.
검마는 놀란 눈으로 단형우와 혈영검을 번갈아 쳐다봤다.
“앞으로 네 것이다.”
단형우의 말에 검마가 떨리는 손으로 혈영검을 받았다. 검집조차 없는 칙칙한 철검이었지만, 그 실체를 알고 있는 검마로서는 몸도 마음도 거세게 떨려왔다.
“이, 이것을 진정 내게 주시는 것이오?”
단형우가 고객를 끄덕였다. 그게 인연이었고, 순리였다. 왜 그렇게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제 혈영검을 깨운 후로 계속해서 혈영검이 검마의 손에 쥐어지길 원했다. 단형우는 혈영검의 의지를 들어준 것뿐이었다.
검마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혈영검을 쳐다봤다. 그동안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검이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 없다.
욕심을 버린 것이다. 그토록 원했던 혈영검이 욕심을 버리자 알아서 찾아왔다.
“대체 이것을 왜……”
검마는 알 수가 없었다. 단형우의 의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혈영검으로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혈영검의 힘은 이제 봐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단형우가 제갈린을 쳐다봤다. 제갈린은 단형우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단형우가 자신에게 뭔가를 원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제갈린의 눈이 검마가 들고 있는 혈영검으로 향했다.
제갈린의 눈이 반짝 빛났다. 혈영검에도 천섬과 마찬가지의 문양이 보였던 것이다.
저것은 분명 어제까지는 없었던 것이었다. 단형우가 혈영검을 깨웠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리라. 혈영검은 역시 천기자가 만든 검이었다.
“이제 알겠군요. 왜 그러셨는지.”
제갈린의 말에 검마가 그녀를 쳐다봤다. 제갈린은 검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혈영검을 연구하고 싶어요. 확실치는 않지만 검마 어르신께도 절대 나쁜 일이 아닐 거예요.”
제갈린의 말에 검마가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비록 단형우가 자신에게 혈영검을 맡겼지만, 이것이 완전히 자신의 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든 것을 결정할 때, 자신의 의지만으로 할 수는 없었다.
단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네 것이다.”
검마의 것이니 검마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다. 검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막상 단형우가 그렇게 마랗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결국 검마는 혈영검을 제갈린에게 내밀었다. 제갈린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검에 이리저리 난 문양들을 살폈다.
반 각 정도 문양을 살핀 제갈린이 그것을 검마에게 다시 내밀었다.
“다 살폈어요.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도 될까요?”
검마는 지혜롭게 빛나는 제갈린의 눈빛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체 네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면 그렇게 하마.”
검마의 말에 제갈린이 빙긋 웃었다.
“혈영검 역시 천섬과 마찬가지로 천기자의 작품이에요. 검 안에 진법에 대한 묘리가 숨어 있죠. 전 그것을 연구하고 싶어요. 단, 그 묘리가 나타나게 하기 위해선, 어르신께서 계속 혈영검을 쓰여야 해요. 천섬처럼요.”
검마는 그제야 이해했다. 제갈린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자신 역시 혈영검의 진정한 실체를 드러나게 하고 싶었다.
제갈린은 검마의 허락을 얻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천섬의 연구가 얼마 전 끝났다. 천섬에 있는 진법의 묘리는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진법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몇 단계나 올라갔다. 하니, 실제로는 수십 단계 올라간 느낌이었다.
이제는 예전 팽가에 펼쳐진 진법이 단순히 감각에 의존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 더욱 깊은 묘리를 담고 있는 혈영검이 나타났다. 방금 확인한 것은 혈영검에 잠들어 있는 묘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한참이나 걸릴 것이다.
제갈린은 직감적으로 혈영검에는 천섬에 숨겨진 진법의 묘리보다 훨씬 대단한 것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외에 뭔가 더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검마에게나, 하남표국에나, 도 단형우에게도. 그리고 전 무림을 위해서도 말이다.
혈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근처를 배회했다. 아무리 살펴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월영…… 설마 날 만나기 싫어서 일부러 이렇게 하는 것인가?”
