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49
“아, 아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중에 가야 할 때 말씀드릴게요. 그들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맞는 말이다. 단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방금 전에 오간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는 데만도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그들은큰 충격 속에 빠져 있었다.
“무사히 돌아오실 수 있으시죠?”
조설연이 갑자기 촉촉한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보며 물었다. 단형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북해빙궁을 막기 위한 회의는 싱겁게 끝나 버렸다. 그저 단형우가 나선 것만으로 그렇게 되었다.
몇몇 반발이 있긴 했지만 모두 마음속에서 이뤄진 반발이었다. 검왕과 검마조차도 그저 입을 다물고 단형우의 강함에 대해 속으로 곱씹었다.
아직 얼마나 강한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북해빙궁과의 싸움으로 그 힘의 한계를 파악할 수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털어 버렸다. 역시 단형우의 한계를 북해빙궁 따위로 알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강하??들었다.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 우문세가와 당가에도 말을 빨리 전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들이 준비하기 전에요.”
조설연이 회의를 마치자는 말을 하자 사람들은 서둘러 일어나 각자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모두가 방에서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형표였다. 형표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간 후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형표는 앞에 앉아 있는 조설연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아가씨! 아, 안됩니다! 혼자서 북해빙궁과 싸우다니요! 그 친구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조설연은 형표의 외침에 빙긋 웃었다.
아직 그녀의 측근들 중에서 단형우가 얼마나 강한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형표뿐이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무사히 돌아오시겠다고 했으니까. 오라버니를 분명히 집으로 돌아오실 거예요.”
“그,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상대는 북해빙궁입니다! 북해빙궁이 어떤 곳인지 모르십니까! 그곳의 무사들은 잔인하고 끈질기기로 유명합니다. 결코 혼자서 상대할 만한 자들이 아닙니다!”
“일단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조설연의 말에 형표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조설연의 말이 옳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형표는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단형우를 말릴 생각이었다. 혼자서 북해빙궁과 맞서는 미친 짓을 하게 둘 수는 없었다.
형표는 너무 진지하게 단형우를 말릴 생각만 하느라, 정작 검왕이나 검마, 그리고 우문혜나 제갈린조차 단형우를 말릴 생각조차 않는다는 것을 간과했다.
덕분에 그 이후로도 한동안 맘고생을 해야 했다.
단형우의 결정은 허창에 있는 당가의 분가와 우문세가로 빠르게 전해졌다. 그들은 하남표국의 결정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남표국에 아무리 십대고수가 둘이나 있다지만 북해빙궁을 막아낼 수는 없다. 그것은 당가라도 하기 어렵고, 우문세가가 나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문세가와 당가 중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인 곳은 당가였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당호관은 놀란 얼굴로 당문영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남표국이 알아서 한다고? 북해빙궁을?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라 생각하느냐?”
당호관의 격한 반응에 당문영이 머뭇거리다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항을 하나 더 덧붙였다.
“그런데 그게…… 하남표국이 다 나서는 게 아니라 한 명만 나선다고 해요.”
당문영의 말에 당호관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 한 명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단형우가 아무리 강하다지만 북해빙궁을 혼자서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가 가서 말려야겠다. 이건 미친 짓이야.”
당호관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당문영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실 하남표국이 홀로 북해빙궁에 맞선다는 얘기는 외부적으로는 아직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측근들만 알고 있는 정보다. 그리고 하남표국에서 단형우 홀로 움직일 거란 사실은 당문영만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남표국의 여인들과 친했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던 정보다.
당문영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뇌황과 당악이 떠올랐다. 그는 수백 년 전 홀로 북해빙궁을 막아낸 당가의 전설이자 영웅이었다. 당악은 천뢰(千雷)로 북해빙궁을 막아낸 후, 뇌황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그 사람이라면……’
당문영도 왠지 별다른 걱정이 들지 않았다. 당호관의 호들갑이 괜한 거라 생각했다.
단형우는 천뢰를 펼칠 수 있지 않은가.
거기까지 생각한 당문영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실은 당호관도 알고 있다.
아니, 당호관은 이미 천뢰를 쓸 수 있는 당가의 영웅이다. 과거 뇌황과 같은 신위를 보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꽤 그럴 듯한 천뢰를 가지고 있다.
당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같이 가고 싶으셨던 것뿐이구나.”
북해빙궁이 산서로 들어섰다. 그들은 산서에 들어서기 직전 인원을 다섯으로 나누었다.
그들의 총 인원은 천 명이었다. 그것을 이백씩 다섯으로 나눠 일부는 은밀하게 또, 일부는 훤히 드러나게 이동했다.
북해빙궁주는 훤히 드러나는 쪽이었다.
산서에는 별다른 거대문파가 없다. 하지만 중간 규모의 문파들은 상당히 많았다. 북해빙궁 정도의 힘이라면 그것을 다섯으로 나눠도 중간 규모 문파들 정도는 며칠이면 몰살시킬 수 있었다.
