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75
그날 하남표국에서 마차 한 대가 출발?다. 그 마차는 그야말로 쉬지도 않고 무림맹이 있는 하북을 향해 질주했다.
마차는 모든 사람은 종칠이었고, 마차 지붕에는 어느새 표국으로 돌아온 검왕과 검마가 앉아 있었다.
허창에서 하북팽가까지는 거의 이천 리 길이다. 아무리 마차로 빨리 달려봐야 오 일은 거린다. 그것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달린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 물론 하남표국이 마차는 그보다는 빠를 것이다. 종칠이라는 달인이 마차를 몰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간을 그리 많이 단축할 수는 없다. 마차에 타고 있는 조설연과 우문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두 여인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서찰에는 언제 어디서 올린다는 말이 없었다. 그것이 그녀들의 마음을 더 급하게 했다.
마차 위에 앉아 있는 검왕과 검마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혼례라는 것이 그리 간단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혼례에 관계된 서찰을 하나 받았을 뿐이다. 혼례가 그 사이에 진행될 리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형우가 다른 여인과 혼례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각자의 마음을 담고 마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무림맹 수뇌부는 식사시간이 되면 대부분 한자리에 모인다. 밥을 먹으면서 정을 다지기 위함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바쁜 때는 그런 것이 상당히 중요했다.
독고운은, 커다란 원형 탁자에 앉아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주요 인물들을 바라보며 ?㈎痢?찾았다.
이내 단형우가 방에 들어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단형우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심혈을 기울여 밥을 먹기 시작했다.
독고운은 단형우가 식사를 모두 끝내면 더 이상 말을 꺼낼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그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한 가지 발표할 것이 있소. 별것은 아니니 그냥 식사를 하면서 들어주시오.”
독고운의 말에 모든 사람이 식사를 멈춘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독고운을 쳐다봤다.
독고운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먹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독고운의 눈썹이 한 차례 꿈틀댔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을 이어갔다.
“내 딸 영령이의 혼례를 올릴 작정이오.”
독고운의 말에 사람들이 잠시 웅서거렸다. 지금같이 혼란스런 시기에 딸의 혼례를 거론하는 독고운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고운은 이런 소란을 모두 예상했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상대는 저기 앉아 있는 단형우 소협이오. 그에 대해서는 소문이라든가 여러 가지로 얘기를 많이 들어 봤으리라 믿소.”
독고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단형우에게로 향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무림맹 수뇌부 중 단형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아는 자는 제갈중천과 취월밖에 없었다.
그 두 사람도 단형우의 실제능력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을 오죽하겠는가.
사람들이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단형우와 독고운, 그리고 독고영령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런 소란이 이는데도 단형우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먹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졌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고운과 독고영령은 속으로 대단히 기뻐했다. 단형우가 독고운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허락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럼 그렇게 알고들 있으시오. 오늘 난 이만 가 봐야겠소.”
독고운은 더 이상 시끄러워지기 전에 자리를 떴다. 그 뒤를 이어 독고영령이 따라갔다. 이제 남은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단형우에게 몰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단형우는 그저 먹기에 바쁠 뿐이었다. 누구보다 경건한 자세로, 누구보다도 맛있게.
제갈린은 또다시 자신을 찾아온 독고영령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굳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독고영령은 그런 제갈린의 표정을 보며 화려하게 미소 지었다.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 속에는 우월감이 숨어 있었다. 제갈린은 그 감정을 간단히 잡아냈다. 기부이 조금 더 나빠졌다.
“무슨 일이죠?”
“소식을 알려주러 왔어요.”
제갈린은 굳이 그 소식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독고영령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것을 알려주었다.
“조만간 혼례를 올리게 될 거예요.”
독고영령의 말에 제갈린의 눈이 놀람으로 살짝 커졌다. 독고영령은 승리자의 미소를 감추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상대는 단형우 소협이죠. 축하해 주실 거죠?”
독고영령의 말에 제갈린은 잠시 생각 자체가 날아가 버린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다.
“그, 그분이 허락을 했나요?”
“물론이죠. 자, 그럼 전 이만.”
독고영령은 그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제갈린은 그런 독고영령의 뒷모습을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제갈린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단형우와 ?던 대화의 내용이 갑자기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원한다면.’
그것이 단형우의 대답이었다. 제갈린은 혼란으로 치닫는 머리속을 정리하는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대로 단형우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을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제갈린은 점점 머리가 멍해졌다.
