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68
북해빙궁과 싸우기 위해 길을 떠난 검왕과 검마, 종칠은 산서로 들어섰다. 북해빙궁은 여전히 산서에 자리를 잡은 채 산서무림연합과 대치 중이었다. 북해빙궁이 자리잡은 곳은 산서의 북동쪽에 위치한 오태산 근방이었다.
검왕과 검마는 북해빙궁이 진을 치고 있는 오태산으로 곧장 쳐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들에게 대처할 여유를 줄 생각이 아예 없었다. 혈영검을 든 검마와 천섬을 든 검왕이라면 북해빙궁의 아무리 무서운 곳이라 해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아직 미숙하긴 해도 두 사람으로부터 무의 진전을 이어받은 종칠까지 있으니 정면 대결이라도 승산이 있다 판단했다. 종칠은 단형우로부터 꽤 대단한 보법까지 배웠으니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정말로 그냥 쳐들어갈 거예요?”
종칠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종칠의 마음속에 검왕과 검마를 향한 욕이 끊임없이 흘러갔다. 이건 미친 짓이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무작정 쳐들어간다니.
게다가 북해빙궁은 지금 무려 육백이 넘는다. 달랑 세 명이 육백 명에게 쳐들어가면서 정면으로 부딪치자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종칠의 염려를 단번에 무시해 버리는 검왕의 대답이 이어졌다.
“당연하지. 우리가 왜 그따위 놈들한테 설설 기어야 하는데? 그냥 붙어도 이길 텐데.”
검왕의 대책 없는 대답에 종칠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설마 그거 농담이죠? 아무렴 그렇지. 농담이겠지. 멀쩡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런 단순무식 말도 안 되는 계획을 계획이랍시고 내놓을 수 있겠어요? 그렇죠?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쾅!
“커억!”
종칠은 뒷머리를 부여잡고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방금 종칠의 머리가 있던 곳에 부들부들 떠는 주먹이 보였다. 그 주먹 뒤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검왕의 얼굴도 보였다.
“이놈이 좀 잘해려주니까 계속 기어오르네.”
검왕은 거칠게 손을 내리며 소리쳤다.
“잔말 말고 얼른 따라오기나 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왕이 몸을 날렸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경공을 전개한 것이다. 검왕의 뒤를 따라 검마가 종칠을 한 번 힐끗 쳐다본 후 움직였다.
종칠은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이놈의 박복한 인생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구나.”
어느새 검왕과 검마가 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두 사람을 쫓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그럴 수는 없었다.
“끙차. 가야지. 가서 맞아 뒈지는 한이 있어도 가여지. 북해빙궁 이놈들. 다 죽었어.”‘
종칠은 검왕과 검마로부터 쌓인 원한을 모조리 북해빙궁에 풀어 버리기로 작정하며 몸을 날렸다. 한 줄기 바람이 된 종칠의 신형이 순식간에 검왕과 검마를 따라잡았다.
“호오, 육백 명이라기에 그런가보다 했더니 실제로 이렇게 보니 정말로 많구나.”
검왕이 중얼거리자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육백 명 안에 상당한 고수들도 여럿 섞여 있을 게 분명하니 실제 상대하기에는 훨씬 까다로울 것이다.
그래도 두 살마이누구인가 검왕과 검마다. 십대고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알려진 강자다. 그런 둘이 힘을 합하는데 뭐가 두렵겠는가.
“방비가 상당한데됴? 그냥 쳐들어가면 좀 힘들지 않을까요?”
종칠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검마와 검마야 강한데다 뛰어난 무기까지 들고 있으니 걱정이 덜하겠지만 종칠은 그렇지 않다.
무기라고는 아무 대장간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철검 하나가 전부였고, 무공도 검왕과 검마와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보잘것없다. 걱정하는 게 당연했다.
“척 보니, 고수라 부를 만한 놈도 별로 없으니 괜찮다.”