중간 규모의 문파는 문도 수가 백 명 근처다. 북해빙궁이 끌고 온 무사들은 북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무사들이었다. 당연히 일반적인 문파들에 비해 질이 상당히 높았다.
산서의 별 볼일 없는 문파들 정리하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서 다섯으로 나눈 부대 중 둘은 산서의 문파들을 정리시키고, 은밀히 이동시킨 둘은 호북 무한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북해빙궁주가 이끄는 마지막 부대는 곧장 하남 허창으로 향했다.
산서의 문파들을 정리하도록 지시한 것은 성동격서의 계책이었다.
산서 무림이 시끄러워지면 자연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된다. 그렇게 되면 은믈히 무림맹으로 향하는 두 개 부대가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
북해빙궁주 빙천후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빙천후는 교자 위에 앉아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현재 빙천후가 이끄는 이백 무인들은 빠르게 관도를 따라 이동 중이었다.
아직 그들의 행보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크게 공표해 버릴 생각이었다. 누가 막으러 오더라도 자신 있었다.
“되도록이면 하남까지 가기 전에 이리로 왔으면 좋겠군. 몸이 근질근질해.”
빙천후의 옆에는 북해빙궁의 군사나 다름없는 인물이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그 역시 다른 무사들과 마찬가지로 경공을 전개하고 있었지만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사효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로, 빙천후가 상당히 신임하는 자였다.
“그들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아마 움직이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가?”
“그들의 주장대로 정천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림맹은 정천맹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다만 구대문파가 문제인데, 그들 역시 무림맹의 힘 중 하나,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남에는 소림사가 있어. 그들만큼은 조심하는 게 좋아.”
“소림사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쉽게 오움직이지 않습니다. 무림맹의 한 축이기도 하거니와, 그들은 무림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을 크게 벌이지만 않는다면 아마 방관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놓는 것이 좋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효운은 별다른 대비책이 없음에도 그렇게 대답했다. 지금 그들의 대비책은 오로지 빙천후의 강함과 교자 아래 있는 상자에 담겨진 물건뿐이었다. 하지만 그 물건들이야말로 최고의 대비책이었다.
“과연 누가 제일 먼저 올 것인지 기대 되는군.”
빙천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섬뜩한 눈빛으로 앞을 노려봤다. 그를 태운 교자가 나는 듯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무림맹으로부터 답이 도착했어.”
제갈린의 말에 조설연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방에는 조설연과 제갈린뿐이었다.
“그들이 뭘 해주겠다고 하던가요?”
“무림맹의 물류 이송권을 주고, 하남단가가 허창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겠대.”
“일단 그 정도면 만족스럽네요.”
조설연의 말에 제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의 물류 이송권도 대단한 것이지만, 단가가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준다는 것은 정말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세가가 뿌리를 내리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막대한 돈은 물론이고, 그 돈을 꾸준히 벌어들일 수 있는 기반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반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이용해 밖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하남표국에는 지금 힘을 제외한 대부분이 모자라다. 그 모든 것을 지원해 주겠다는 조건이니 엄청나게 파격적인 것이다.
“조건이야 훌륭하지만, 일단 북해빙궁과 싸워서 이겨야 하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네요.”
그것은 단형우가 해결할 일이다. 단형우가 질 거란 생각은 아예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단공자님이 잘 해주실 테니까 걱정할 것 없어. 그나저나 화산파의 검매화가 아직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 더 마음에 걸리지 않아?”
제갈린의 말에 조설연이 씁쓸하게 웃었다.
“왠지 자꾸 여자들만 모여드네요. 그래도 그분은 걱정할 것 없어요. 목표가 우리와는 다른 것 같으니까요.”
조설연은 비교적 검매화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제갈린은 그런 조설연의 말에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 할 뿐이었다.
단형우는 세 여인의 배웅을 받으며 표국을 나섰다. 드디어 북해빙궁과 싸우러 가는 것이다. 세 여인의 표정에는 걱정과 든든함이 뒤섞여 있었다.
북해빙궁은 지금 산서를 온통 뒤흔들고 있었다. 비록 이백씩 따로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거대문파가 없는 산서 무림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북해빙궁에는 벽력탄과 진천뢰가 있다. 진천뢰는 그 수가 적어 함부로 쓸 수 없지만 벽력탄은 충분한 양을 보유 중이다.
덕분에 천하무림의 관심이 온통 산서로 쏠려 있었다.
북해빙궁주는 온 무림의 이목이 산서에 집중된 틈을 타서 자신은 하남을 향해 곧장 진격하고 따로 두 부대를 멀리 우회시켜 무림맹을 직접 공략토록 지시했다.
북해빙궁주의 목표는 허창에 있는 하남표국이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마치 무림맹을 향해 진격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덤빌 테면 덤벼 보라는 듯 노골적으로 움직였기 문에 더더욱 이목을 끌었다.
단형우의 목표는 일단 하남으로 진격하는 북해빙궁주를 물리진 후, 산서를 휘젓는 북해빙궁 무사들을 막는 것이었다. 딱거기까지가 무림맹의 요구였다.