울컥.
과도한 심력의 낭비로 피를 쏟았다. 내력이 꼬이기 시작했다. 제갈린은 그것을 느끼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구나.’
이것은 심마와 함께 차자오는 주화입마의 전조였다. 단형우의 일이 설마 심마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단형우가 마음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지만, 고작 혼례라는 한 마디에 이렇게 흔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제갈린의 내력이 점점 심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혈도를 타고 흐르는 기의 흐름이 꼬이며 내장을 건드렸다.
“쿨럭!”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피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울컥 쏟은 피는 까맣게 죽은 피였지만 이번에 나온 피는 새빨간 선혈이었다. 상당히 좋지 않은 징조였다. 기의 흐름은 점점 심하게 꼬여갔다.
제갈린은 안간힘을 썼다.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온 힘을 다해 허리를 세우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거짓말처럼 단형우가 나타났다. 한 손에 젓가락을 들고서.
“아아……!”
제갈린은 이것이 환상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단형우가 제갈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제갈린의 정수리에 얹었다.
화아악!
강렬한 기운이 제갈린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단형우의 기운은 제갈린의 몸속에서 이리저리 꼬이는 기의 흐름을 단번에 꿰뚫었다. 제갈린은 기의 흐름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아아…….”
제갈린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러고 계셔도 되는 건가요? 혼례를 올릴 분이 다른 여인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시면 흉이 되는 법이에요.”
단형우는 천천히 제갈린의 머리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혼례?”
“독고소저와 혼례를 올리게 되었다고……”
제갈린의 말에 단형우는 그제야 식사를 하던 도중 독고운이 했떤 말이 떠오랐다. 그때는 밥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에 아예 그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되었던 건가?”
단형우의 물음에 제갈린은 문득 두려움이 느껴졌다.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게 될 것만 같았다. 단형우의 눈빛에서 번갯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그게 사실이 아니면 그걸로 됐어요. 이제 우리 그만 표국으로 돌아가요. 더 이상 여기 있어봤자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갈린의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가지.”
단형우가 제갈린의 손을 잡으려 하자 제갈린이 놀라서 급히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냥 갈 수는 없어요. 할아버지께 인사는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걱정 하나를 덜어드리고 싶어요.”
제갈린의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형우는 제갈린의 손을 잡고 한 걸음 걸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무림맹 수뇌부가 식사하는 자리에 나타났다.
방 안에 있떤 모든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단형우의 눈이 탁자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밥을 먹다가 제갈린에게 갔기 때문에 여전히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제갈린은 그것을 확인하고 빙긋 웃었다.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식사가 아직 안 끝나셨군요. 마저 하시겠어요?”
제갈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형우가 자리에 앉았다. 하루에 세 번, 식사시간에만 앉는 단형우다.
밥이 그에게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제갈린은 충분히 안다. 그런 밥을 먹다 말고 자신에게 달려왔다. 새삼 가슴이 벅차올랐다.
제갈린은 숨을 고른 후 자신에게 몰려 있는 눈들을 둘러봤다. 모두가 대답을 원하는 눈이었다. 제갈린은 마지막으로 제갈중천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전 단공자님의 식사가 끝나면 하남으로 돌아갈 거예요.”
제갈린의 말에 제갈중천이 안 된다고 소리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제갈린이 단형우를 바라보던 눈빛을 제갈중천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왠지 손녀에게 더 이상 몹쓸 짓을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제갈중천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제갈중천의 말에 취월이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제갈군사님! 안 됩니다! 허락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는……”
“됐네. 사람의 마음을 사람이 어찌 막겠는가. 이대로 보내주게.”
제갈중천의 말에 취월은 더 이상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그것을 막을 명분도 힘도 없었다.
제갈린은 그 광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무림맹 앞에 모여 있는 살마들은 단공자님이 해결해 주실 거예요. 사실 더 도와드리고 싶지만……”
제갈린은 단형우를 한 번 쳐다봤다. 경건한 자세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 그녀의 눈가에 다시 웃음을 만들어냈다.
“이분의 힘은 너무 거대해서 이용하려는 사람을 다치게 할 거예요. 사람의 일은 사람이 해결하는 게 옳겠지요.”
제갈중천도 취월도 제갈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단형우가 훨씬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것 외에는.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의 귓가로 제갈린의 전음이 들려왔다.
[대신 천마신교와 손을 잡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거면 충부하겠죠?]
