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61
소문의 근원이 되는 사람들은 당연히 철막심의 대장간에서 일하던 일꾼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떠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모용세가에서 힘을 동원해 막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자연히 소문은 무럭무럭 자라서 퍼져 나갔다.
“요즘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들어보았나?”
독고운의 질문에 취월과 제갈중천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모용세가에 대한 소문이라면 들어봤습니다.”
독고운은 팽가에 완전히 자리를 잡아 버렸다. 아니, 독고운뿐 아니라 무림맹 자체가 팽가에 자리를 잡았다.
무림맹의 건물을 새로 지을 때까지 팽가를 이용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즉, 팽가는 비록 임시지만 무림맹이 되었다.
현재 독고운이 머무는 곳은 팽가의 내원 중 가장 커다란 전각이었다. 무림맹에서 온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 전각에서 머물렀다.
독고운은 전각에 있는 방들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곳에 있었다. 그곳이 바로 무림맹주의 집무실이었다.
독고운은 앞에 앉아 있는 취월과 제갈중천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천군만마가 곁에 있는 듯했다. 특히 취월의 가세는 무림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 소문에 대해 뭔가 아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게.”
독고운의 말에 취월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모용세가에 있는 철강시 역시 혈마회의 것입니다. 혈마회는 모용세가에 철강시를 보관해왔습니다.”
“허어, 정말로 보통 일이 아니로군.”
취월의 말에 독고운과 제갈중천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혈마회나 혈마자에 대해 들으면 들을수록 위기감이 커져갔다.
“그나저나 소문의 진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가장 많이 퍼진 소문은 이랬다. 모용세가가 만들어낸 오백 구의 철강시를 청룡검 모용천이 모두 없애고, 가문에 큰 죄를 지운 모용후를 단죄했다고.
사실 청룡검의 죽음은 아직 세간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단형우 일행은 그것을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모용세가에서 자발적으로 그런 소문을 퍼트렸을 리도 없으니까.
“청룡검이 강시를 없앴다는 것은 아마 거짓일 겁니다. 청룡검은 이미 죽은 지 꽤 됐습니다.”‘
제갈중천의 말에 독고운이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제갈중천이 그 일을 보고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취월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소문이 그렇게 퍼졌군.”
소문에는 청룡검이 오백 강시들과 가문의 죄인을 단죄함과 동시에 장력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독고운은 그 소문 자체를 모용세가에서 잘 포장해 퍼트렸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청룡검은 아니고, 그럼 대체 누가 강시들을 처리한건지 궁금하군.”
독고운은 정말로 궁금했다. 그냥 강시도 아니고 철강시다. 철강시는 도검이 통하지 않는다.
철강시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극도로 정련된 검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팔다리라도 제대로 잘라낼라 치면 강기를 쓰지 않으면 힘들다.
그런 철강시 오백을 한꺼번에 죽였다면 최소한 십대고수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일 다른 십대고수가 그 일을 했다면 소문은 다른 식으로 났을 것이다.
취월은 묵묵히 독고운과 제갈중천의 말을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자인 것 같습니다.”
“그자?”
“단형우 말인가?”
취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갈중천은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걸세. 단형우는 그 시간에 산서와 하남의 경계에서 북해빙궁을 막아서고 있었네. 소문에는 북해빙궁을 당가의 뇌황이 물리쳤다고 전해지지만, 사실 그들을 물리친 것은 바로 그 단형우라는 자였네. 이건 내 손녀에게 들은 얘기니 정확하지.”
제갈중천의 말에 취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은 자신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팽가의 정보력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형우라는 자는 수천리를 단숨에 이동하는 술법을 익히고 있다 합니다.”
“그 소문을 믿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겠나?”
결국 그 소문에 대한 진위가 걸린다. 사실 취월도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단형우가 진짜로 그럴 거라고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된다.
얘기가 거기까지 진행되었을 때, 취월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단형우에 대해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해보게.”
독고운이 허락하자, 취월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그 단형우라는 자, 분명히 천기자의 비밀명기 중 하나입니다. 아마 유일할 거라 생각됩니다만.”
취월의 말에 독고운의 눈이 커졌다.
“그게 정말인가?”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만, 정황을 살피면 그렇습니다.”
취월은 그렇게 말한 후, 제갈중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손녀 분께 뭔가 들은 얘기가 없으십니까?”
제갈중천은 일단 고개를 저었다. 아직 단형우에 대해 자세한 애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물어볼 수는 있었다. 아직 전서구가 남아 있었으니까.
“내 지금 당장 가서 물어보겠네.”
제갈중천은 머릿속으로 제갈린에게 보낼 서찰의 문구를 구상하며 급히 방에서 나갔다.
