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70
세상에 서서 잠을 자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珥?그렇게 한다. 원한다면 혼례를 올리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단형우는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 원하는 사람이 조설연이나 자신같이 잘 아는 여인들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혼례라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제갈린은 전자에 의미를 크게 두긴 했지만, 그 말을 한 것이 단형우이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하아……”
제갈린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한숨을 내쉬는 것뿐이었다.
독고운은 눈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을 보며 미소 지었다.
독고영령, 독고운이 말년에 얻은 딸이다. 독고운과의 나이 차는 거의 손녀뻘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녀는 엄연히 딸이었다.
“그래, 네 생각은 어떠하냐?”‘
독고운의 물음에 독고영령은 살포시 웃었다.
“전 아버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독고영령의 대답에 독고운은 크게 만족했다. 아직 열아홉밖에 되지 않은 소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아버지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안다. 대세를 읽는 눈도 가지고 있다. 정말로 시집 보내기 아까운 딸이었다.
하지만 독고운은 무조건 단형우를 자바야 한다고 믿었다. 단형우가 독고운에게 보여준 것은 그저 음양고를 없앤 것뿐이다.
하지만 독고운은 단형우의 모습에서 깊은 절망과 공포를 느겼다. 자신의 몸에서 양고를 없애는 그 순간 드러난 단형우의 기세는 절대 독고운이 접근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내심 천마와 견줄 수 있는 무력을 쌓았다고 자신했다. 세인들이 아무리 천마가 천하제딜인기고 무림맹주는 십대고수의 말석에 위치한다고 떠들어대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 실제로는 자신이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을 굳이 떠들어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독고운이 단형우가 보여준 힘의 끝자락에 덜덜 떨어야 했다. 독고운은 확신했다.
아무리 천마가 달려들어도 단형우를 이길 수는 없을 거라고, 아니, 천마와 자신이 힘을 합해서 덤벼도 단형우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천기자가 괴물을 만들어냈군.’
이제 소문 따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진짜 단형우의 힘이 필요했다.
‘하남표국에서는 진작부터 단형우의 힘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단가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게지. 즉, 단형우를 잡으면 하남표국도 함께 손에 굴러들어온다는 뜻이지.’
독고운과 제갈중천이 동시에 한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제갈린을 끌어들임으로써 하남표국을 자연스럽게 무림맹으로 흡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니 단형우만 끌어들이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단형우가 바로 하남표국의 중심이었다.
독고운과 제갈중천은 단형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갈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형우는 너무 위험한 자였다. 그 힘만큼이나.
“앞으로 우리 무림맹의 미래와 전 무림의 미래는 네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여라.”
독고운의 말에 독고영령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독고영령의 대답을 들은 독고운이 자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엿다. 그의 딸이 온 정성을 쏟는다면 단형우 정도 끌어들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독고운은 그만큼 자신의 딸을 믿었다.
독고영령이 지금까지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독고운이 그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독고영령은 선천적으로 사내를 홀리는 능력을 타고났다. 그녀는 의도하지 않지만, 사내들은 그녀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점령당했다.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능력이었다. 독고운은 딸의 그런 능력이 세상에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그럼 전 그분께 가 보겠습니다.”
독고영령이 공손히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독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방에서 나가자 내심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 생각하며 딸까지 팔아 무림맹을 꾸려가는 것 같지 않은가.
“후우, 이 모든 것은 무림을 위해서다. 무림을 위해서……”
독고운의 자조적인 목소리가 방 안에 조용히 올렸다.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단형우는 무림맹에서 일하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커다란 탁자에 먹음직스런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벌써 사람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먹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단형우는 시종의 안내에 따라 그중 비어 있는 한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이제 제법 앉는 것도 자세가 나왔다. 처음에는 앉은 자세가 엉거주춤하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자리에 앉은 단형우는 음식을 한 번 둘러봤다. 빨리 음식을 먹고 싶은 단형우의 마음을 알았는지 독고운이 웃으며 식사를 시작하자는 말을 꺼냈다.
독고운의 말이 떨이지기가 무섭게 단형우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단형우는 평소와 다름없이 신중한 자세로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며 경배하듯 음식을 먹었다.
단형우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탁자에 앉아 식사를 하는 모든 사람이 신기한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특히 독고운의 딸인 독고영령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바라봤다.
독고영령은 아버지의 말에 따라 지금 신중한 자세로 밥을 먹는 단형우라는 자와 혼례를 올려야 한다.