혈영은 결국 팽가로 숨어들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팽가 근처를 너무 오랫동안 배회하면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들킬 수밖에 없다. 만일 그렇게 되면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팽가 무사들이 아무리 몰려와 봐야 겁나지 않지만, 지금은 조용히 일을 처리해야 했다. 아직 혈영이나 다른 그림자들이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는 월영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대체 무슨 생각인가. 설마 하반신을 잃은 것 때문에 두려워서 이렇게 점점 숨어 버리려는 것인가?”
혈영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엄청난 방비를 했을 리가 없다. 혈영이 알아볼 수 있는 진법만 해도 엄청났다.
지금 혈영의 능력으로는 그 진법들을 들키지 않고 들어가기가 불가능했다. 월영이 안에서 호응을 해주지 않는 한 아무리 혈영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사영의 도움을 또 받아야 하는 것인가?”
자신은 할 수 없지만 사영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진법이라도 사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영은 지금 혈마자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혈영검을 얻기 위해서는 월영과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몰래 들어가는 건 틀렸군.”
몰래 들어갈 수 없으니, 일단 소동을 일으켜 팽가의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에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위험했다.
그래조 지금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음? 밖이 소란스럽군.”
월영은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월영의 거처는 팽가 안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다.
밖의 소리가 들릴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월영은 팽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진법의 힘이었다.
“훗, 혈영인가.”
월영은 방 안에 흐르는 기의 변화로 주변 상황을 읽어냈다. 월영의 방 안은 팽가에 설치된 모든 진법의 핵이었다.
방 안에서 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팽가에 흐르는 진법의 힘을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팽가 주변에 흐르는 기가 변화하면 그 변화가 즉시 방 안에 흐르는 기를 변화시켰다. 월영은 그것을 읽어 주변 상황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당연히 이 일은 월영 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었다.
월영은 읽던 책을 품에 넣었다. 그 책은 천기진해였다. 얼마나 읽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새로웠다.
천기자는 진정한 의미의 천재였다. 그리고 천기진해는 그 천재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것은 비록 사본이었지마나, 별로 상관없었다. 천기진해는 월영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책이었다.
월영은 의잘르 굴러 방 중앙으로 이동했다. 다른 곳에서도 상관없었지만 방 한가운데가 가장 기의 흐름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진법에서 나오는 기운은 월영의 감각에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월영은 능력 이상의 감각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만큼은.
“흐음, 혈영이 작정을 했군. 과연 혈영이야. 하지만 어쨌든 내원으로는 들어올 수 없지.”
혈영은 벌써 팽가 안으로 잠입한 상태였다. 평소에는 진법으로 막혀 있는 정문도 소란을 피운 덕에 간단히 열려 버렸고, 그 안으로 유유히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월영이 고스란히 살핀다는 사실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월영은 손을 휘저어 진법을 움직였다. 그리고 혈영의 몸이 진법에 걸려 밖으로 밀려났다.
혈영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팽가 정문에 서 있었다. 분명히 안으로 뛰어들었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열 명 가량의 무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팽가 무사들이었다.
“네놈이로구나! 소란을 피운 것이!”
무사들은 혈영을 둘러쌌다. 혈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혈영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들이 포위망을 완성할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할 수 없었다.
‘설마 월영이 밀어낸 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해서 생각이 그쪽으로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 같이 안으로 들어가 줘야겠다. 네 정체를 스스로 불게 만들어주지.”
팽가 무사의 말에 혈영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잡혀가는 척 하면서 다시 안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이들을 해치우고 몸을 피할 것인지를.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월영의 배신이 예상되는 상황에 안으로 들어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진법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몸으로 체득했다.
만일 월영이 마음먹고, 제대로 팽가에 진법이 갖춰져 있으면 자신은 절대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재수가 없군.”
혈영은 그렇게 말하면 검을 뽑았다.
슈아아악!
날카로운 검기가 혈영을 중심으로 둥글게 퍼져 나갔다.
슈가가각!
팽가 무사 열 명은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허리가 동강나 버렸다. 사방이 피로 물들었다.
혈영은 바닥이 점점 피로 물드는 가운데 서서 스산한 눈으로 팽가 정문을 노려봤다.
“월영, 다음에도 네가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보겠다.”
혈영은 그렇게 중얼거린 후, 몸을 날렸다.