이내 방에는 독고운과 취월, 둘만 남았다.
“그나저나 자네 꽤 좋아 보이는군.”
독고운이 눈에 이채를 띠며 물었다. 처음 취월을 봤을 때는 하반신에 흐르는 기가 아예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닥가닥 끊어져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 상태로 좀 더 진행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듯했다.
취월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음고를 복용했기 때문입니다. 음양고는 복용자의 내력과 육체를 강화시키고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그렇군.”
독고운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고의 효능은 자신도 이미 겪은 바가 있지 않은가.
덕분에 금마공이 그야말로 극에 닿았다. 지금 같으면 반경 수백 장을 가벼이 금마공의 영역 안에 넣을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마 제 예상이 거의 정확할 것입니다. 저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알아봤으니까요. 그 단형우라는 자, 반드시 맹주님께서 거두셔야 합니다. 천기자의 비밀병기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으니까요.”
취월의 말에 독고운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만일 단형우가 소문의 반만 되는 사람이라도 무림맹으로서는 엄청난 힘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 반에 반도 안 될거라 믿고 있었지만.
취월은 단형우가 정말로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믿었다. 회에서 진행하던 일들 중 상당수가 단형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틀리고 망가졌다. 그 모든 것이 단형우 하나 때문이었다.
취월은 아직 단형우가 혈영대를 몰살시킨 것이나, 사영을 죽인 일은 몰랐다. 만일 그것까지 알았다면 훨씬 더 강력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이런 취월과는 달리 독고운은 조금 더 정치적인 생각을 했다. 단형우는 하남표국의 주요 인물이다. 아니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남표국이 조가를 만들지 단가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단형우를 끌어들인다는 것은 하남표국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하남표국은 지금 절대 무시하지 못할 힘을 가지고 있다. 검왕과 검마가 있다. 그리고 당가와 우문세가의 막대한 자원을 받고 있다.
단형우 하나를 수하로 만들어 하남표국과 당가, 우문세가의 힘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가.
“내 반드시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겠네. 그가 천기자의 사람이라면 그 역시 음고를 취했을 터, 나를 거부하진 못할 거야. 그렇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제가 그러한 것처럼 그 역시 반드시 그럴 것입니다.”
취월의 대답에 독고운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제갈중천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단형우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서.
사실 단형우가 천기자의 전인이라는 것은 하남표국 안에서는 그다지 비밀스런 일도 아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제갈중천이 가져온 소식에 독고운과 취월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북해빙궁주가 죽은 지 한 달여가 흘렀다. 여전히 북해빙궁은 수백 무사들을 이끌고 산서 무림과 대치 중이었다.
산서 무림도 힘을 하나로 모은 후부터 빙궁에 조직적으로 대응해 피해는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그들을 산서까지 추격했던 무림맹 백호단과 청룡단도 보름 정도 쫓다가 지친 듯 돌아가 버렸다.
북해빙궁은 더 이상 얘깃거리가 되지 못했다. 별다른 충돌이 없으니 겉보기에는 활동을 아예 멈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북해에서 나온 인원이 모두 천 명이었다. 그 천 명의 정예 무사가 이제 고작 육백 정도 남았다. 빙궁주가 이끌던 이백이 완전히 몰살당한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그 육백의 무사들을 이끄는 자는 빙궁주의 네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북해로 돌아가기 전에 확실히 후계자가 되길 원했다.
그들이 산서 무림과 그저 대치만 할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는 산서 무림이 조직적으로 대항해 싸우기가 좀 더 어려워진 것도 있지만, 훨씬 더 큰 원인은 후계자 다툼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나 치열한 내부 다툼 끝에 세 명의 제자가 목숨을 잃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제자는 빙곡이었다. 이제부터는 빙곡이 새로운 북해빙궁주가 된 것이다.
빙곡은 주검이 된 사형과 사제들을 다시 북해로 돌려보냈다. 경쟁자들을 모두 제거했으니, 마지막 예를 저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하들 보기에도 훨씬 나을 테니까.
빙곡은 진지의 중심에 솟은 작은 구릉에 올라 주변을 둘러봤다. 구릉을 포위하듯 빙궁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각자 휴식을 취하거나 보초를 서며 다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작 육백, 아무리 후계자가 되기 위한 싸움이었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사실 빙곡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미약했다. 빙곡은 무림맹을 공격하느라 진천뢰와 벽력탄을 모조리 소진했다. 하지만 산서에 남아 있던 사형제들은 그것들을 하나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빙곡은 사제들과 합류하기 전에 미리 손을 썼다. 진천뢰와 벽력탄을 빼돌린 것이다.
