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37
“북해빙궁은 수백 년 전에도 우리 중원 무림에 들어오다가 박살이 났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하지만 쉽게 볼 수는 없습니다. 북해의 무사들은 용맹합니다. 중원 무사들에게 없는 끈기와 잔인함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북해는 오지의 땅이다. 그곳에서 살아온 북해의 무사들은 천성적으로 인내심이 깊고,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정말로 골치로군. 이럴 때 뇌황이라도 나타난 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는데 말이야.”
독고운의 말에 제갈중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불세출의 고수가 쉽게 나타날 리가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이 일을 어쩌면 좋겠는가. 천마신교를 견제하는 것만 해도 힘이 부치는 상황인데 거기가 북해빙궁이라니. 뭔가 그들을 막거나 견제할 방법을 생각해 보게.”
제갈중천은 가만히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천맹에 연락을 취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독고운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정천맹은 무림맹과는 경쟁관계 아닌가.
그런 곳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정천맹에서도 북해빙궁에 대한 소식을 듣고 무림맹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어렵군.”
독고운은 그렇게 말한 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제갈중천은 그런 독고운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독고운의 말에 제갈중천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조금 더 궁리를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제갈중천은 맹주의 집무실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맹주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 있게 해주는 것이 예의였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제갈중천은 제갈린의 서찰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답장을 써야겠군.”
생각해 보니 아직 서찰을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내가 급하긴 급했군.”
제갈중천은 피식 웃으며 제갈린의 서찰을 펼쳤다. 그리고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시시각각으로 제갈중천의 표정이 변했다. 제갈린의 서찰을 읽으니 자신이 뭔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림맹이라는 커다란 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작은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큰일을 만들어낸다.
지금 제갈린은 그 작은 것들을 읽고 큰 것을 보려 하고 있었다. 제갈린이 단서를 제공했으니, 모든 정보가 모여 있는 제갈중천이 그것을 조합해 만들어나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심각한 일이 암중에 벌어지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설마 이번 북해빙궁의 일도?”
제갈중천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거대한 세력이 있어 북해빙궁마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일련의 사태들을 짚어보면 암중의 흉수는 뭔가를 원하고 있었다.
제갈중천은 서둘러 서찰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즉시 제갈린에게 날려 보냈다. 무림의 명운이 걸린 일이었다.
고작 며칠 사이에 제갈린과 제갈중천 사이에서 몇 번이나 전서구가 왕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의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회’라는 곳이 무림의 말살을 꾀하고 있다고.
“아직도 무림맹주나 제갈중천은 날 찾아오지 않는 것인가? 날 찾아오면 좀 더 쉽게 모든 일을 정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월영은 자신의 방 안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예의 천기진해가 들려 있었다.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천기진해의 매력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얻었는데 아직도 얻을 것이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었다.
월영은 무릎 위에 놓인 호월궁을 슬쩍 쳐다봤다. 호월궁은 오로지 월영만의 것, 지금 월영의 몸을 고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정말로 거대한 벽이로군. 천기자는.”
월영은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뭔가가 팽가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최근 진법의 범위가 더욱 넓어져 이젠 팽가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움직임도 읽어낼 수 있었다.
“음? 이상한 걸?”
다가오던 뭔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라진 그 무언가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진행 방향이나 속도로 보면 분명히 팽가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월영은 갑자기 온몸에 엄습하는 한기를 느꼈다. 뭔가 좋지 않은 징조가 느껴졌다.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월영이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러자 미약한 울림과 함께 진이 발동했다.
팽가에 펼쳐진 모든 진이 발동하며 침입자를 찾았다. 하지만 침입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월여의 마음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분명히.
– 순수 타이핑본이고 검토를 하지 않아 오타가 있더라고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문맥이나 전, 후권의 책을 토대로 오류가 있는 부분은 임의로 수정했습니다. –
취월과 무림맹, 그리고 단형우
새파랗던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더니 이내 시커먼 어둠이 그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취월은 어둠이 사위를 잠식할때까지 미동도 않고 기의 흐름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종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취월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과민했나 보군.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으니까.”
최근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취월이 천기진해를 얻은 것이다. 천기진해는 모든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취월은 일단 누군가의 종적을 찾아내는 것은 포기했지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진법을 뚫고 들어올 수 있을만한 사람은 절대 존재치 않는다고 확신했다. 무지막지한 힘으로 진을 박살낼 수는 있어도 이렇게 은밀히 파고들 수는 없었다. 절대로.