을씨년스런 바람이 열 구의 시체를 어루마지고 지나갔다. 마치 그들의 죽음을 애도라도 하듯.
월영은 혈영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으, 정말이지 대단한 무공이로군. 내가 이런 몰골이 되지 않고 무공에 정진했어도 절대 이길 수 없을 정도야. 그의 재능은 놀랍군.”
월영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혈영의 무공에 대한 재능은 월영이 가진 진법에 대한 재능만큼이나 뛰어났다. 하긴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혈마가의 눈에 들지도 않았으리라.
“그나저나 다음이라…… 다음에는 사영이라도 데리고 올 셈인가 보지?”
사영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사실 월영은 사영의 능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월영이 혈마회의 상당 부분에 관여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혈영만큼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월영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무영 정도였다. 월영은 진법에 더욱 매진해야 했고 회의 실질적인 일에는 그자지 관여할 일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사영이라는 그림자가 있고, 그의 능력이 무공과는 다른 특출난 것이라는 얘기는 충분히 들었다. 그리고 사영이 혈마자의 호위라는 것까지.
“사영의 은잠술은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연 그가 내 진법을 뚫을 수 있을까?”
월영은 고개를 저었다. 인간이라면 절대 불가능하다. 아무리 작은 기의 흐름이 변화해도 자신은 즉시 알 수 있다.
그 이후 진을 발동시키면 설사 신이라고 해도 통과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이 주변은 항상 진이 돌아가고 있으니까.”
월영의 거처는 그 자체가 대단한 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절대 사영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월영은 그렇게 자신했다.
“난 이제 더 이상 월영이 아니다. 앞으로는 취월일 뿐이야. 그게 나의 뜻이고, 천기자의 뜻이다. 그리고 날 내친 혈마자의 뜻이기도 하지. 난…… 이제 취월이다.”
월영의 독백이 방 안을 조용히 울렸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가 가득했다.
혈영검의 비밀
검마는 혈영검을 들고 조용히 서 있었다. 지금은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연무장은 텅 비어 있었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수련을 하려는 낙뢰대가 들이닥칠 것이고, 그 히우 늦은 밤에는 종칠이 몰래 수련을 하러올 것이다.
그 이전에 검마가 홀로 수련을 할 시간은 지금뿐이었다.
단형우에게 혈영검을 받았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수련을 하려고 기를 가라앉힌 후 조용히 관조하니, 혈영검에 잠들어 있는 막대한 마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기가 무언가랑 많이 닮아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단공자로군.’
단형우가 가지고 있던 마기, 그리고 자신의 몸에 있던 것을 없애고 새로 채워준 바로 그 마기였다.
즉, 혈영검에 단형우의 힘이 깃들었다는 뜻이다.
이번에 단형우가 혈영검을 들었을 때 나타난 그 괴사가 혈영검을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검마는 형영검을 슬쩍 휘둘렀다.
휘오오.
그저 휘둘렀을 뿐인데 마기가 휘몰아쳤다. 검마의 몸속에 있던 마기가 혈영검을 자극해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막대한 마기를 깨워 일으켰다.
짙은 마기가 뭉클뭉클 솟아나왔다. 그리고 이내 연무장은 마기로 가득 찼다.
검마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짙은 마기의 안개 속에서 검마의 검무가 시작되었다.
혈영검에서는 여전히 마기가 솟아나왔다. 그 마기는 계속해서 연무장에 쌓였다. 연무장을 뒤덮은 마기는 안개를 넘어서 마치 물처럼 흔들거렸다.
검마의 몸이 슬쩍 떠올랐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던 검마가 한 자 위에서 멈췄다. 몸이 떠오르는 와중에도 검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공간을 갈랐고, 검마의 몸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검마의 검무는 마치 물속에서 유영하는 듯했다.
한바탕 검무가 끝났다. 검마의 몸도 조금씩 아래로 가라앉아 이내 땅에 닿았다. 그리고 혈영검도 움직임을 멈췄다.
연무장에 차곡차곡 채워진 마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금세 소용돌이를 일으킨 마기가 순식간에 혈영검 안으로 빨려들었다. 연무장 안에는 더 이상 마기의 잔재조차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