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78
검왕의 말에 무황과 패룡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검마가 혈영검을 뽑았다. 진득한 살기가 핏빛 안개를 타고 무황과 패룡을 향해 흘러갔다.
순식간에 일 대 일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무황은 자연스럽게 검왕과 부딪쳤고, 패룡은 검마와 대치했다.
사방에 핏빛 안개가 퍼져나갔고, 뇌전이 번득였다. 싸움이 저점 흉험해졌다.
누구도 그 싸움에 끼어들거나 관여할 수 없었다. 네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정천맹은 지금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맹주인 천영은 분노가득한 표정으로 검을 꽉 쥐었다.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소. 지금 즈기 적들을 맞이하러 나갑니다.”
천영의 말에 정천맹 수뇌부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신교가 정천맹을 목표로 쳐들어왔는데 그냥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힘을 끌어 모아 적을 쳐부숴야 했다.
천영은 혈마회에서 준 모든 힘을 출정시키기로 했다. 현재 정천맹의 가장 큰 힘이 바로 그들이다. 천마신교의 기세가 너무 대단해 그들을 아낄 여력이 없다 판단했다.
“갑시다.”
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천맹 수뇌부가 그를 따라 나섰다. 정천맹 역시 무림맹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문파들이 모여 이루어진 곳이다.
그들은 원래 무림맹에 속해 있었지만 등을 돌리고 정천맹을 끌어안은 자들이다.
처음 그렇게 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만일 정천맹이 천마신교와 싸우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무림맹에 등을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무림맹도 잿더미로 변했지만 말이다.
정천맹과 천마신교의 수많은 뭄사들이 넓은 평원에서 마주쳤다.
천마신교의 마인들은 너무나 피가 그리웠다. 적이 눈앞에 보인 순간 명령도 계략도 필요 없었다. 그들은 별다른 탐색전도 없이 바로 싸움에 돌입했다.
이곳이 넓은 평원이었기에 계략을 쓸 수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바로 환마의 능력이었다.
그렇게 천마신교와 정천맹이 처절한 싸움을 시작했다.
쩡! 쩡!
꽈르릉!
연달아 벼락이 떨어지고 검광이 난무했다. 시꺼먼 독연이 피어올랐고, 그것이 불길에 휩싸였다.
네 명의 절대고수가 싸우는 광경은 정말로 놀라웠다. 이렇게 화려한 싸움은 아마 평생 가도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다. 네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검왕은 천섬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무황의 공격을 차단했다. 무황은 정말로 강했다.
비록 천마에게 지긴 했지만 그래도 천하제일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게다가 독강시가 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래저래 검왕이 상대하기 너무나 까다로운 자였다.
무황의 몸에서 연방 시꺼먼 독연이 피어났다. 다행이 검왕이 가지고 있는 검이 천섬이었기 때문에 독연의 피해는 입지 않았다. 천섬의 뇌기가 독기를 깨끗이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검왕과 무황은 그렇게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검마와 패룡의 대결 역시 비슷했다. 패룡이 비록 십대고수에 속했던 고수이고 독강시가 되어 더 강해지긴 했지만, 확실히 무황보다는 몇 수 아래였다.
그런 패룡이 혈영검을 든 검마에게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패룡에게는 독이 있었다.
검마는 패룡의 독을 해소시킬 방법이 별로 없었다. 천섬을 들고 있었다면 벌써 결판이 났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싸움의 양상이 점점 답답해졌다. 물론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지만.
검왕과 검마는 그런 식으로 계속 싸우다가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그간 몇 번이나 함께 힘을 합했던 두 사람이다. 눈빛만 보고도 서로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 오는 듯했다.
파직! 파직! 파지지직!
천섬에너 뇌기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사방이 뇌기 천지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혈영검에서 흘러나오던 핏빛 안개가 모조리 검으로 흡수되었다. 혈영검이 요사스런 붉은 빛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검왕과 검마가 서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두 사람의 등은 완벽하게 무황과 패룡에게 드러났다.
그 기회를 놓칠 무황과 패룡이 아니다. 두 강시는 쏜살같이 상대의 등판에 거대한 힘을 작렬시켰다.
쩌저저저정!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올렸다. 사방으로 강기의 파편이 튀어올랐다.
싸움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검왕과 검마가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먼지와 강기가루가 너무 많아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려웠지만 정황상 분명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럴 수가……”
무영은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드러나 광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검마가 무황의 공격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낸 채 한쪽 무릎을 굽히고 있었다.
그리고 검왕이 천섬의 뇌기를 이용해 패룡의 독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그대로 패룡의 정수리에 천섬을 박아 넣은 상태였다.
쩌저저적!
털썩.
패룡이 둘로 가라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갈라진 틈은 예전에 단형우에게 한 번 당했던 곳이었다. 검왕의 힘이 정수리에 몰리면서 막았던 상처가 벌어진 것이다.
패룡의 몸에서 시꺼먼 독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섬을 들고 있는 검왕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빠지지직!