“하긴, 진을 박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진천뢰 정도가 있다면 모를까.”
회에는 진천뢰가 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다. 그 진천뢰를 투입한다면 아마 팽가에 설치된 진을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을 완벽히 파괴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을 대비해서 이중 삼중으로 대비책을 준비해 뒀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가 보유한 모든 진천뢰를 이용한다면 단번에 진을 부술 수 있다. 아니, 진뿐 아니라 팽가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진천뢰는 그만큼 무서운 무기다.
물론 취월은 회가 모든 진천뢰를 이용해 팽가를 치는 생각따위는 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회가 벌이는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그리 간단치 않다.
“더구나 그런 거대한 변수가 나타난 마당이니 더더욱 말이지.”
취월의 뇌리에 단형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로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천기자가 안배해 놓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한데 지켜본 바에 의하면 혈마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적어도 천기자가 안배한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알아야 정상이다.
“어쩌면 그 모든 사링을 나에게만 알릴 생각이었나?”
취월은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섣불리 단할 수 없다.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혈마자가 계획한 일들도 속속 빈틈이 발견되고 잘못 진행되기도 한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하물며 그렇게 오래 전에 준비한 천기자의 안배가 계획대로만 이루어지리라는 보방이 없었다.
어쨌든 천기자가 계획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월영이 사라지고 취월이 나타나게 되었으니까.
취월은 의자를 움직여 창가로 이동했다.
“벌써 밤이 이렇게 깊어졌나.”
시간의 흐름도 잊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그때 느꼈던 잠시의 위화감은 강렬했다. 그리고 그 강렬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사라벼 버린 위화감의 정체는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
취월은 조용히 품에서 궁(弓)을 하나 꺼냈다. 시위도 달려 있지 않은 그저 거무튀튀한 막대기에 더 가까운 궁이었다. 얼마 전 혈영이 주고 간 호월궁이다.
취월은 호월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호월궁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마치 달빛처럼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밝은 빛이었다.
호월궁에서 흘러나온 빛은 취월의 몸을 한바탕 감싼 뒤 조금씩 그의 단전 부근을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호월궁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빛이 사라져 버렸다. 취월은 빛이 사라진 호월궁을 다시 품에 넣은 후, 조용히 숨을 골랐다.
몸과 마음을 정리한 취월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흐읍!”
취월은 의자를 손에 짚고 몸을 살짝 일으켰다. 온몸에 한 푼의 공력도 없기 때문에 팔에 꽤 무리가 갔지만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일으킨 후, 다리에 힘을 주었다.
전혀 감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취월의 얼굴이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취월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흐으읍!”
취월은 조금 더 힘을 주며 다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눈에 희열이 찾아왔다.
털썩!
“허억, 허억……”
취월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발끝에 분명히 느낌이 있었다.
호월궁을 쓰고도 이 정도라니, 정말 지독하게도 당했군.”
호월궁은 철저히 취월을 위해 만든 무기였다. 재료부터 시작해서, 안에 들어간 복잡한 진법까지 모두 오로지 취월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호월궁은 말 그대로 취월을 지키는 활, 취월의 상처를 치료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내상쯤은 순식간에 치유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가졌다. 물론 취월 외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지만.
그런 호월궁으로도 현 취월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간신히 죽은 신경 한 가닥을 복구해 낸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임에는 분명했다.
취월은 다시 평안한 표정으로 의자에 살짝 몸을 파묻었다. 그리고 천기진해를 꺼내려다가 문득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소향이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겠구나.”
소향이는 취월에게 식사 시중을 들어주는 시비였다. 시중이라고 해봐야 식사를 날라다 주고, 다시 빈 그릇을 챙겨 돌아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어쨌든 소향이는 지금 이곳으로 올 수 없었다. 취월이 진법을 발동시켰기 때문이다.
일단 팽가에 펼쳐진 진법은 풀었지만, 자신의 거처를 둘러싼 진은 풀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소향이는 취월의 거처로 통하는 소로 끝에 위치한 작은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취월은 잠시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진을 풀기 싫었다. 하지만 소향이가 밤새도록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싫었다.
결국 취월의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면밀히 감싸고 있던 기의 흐름이 느슨해졌다.
잠시 후, 문 앞에서 소향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들어오너라.”
