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47
삼호는 간신히 억눌렀던 공포가 급격히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무황성입니다!”
삼호의 느닷없는 말에 조설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황성이라뇨? 설마 무황성이 하남표국에 뭔가를 꾸미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는 건가요?”
조설연의 그럴듯한 해석에 삼호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 이상 심력을 소모할 기력이 없었다. 아니, 그런 자잘한 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대단한 공포가 삼호를 짓눌렀다.
“무영각은 무황성의 정보 조직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무황 개인의 정보 조직이었습니다”
삼호의 말에 조설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무황이 죽었기 때문에 조직이 공중에 떠 버렸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주인이 필요했습니다. 무영각은 독립하기에는 아직 많은 것이 모자랍니다.”
“상황은 이해하겠지만 무영각이 모자라나는 말은 믿기 어렵네요.”
“믿어주십시오. 정말입니다. 무영각의 중심에는 언제나 무황이 있었습니다. 무황은 무영각의 독립성을 완전히 말살시켰습니다. 사실 지금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주인이 필요했습니다.”
삼호는 초인적인 인내로 하마터면 그 뒤에 따라붙을뻔한 말을 집어 삼켰다.
지금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무영각을 독립시킬 때까지 맡아줄 호구가 필요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 수 있겠는가.
조설연은 그런 삼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 말을 믿어드리도록 하지요. 일단 표국 안에서 머물고 계세요. 조만간 가부를 결정해서 알려드릴 테니까요.”
조설연의 말에 삼호가 몸을 부를 떨었다. 표국에서 나가지 말라는 협박이었다.
자신이 잡혔을 때 어떻게 잡혔는지 알 수 없듯, 만일 도망가려고 한다면 언제라도 잡힐 수 있다는 것을 마음 깊숙이 새겨야 했다.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삼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마치 벌써부터 조설연의 수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삼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는 물러갔다. 일단 자신의 거처로 향할 생각이었다.
‘하인으로 위장한 세작들을 내보내야겠군. 일단 일호에게 연락을 해야겠어. 자칫 경거망동하다가는 다 죽는다.’
적어도 오늘 삼호가 느낀 바로는 그랬다. 단형우에게서 느껴지는 암담함은 하늘 끝을 모르게 세워진 벽과도 같았다. 그런 벽을 눈앞에 두고 미련하게 모험을 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삼호의 발이 점점 빨라졌다. 서둘러야 했다. 다른 수장들이 움직이기 전에 말이다.
삼호가 물러가자 조설연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단형우를 쳐다봤다.
“전 언제나 오라버니의 도움만을 받는군요.”
조설연의 말에 단형우가 그녀를 쳐다봤다.
“너도 내게 도움이 된다.”
단형우의 말에 조설연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단형우의 한 마디가 조설연의 마음을 하늘 끝까지 올려놓았다.
단형우는 그런 조설연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자라.”
말이 채 허공에 흩어지기도 전에 단형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조설연은 아쉬운 표정으로 단형우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정말로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은 듯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마음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왔다.
다음날, 조설연은 표국의 주요 인물들을 모았다. 무영각의 일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단형우도 함께 했다.
조설연의 설명을 모두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무영각의 가세는 하남표국에 정말로 거대한 힘을 안겨줄 것이다. 더구나 현재 하남표국에는 무영각의 정보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존재했다.
하지만 무영각 같은 거대한 정보 조직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무영각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는 것도 다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영각은 왜 정보를 팔 생각을 안 하는 거지?”
우문혜의 의문이었다. 우문혜 역시 상계에서 이름 높은 우문세가의 사람, 정보가 얼마나 큰돈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문혜의 질문에 제갈린이 간단히 답했다.
“능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능력이 없다고? 무영각이?”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능력과 그것을 파는 능력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아마 무황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을 거예요. 설마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테니까요.”
제갈린의 말에 여전히 우문혜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모두의 시선이 제갈린과 조설연에게 향했다. 어쨌든 결정하는 것은 조설연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제갈린이다.
제갈린은 분위기를 확인한 후, 조설연을 보며 물었다.
“대체 앞으로의 계획이 뭐지? 정말로 세가를 만들 생각이야?”
세가라는 것이 만든다고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가문을 일으킨 후, 누대에 걸쳐 힘을 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뿌리가 필요하다.