천섬에서 흘러나온 뇌기가 독연을 깨끗이 태워 버렸다. 더불어 둘로 갈라진 패룡이 뇌기에 휩싸였다.
검왕은 천천히 뒤로 돌며 천섬을 가볍게 휘둘렀다.
빠지직!
뇌기가 공간을 가르며 무황을 향해 날아갔다.
푸쉬쉬쉭!
무황과 검마 사이에 있던 독기들이 깨끗이 불 타 사라졌다. 검마는 슬쩍 미소 지으면 천천히 굽혔던 무릎을 폈다. 무황이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제 끝내 볼까?”
혈영검과 천섬이 동시에 움직였다. 사람들의 눈에는 핏빛 안개와 새하얀 뇌전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엔 새까맣게 탄 시체 한 구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검왕과 검마는 싸움이 끝나기 무섭게 팽가 정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느새 종칠이 진의 흐름을 끊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문으로 들어서자 다시 진이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영은 그 모든 것을 멍한 눈으로 쳐다봤다. 독강시 두 구가 당한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 검왕과 검마를 뒤쫓으라는 명을 내리지도 못했다.
문득 이번 일은 어쩌면 거의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형우는 하남표국에 들어온 후로 한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최근 들어 생긴 자신의 변화를 천천히 관조했다. 몸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변화였다. 단형우는 정말로 많이 변했다.
처음 지옥에서 세상으로 다시 나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가졌다. 친구들이 생겼고, 가족이 생겼다. 그리고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마음을 정리한 단형우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저 며칠 마음을 정리한 것뿐인데 하늘이 달라보였다. 이 역시 마음이 일으킨 변화라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단형우의 얼굴에 맑은 미소가 어렸다.
갑자기 세 여인이 보고 싶어졌다. 이곳에 와서 얻은 친구와 가족들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다.
단형우의 걸음이 팽가 쪽으로 향했다.
팽가 정문 앞에 도착한 단형우는 주변에 늘어선 사람들을 슬쩍 확인한 후에 안으로 들어섰다.
취월의 진법이 워낙 촘촘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하남표국에서는 조설연과 우문혜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문 앞에 도착하니 선명하게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단형우의 모습이 우문혜와 조설연 앞에 나타났다. 두 여인은 단형우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설마 이렇게 데리러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가자.”
단형우는 다짜고짜 두 여인의 손을 잡았다. 우문혜와 조설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순간, 세 사람은 다시 하남표국 단형우의 방에 있었다.
“아, 검왕과 검마 어르신은……”
하남표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검왕과 검마가 떠올랐다. 그만큼 두 여인이 단형우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는 뜻이었다.
단형우를 본 순간 다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단형우는 두 여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제갈린이 있는 곳이었다.
단형우는 한자리에 모여 세 여인을 보며 다시 한 번 맑은 미소를 피워 올랐다. 세 여인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단형우와 세 여인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무림의 싸움은 점점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혈마자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혈마자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보고하는 조영의 말을 들으며 점점 광포해지는 기세를 그대로 하늘로 올려 보냈다.
조영은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머저리 같은 놈들!”
혈마자는 이렇게 허무하게 이번 일이 실패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설마 천마신교가 그때 움직일 줄은 몰랐다.
천마신교는 스스로의 몸을 추스르기도 바쁠 시기인데 대체 왜 멀쩡한 정천맹을 공격한단 말인가.
게다가 서서히 구대문파가 움직이고 있었다. 구대문파는 명분이 서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무림맹과의 싸움에 동원된 강시들이 문제였다. 다른 것보다 패룡과 무황의 독강시가 문제가 되었다.
구대문파가 주목한 것은 십대고수가 강시로 화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큰 위협이었다. 결국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취월은 가지고 있던 정보를 그때 풀었다. 취월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정천맹에 관련된 것이었다. 패룡과 무황이 어떻게 해서 독강시가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천마신교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던 정천맹에 이것은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다.
구대문파뿐 아니라 무림 유수의 문파들이 정천맹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대체 어쩌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혈마자의 외침이 대전을 흔들었다. 사실 일이 이렇게 꼬인 데에는 혈마자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취월을 얻기 위해 그의 무공을 빼았은 것이 결국 이렇게 비수가 되어 날아온 것 아닌가. 취월이 무림맹에 있지 않고 혈마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훨씬 더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혈마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혈마자는 일을 이렇게 만든 원흉으로 단형우를 지목했다.
단형우였다. 모든 일이 틀어지게 된 것은 단형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천기자의 전인, 혈마자가 지금 생각하기에 단형우는 천기자 그 자체였다.
“네놈만은 반드시 죽인가. 으드득.”
혈마자는 이를 갈았다.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이용해 단형우를 세상에서 지워 버릴 것이다. 하남표국을 없애 버릴 것이다.
혈마자의 눈이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혈마자는 남아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정천맹의 힘은 이제 더 바랄 수 없었다. 정천맹은 아마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철영대도 없다.
