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44
장화영이 그렇게 노력해서 미소를 만들었는데도 종칠은 그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난 피곤해서 가서 좀 쉬어야겠으니, 나가서 다른 적당한 사람 붙들고 물어보쇼.”
종칠의 거친 말에 마음 한구석이 꿈틀거렸지만 장화영은 인내심을 발휘해 그것을 억눌렀다.
“그러지 마시고 대협께서 직접 안내해 주시는 게 어때요? 전 이래 봬도 이 표국에 온 손님이에요. 화산파 사람이라고요.”
종칠도 구대문파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서 알고 있다. 표사나 쟁자수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었다.
“화산파?”
장화영은 화산파라는 말에 종칠이 반응하자 반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화산파. 화산파는 알죠? 제가 바로 그 화산파에서 온 검매화 장화영이에요. 이제 아시겠어요?”
장화영은 가슴을 살짝 내밀며 그렇게 말했다. 자랑스러움이 물씬 피어나는 얼굴과 태도였다.
종칠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매화라면 종칠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삼봉삼화 중 하나다. 하지만 무림의 꽃이라 하기엔 뭔가 좀 모자라 보였다.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으니 당연하지만 종칠은 그런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혹시 거짓말 하는 거 아뇨?”
종칠의 눈에 서린 의심의 빛을 읽은 장화영은 황당해서 눈이 커졌다. 자기가 누구인데 감히 의심을 한단 말인가.
“거짓말이라뇨! 내가 왜 그따위 걸 하는데요!”
장화영의 앙칼진 반응에 종칠이 움찔하며 뒤로 한 발 루러섰다.
“아, 아니면 그만이지 왜 성질을 내고 그러쇼.”
“어쨌든 안내해 줄 거죠?”
장화영이 막무가내로 나오자 종칠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표국의 손님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자신은 아직까지 하남표국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도움을 얻고 있는 쪽이었다. 이런 일까지 망쳐 버리면 미안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이다.
“호호, 잘 생각했어요. 당신 운이 아주 좋은 거라고요.”
장화영의 말에 종칠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이 좋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화영은 얼굴도 두껍게 종칠의 팔을 살짝 휘어 감고는 서둘러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연무장에 있으니 왠지 거북했기 때문이다. 종칠과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참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다.
장화영은 그 거북함이 연무장에 쌓인 기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그렇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제갈린은 회의가 끝난 후, 거처로 돌아왔다. 이제 슬슬 혈영검을 연구해야 할 시간이었다.
조만간 검마가 제갈린의 거처 앞뜰에서 한바탕 검무를 출 것이고, 제갈린은 그 이후에 혈영검에 나타난 문양들을 연구할 것이다.
연구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진법에 대한 제갈린의 수준은 몇 단계 위로 올려놓았다. 앞으로의 연구 성과에 따라 훨씬 더 대단한 경지에 발을 들이게 될 수도 있었다.
거처에 도착한 제갈린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방 앞에 불청객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소저, 너무 늦은 것 아니오?”
하원후였다. 제갈린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늦은 시간에 여긴 웬일이시죠?”
“이곳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더군. 이렇게 아무나 마음대로 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까지 말이오.”
하원후의 말에 제갈린의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이곳에 왜 오셨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못 올 데를 온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신경을 곧두세우시는 거요?”
하원후의 능글능글한 대꾸에 제갈린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런 상황에서 흥분할 필요는 없었다.
하원후는 바보가 아니다. 굳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 사람이 아니었다.
“계속 이렇게 세워 둘 셈이오?”
하원후의 말에 제갈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분이로군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하죠.”
곧 검마가 올 것이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제갈린은 정말로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다. 모든 상황을.
제갈린의 거처로 들어선 하원후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 안이 온통 책으로 꽉 차 있었다. 제갈린이 어떤 여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방 안을 온통 서재로 꾸며놓을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얼핏 훑어봐도 상당한 가치가 높은 책들이 많았다. 하남표국의 힘과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제갈린에게 상당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대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군.”
하원후의 말에 제갈린이 가볍게 대꾸했다.
“당신도요.”
많은 의미가 함축된 한 마디였지만 하우후는 그저 능글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이제 슬슬 본론을 얘기하시죠? 저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이 늦은 시간에 또 어디 갈 데라도 있으신가 보오?”
“내가 가는 게 아니라 누가 찾아올 거예요. 그러니 빨리 용건을 말씀하시죠.”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질투의 불꽃이 살짝 일었다.