취월의 말에 소향이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와 탁자를 음식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탁자 위에는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가득 들어찼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을 텐데도 음식들이 그다지 온기를 잃지 않은 걸로 봐서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오래 기다리게 했나 보구나.”
“아닙니다.”
취월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시작했다. 몸이 좋지 않으니 식사는 거르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게 앞으로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테니까 말이다.
취월이 식사를 모두 끝낼 때까지 소향이는 조용히 옆에 서서 혹시라도 취월이 불편한 점이 없나 살폈다.
“잘 먹었구나. 밤이 늦었다. 너도 어서 돌아가 쉬도록 하여라.”
“예.”
소향이는 그렇게 대답하고 서둘러 식기들을 챙긴 후, 간단히 청소까지 마치고 돌아갔다.
소향이가 돌아가자 취월의 거처를 중심으로 다시 기의 회오리가 만들어졌다. 진이 발동한 것이다.
취월이 느꼈던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는 바로 사영이었다. 사영이 팽가에 스며든 것이다.
사영은 팽가에 잠입하면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얽힌 기의 흐름이 사뭇 대단했다.
사영도 스스로 익힌 무공이나 체질의 특성상 기의 흐름에 민감했다. 그렇기에 팽가에 거미줄처럼 얽힌 기의 실타래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들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팽가에 잠입한 직후에 일어났다. 갑자기 진이 발동한것이다.
그저 거미줄처럼 얽혀있기만 했던 기의 실타래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사방을 가로막았다. 물론 사영의 능력으로 그 기의 실타래들을 피해가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렇게 사영은 취워링 머무는 거처에 도착했다. 진짜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도저히 안으로 잠입할 수가 없었다. 빈틈이 전혀 없었다. 기의 흐름을 읽고 빈틈을 찾아 이동하면 그 어떤 진법이라도 뚫고 나갈 수 있는 사영이었다.
이미 그런 훈련은 수도 없이 했다. 혈마자 역시 진법의 대가 아닌던가.
혈마자가 만든 모든 진을 아무런 무리 없이 뚫을 수 있게 된후로, 사영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지금까지 유일하게 사영의 길을 막아선 것은 단형우였다.
하지만 지금 두 번째로 사영의 길을 막아선 것이 나타났다. 바로 취월의 진법이었다.
사영은 난감함을 느끼며 취월의 거처를 둘러싼 진을 이리저리 맴돌았다. 사영의 몸은 은잠술로 완벽히 가려져 아무도 볼 수가 없었다.
사영은 몇 번이나 그냥 진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억지로 그 충동을 억눌렀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아무리 천하의 사영이라 하더라도 진에 갇혀 어떤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사영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시비 하나가 다가왔다.
사영은 그 시비의 뒤로 가서 조용히 서 있었다. 은잠술로 몸을 가린 사영이었기에 시비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비는 취월의 거처로 통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들어섬과 동시에 다시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마치 들어가자마자 뒤돌아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사영은 그제야 취월의 거처를 둘러싸고 있는 진법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든 것을 밖으로 튕겨내는 진이었다.
그때부터 사영은 주저하지 않고 진 안으로 뛰어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들어가자마자 되돌아 나와야 했지만.
사영은 놀란 눈으로 취월의 거처를 노려봤다. 그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는데, 뛰어 들어가는 속도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다.
그 후로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리 은잠술을 극성으로 끌어올려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취월의 진법은 정말로 대단했다.
‘혈영의 말대로 정말로 대단하군.’
사영은 혀를 내두르며 혈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혈영은 월영의 진법은 그야말로 철옹성이라 했다. 그래서 자신은 월영을 도저히 만날 수가 없다 했다.
혈영을 만난 것은 팽가가 있는 하북에 들어선 직후였다. 월영을 만나는 것이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회주인 혈마자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사영은 혈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고 혈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팽가에서 혈영이 겪은 일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혈영의 말을 듣고 내린 사영의 판단은 월영의 배신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지금 점점 확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직 월영을 제거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월영의 얘기도 들어봐야 하고, 주변에 숨어서 그의 행동도 당분간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섣부른 판단으로 제거하기에 월영이 가진 힘과 능력은 너무나 대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것을 하려 해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사영은 그렇게 하염없이 주변을 맴돌았다.
또 몇 시진이 흘렀고, 결국 시비를 위한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