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42
‘그리고 또……’
검왕과 검마가 올 수도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조금 긴장해야 한다. 그들은 나이를 먹은 만큼 경헌도 많이 쌓았을 테니까.
그래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무림맹의 요청을 일개 표국이 거절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한 시진이 흐르자, 슬슬 하원후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걸리는군. 대체 얼마나 모아 올 생각인가.”
하원후가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다. 표국의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고, 표국의 주요 인물이 많은 것도 아닐 테니까.
하원후가 막 화를 터트리려 할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직 별채에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했다. 이제야 형표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하원후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야 오다니, 무림맹을 우습게 알고 있군. 아니 날 우습게 보고 있어.’
무림맹을 가볍게 여길 리 없다. 하지만 하워후는 다르다. 아무리 하원후가 무림맹 승룡단주라 하지만 그 이름이 십대고수보다 높은 것은 아니니까.
이내 문 앞에서 형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하원후는 인상을 살짝 썼지만 뭐라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저 속으로 조금 담아두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담아뒀던 것을 조금 부풀려 꺼낼 생각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형표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하원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하원후는 그렇게 말하며 형표 뒤에 따라온 사람들을 슬쩍 쳐다봤다. 형표가 데려온 사람들은 세 명의 여인이었다.
하원후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그가 가장 먼저 발견한 여인이 바로 우문혜였다. 예전에도 우문혜를 본 적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아름다워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그저 슬쩍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하원후가 우문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서 있자 형표가 나직이 헛기침을 했다. 그 소리를 들은 하원후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일단 앉으십시오.”
하원후의 말에 형표와 세 여인이 자리에 앉았다. 형표를 따라온 세 여인은 조설연, 우문혜, 제갈린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데려오고 싶었지만 지금 검왕과 검마는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종칠을 괴롭히는 중이었고, 단형우는 그들의 수련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종칠이 다치면 치료해 주기 위함이었다.
그들을 빼면 남는 사람은 세 여인밖에 없다. 형표가 누구보다 믿는 사람들이었다.
하원후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세 여인을 하나하나 쳐다봤다. 조설연도 예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변했다. 그리고 제갈린의 눈은 더욱 지혜롭게 빛났다.
그래도 우문혜가 던져준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원후는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제갈린을 마음에 지우고 그 자리에 우문혜를 그려 넣을 정도였다.
“이제 다시 얘기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형표의 말에 하원후가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세 여인들 때문에 제대로 마음을 가다듬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무림맹은 지금 하남표국의 힘이 필요합니다.”
하원후가 조금 무게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무림맹에 가입하라는 뜻인가요?”
조설연의 질문에 하원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조가장 시절부터 무림맹과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니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오만.”
“관계가 돈독하긴 했지만 무림맹에 가입하지는 않았었지요.”
“가입만 하지 않았다뿐이지 실제로는 가입한 것과 마찬가지 아니었소? 조소저께서도 저와 함께 무림맹의 행보에 한 팔을 거들지 않았소이까.”
하원후의 말에 조설연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말로 인해 옛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당시 천기자의 장보도를 얻은 조가장주 덕분에 무림맹의 행보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단형우를 만났다.
“그때의 일은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조가장이 무너졌죠.”
“그것은 억측이오!”
조설연의 말에 하원후가 거세게 반응했다. 조가장주가 장보도를 무림맹에 넘겼고, 그 일이 있은 직후 조가장이 멸문했다.
순서와 이치를 따지자면 충분히 의심이 갈만한 상황이지만 단정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인정할 수도 없었다. 인정하는 순간 하남표국과 무림맹과의 관계는 끝이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일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요.”
“무림맹은 그 후에도 계속 도왔지 않소. 하남표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무림맹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오.”
하원후의 말에 조설연이 싸늘하게 웃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은 용납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하남표국이 이렇게나마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표국의 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애쓴 덕분입니다. 무림맹 때문이 아닙니다. 무림맹 때문에 오히려 표국이 한 번 더 무너질 뻔했었죠.”
“말도 안 되오! 어찌 하남표국이 무너진 것이 무림맹 때문이란 말이오! 그때의 일은 누군가 하남표국을 무너뜨리고자 공작을 벌인 탓이오! 무림맹에서도 충분히 조사했던 일이오!”
“하지만 불씨를 던진 것은 무림맹이었지요. 멋대로 이곳에 와서 일을 벌이고, 일이 걷잡을 수 없게 퍼지니 멋대로 돌아갔지요. 아닌가요?”