검왕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조일은 왠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간 검왕에게 얼마나 많이 당했는가. 그동안 그대로 목숨을 걸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당하면 목숨을 장담 못한다.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저는 괜히 방해만 될 것 같은데……”
차마 안 가고 여기서 쉬겠다는 말은 못하고 말을 얼버무렸지만 그것을 못 알아들을 검왕과 검마가 아니었다.
검왕과 검마는 종칠의 말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못 들은 척 둘 만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진천뢰로군. 과연 몇 개나 있을지. 또 어디에 누가 가지고 있을지. 그것만 알아내면 별로 어려울 건 없겠어.”
검마의 말에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자. 지금 검왕이 망설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진천뢰만 아니었다면 벌써 적진 한복판에서 방으로 벼락을 떨어뜨리고 있었을 것이다.
북해빙궁은 무림맹을 진천뢰와 벽력탄을 이용해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당시 무림맹을 향해 진격한 빙궁 무사는 고작 사백 명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사용한 벽력탄과 진천뢰가 전부였느냐 하는 것이다. 검왕도 검마도 그건 아닐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북해빙궁은 세 무리로 나뉘어서 움직였다. 하나는 무림맹을 공격했고, 다른 하나는 하남표국을 향해 진격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산서 무림을 공격했다.
당시 하남표국을 향해 진격하던 무리 중 빙궁주가 있었고, 그들 역시 진천뢰와 벽력탄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산서 무림을 휘젓던 무리들도 진천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니, 틀림없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 저들이 가진 진천뢰의 수는 여섯 정도가 될 거라 하더군.”
검마의 말에 검왕이 그를 쳐다봤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 검마가 제갈린과 친하다는 사실은 하남표국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분명 제갈린이 말해줬을 것이다.
검마는 검왕의 눈길을 받으며 설명을 이었다.
“빙궁주에게는 제자가 넷 있는데, 그들이 각각 이백 명씩 한 부대를 맡았다더군. 무림맹을 공격할 때 사용한 진천뢰의 수가 여섯이라고 했고, 빙궁주 역시 세 개를 가지고 있었으니 아마 제자 하나당 세 개의 진천뢰를 가진 모양이야.”
검마의 설명에 검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세세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만큼 무영각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남표국은 정말로 큰 힘을 얻은 것이다.
“여섯이라……”
진천뢰의 수는 사실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있는 위치였다. 누가 가지고 있고 누가 그것을 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것을 알아야 대처를 할 테니까.
“저기…… 그런데 단대협게서 제 몸에 불어 넣어주신 기운은 대체 뭘까요?”
종칠의 질문에 검왕과 검마가 동시에 그를 쳐다봤다. 여기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그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단형우가 넣어줬으니 도움이 되겠거니 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궁금하군.”
검마가 중얼거렸다. 단형우가 아무 기운이나 되는 대로 넣어줬을 리가 없다.
상대가 진천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넣어준 기운이다. 단형우는 진천뢰를 몇 번이나 겪어봤으니 그 위력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
“진천뢰가 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사실 그냥 진천뢰는 무시하고 쳐들어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검왕의 말에 검마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이 옳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다.
만일 단형우의 기운이 진천뢰로부터 제대로 몸을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고, 설사 막아낸다 하더라도 모든 진천뢰를 막아낼 수 있다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 표정 하지 말게. 나도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쳐들어갈 마음은 없으니까.”
검마의 표정을 읽은 검왕이 말을 덧붙였다. 검왕도 검마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단형우가 뭔가 조치를 취해 주긴 했지만 그것만을 온전히 믿을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최우에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손에 쥐고 있는 검과 실력이다.
검왕은 허리춤에 매달린 천섬을 쓰다듬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큰 아군은 바로 천섬이었다.
천섬만 있다면 혼자서도 북해빙궁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진천뢰가 없다는 가정 하에. 그리고 그것은 검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마가 가진 혈영검도 천섬과 쌍벽을 이루는 기검(奇劍)이었으니까.
