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74
“도움을 청하러 왔어요.”
독고영령의 말에 제갈린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설마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무슨 도움을 원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제갈린은 그녀에게 도움을 줄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제가 왜 도움을 드려야 하죠?”
“그게 무림맹과 제갈세가를 위해 좋으니까요.”
독고영령의 말에 제갈린이 피식 웃었다.
“과연 그게 그렇게 될까요? 그래, 좋아요.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죠?”
제갈린의 말과 행동에 독고영령은 기분이 살짝 나빠졌지만 도와준다는 말에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일단 그 사람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요.”
제갈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봤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은 그저 일반적인 사항들뿐이다.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하남표국에 머물고 있는 사람. 그리고 천기자가 남긴 무공을 익힌 사람.
‘난 과연 그분의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제갈린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제가 아는 건 그냥 일반적인 것뿐이에요. 당신도 잘 알고 있는 것들…….”
제갈린의 말에 독고영령의 눈썹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방금 제갈린이 한 대답을 거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백봉이라 불리 정도로 똑똑하다더니 소문이 크게 과장되었군요.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제게 도움을 주기가 그렇게 싫으신가요?”
제갈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굳이 대꾸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분이 좋아하는 것이 뭐죠?”
“평화요.”
제갈린의 대답에 독고영령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싫어하는 건요?”
“지금 이 평화가 깨지는 거죠. 친구들이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독고영령이 점점 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것은 자신을 놀리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 절 놀리시는 건가요?”
제갈린이 피식 웃었다.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하남표국에 머무는 여인들은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출처는 조설연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진실을 외면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예요.”
제갈린의 말에 독고영령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독고영령의 눈빛에 살기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백봉이다. 그녀가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후회하게 해드리죠.”
독고영령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인사도 없이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녀는 모욕감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제갈린은 그런 독고영령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지금 독고영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불과 얼마 전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린은 스스로 정말로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이 모든 변화는 단형우 때문이었다.
하남표국 사람들 때문이었다. 제갈린은 그들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그 소중한 사람들을.
독고영령은 제갈린의 방에서 나와 씩씩대며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또 분했다.
자신은 무림맹주의 딸이다. 모든 남자들이 숭배하듯 떠받드는 무림의 여신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런 대접을 받아왔다.
“감히 날 모욕해?”
독고영령의 표정이 마구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평소에는 절대 짓지 않던 표정이다.
물론 지금은 방에 홀로 있으니 아무도 볼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독고영령은 아무리 혼자 있다 하더라도 절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녀의 평정심이 깨져버린 것이다.
결국 독고영령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그녀의 아버지 무림맹주 독고운의 집무실이 그녀의 목적지였다.
상한문주 호진산은 십여 명의 무사들을 이끌고 집적 하북으로 왔다. 다른 문파들이 잘 해야 호법이나 장로를 보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덕분에 함께 온 모든 사람들을 이끄는 수장이 되어 버렸다. 물론 다른 문파 사람들을 하뭅로 부릴 수는 없었지만.
호진산은 유심히 팽가를 살폈다. 호진산의 뒤로 수백 무사들이 눈을 빛내며 긴장에 굳은 몸을 풀고 있었다. 그들도 오늘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 잘 안다. 강력하 무공을 익히긴 했지만 무림맹과 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슬슬 공격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호진산은 자신에게 다가와 의견을 내미는 사내를 쳐다봤다. 어느 문파의장로라고 하는 자였다. 솔직히 그 문파의 이름은 듣고도 벌써 잊었다.
이곳에는 무려 서른 개나 되는 문파가 모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들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다.
“팽가의 움직임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걱정이오. 뭔가 함정이 있을 것 같지 않소?”
호진산의 말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대로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 건드려 봐야 하지 않겠소?”
결국 호진산은 서른 명 정도를 따라 뽑아 팽가의 담을 넘게 했다. 빠르고 날랜 사람들로만 구성해 재빨리 문을 연다는 계획이었다.
일단 계획을 세우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두들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서른 명의 무사들이 순식간에 팽가에 다다갔다. 팽가의 담장은 꽤 높았지만 그들 정도 되는 고수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높이였다.
아무런 소음도 내지 않고 뛰어오른 서른 무사는 순식간에 팽가 담장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대로 안쪽으로 뛰어내렸다.
그대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안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마치 뭔가에 부딪치기라도 한 듯 뒤로 튕겨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몸을 날렸을 때, 뭔가에 정면으로 부딪치면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담장을 넘던 서른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마치 푹신한 솜에 내던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순식간에 뒤로 튕겨 나왔다.