제갈중천과 취월이 경악한 눈으로 제갈린을 쳐다봤다. 제갈린은 그저 미소만 머금은 채 단형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떠났다니!”
독고운은 놀란 눈으로 제갈중천과 취월을 쳐다봤다. 현재 팽가는 진으로 보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팽가 중심에 있는 하늘로 올라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전서구를 날리는 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그곳에 하늘로 길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그곳으로 나갈 수 없다. 사람이 새가 아닌 이상 수십 장 위로 날아오른 후, 그곳에서 방향을 바꿔 직선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어떻게 빠져나가겠는가.
“팽가 밖에 진을 치고 있던 무림인들이 흩어졌습니다.”
독고운은 연달아 자신에게 보고하는 취월과 제갈중천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단형우라는 자가 팽가 밖에 진을 치고 있던 무림인들을 박살내고 하남으로 돌아갔다는 뜻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밖에 있던 무림인들을 박살낸 것이 아니라 겁을 집어먹게 만들어 쫓아 보냈다.
그들은 적어도 몇 달은 집에서 요양을 해야 할 것이다.제갈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제갈중청은 아직도 단형우만 떠올리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자신과 제갈린의 손을 쥐고 단숨에 팽가 밖으로 나간 것은 아직도 어떻게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런 신위라니. 한 걸음 그냥 걸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기세가 무사들을 덮쳤고, 그들은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나중에 설명을 듣고서야 단전에 있던 내력이 모조리 흩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직도 인간이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제갈린이 제갈중천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고, 인사가 끝나자마자 단형우가 제갈중천을 가볍게 밀었다.
제갈중천은 눈앞이 빙글빙글 돈다고 느꼈고, 세상이 제자리를 잡는 순간 팽가 안에 서 있었다. 진을 뚫고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짐도 벽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습니다.”
제갈중천의 말에 독고운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망신이 있나. 그럼 우리 영령이는 어쩌란 말인가! 이건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될 문제일세. 내 하남표국에 정식으로 항의를 해야겠네.”
제갈중천도 취월도 그 말에 반박을 할 수는 없었다. 독고운이나 독고영령이 상당한 목욕을 느낀 것은 분명했다.
혼례를 발표했는데 이렇게 사라져 버렸으니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단형우는 한 번도 혼례에 찬성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후우,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닌데……”
취월이 조용히 중울거렸다. 일이 조금씩 어그러지고 있었다. 모든 것은 단형우가 무림맹에 온 순간부처 시작되었다.
불현듯 단형우라는 자는 사심을 가지고 가까이 해선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혈마회의 폭주
단형우가 사라진 지 며칠 지났을 무렵, 하북팽가에 마차 안대가 도착했다. 조설연과 우문혜가 탄 마차였다. 마차는 팽가 정문 앞에 멈췄고, 즉시 팽가에서 무사 몇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어디에서 온 누구시오!”
무사들 중 하나가 외치자, 종칠이 그 무사를 알아보고 마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하남표국에서 왔소이다.”
하남표국이라는 말에 무사가 퍼뜩 놀라 종칠을 쳐다봤다. 아내 무사의 기억 속에서 종칠이라는 사내가 떠올랐다. 그 무사는 종칠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뵙소이다.”
무사는 정중하게 종칠에게 포권을 취했다. 종칠은 의외라는 눈으로 마주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반갑소. 혼례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소.”
종칠의 말에 무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무림맹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지금 종칠이 말한 그 혼례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단 안으로 드시는 것이 좋겠소.”
무사는 그렇게 대답한 후, 옆에 있는 다른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마차가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라.”
팽가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팽가 무사들은 마차를 끄는 말을 조심스럽게 다루며 마차를 팽가 안으로 들였다. 이내 팽가의 정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단형우가 무림맹에 몰려든 서른 개 문파를 돌려보낸 이후, 무림의 혼란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제갈중천과 취월이 펼치는 계략까지 맞물려 혈마회의 영향력이 조금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혈마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혈마회가 문파들의 힘을 집중하고 있다는 정보가 무림맹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원래 조용하던 문파들이 그렇게 했다면 혈마회의 힘으로 그 정보를 차단할 수 있었겠지만 한창 소란을 피우던 문파들이라 정보를 차단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혈마회가 문파들의 힘을 모은다는 정보를 얻은 무림맹은 그 대비책으로 구대문파를 움직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