조설연의 말에 하원후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오해요. 당시 승룡단이 물러난 것은 무림맹의 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오. 그것은 어쩔 수 없었소. 마인들의 손에 천기자의 비동을 넘겨줄 수는 없는 법 아니오.”
하원후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 조설연이 그때의 일을 아직도 속에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당시 승룡단을 하남표국에서 철수시킨 장본인이 바로 하원후였다.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하남표국이 무림맹에 가입할 이유가 없군요.”
조설연의 말에 하원후는 침음성을 삼켰다. 조설연의 강경한 태도로 미루어 설득이 쉽지 않을 듯했다.
하원후는 애타는 눈으로 제갈린을 쳐다봤다. 지금쯤 그녀가 도와줘야 이번 일을 매끄럽게 이끌 수 있을 듯했다.
제갈린은 하원후의 눈길을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남표국이 무림맹과 손을 잡으면 뭘 얻을 수 있는 거죠?”
제갈린이 묻자 하원후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무림맹이 제시할 수 있는 조건들을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다. 너무 당황해서 그런 것들은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앞으로 무림맹은 하남표국에 우선으로 표물을 맡길 예정이오.”
무림맹은 그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표국의 이권에 발을 걸치고 있다.
아무래도 각 문파의 주요 인물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문파와 무림맹 간의 물자 이동이 빈번할 뿐 아니라, 무림맹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여러 가지 임무들에도 수많은 표국들이 개입해 있다. 그런 표국의 우선권을 가진다면 상당한 이권이 생길 터였다.
하원후는 이 정도라면 파격적인 조건이라 생각했다. 얼굴에 그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남표국의 입장에서는 별로 매력적일 것도 없는 조건이로군요.”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저런 말을 꺼내고 있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갈소저, 그게 무슨 말이오? 소저도 무림맹에 표국의 이권이 얼마나 많이 걸려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소.”
“그건 다른 표국들 얘기죠. 하남표국은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딸릴 정도로 의뢰가 쌓여 있어요. 여기에 무림맹의 의뢰까지 맡으려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겠죠. 표국의 규모를 갑자기 늘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죠.”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어쩌란 말이오.”
“다른 조건을 내거셔야죠.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하남표국을 무림맹에 가입시키려는 것은 뭔가 크고 위험한 일을 맡기기 위함 아닌가요?”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요즘 북해가 시끄럽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하원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체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소!”
이것은 무림맹에서도 일급으로 분류되는 기밀이었다. 아직 북해빙궁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도 아니거니와 설사 움직였다 하더라도 그 일이 소문나면 무림에 좋을 것이 없었다.
“이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지가 중요하고, 하남표국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그 대가로 하남표국에 뭘 줄 수 있는 지도 물론 중요하고요.”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자신의 재량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가 협상의 대가로 가져온 것은 표국이 취할 수 있는 이권이 전부였다.
“일단 무림맹이 원하는 것을 얘기해 주세요.”
하원후의 입에서 체념이 담긴 말이 흘러나왔다.
“하남표국은 지금 은연중 하남 무림을 이끌고 있소. 그것을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쓸데없는 얘기는 빼고 본론만 말씀해 주세요.”
하원후는 제갈린을 한 번 쳐다봤다. 그의 눈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어차피 마음도 떠났다. 그러니 더더욱 탐탁치 않았다.
“끄응, 하남 무림을 이끌고 북해빙궁을 막아줬으면 했소. 무림맹이 직접 움직이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아서 말이오.”
“하남무림만으로 북해빙궁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하원후는 진땀을 흘리며 열심히 설명했다.
“북해빙궁은 예전의 북해빙궁이 아니오. 예전 무림에 큰 위협이 되었던 북해빙궁은 더 이상 없소. 그저 무림맹의 힘이 분산되어 자칫 무림에 큰 위협이 될까 두려울 뿐이오.”
“과연 그럴까요? 혹시 북해의 마검에 대해 아시나요?”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는 크게 당황했다. 설마 제갈린이 거기까지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그건……”
“하남표국의 정보력을 너무 우습게 아셨군요. 북해빙궁은 예전의 강력함을 거의 되찾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가요?”
북해빙궁은 과거 무림을 침략했을 때, 심각한 피해를 안겨줬다. 당시 뇌황이 없었다면 무림은 오랜 시간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 이제 무림맹의 진짜 생각을 들려주세요.”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소저는 누구 편이오!]
제갈린은 하원후의 전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하원후는 그런 제갈린을 보며 계속해서 전음을 날렸다.