검왕과 검마가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빙궁에 대한 공략을 의논하는 동안 종칠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단형우는 분명히 자신의 어깨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진천뢰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종칠도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 정확히는 그저 제갈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봤을 뿐이지만, 그 행동이 그 어떤 말보다 믿음직스러웠다.
“괜찮을 겁니다.”
종칠의 갑작스런 말에 검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뭐라?”
“괜찮을 거라고요. 단대협이 괜찮다고 했으면 괜찮은 겁니다.”
종칠의 단호한 말에는 단형우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단형우를 믿는 사람은 검왕도 검마도 아닌 종칠이었다.
“갑시다.”
종칠의 말에 검왕과 검마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종칠은 두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 뭣들 하십니까. 가자니까요. 설마 진처뢰 따위가 겁나서 이렇게 머뭇거리는 겁니까?”
종칠의 말은 묘하게 검왕의 자존심을 긁었다.
“아니, 이놈이…..”
검왕이 주먹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종칠이 몸을 날렸다.
“저 먼저 갑니다!”
종칠은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북해빙궁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뛰어들었다.
검왕과 검마는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아직 꺼림칙한 기분이 남아 있었지만 이대로 종칠 혼자만 보낼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는 하나뿐인 두 사람의 제자 아닌가.
“에휴, 제자 복이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구나.”
검왕이 투덜거리며 몸을 날렸다.
검마는 그런 검왕과 종칠의 뒷모습을 보며 슬쩍 웃었다. 이것은 또 이것 나름대로 괜찮았다. 검마는 싸움을 앞둔 사람답지 않게 기분이 좋아졌다.
우우웅.
피를 보게 될 것을 예감했는지 혈영검이 나직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오늘은 너도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겠구나.”
검마는 그렇게 중얼거린 후 몸을 날렸다.
“기, 기습입니다.”
빙곡은 천막 안으로 뛰어 들어와 외치는 수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기습이라고? 흥, 산서의 떨거지들 따위의 기습에 일일이 내가 반응해야 하나?”
빙곡의 약간 질책 섞인 말에 수하가 다급한 얼굴로 보고를 이어갔다.
“산서 무림에서 온 자들 같지 않습니다. 너무 강합니다. 지금 무사들이 씨우고 있지만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빙곡이 인상을 찌푸렸다. 빙궁 무사들은 육백이나 된다.
그중에는 고수도 꽤 섞여 있다. 그런데 막기가 쉽지 않다고 할 정도면 상당히 강한 적이라는 뜻이다.
빙곡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직접 나가봐야할 듯했다.
“기습해 온 적의 수는?”
“그게…… 셋입니다.”
수하의 대답에 빙곡은 잘못 들었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몇이라고?”
“세, 셋입니다. 적의 수는 고작 셋입니다.”
빙곡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빙곡은 바보가 아니다. 바보였다면 이렇게 혼란한 와중에 빙궁주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리 없다.
“고작 셋이라고?”
고작 세 명이 쳐들어왔는데도 막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라는 뜻이다. 적어도 십대고수 정도가 아니라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빙곡은 서둘러 천막 밖으로 나갔다. 빙곡의 천막은 다른 천막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사방을 확실히 살피기 위함이었다. 빙곡의 눈에 휘몰아치는 벼락들이 보였다. 핏빛 안개가 소용돌이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이게 대체……”
아무리 십대고수라 하더라도 이런 신위를 내보일 수는 없다. 빙궁 무사들이 제대로 손도 못 쓰고 형편없이 밀리고 있지 않은가.
빙곡이 그렇게 놀라는 사이에도 검왕과 검마는 마구 날뛰었다.
검왕이 든 천섬은 염혜미가 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내보였다. 검왕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벼락이 쏟아져 나갔다. 그 벼락은 아무도 막아내지 못했다.