물론 빙곡도 빼돌린 그것들을 쓰지 않았다. 그것을 쓰면 남은 빙궁 무사들이 전원 몰살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어쨌든 빙곡은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다. 구릉에 선 빙곡은 승리자답지 않게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부하들을 둘러봤다.
“뭐가 그리 불안하십니까?”
빙곡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했다.
“글쎄……”
빙곡의 모호한 대답에 사내가 슬쩍 웃었다.
“이제 저 모든 무사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분이 되셨으니 조금 웃으셔도 됩니다.”
빙곡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사내, 무영을 쳐다봤다. 빙곡의 차가운 눈이 무영의 온몸을 훑었다. 무영은 그 기세에 얼굴이 시려왔다.
“이제 궁도 장악하셨으니, 아직 이루지 못한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무영의 말에 빙곡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처음 혈마회와 한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못했다.
그 약속의 대가는 진천뢰 열다섯과 수백의 벽력탄이었다. 처음 이 화탄들을 봤을 때만 해도 이것들만 있으면 중원무림쯤이야 순식간에 밀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남표국이라……”
“예, 그렇습니다. 하남표국에 있는 한 사람만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빙곡의 얼굴은 여전히 퍼지지 않았다. 하남표국을 상대하겠다고 했던 사부 빙천후가 모든 진천뢰를 쓰고도 죽임을 당했다. 적어도 하남표국은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십대고수가 둘이나 있다는 얘기는 아마 하지 않았지?”
“십대고수 정도야 북해빙궁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진천뢰라면 아무리 십대고수라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무영의 말에 빙곡은 할 말이 없었다. 그 말대로다. 북해빙궁은 예전부터 십대고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해빙궁의 무사들을 빼고 논한 십대고수가 북해빙궁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진천뢰 하나면 십대고수 몇 명이 몰려온다 해도 잘만 쓰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일단 무림맹을 박살냈으니……”
빙곡의 말에 무영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무림맹은 저희의 부탁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어차피 중원무림을 장악하시려면 없앴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무영의 말이 옳다. 이래저래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무엇을 그리 망설이십니까. 설마 두려운 것은 아닐 것이고, 마음이 바뀌신 것입니까? 물건을 받고 나니 약속 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무영의 말에 빙공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다! 알았다. 됐으니 이만 가 봐라. 내 알아서 할 테니.”
빙곡의 말에 무영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빙곡은 무영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왠지 불길하군.”
빙곡이 계속 망설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불길함. 아니, 어쩌면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부가 죽었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사부가.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었다. 무림맹도 아니고 고작 일개 표국을 두려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싫었다.
약속을 한 것은 사부 빙천후였지만, 그것은 빙궁의 이름으로 한 약속이다. 이제 빙곡이 빙궁을 이어받았으니 약속도 이어받아야 한다.
“좋아. 해주지 고작 일개 표국일 따름이다. 깨끗이 지워주지.”
빙곡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중얼거렸다. 그제야 조금 두려움이 가시는 듯했다.
빙곡은 남아 있는 모든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스스로를 격려하며.
하남표국은 벌써 일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표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세가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사압들도 조금씩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새로 짓고 있는 장원이 완성되는 것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단형우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단가의 이름 아래.
하남표국 연무장은 새로운 사람들 때문에 상당히 비좁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새로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남표국 연무장에는 사람이 많다. 당가나 우문세가에서 수련하러 오는 살마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무황성에서 이곳으로 적을 옮긴 백 명의 무사들까지 합세하니 연무장은 조금 과장해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후우, 아무래도 연무장을 확장해야겠네요.”
조설연은 연무장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곳에서 수련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새로 짓는 장원은 언제쯤 완성이 되나요?”
조설연의 물음에 형표가 즉시 대답했다.
“보름 정도면 완공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으니까요.”
“그래요? 그곳 연무장은 여기보다 넓겠죠?”
“그렇습니다. 이곳의 세 배가 넘으니까요.”
형표는 그렇게 대답하며 뒷말을 삼켰다. 그런 것이 다섯 개나 있다는 말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럼 연무장 터는 미리 확보가 되어 있겠군요.”
조설연의 말에 형표는 그제야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아챘다.
“지금은 전각을 올리고 있습니다. 연무장은 이미 청석까지 깔아놨으니 몇 가지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쓸 수 있습니다.”
형표의 대답에 조설연이 빙긋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형표가 고개를 숙이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대답을 한 형표는 급히 연무장에서 나갔다.
지금도 사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연무장 상황이 심각하다 해서 조설연을 따라 와 본 것뿐이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리고 새로운 장원의 연무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그 또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형표가 사라지자, 조설연은 고개를 돌려 단형우를 슬쩍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