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41
장화영은 소리가 들려오는 ?으로 발걸음을 돌려 빠르게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점점 기합소리가 커져갔다. 장화영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 일남일녀가 보였다.
장화영은 그들을 발견한 순간 너무 놀라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사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내는 여인을 호위하는 무사로 보였다. 문제는 여인이었다. 그야말로 인세에 다시 볼 수 없을 정도의 미녀였다.
지금까지 장화영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해왔다. 삼봉삼화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자신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자신해왔다. 그만큼 검매화 장화영의 아름다움은 어느 곳에서나 빛을 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신감이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설마 삼봉삼화 중 하나일까?’
장화영의 뇌리에 갑자기 스친 생각이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삼봉삼화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겠는가.
장화영의 자신삼을 등장과 동시에 짓밟은 여인은 당연히 우문혜였다.
최근 그 아름다움이 더 깊어져 면사를 쓰지 않으면 여인들마저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가 되었다. 우문혜가 면사를 쓰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곳은 이렇게 하남표국 안이 유일했다.
우문혜는 앞에서 다가오다가 자신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 장화영을 슬쩍 쳐다봤다.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예쁜 여자야 이곳에도 많았다. 제갈린이나 조설연은 말할 것도 없고, 검왕의 손녀인 염혜미와 가끔 당호관을 보려고 들르는 당문영도 상당한 미녀였으니까.
다른 여인들을 떠올린 우문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름다운 여인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는 사람 때문이었다.
“대체 언제쯤 내 마음을 받아주실런지……”
요즘 우문혜의 관심사는 오직 단형우 하나였다.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외모에 대한 것도 전혀 관심 없었다.
만일 영사나 조설연이 강력히 주장하지 않았다면 면사도 쓰지 않고 다녔을 것이다.
우문혜가 딴생각에 잠겨 걸음을 멈췄다. 영사는 그 뒤에서 가만히 우문혜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 요즘 때때로 이렇게 멍하니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했다.
장화영은 가만히 서 있는 우문혜를 스쳐 연무장 쪽으로 걸어갔다. 물론 옆을 지나며 힐끔거리며 우문혜를 쳐다봤다.
아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우문혜의 미모는 충격적이었다.
우문혜가 보이지 않은 곳까지 간 장화영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아아, 저게 정말 사람이야?”
우문혜의 옆을 스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 거라고는 지금까지 생각도 못해 봤다.
“대체 누구지?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을 리 없어.”
제일 먼저 떠로은 사람이 백봉이라 불리는 제갈린이었다. 하지만 장화영은 고개를 저었다.
백봉을 본 적은 없지만, 근가 자신보다 훨씬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화산파에 있는 수많은 사형들이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그럼 역시 화중화겠군.”
검왕과 검마 외에 하남표국을 유명하게 만드는 또 다른 사람이 바로 화중화 우문혜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칭송은 화산파가 있는 섬서까지 진동시킬 정도였으니까.
“그나저나 화중화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화중화가 하남표국에 살다시피 한다는 것도 소문의 일부분이었다. 화중화 우문혜는 우문세가의 하나밖에 없는 딸, 우문세가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다.
그리고 우문세가의 실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일개 표국에 계속 머문다는 것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우문세가는 천하에서 가장 큰 상권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표국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고, 우문세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표국만 해도 세 개나 된다.
그런 세가의 주요 인물이 세가의 표국도 아닌 다른 표국에 오래도록 머문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뭔가가 있어. 분명히 뭔가가!”
장화영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 입구에 들어선 장화영은 눈을 크게 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연무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남표국의 연무장은 그 어느 세가나 문파의 연무장보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의 눈이 살아서 번득였고, 날카로운 기세가 가득했다.
장화영은 눈을 빛내며 연무장에 있을 검왕과 검마를 찾았다. 찾는 것은 간단했다.
검왕과 검마의 연배가 적지 않으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실제 장화영은 검왕이나 검마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참이나 연무장을 둘러보던 장화영이 결국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살펴도 검왕이나 검마의 연배로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라고 했으니까……’
검마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지만 검왕은 그렇지 않다. 물론 검왕도 세상에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나이 정도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장화영이 알기로 검왕은 거의 아흔에 가까운 나이였다. 무림맹이나 화산파의 정보를 이용해 유추한 것이니 거의 틀림이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무리 연무장을 둘러봐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기껏해야 마흔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며 있을 뿐이었다.
“뭐야? 벌써 끝나고 간 거야?”