게다가 아직 단형우에게는 말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이 그와 친해진 상황에서 독고운이 말을 꺼낸다고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사실 단형우라는 자에게 갖는 감정은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반감이 조금 더 많았다.
인생에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문제를 이렇게 무림맹을 위해 치러야 할 입장이니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 반감을 마음 깊은 곳에 가두고 있지만 단형우를 보는 그녀의 눈이 고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독고영령의 눈은 호기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저렇게 경건한 자세로 대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이내 식사가 끝났다. 단형우는 남은 음식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먹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배가 차서 젓가락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지만 단형우는 끝까지 음식을 먹었다. 경건한 자세로.
덕분에 평소보다 식사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짜증이 날법한 일이지만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만큼 단형우의 위치가 중요해진 것이다.
단형우가 모든 음식을 먹어치우자 사람들의 생각은 하나로 통일되었다.
‘드디어 끝났군. 대체 저 많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갔딴 말인가.’
탁자에 차려진 음식의 양은 상당했다. 아무리 큰 위장을 가진 사람이 달려든다 하더라도 결코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아니, 그런 사람 다섯이 달려들어도 다 먹기 힘든 양이었다.
한데 단형우는 비록 천천히 먹긴 했지만 그 모든 음식을 먹어취웠다. 그럼에도 전혀 불편함이 엿보이지 않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의 놀라운 시선을 받으며 단형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인생의 모든 목적이 밥에 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식사하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 아니 할 수가 없었으니 식사가 끝난 뒤에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대화를 나누려던 독고운을 비롯한 무림맹 사람들은 단형우의 행동에 크게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이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선 단형우는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밥 먹는데 너무 집중을 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보니 제갈린이 보이지 않았다.
식사시간에 보이지 않았으니 밥을 제대로 먹었는지 궁금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걱정이 되었다.
단형우의 감각이 무림맹 안을 휘저었다. 물론 아무도 그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단형우는 제갈린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쪽을 향해 한 걸음 움직였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딘 단형우의 모습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소문은 정말로 사실이었다.
제갈린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단형우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설마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방이 바뀌긴 했지만 단형우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오리란 생각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다, 단공자님.”
제갈린의 당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단형우는 그런 제갈린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밥은?”
단형우의 질문에 제갈린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일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형우는 지금 자신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밥을 먹지 않았을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갈린은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아 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단형우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면 눈물이 마구 쏟아질 것만 같았다.
“머, 먹었어요.”
제갈린의 대답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염려하던 마음이 사라져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그렇군.”
단형우는 잠시 그렇게 서서 제갈린을 쳐다봤다. 제갈린은 의자에 앉은 채 살짝 고개를 숙이고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 밖에는 청룡단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 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듣지 못했을 리 없다.
제갈린의 눈이 살짝 다급함이 어렸다. 그리고 문밖에서 청룡단 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갈린은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청룡단 무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수긍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그녀를 지키고 감시하는 것이 목적이라 하지만 여인 홀로 있는 방문을 함부로 열 수는 없었다.
곧 밖이 약간 부산스러워진다 싶은 것이 무사들이 증원되는 모양이었다. 제갈린은 그것을 방 안에서 지켜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고 싶은가?”
단형우의 갑작스런 질문에 제갈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갈린은 단형우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읽으려 하다가 쓴웃음 지었다.
지금 자신이 누구의 생각을 가늠하려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형우의 생각은 가늠할 필요가 없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진심이 가득하다. 거짓 없는 사람의 마음을 왜 가늠한단 말인가.
제갈린은 무림맹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마음이 벌썩 혼탁해진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건 그녀가 바라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다.
제갈린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같은 표정,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다.
“조금만 더 여기서 머물게요. 아주 조금만 더요.”
제갈린은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넉울렀다. 지금 이대로 도망치듯 돌아가기는 싫었다.
자신의 마음을 관철시키고 당당하게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할아버지나 세가에 도움이 되고 싶기도 했다. 단, 그 도움은 단형우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는 것이라야 했다.
“단공자님.”
제갈린이 부르자 단형우가 물끄러미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
제갈린은 조용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고, 고마워요.”
제갈린의 말에 단형우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제갈린은 방금 전까지 단형우가 서 있떤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단형우의 체취가 물씬 느껴지는 듯했다.