최근 하남표국은 그런 뿌리를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그것은 이곳에 모인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형표가 벌이는 일이었다. 형표는 하남표국을 이용해 그리고 우문세가와 당가라는 연줄을 이용해 세가를 이룰 발판을 만드는 중이었다.
결국 조설연은 그런 모든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가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냥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허락을 의밈하는 것이긴 했지만.
방 안이 고요해졌다. 제갈린의 질문에 조설연이 입을 다문채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은 조설연이 조가장을 새로 일으킬 거라 생각했다. 그것이 처음부터 조설연의 꿈이었으니까.
“조가장을 만들겠다면 나도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마.”
검왕이 그렇게 말했다. 검왕의 지원을 확인했음에도 조설연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그 조그마한 머릿속에서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일 각 정도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조설연이 결심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저는 조가장을 만들 생각이없어요.”
조설연의 말에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특히 형표의 눈은 거의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 아가씨!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돌아가신 장주님과 사마국주님의 얼굴이 아른거리지도 않으십니까!”
형표의 외침에 조설연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분들의 뜻이 과연 조가장을 세우는 데 있을까요?”
조설연의 말에 형표가 입을 다물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기묘한 눈으로 조설연을 바라봤다.
조설연은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을 하나하나 쳐다봤다. 그들 한 명 한 명 모두와 눈을 마주쳤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애써 주시고 있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저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조설연은 그렇게 말한 후 단형우를 쳐다봤다.
“오라버니, 절 도와주실 거죠?”
조설연의 질문에 단형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원하는 걸 해라.”
단형우의 한결같은 대답에 조설연이 환하게 웃었다.
‘오라버니는 정말로 하나도 변하지 않으시네요.’
조설연은 조용히 눈을 감고 양손을 가슴에 올렸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그녀는 너무나 행복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조설연이 눈을 뜨고 다시 주변을 훑어봤다. 모두 얼굴에 미소를 그린 채였다. 그들의 미소는 너무나 따뜻했다.
마지막으로 조설연은 단형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전 단가(單家)를 만들고 싶어요.”
조설연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만큼 조설연이 하는 말이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조설연의 눈은 아직도 단형우에게 머물러 있었다. 단형우와 조설연의 눈이 마주쳤다.
조설연의 눈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단가를 만든다는 것은 단형우의 의지가 필요했다. 그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다. 단형우가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 안의 침묵이 깊게 가라앉아 사람들을 짓눌렀다.
여전히 단형우와 조설연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윽고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설연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조설연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모두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이렇게 표국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이 표국에 모인 것도 모두 단 오라버니 덕분인 것 같아요. 오라버니의 이름으로 세가를 만들면 언제까지나 오라버니께서 그곳에 머물러 주시겠지요. 혹 떠나시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오시겠지요. 이곳이 오라버니의 집이니까요.”
조설연의 말에 모두 입을 멍하니 벌렸다. 조설연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제 꿈이에요.”
조설연의 환한 미소가 모두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그녀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또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심지어는 우문혜보다도.
삼호는 무거운 마음으로 하남표국을 나섰다. 처음 원했던 대로 하남표국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예상에서 비틀어진 것이 몇 가지 있었다. 그 몇 가지는 무영각의 미래를 바꿔 버릴 정도로 중대했다.
그중 가장 큰 부담은 바로 단형우라는 존재였다.
“설마 그런 괴물 같은 자가 존재할 줄이야.”
삼호 역시 하나표국에 있는 신진 고수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었다.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이 그런 소문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삼호 역시 그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소문은 소문일 뿐, 정보를 다루는 사람은 사실만을 취급해야 한다.
삼호는 소문을 토대로 진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당시 삼호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소문이 너무 과장됐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무림인들을, 그것도 십대고수가 포함된 무인들을 단지 기합만으로 날려 버렸다는 소문을 어떻게 진실이라 믿는단 말인가.
당시 상황을 직접 겪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지만 거짓으로 판단을 내렸다. 하나같이 횡설수설했기 때문이다.
단형우에 대한 소문은 그뿐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천하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 술법을 부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건 정말로 믿기 어려웠다. 그리고 확인도 불가능했다.
“그 소문이 다 사실이었다니…..”
하남표국에서 조금 전 확인한 사실이다. 단형우에 대한 소문은 다 진실이었다. 세상에 그런 괴물 같은 사람이 진짜 있을 줄은 몰랐다.
“사람이 아닐 거야, 사람이……”
삼호는 몇 시진 전의 상황이 아직도 생생했다.