비록 마음이 떠났다고는 하나, 한때 자신의 반려로 점찍었던 여인이다. 그런 사람이 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게 누구요?”
하원후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제갈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쩨가 왜 그걸 대답해야 하죠?”
하원후는 어금미를 물었다. 제갈린의 대답 때문에 작은 불꽃이었던 질투심이 거세게 타올랐다. 하지만 순간의 화를 못참고 일을 저지를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쓸데없는 얘기는 빼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대체 소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하원후의 표정이 급격히 안정을 찾자, 제갈린이 잠시 이채를 띠고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하원후에게는 예전부터 아무런 감정이 느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마음이 가 있는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오늘 있었던 일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렇소. 소저는 대체 어디에 소속된 사람이오?”
제갈린은 그런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지금은 하남표국이에요. 몰라서 물으시는 건가요?”
“그럼 무림맹은 뭐요? 제갈세가는 또 뭐고? 그 두 곳은 소저의 마음에서 아예 사라진 거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뭐죠?”
“왜 날 곤란하게 만드는 거요. 오늘 낮에 소저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괜찮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최소한 도움을 주진 못할망정 방해를 하다니 소저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소.”
하원후의 말에 제갈린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무림맹은 할아버지가 군사로 일하는 곳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제갈린의 침묵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 하원후가 말을 이었다.
“소저의 도움이 필요하오. 부디 하남표국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그것이 무림맹을 위하는 길이오. 그것이 군사님을 위한 길이고, 제갈세가를 위한 길이오. 그리고 그것이 무림을 위한 길이오.”
제갈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원후의 말은 옳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어쨌든 당금 무림에서 무림 전체를 위해 조금이라도 득이 되도록 움직일 만한 곳은 무림맹뿐이었다.
정천맹도 정파의 탈을 쓰고는 있지만 제갈린이 겪어본 바로는 그다지 믿기 어려웠다. 뭔가 깊은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림맹을 위하는 길이 전체 무림을 위하는 건 아니었다. 무림맹도 맹에 속한 문파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디까지나 그 와중에 무림의 일을 살피는 것이다.
“하아, 어쨌든 오늘 일은 이미 결정이 끝났어요. 하남표국은 그 조건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하남 무림 전체를 선동해서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힘과 자금이 필요한 일인지 잘 아시잖아요.”
제갈린의 말에는 하원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무림맹의 모든 으뢰를 하남표국에 집중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단 것이다. 이것은 잘만 이용하면 굉장한 부를 거머쥘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무림맹이 표국에 얼마나 많은 이득을 줄지 모르시는거요? 왜 굳이 하남표국이 그 모든 표물을 맡을 생각을 하는 거요. 다른 표국에 일을 나눠주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클 텐데.”
하원후가 답답하다는 듯 말하자 제갈린이 고개를 저었다.
“하남표국은 신용이 상당한 곳이랍니다.”
제갈린의 대답에 하원후는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인즉슨 다른 표국은 믿을 수 없다는 뜻 아닌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자그마치 십대고수가 둘이나 있는 표국이다. 다른 어떤 표국이 마음에 차겠는가.
하원후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자 슬그머니 딴 마음으 들었다.
하원후의 눈이 순간적으로 섬뜩하게 빛났다. 하지만 결국 마음먹은 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끄응, 그럼 대체 어떤 조건을 가져와야 할지나 좀 말해 주시오.”
하원후는 결국 한 발 물러섰다.
“글쎄요. 그건 무림맹에서 고민을 해봐야 할 사항이죠. 사실 지금의 무림맹이 북해빙궁을 막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요?”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그랬다. 당금 무림은 정파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사파의 구심점인 사도련이 몰락하는 바람에 사파들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고, 녹림마저 박살이 났으니 잡스런 산적들 외에는 녹림도를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비록 정천맹 때문에 정파가 둘로 갈렸다고는 하지만, 북해 빙궁 정도가 무림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림맹은 지금 함부로 움직일 수 없소. 천마신교가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오.”
“천마신교는 지금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요?”
제갈린의 말에 하원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제 할아버지께서 아무런 말씀도 안 해주시던가요?”