장화영이 나직하게 투덜거렸다. 검왕과 검마의 수련 모습을 보고 그들과 검이라도 한 번 섞어보고 싶어서 왔는데 찾을 수가 없으니 실망이 컸다.
연무장에 있는 사람들은 입구에 서서 안을 살피는 낯선 여인의 존재를 진작 알아차렸다. 덕분에 수련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갔다.
누가 지켜봐도 상관하지 않는 낙뢰대 서른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수련을 멈추고 장화영을 쳐다봤다.
사실 다른 사람의 수련 모습을 이렇게 함부로 본다는 것은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아니,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장화영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곳이 표국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무림문파였다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남표국 연무장은 다른 표국과는 많이 달랐다. 이곳에서 수련하는 사람들은 표사뿐이 아니다.
사실 표사들보다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대부분이 당가 무사와 우문세가 사령당 무사들이었으니 실제로 표사들이 쓰는 연무장이라 부르기도 어색했다.
물론 장화영이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다. 장화영뿐 아니라 하남표국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일이었다.
장화영이 연무장에서 나가지 않고 계속 서 있자 결국 당가 무사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곳에서 나가달라고 정중히 얘기할 참이었다.
“이곳은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수련을 쳐다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일 아닙니까.”
당가 무사의 말에 장화영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장화영의 얼굴은 상당히 아름다웠지만 매일 우문혜의 얼굴을 옆에서 지켜보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있어서 놀랄 정도의 미모는 아니었다.
“아, 그런가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장화영은 그렇게 대충 대답했다. 고작 표국의 연무장을 둘러보면서 이런 얘기를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돌아가 주십시오.”
무사의 말에 장화영이 살짝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잠시 동안 무사와 눈을 마주쳤다.
보통의 경우 자신의 눈을 마주본 사내들은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하지만 이 무사는 전형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장화영은 내심 무안해졌다.
“그런데 검왕 어르신은 여기서 수련을 하지 않으시나 보죠?”
장화영의 뜬금없는 말에 무사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이곳은 당가가 아니라 하남표국이다. 표국의 손님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두 분의 수련은 조금 전에 끝났습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조금 전이라고요? 그럼 그분들은 어디 가셨죠?”
장화영이 끈질기게 말을 물고 늘어지자 무사는 살짝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장화영은 무사의 그런 표정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이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무사는 고개를 슬쩍 돌려 검왕과 검마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두 사람은 방금 전 수련에서 얻은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잠시 쉬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 앞에는 종칠이 서 있었다. 조만간 종칠의 수련을 시작해야 하니까.
“저분들인가요?”
장화영의 눈에 놀람이 어렸다. 검왕과 검마라고 보기엔 너무나 젊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공이 깊어지면 오히려 젊어지기도 하지 않은가.
장화영은 검왕과 검마가 있는 쪽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여전히 이런 표국 연무장의 수련쯤은 지켜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장화영의 당돌한 행동에 당가 무사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장화영은 그런 당가 무사를 힐끗 쳐다봤다.
“고작 표국 연무장 주제에 유세는.”
장화영은 그 말을 남기고 검왕과 검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닐 수도 있지만 확인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당가 무사는 장화영의 말에 딱딱하게 굳었다. 이런 무시를 당하고 가만있으려니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후우, 참자. 참아.”
숨을 길게 내쉰 당가 무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표국 손님이니 표국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이곳 역시 하남표국 연무장이니 하남표국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자신들은 그저 표국 연무장을 빌려서 수련하고 있을 뿐이니까.
“젠장, 단대협을 당가로 모시던가 해야지.”
물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중얼거려 화를 풀어내지 않으면 속병이 걸릴 것 같았다. 당가 무사는 계속 투덜거리며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장화영은 당가 무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귀에 분명히 ‘당가’라는 말이 들어왔다.
‘뭐야? 그럼 저 사람 당가 사람이었어? 당가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사천에 안 가고.’
장화영은 머릿속이 살짝 엉켰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검왕과 검마를 보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화영은 검왕과 검마 앞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검왕과 검마는 그런 장화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종잡을 수 없는 계집이라고 생각하며.
“검왕 어르신이 어느 분이신가요?”
장화영의 질문에 검왕과 검마는 그저 멀뚱히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굳이 대답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거니와 그녀의 속셈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화영은 그런 검왕과 검마의 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 화산파에서 온 장화영이라고 해요.”
장화영의 소개에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이라면 검의 명문이다. 화산의 검은 예전에 얼핏 겪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으로는 상당히 훌륭했다.
“그래. 내가 검왕이라 불리는 늙은이인 건 맞다.”