제갈린은 무영각의 정보를 분석해 북해빙궁 무사들의 일단이 흩어져서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그것은 하남표국의 일이 아니라 판단했다.
물론 무림맹에 있는 제갈중천에게 전서구를 날려 알려주긴 했다. 그들이 무림맹에 직접 공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런 복잡한 것은 모두 제갈린이나 무림맹이 알아서 할 일이었고, 단형우는 그저 나서서 힘 한 번만 써주면 그뿐이었다.
단형우는 표국 정문을 나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일단 산서와 하남의 경계로 가야했다. 그곳에서 무황성 무사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높은 무공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며칠은 족히 쉬지 않고 경공을 전개해야 하겠지만 단형우는 한 걸음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무황성 무사들이 산서의 경계에 도착할 즈음에 표국을 나선 것이다.
단형우가 막 산서 초입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당호관이었다. 사실 당호관이 당가에서 나올 때부터 이리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함께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냥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일단 당호관이 눈에 들어온 이상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당호관은 모든 내력을 다 동원해 단형우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허억! 허억! 호, 혼자 가려는가.”
당호관의 말에 단형우가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호관은 그 모습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헉헉…… 그, 그러지 말고 나와 함께 가는 게 어떻겠나? 아니, 내 이렇게 부탁을 하지. 나도 함께 데려가 주게.”
단형우는 당호관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가 이렇게 애타게 따라가고 싶어 하는 이유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당호관이 함께 가든 그렇지 않든 별 상관은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함께 가면 당호관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더 귀찮았다.
하지만 그 정도 귀찮음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당호관이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말이다.
당호관은 단형우의 생각을 어렴풋이 느끼고, 급히 말문을 열었다.
“북해빙궁과 맞서고 싶네. 과연 내가 익힌 천뢰가 전설 속의 뇌황과 비견할 만한지, 그리고 우리 당가를 부흥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네.”
당호관은 솔직히 속내를 털어놨다. 천뢰는 이제 꽤 능숙하게 펼칠 수 있었다.
물론 예전에 단형우가 보여줬던 것처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백여 개의 비침이 뇌기를 머금으며 떨어지게 할 수 있었다.
예전 단형우가 보여줬던 천뢰는 그 하나하나가 사람을 둘로 가를 정도의 위력을 담고 있었지만, 현재 당호관이 펼치는 천뢰는 그 정도까지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웬만한 고수들도 그것을 막아낼 수는 없을 거라 자신했다. 그만큼 천뢰가 품은 힘은 대단했다.
단형우는 당호관과 솔직한 말에 손을 뻗어 당호관의 팔을 쥐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산서와 하남의 경계에 도달했다. 그곳은 제갈린이 북해빙궁이 지날 거라 예측하는 곳이기도 했고, 무황성 무사들과 만나기로 한 곳이기도 ?다.
당호관은 갑작스런 이동에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지만, 단형우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줬다는 것을 깨닫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북해빙궁의 정예와 맞부딪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당호관은 긴장한 눈으로 사방으로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드넓은 평지에 단형우와 당호관 둘만 서 있었다.
“이곳은 어디인가?”
당호관의 질문에 단형우가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당호관의 눈이 단형우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물론 내력을 동원해 눈과 귀를 집중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수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당호관의 온몸에 퍼진 긴장감이 바짝 섰다. 그들이 북해빙궁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긴장으로 몸이 살짝 굳어진 당호관의 어깨에 단형우의 손이 살짝 닿았다.
당호관은 어깨로부터 급격히 몰려든 뜨거운 기운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 기운으로 인해 긴장으로 굳어진 몸이 순식간에 풀어지고, 내공이 활성화 되었다.
당호관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내가 너무 긴장을 했군. 고맙네.”
당호관이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하지만 수많은 고수들을 홀로 막아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북해빙궁이다. 다시 예전의 강력함을 되찾았다는 북해의 마검이 직접 이끌고 북해빙궁의 정예들이다. 긴장하는 것이 당연했다.
당호관은 적당히 풀어진 긴장 덕분에 훨씬 편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기척을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단형우를 힐끌거렸다.
이렇게 겪어 보니, 단형우는 나이도 어린데 자신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아 보였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도 자주 겪어본 듯했다. 한두 번 겪어서는 이렇게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다. 수도 없이 겪어 봐야 이룰 수 있는 경지였다.
‘점점 더 알 수 없구나.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간.’
단형우가 천기자의 안배로 남겨진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천기자라 하더라도 그 짧은 시간에 이런 무공을 익히면서 경험까지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
그것도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도 않고.
“자네는 이런 일을 많이 겪어 봤는가?”
당호관의 물음에 단형우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당호관은 단형우의 눈을 보며 약간의 설명이 더 필요함을 깨달았다.
“이렇게 홀로 수많은 적과 맞서본 경험 말일세.”
당호관의 물음에 그제야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단형우의 대답에 당호관의 표정이 놀람으로 얼룩졌다.
“그렇게나 많은가? 그럼 한 사람의 적과 대적한 경험은 별로 없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