방으로 돌아온 단형우는 가만히 서서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단형우는 감각을 퍼뜨려 무림맹과 팽가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 단형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그 정도가 다였다. 본래 팽가 전역을 감각의 영역에 넣고 있긴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감각에 넣어둔 것뿐, 조금 더 짙은 감각을 퍼트릴 필요가 있었다.
막 팽가를 농밀한 감각의 범위에 모두 넣었을 때, 단형우가 머무는 방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아직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을 가늠했을 때, 틀림없이 단형우를 향해 오고 있었다.
단형우는 감각을 유지한 채, 문을 쳐다봤다. 잠시 후, 문 밖에서 젊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대협, 안에 계십니까?”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밖에서 서 있던 여인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방에 들어섰다. 단형우는 그때까지 가만히 서서 문으로 들어오는 여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단형우를 찾은 여인은 독고령령이었다. 그녀는 빠른 시간 안에 단형우와 친해져야만 했다.
원래 저녁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대회를 나눠볼 계획이었는데, 단형우가 워낙 특이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이다.
독고영령은 방에 들어선 후, 어색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방의 주인이 앉을 것을 권해야 앉기라도 할 텐데 단형우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
결국 독고영령은 직접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저…… 앉아도 될까요?”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형우는 여전히 선 채로 독고영령이 앉는 모습을 지켜봤다.
독고영령은 앉은 후로도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단형우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최소한 자신을 마주보며 앉기라도 해야 할 텐데 단형우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이 보였다.
방 안에 침묵이 계속되었다. 독고영령은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다. 난감한 표정을 지은 독고영령이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별로 안 좋이신가 봐요.”
독고영령이 방에 들어온 지 일 각 만에 꺼낸 말이었다.
단형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냥 그랬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빠야 하는데 나쁘지 않다는 것이 맞다.
독고령령이 풍기는 분위기는 단형우의 좋지 않은 기억을 건드렸다. 만일 단형우가 별로 세상을 겪지 않았다면 단번에 목을 잘라 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형우는 방금 제갈린을 만나고 와서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즉, 좋았던 기분이 가라앉아 그저 그런 상태가 된 것이다.
독고영령은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다. 단형우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 조금 더 버틸 생각이었다. 이렇게 물러나면 애써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지 않은가. 그러려면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다.
독고영령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미미한 고개의 움직임과 아주 단순한 몇 마디 말이 전부였다. 결국 독고영령은 포기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독고영령은 자신이 온 후로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는 단형우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이런 대접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저 차갑게 대하는 거라면 뭔가 희망이라도 있을 텐데 이것은 완벽한 무시였다.
단형우에 대해서 독고영령이 조금만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면 절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독고영령은 단형우의 방을 나서면서 내심 어떻게든 저 사내를 얻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얻긴 하되, 절대 마음을 주진 않을 거야. 절대로.’
독고영령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단형우를 힐끗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형우는 여전히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마치 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독고영령이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독고영령은 자신의 방에 도착한 후, 분해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설마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사내라면 어찌 자신에게 이럴 수가 있딴 말인가. 지금까지 자신을 대하던 사내들의 태도와 너무나 달라 마음이 더욱 차갑게 식어 버렸다.
“후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무림맹주의 딸쯤 되면 원하는 사람과 혼인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사치니까.”
만일 아버지인 독고운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 하지 않았다면 이 혼인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까지도 독고영령은 단형우와 혼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 여겼다.
아무리 목석같은 사내라도 독고영령 정도 되는 미임을 아내로 맞이하는데다 무림맹주의 딸과의 혼인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독고영령은 혼린을 올린 후, 단형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며 밤을 맞이했다.
단형우는 독고영령이 나간 후, 자긴도 모르게 인상을 아주 살짝 찌루폈다.
옆에서 누가 봤어도 모를 정도 미미한 반응이긴 했지만 기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마음에 안 들었다.
독고영령은 단형우에게 싫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지옥에서 친구들을 앗아간 그 아름다운 여인들과 비슷했다.
그 여인 모양의 마물들은 사내를 홀리는 을겨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본 독고영령처럼.
그런 독고영령이 마음에 들 리 없다. 단형우는 독고영려이 사라지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목을 잘라 버릴 걸 그랬군.”
단형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다 고개를 저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죽이려면 일단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게 단형우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다. 단형우는 제갈린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자야할 시간이 되었다.
무림맹의 반격
빙궁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소문이 천하에 진동했다. 빙궁의 몰락은 대단한 얘깃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