[무림맹 군사의 손녀라면 이렇게 날 핍박해선 안 되지 않소. 설마 제갈세가는 무림맹을 배신하고자 하는 거요?]
하원후의 전음을 들은 제갈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그의 전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하원후를 지그시 쳐다봤을 뿐이다.
한동안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우문혜였다.
“하담주님이라 하셨나요?”
우문혜는 목소리마저 아름다웠다. 마치 사람을 술에 취하게 하듯 몽롱하게 만들었다.
“그, 그렇소. 무림맹 승룡단을 이끌고 있는 하원후요.”
하원후의 대답에 우문혜가 살짝 미소 지었다. 하원후는 그 미소에 숨이 멎을 뻔했다.
“왜 대답을 안 해주시나요? 우리 린아가 물었는데 말이에요.”
우문혜의 말에 하원후가 당황했다.
“무, 무황성이 도와주기로 했소.”
무황성이라는 말에 세 여인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무황이 죽긴 했지만 무황성은 아직도 건재했다.
무림맹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모두 제갈중천이 뒤에서 손을 쓴 덕분이었다.
“북해에서 온다면 모용세가도 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요.”
모용세가라는 말에 하원후의 안색이 조금 더 나빠졌다.
“그들은 얼마 전 탈맹했소.”
“탈맹했다고요? 모용세가가?”
모용세가가 무림맹에서 나갈 이유가 없었다. 청룡검이 죽었으니 무림맹이라는 큰 힘을 이용하는 것이 옳았다. 당시 봤던 빙란이라면 충분히 그럴 역량이 된다고 생각햇다.
“그렇소. 그들은 정천맹으로 옮겼소.”
제갈린의 머리가 눈부시게 돌아갔다.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최소한 무림맹은 권력을 탐하긴 해도 무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정천맹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제갈린은 그것이 기우기를 바랐다.
“좋지 않군요. 그럼 무림맹은 북해빙궁을 하남 무림과 무황성만으로 막아내라는 말인가요?”
“그, 그렇소.”
다시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이번에 그 침묵을 깬 것은 조설연이었다.
“무림맹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세요. 우리 하남표국도 나름대로 회의를 걸쳐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어요.”
“겨,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리겠소.”
“그건 좋을 대로 하세요. 하지만 돌아가셔서 다시 말씀을 듣고 오셔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조금 전의 그 조건이라면 저희가 움직일 이유가 전혀 없을 텐데요.”
“그, 그런……”
하원후는 결국 조설연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이대로는 절대 하남표국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이럴 때 검매화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나 혼자서 이렇게 뭇매를 맞고 있는데!’
하원후는 속으로 검매화 장화영을 마구 욕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도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거처를 마련해 드리지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조설연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머지 사람들도 조설연을 따라 일이섰고, 이내 방에서 나갔다.
하원후는 표사의 안내를 받아 거처로 이동하면서 어금니를 악물었다. 가만 생각하니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그저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나오지 않았는가.
“제갈린. 과연 내게 이런 식으로 하고도 무사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이를 갈던 하원후의 뇌리에 우문혜의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하원후의 얼굴이 풀어졌다.
그의 얼굴도 연무장에서 종칠을 쳐다보던 장화영의 것과 닮아 있었다.
무영각
조설연을 비롯한 세 여인이 하원후를 만나고 있을 때, 단형우는 여전히 연무장에 서 있었다.
사실 단형우가 더 이상 연무장에 서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간 단형우가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은 다른 이들의 수련을 돕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그곳에 서 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연무장에 있는 기는 포화상태였다.
당분간 단형우는 다른 곳에서 지내도 상관없었다. 터져나갈 정도로 가득한 연무장의 기운이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테니까.
단형우는 지금 가만히 서서 종칠의 모습을 지켜봤다. 최근 단형우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종칠이었다.
종칠은 불가능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벽을 넘었다. 이제 다시 천뢰를 수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칠은 검왕과 검마의 협공을 열심히 버티고 있었다. 오늘따라 종칠의 움직임이 너무나 매끄러웠다. 아직 한 군데도 부러지지 않은 것을 보며 알 수 있다.
단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단형우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 상황에서 벽을 넘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최근 수련도 단형우의 간접적인 도움이 있긴 했지만 상당한 속도로 실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단형우의 시선이 옆으로 살짝 돌아갔다.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한 여인이 서서,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로 종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장화영이었다.
단형우는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이내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여전히 새파랗게 펼쳐져 있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보였다. 종칠이 다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장화영은 멍하니 종칠을 바라보다가 흠칫 정신을 차렸다.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느낀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