철영대는 무림맹을 이기지 못한다. 그곳에는 검왕과 검마라는 고수가 있으니까. 우내사존이라 불릴 정도로 강한 자들 아닌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보를 다루는 조서단과 혈마자의 근거지를 지키는 화영대, 그리고 혈마자의 가장 큰 힘이 되어줄 혈마대가 있다.
혈마자는 그 모두를 동원했다. 그 밖에 자잘한 힘들이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냥 무시했다.
어쩌면 나중에 그들이 뭔가 일을 벌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혈마자를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무사들이 하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혈마자는 분노와 광기에 몸을 맡기고 불나방처럼 하남표국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신
검왕과 검마는 온몸이 피에 전 상태로 숨을 헐떡였다. 이렇게 큰 싸움 후에도 아무런 상처가 없다는 사실이 두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중 상당수가 원래부터 시체였던 자들, 즉 강시였다. 강시들은 대부분 검왕과 검마가 상대했다. 아무리 철강시라지만 검왕과 검마의 힘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왕과 검마는 한쪽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종칠을 쳐다봤다. 왠지 흐뭇한 미소가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올랐다. 종칠은 이번 싸움으로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지난 번 북해빙궁과 싸움녀서 실전 경험을 다졌다면 이번에는 그 경험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새로운 경지로 한발 다가섰다.
종칠은 이제 두 사람이 고수라 불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아직 까마득히 멀었지만.
검왕과 검마는 천천히 종칠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언제까지 그렇게 쉬고 있을 생각이냐?”
검왕의 말에 종칠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내력이 제대로 흐르지 않았지만 이제 싸움이 다 끝났으니 상관없었다.
종칠이 비틀거리자 검왕과 검마가 다가가 한 쪽씩 손을 나눠 쥐었다. 종칠의 양손으로 거대한 기운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갔다.
“허억!”
처음에는 놀랐지마 이내 그 기운을 안으로 인도해 끊어진 진기의 흐름을 하나하나 이어갔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검왕과 검마의 기운이 워낙 강한 탓도 있었지만 종칠 역시 기의 흐름을 노련하게 이끌 수 있었다.
그렇게 대충 몸을 추스른 세 사람은 무림맹주 독고운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독고운과 제갈중천, 그리고 취월이 서 있었다.
세 사람 역시 악전고투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독고운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에 몰골이 더 초췌했다.
“슬슬 무림맹도 괜찮아 진 것 같으니 우리는 이만 떠나야겠소.”
검왕의 말에 독고운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도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
이제 더 힘든 싸움이 남아 있겠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했다.
독고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취월은 그렇지 못했다. 이대로 검왕과 검마마저 하남으로 돌아가 버리면 정말 무림맹은 끝장이었다. 무림맹이 끝장나면 무림도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될 것이다.
“두 분 조금만 더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니까? 이제 머지않아 큰 싸움이 있을 것 같은데…….”
취월의 말에 검왕이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그것은 무림맹의 일. 우리는 여기까지요.”
검왕이 너무 단호하게 대답하자 취월은 더 말을 꺼내기도 머쓱해졌다. 그저 두 사람을 그냥 보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럼 살펴 가십시오.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검왕과 검마는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려 하남으로 향했다. 종칠이 그 뒤를 서둘러 따라갔다.
살아남은 무림맹과 팽가 무사들은 그런 검왕과 검마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검왕과 검마는 이제 살아 있는 루미의 전설이 될 것이다. 적어도 오늘 함께 싸웠던 무사들은 검왕과 검마의 그 어마어하한 신위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우내사존의 위치가 확고해졌다.
검왕, 검마, 종칠은 무림맹에서 떠난 후, 몇 시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그쯤 달린 후 나타난 마을에 들러 피에 절은 몸을 씻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하루 정도 늘어지게 쉰 다음 다시 경공을 전개해 허창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서 돌아가 이제 공사의 막바지에 접어든 단가의 완공을 꼭 눈으로 지켜보고 싶었다.
세 사람은 나란히 허창을 향해 달였다. 처음에는.
딱 하루가 지났을 무렵부터 달리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종칠이 조금 강해진 힘을 믿고 약간 과할 정도로 검왕에게 기어올랐다. 검왕이 그것을 참을 리 없으니 종칠을 쫓기 시작했다.
종칠은 단형우로부터 전수받은 신법이 이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검왕조차도 쉽게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물론 방향 전환이나 몇 가지 부분에 문제가 있었지만 단순히 도망가는 데에는 검왕이나 검마도 쉽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종칠은 그렇게 도망가며 자신이 단형우를 제외하고 어쩌면 천하에서 가장 빠르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했다.
처음에는 검왕이 종칠을 쫓고 그 뒤를 검마가 따르는 식이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검마도 호승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종칠이 앞서 달리고 그 뒤를 검왕과 검마가 달리는 형국이 되었다.
비록 종칠이 검왕이나 검마보다는 빨리 달린다고는 하지만 실상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종칠의 경우 온 내력을 다 동원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달리는 것이고, 검왕과 검마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종칠을 뒤쫓았다.
만일 검왕과 검마가 내력의 소모를 고려하지 않고 달렸다면 순식간에 따라잡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