몇몇은 공중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아 바닥에 내려설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빠르게 아래쪽으로 튕겨지는 바람에 균형을 못 잡고 꼴사납게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쿠당탕!
큰 타격은 없었지만 너무도 놀라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설 생각도 못했다. 그제야 누군가의 입에서 억눌린 말이 흘러나왔다.
“진법……”
철저하게 팽가를 보하하는 진법에 수백 무사가 눈을 부릅떴다.
지루한 대치가 계속되었다. 팽가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무사들은 무림맹을 치기 전에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듯 눈을 번득이고 있었고, 무림맹은 무림맹대로 팽가에 숨어서 밖으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무림이 점차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혈마회의 다른 문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독고운은 이 지루한 대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밖에 있는 자들은 무림맹 입장에서 보면 혈마회에 붙은 적이었다. 한데 그런 적들을 짓밟을 힘을 가지고도 그것을 쓰지 못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독고운은 지루했지만 제갈중천과 취월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제갈중천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계략의 짜릿함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주작단과 현무단을 이용해서 전 무림을 상대로 계?을 펼치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간 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볼 수 있었다.
제갈중천과 취월이 하는 일은 간단하지만 간단치 않았다. 일단 취월이 파악하고 있는 약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혈마회가 장악한 문파의 수는 일백이 넘는데 취월이 파악한 약점은 고작 열 가지 정도였다. 열 군데 문파의 발을 막을 수 있는 게 고작이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열이라는 수를 몇 배로 불릴 수 있었다.
각 문파에 직접 방문하는 사람은 제갈중천이나 취월이 아니다. 주작단이나 현무단의 일원이다. 그렇게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다.
임무를 맡은 사람이 임기응변이 뛰어나다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사람들의 임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제갈중천과 취월은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야 했다.
제갈중천은 그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간 강력한 힘을 가진 무림맹에서는 별로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이 계략이 완벽하게 성공하게 되면 제갈중천이 받는 희열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제갈중천은 그 희열을 기대하며 온갖 수를 다 짜냈다.
제갈중천과 취월이 짜내는 계략은 상당히 수준이 높았고,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단순한 계략들을 복잡하게 얽어 막상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별것 아닌 간단한 일을 수행한 뿐이지만, 실제 그것드리 결과로 만들어지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독고운은 머리를 쓰며 주작단과 현무단을 지휘하는 두 살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지금 이 자리에 독고운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차라리 나가 싸우는 일이라면 앞장서서 힘이라도 과시하겠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아슬아슬한 계획을 세우는데 독고운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
“끄응……”
독고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바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답답하고 힘든 일이었다. 이렇게 무기력함에 빠져있을 바에는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거나 연무장에 가서 수련을 하는 것이 나았다.
독고운이 빠져나간 집무실에는 여전히 후끈한 열기가 뻗쳐나갔다. 한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들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독고운은 연무장으로 향하려다가 문득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독고영령은 아버지인 독고운이 보기에도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여인이었다.
사내들이 왜 그렇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녀의 매력은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었다.
독고영령은 방으로 방향을 바꿔 걸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독고운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응? 네가 여긴 웬일이냐?”
나타난 사람은 독고영령이었다. 독고영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버님, 제 혼례 서둘러주시면 안 될까요?”
독고운은 난데없는 말에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독고영령이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단형우라는 사람과 혼례를 올려야 한다고 말을 했을 때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어떤 감정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독고영령의 눈에는 분명한 감정이 보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금 기다려 보거라.”
독고운의 말에 독고영령의 눈망울에 물기가 어렸다.
“이렇게 부탁드려요. 그리고 그 사람 꽤 고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무림맹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 아닌가요? 혼례를 꼭 올리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 사람을 얻고 싶어요.”
독고영령의 말에 독고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딸의 눈에 물기가 어리면 독고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을 꼭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일단 떠오르고 나서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좋다. 며칠만 기다려라. 한 번 얘기를 꺼내 보마.”
“감사합니다. 아버님, 감사해요.”
독고영령은 계속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독고운의 흐뭇한 눈길을 받으며 방으로 돌아갔다. 목표한 바는 모두 이루었으니까.
독고운은 잠시 딸의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단형우와 독고영령을 맺어주는 것은 그 역시 원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녀 간의 일이라는 것이 서두르면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단형우가 반드시 허락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끄응. 어렵구나. 어려워. 안팎으로 이리 어려우니……”
독고운은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굴렸다. 일단 하남표국과 제갈린을 통해 단형우를 살짝 압박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단형우라도 그런 식으로 압박을 받으면 섣불리 거절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독고운의 발걸음이 제갈린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제갈중천과 취월의 계?이 완벽히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혈마회와 손을 잡은 문파들이 잠시 주춤한 것이다. 그 틈을 타고 무림맹 휘하에 있던 문파들이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상황이 팽팽해졌다.