하원후가 눈을 빛냈다. 아무런 말도 들은 적 없다. 제갈중천은 그저 하남표국에 다녀오라 말했을 뿐이다. 하남표국의 힘으로 북해빙궁을 막아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그럼 돌아가서 물어보세요. 천마신교를 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어쨌든 좀 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요. 하남표국도 지금 상황이 그렇게 종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하원후는 답답해졌다. 상황이 좋지 않기는 뭐가 좋지 않단 말인가. 그가 보기에 지금 하남표국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지나면 하남은 물론 천하 어느 곳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분이 오실 시간이 다 되어 가네요. 슬슬 돌아가 주시지요.”
제갈린의 노골적인 축객령에 하원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더 이상 뭐라 말하기도 구차했다. 더 매달려봐야 자신의 체면만 손상될 뿐이었다.
“그응, 그럼 가 보겠소.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오.”
하원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속으로는 제갈린을 납치라도 해서 ?어 눌러 다시는 자신에게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무조건 참아야 했다. 그렇게 억지로 속으로 화를 억누르니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하원후는 거칠게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이 굳어졌다. 문 밖에 검마가 서 있었다.
언제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 있는 자세로 봐서 지금 막 온 건 아닌 듯했다.
‘바로 문 앞에 있었는데도 내가 아무것도 못 느끼다니, 과연 십대고수는 무섭군.’
하원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마를 힐끗 쳐다봤다. 마음 같아서는 노려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잠시 검마에게 눈길을 주던 하원후는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을 발견했다. 하원후의 눈이 잠시 빛났다.
‘혈영검인가.’
혈영검이 하남표국에 나타났고, 그것을 검마가 취했다는 소문은 이미 천하 각지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하원후가 모를리 없다.
“손님이 있는 것 같아서 좀 기다렸다. 이제 괜찮은 게냐?”
검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하원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하원후는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표정으로 검마와 제갈린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르신을 기다리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제갈린의 말에 검마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죄송할게 뭐가 있겠느냐. 그저 손님이 왔을 뿐인데. 하면, 이제 슬슬 시작해도 되겠느냐?”
검마의 말에 제갈린이 하원후를 슬쩍 쳐다봤다. 하원후가 보고 있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다. 곧 검마가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다.”
말을 마친 검마가 검을 뽑았다. 소리도 없이 검집에서 솟아 나온 혈영검은 이름 그대로 핏빛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지이잉.
혈영검이 나직한 울음을 토해냈다. 그 울음소리가 마치 기뻐하는 듯했다. 하원후는 그 소리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혈영검이 밤하늘을 가르며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마가 검무를 추었다.
사방이 극심한 마기로 뒤덮였고, 검마의 몸이 하늘하늘 하늘로 날아올랐다. 혈영검은 더욱 짙은 핏빛으로 검신을 물들였고, 밤하늘이 핏빛 그림자로 뒤덮였다.
하원후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도저히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입가에 침이 흐르는데도 인식조자 할 수가 없었다. 설마 검마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다.
이 정도라면 십대고수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듯했다. 물론 하원후의 실력으로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검마의 검무가 끝났다. 하늘에 높이 솟구친 채, 검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채로.
검마는 휘적휘적 걸어 내려왔다.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어, 그것을 밟고 내려오는 듯했다.
하원후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검마가 땅에 내려오자, 하원후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검마가 하원후를 쳐다봤다.
하원후는 검마의 눈을 바라본 순간 심해에 빠진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이 축 늘어졌다. 천근 무게의 바닷물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하원후의 얼굴이 온통 식은땀으로 젖었을 때, 검마가 고개를 돌렸다.
“허억! 허억!”
하원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 자신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다. 너무나 무서웠다.
하원후는 비틀거리며 서둘러 물러갔다. 더 이상 하남표국에 있을 이유도 마음도 없었다.
일단 무림맹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돌아가면 다시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원후가 사라지자 제갈린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렇게 하실 필요까지는 없었어요. 어르신.”
제갈린의 말에 검마가 빙긋 웃었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화들짝 놀라 기절할 만한 상황이다.
검마가 누군가를 향해 저렇게 부드러운 웃음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두 드문 일이었으니까.
“저 녀석이 네게 딴 맘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랬다. 걱정할 필요 없다.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다시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검마의 말에 제갈린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검마가 건네주는 혈영검을 받았다.
오늘도 새로 나타난 문양들이 보였다. 제갈린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혈영검을 들고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검마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뒤를 따랐다.
종칠은 끝까지 자신의 팔을 놓지 않는 장화영에게 조금씩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