조설연의 미소와 함께 단형우의 우악스런 손이 자신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고, 그 순간 거센 바람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물결을 볼 수 있었다.
동정호였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어개가 아파왔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동정호에 다녀온 것이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조설연의 미소가 그냥 미소처럼 보이지 않았다.
동정호에서 돌아오자마자 단형우가 삼호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기운을 쏟아 부었다. 삼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삼호는 제갈린으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천하 어디를 가더라도 단형우로부터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다른 때라면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삼호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허창과 동정호를 눈 깜짝할 새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쫓아오는 일쯤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삼호는 진지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토끼 똥 피하려다 개 똥 밟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
사실 큰 불만은 없었다. 도망갈 생각도 없었다. 지금 무영각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만 생각할 때였다.
하남표국은 생각보다 튼튼한 곳이었다. 우문세가를 등에 업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삼호는 북해빙궁에 대한 정보를 일단 모조리 넘겨줬다. 앞으로 몸담을 곳인데 피해를 입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단형우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북해빙궁을 홀로 감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검왕과 검마가 합세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세력을 끌어 모아야지. 그래서 각개 격파를 해야지.”
그것이 삼호가 생각하는 답이었고, 이미 제갈린에게 그렇게 말해줬다. 물론 백봉이라 부릴 정도로 뛰어난 여인이니 알아서 하겠지만.
북해빙궁은 생각보다 많은 무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복잡한 권력구조를 가진다. 궁주가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북해의 마검이라 불리는 현 궁주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모두 넷이나 된다.
즉, 북해빙궁은 모두 다섯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그 세력들을 교묘히 분리시켜 각개 격파를 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삼호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다 털어버려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나머지 수장들을 모으는 것이다.
삼호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나갔다.
하남단가(河南單家)를 만드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단 적당한 자리를 물색해 장원을 새로 지었다. 그 장원의 기본적인 설계는 모조리 제갈린이 맡았다.
제갈린은 그간 익힌 진법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 설계를 했다. 제갈린은 하북팽가에 있는 취월이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진을 설치하고 싶었다.
제갈린의 그런 노력은 장원을 짓는데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각의 위치 하나까지도 허투루 짓지 않았다. 나중에 규모를 확장하게 된다면, 지금 만드는 장원은 내원이 될 것이다.
제갈린의 머릿속에는 그 내원의 진과 맞물려 경천동지할 위력을 발휘하는 거대한 진까지 들어 있었다. 물론 그 진을 지금 설치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장원을 짓는 동안 형표는 하남표국의 이름으로 하는 사업들을 하나씩 단가로 돌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다만 그때는 조가장이 될 줄 알았는데 하남단가가 된 것뿐이었다.
조설연은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상황을 차근차근 살폈다.
꿈이 실현되려 하고 있었다.
북해빙궁
북해빙궁주 빙천후에게는 모두 네 명의 제자가 있었다.
환갑이 넘을 때까지 혼례를 올리지 않은 빙천후에게 있어서 제자는 곧 자식이나 다름없었고, 그 말은 그의 후계잔란 뜻이었다.
빙천후는 모든 준비를 끝낸 후, 네 제자를 불러들였다.
네 제자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빙천후의 눈이 자신들의 몸을 훑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마치 극한의 기운이 알몸이 노출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빙궁을 차지하고 싶으면 공을 세워라.”
빙천후의 말에 네 제자는 그저 고개를 더욱 깊이 조아릴 뿐이었다. 그들의 나이도 이제 서른이 다 되어 간다.
빙천후가 그들을 제자로 받아들인 시기는 똑같았다. 한꺼번에 네 명의 기재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단번에 아들로 만들어버렸다. 당시 빙천후의 나이 마흔이었다.
네 제자는 빙천후의 의도대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그 성장의 결과를 지켜볼 때였다.
빙천후는 고개를 조아린 제자들을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손을 슬쩍 들었다. 그러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몇몇 무사들이 커다란 궤짝을 들고 급히 다가왔다.
그 궤짝은 모두 네 개였다.
무사들은 그 궤짝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을 슬쩍 살핀 네 제자의 눈에 탐욕의 빛이 일렁였다. 안에는 진천뢰와 벽력탄이 들어 있었다.
커다란 궤짝에 진천뢰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주위에 벽력탄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궤짝 하나만 있으면 무림맹이라도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씩 가져가라. 그걸 쓰고도 실패하면 목숨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