그래도 무림은 여전히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혈마회와 손잡은 일백 문파는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거의 일시에 들고 있어났으니 혼란스러워 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 혼란이 거의 없는 곳은 딱 두 군데였다. 하나는 사천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남이었다.
사천은 당가가 완벽하게 장악을 했다. 사천을 원래 양분하다시피 했던 것은 당가와 악가장이었는데, 악가장이 모든 가업을 정리하고 떠났으니 남은 것은 당가뿐이었다.
게다가 악가장이 장원이나 가업을 정리하도록 도와준 것이 당가였다. 당연히 당가는 빠르게 사천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원래 사천은 혈마회도 거의 손을 놓고 있었으니 별다른 분란이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사천에 있는 대부분의 문파들은 당가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그런 그들 사이에 큰 분쟁이 일어날 리 없었다.
하남은 처음에는 분란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혈마회의 입김이 닿은 문파가 세 개 정도 잇었는데, 일어섬과 동시에 무너졌다.
그들 중 두 개 문파가, 북해빙궁을 박살내고 돌아오는 길이던 검왕과 검마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북해빙궁과 싸우면서 힘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던 두 사람을 건드렸으니 순식간에 무너져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검왕과 검마의 기분이 나아졌으니 두 사람과 동행하는 종칠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수련의 강도가 단숨에 몇 단계나 낮아졌으니까.
나머지 하나의 문파는 주변의 몇몇 문파들과 싸우며 혼란을 키워가는가 싶더니, 힘을 과시하기 위해 달려간 뇌황 당호관에게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하남에는 너무 강자가 많았다.
독고운은 분노에 가득한 표정으로 제갈린의 방을 나섰다. 설마 거절을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제갈린은 정말로 단호하게 독고운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취월과 혼례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독고운은 제갈린을 설득하려 했지만 제갈린이 독고운의 설득에 말려들 리가 없다. 오히려 독고운은 제갈린의 말에 밀려 얼굴만 붉히고 일어서야 했다.
“끄응, 제갈 군사가 손녀 하나는 제대로 뒀군.”
괘씸한 것은 괘씸한 것이고 능력은 능력이다. 제갈린과 몇마디 말을 해보니 더욱 그 능력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심지도 곧다. 저런 여인은 쉽게 보기 힘들다. 만일 적당한 나이의 아들이 있었다면 욕심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괘씸할 뿐이다.
“딸자식 시집보내기가 이리도 어려워서야 원.”
사실 적당한 혼처를 찾아 혼례를 올리고자 한다면 어디든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독고영령의 매력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고, 독고운도 그것에 대해서는 자신했다.
하지만 상대가 단형우가 되니 얘기가 너무 달라졌다. 도대체 그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매일 함께 식사를 하지만 그게 다였다. 표정도 없고, 말도 없다.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좀 알 것 같던 제갈린에게 물었지만 그조차 거절을 당했으니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냥 밀어 붙여야겠군.”
독고운은 일단 하남표국에 전서구를 띄웠다. 혼례에 도움을 얻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상은 거의 혼례가 결정된 거나 다름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통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단형우에게 마을 할 작정이었다. 독고운은 그대로 나름대로 자신을 가졌다.
독고영령의 매력과 무림맹이라는 뒷배경이 있으니 단형우가 날므대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독고운의 생각은 일리가 있었다. 단형우가 보통사람이라면 말이다.
조설연은 핏기 없는 얼굴로 손에 든 서찰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우문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연매, 무슨 서찰인데 그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거 아냐?”
우문혜는 조설연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옆으로 다가갔다.
조설연은 떨리는 손으로 서찰을 우문혜에게 넘겼다. 우문혜는 의문을 가득 담은 눈으로 서찰을 받아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결국 그녀의 눈도 조설연과 비슷해졌다.
“이, 이게 뭐야…… 마, 말도 안 돼. 다, 단공자님이 혼례라니…….”
우무혜는 믿을 수 없었다. 서찰에는 무림맹주의 딸 독고영령이 단형우와 혼례를 올릴 예정이니 도움을 바란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차라리 제갈린과 혼례를 올린다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화가 나고 반대를 하겠지만. 한데 듣도 보도 못한 여인의 이름이 적혀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안 돼. 이대로는 절대로.”
우문혜의 눈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조설연을 쳐다봤다. 조설연의 눈도 우문혜와 똑같은 빛은 내고 있었다. 두 여인의 결심이 선 것이다.
“무림맹으로 가야겠어.”
우문혜의 말에 조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허무하게 단형우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