“역시 그랬군요.”
장화영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검마를 쳐다봤다.
“그럼 이분이 검마 어르신이시겠군요.”
장화영의 말에 검마가 살짝 인사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장화영은 다시 한 번 공손하게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살짝 눈웃음치며 검왕과 검마를 바라봤다.
그녀의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검왕과 검마. 두 사람을 구어삶을 수 있다면 하남표국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하단주님. 잘못 짚으셨어요. 호홋.’
하원후는 지금쯤 하남표국의 국주와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표국의 일을 국주가 결정하는 거야 너무나 당연하지만 표국에 십대고수가 표사로 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겠는가.
아직도 이들이 왜 하남표국에 머무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범인이 머리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단 하남표국에 이들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이들을 움직이면 하남표국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지.’
그것이 장화영의 판단이고 계획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검왕의 말에 장화영이 잠시 숨을 들이켰다. 검왕의 말투가 그리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한껏 귀여움만 받아오던 장화영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심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 저는 그러니까 어르신의 검을 한 번 견식하고 싶어요.”
장화영의 말에 검왕이 피식 웃었다.
“내 검을 봐서 뭐하게?”
“그, 그러니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장화영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 앞에서 보고 있던 종칠이 끼어들었다.
“거, 영감님 그만 좀 하십쇼. 곤란해 하잖습니까.”
종칠의 말에 검왕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장화영의 얼굴에 핏기가 깨끗이 사라졌다.
세상에, 천하의 검왕에게 영감님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이렇게 검왕의 화를 돋우는 사람이 나타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장화영의 고개가 천천히 종칠에게로 돌아갔다. 목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드극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거 보십쇼. 얼굴이 하얗게 질렸잖아요. 영감님이 그렇게 윽박지르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하여튼 늙으면 죽어야지.”
“크하하하핫!”
종칠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검마가 크게 웃었다.
가끔 종칠이 이렇게 반항을 할 때마다 검마는 꽤 즐겁게 웃음을 터트렸다. 종칠은 결코 검마에게 대드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종칠은 항상 검왕만 건드렸다. 그리고 검왕은 그런 종칠을 절대 가만 두지 않았다.
“이놈이!”
검왕이 손을 휘둘렀다.
빠악!
종칠은 뒤통수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짐과 동시에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가 벌떡 일어섰다. 미리 공격이 올 거라 예상하고 앞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아프진 않았다.
아니, 그렇게 예상하고 미리 움직였는데도 많이 아팠다는 것이 정답이리라.
‘젠장 이번엔 정말로 죽이려고 했던 게 틀림없어.’
종칠이 이렇게 가끔 검왕을 도발해 손을 쓰게 만드는 이유는 미리 대비하고 맞으면 덜 아프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런 짓을 안 하더라도 무조건 맞는다. 이유는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문제는 예상치 못하고 맞으면 기절 일보 직전까지 간다는 데 있었다. 이렇게 예상을 하고 맞으면 그나마 덜했다.
그리고 검왕이 종칠의 머리를 때리는 것은 바로 수련의 시작을 의미했다.
“슬슬 몸을 움직일 때가 되긴 했군. 쉴 만큼 쉬었으니까.”
검마가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종칠은 벌써 연무장 한가운데서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검왕과 검마를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검왕과 검마의 몸이 동시에 움직였다.
장화영은 두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사라진 두 사람은 연무장 한가운데 서 있는 종칠 앞에 나타났다.
장화영의 얼굴에 서서히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종칠은 무려 검왕과 검마의 합공을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검왕과 검마가 손에 사정을 많이 두고 있었지만 너무 놀라 사고력이 저하된 그녀가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장화영의 입이 점점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멍한 눈으로 종칠의 모습을 바라봤다.
침이 흘러나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서.
하원후는 표사의 안내를 받아 별채로 이동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박하지도 않은 방이었다. 하원후는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다.
‘대체 몇이나 모아올 생각인가.’
하원후는 과연 누가 올 것인지 예상해 봤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편이 상대하기 편할 테니까.
‘우선 아까 그자는 올 것이고, 조소저는 당연히 오겠고, 제갈 소저가 올지도 모르겠군. 그녀라면 꽤 신임을 얻었을 테니까.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어.’
거기까지 생각한 하원후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제갈린은 비록 이곳 하남표국에 있지만 실제로는 무림맹 사람이나 다름없다.
제갈린의 할아버지인 제갈중천이 무림맹 군사니까. 무림맹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이런 일에 도움을 주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