검마의 혈영검은 핏빛 안개를 쏟아내며 주변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검마의 공간 안에 들어선 사람은 제대로 힘도 못 쓰고 바닥에 시체가 되어 누웠다.
그나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람이 종칠이었다. 하지만 종칠도 착실하게 빙궁 무사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검왕과 검마의 협공을 매일 상대하던 종칠에게 빙궁 무사들의 공격 정도는 그리 두려울 것이 없었다.
빙곡은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당황해 소리쳤다.
“진천뢰! 진천뢰를 가져와라!”
빙곡의 판단은 적절했다. 지금 저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천뢰밖에 없을 것이다. 수하들이 진천뢰를 가져오는 동안 빙곡은 검왕과 검마, 종칠을 유심히 살폈다.
“과연, 저들이 검왕과 검마로군.”
하남표국이 이대로 당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설마 이렇게 먼저 치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빙곡은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십대고수는 모두 저렇게 강하단 말인가.”
빙곡은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절망감에 몸을 떨었다. 고작 십대고수 중 둘이 왔다. 적은 셋이지만 나머지 하나는 자신보다도 못해 보였으니 제외한다면 십대고수는 둘이다.
고작 그 둘에게 이렇게 당하고 있다. 검왕과 검마는 종칠이 지극히 위험한 순간에는 도움까지 주면서 싸우는데도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가. 아니, 아직 진짜 힘은 발휘한 것 같지도 않았다.
“역시…… 무리였던가.”
중원무림을 접수하기에 빙궁은 아직 너무 약했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어야 했다. 너무 성급했다. 빙곡은 내심 무영이라는 자가 괘씸했다.
그자가 빙궁주를 충동질하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믿을 것은 진천뢰뿐이군.”
빙곡의 눈이 조금 더 암울해질 때 수하들이 커다란 궤짝을 들고 달려왔다. 빙곡 앞에 궤짝을 내려놓은 수하들은 뚜껑을 들고 달려왔다. 빙곡 앞에 궤짝을 내려놓은 수하들은 뚜껑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진천뢰 여섯 개와 백여 개의 벽력탄이 빼곡이 들어 있었다.
빙곡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진천뢰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검왕과 검마를 쳐다봤다. 검왕과 검마는 북해빙궁 무사들을 말 그대로 도륙하는 중이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십여 명의 무사들이 차디찬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빙궁 무사들 중 두 사람 근처에라도 다가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소문보다 훨씬 더 하군. 십대고수는 모두 저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빙궁은 바보가 된다. 고작 이 정도 힘으로 중원무림을 도모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무리 진천뢰가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는 법이다.
빙곡은 진천뢰를 들고 잠시 망설였다. 진천뢰를 쓰면 검왕과 검마를 죽일 수는 있겠지만 주변에 있던 빙궁 무사들도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진천뢰는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한 사람만 공격하도록 범위를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십대고수쯤 되면 그렇게 좁은 범위로 설정하다가는 자칫 실패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대로 두면 다 죽을 테니까.”
빙곡이 결심을 굳히고 눈을 빛냈다. 빙곡 주변에 있던 수하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검왕과 검마 앞에 북해빙궁 무사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부변에서 보기에 두 사람은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혈영검과 천섬을 휘드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경을 나눠 어딘가에서 진천뢰가 날아오지 않나 살폈다.
사실 진천뢰에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았다면 훨씬 빠른 속도로 적들을 주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혈영검과 천섬의 위력이 대단했다.
검왕과 검마가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싸우는 데 반해 종칠은 온 신경을 적들에게 쏟아 부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크윽!”
어깨 어림에 불로 지지는 듯한 충격을 받은 종칠이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조칠의 어깨를 스친 검이 다시 종칠의 등을 노리고 쏘아져 오는 순간, 종칠이 몸을 돌리며 검을 풍차처럼 휘둘렀다.
콰콰콰콰!
“크아악!”
그 한 수로 종칠 주변에서 달려들던 빙궁 무사 다섯이 목이 동시에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