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181
“호오, 마차인가? 새하얀 것이 꽤 화려하네.”
“모양도 좀 특이한데요?”
그들이 발견한 마차는 그동안 중원에서 봐왔던 것과는 상당히 모양이 달랐다.
훨씬 더 화려했고, 바퀴도 더 컸다. 백마 네 마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사람은 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단형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냥 돌아갈 수도 있었다. 이미 합일을 이뤘으니 다시 검을 휘두르면 집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 하기가 싫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 세상을 한 바퀴 돌아봐야할 듯했다.
“알 수가 없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그렇게 할 거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단형우는 마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세 사람의 눈이 단형우에게로 모였다. 지금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는 사람은 단형우가 유일할 테니까.
“이곳 세상을 한 바퀴 돈다.”
단형우의 말에 검왕과 검마, 종칠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다, 단대협. 그, 그럼 집에는……”
“그 다음에.”
단형우의 단호한 대답에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 하지만 일단 단형우는 절대 말을 번복하는 일이 없으니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렇게 해야 했다.
“뭐 그렇지 않아도 심시한데 잘 됐네. 한 바퀴 돌지 뭐.”
검왕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검마도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종칠은 왠지 한숨이 나왔다. 하남단가에는 종칠을 가디리는 아리따운 여인이 있는데 그녀를 두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아……”
종칠의 한숨에 검왕이 호통을 쳤다.
“젊은 놈이 한숨은! 거기서 그렇게 미적거리지 말고 마차나 몰아!”
검왕의 말에 종칠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도 마차를 몰아야 한단 말인가.
종칠은 검마와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곳에서 가장 약자는 자신이었다. 종칠은 조용히 마부석에 올랐다.
검왕과 검마가 마차 지붕으로 올라가자 단형우도 그 뒤를 따랐다.
“에휴, 갑니다.”
종칠은 능숙하게 마차를 우직였다. 그동안 몰았던 마차와 조 금 다르긴 하지만 기본은 똑같다. 종칠은 그 누구보다 마차를 잘 모는 마차의 달인이었으니까.
새하얀 마차가 베스란의 전설이 될 사람들을 싣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백 년이 지났다.
베르문트는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핫! 역시 예상이 적중했어! 이놈들 꼬락서니 좀 보라고! 크하하핫!”
백 년 전, 그들의 모험은 멋진 결실을 맺었다. 베스란에 있던 신전과 성기사들이 거의 초토화 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들을 지원하던 천족들까지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크하하핫! 그 인간은 우리를 위해 마신이 내려준 복이야. 아니, 마신 그 자체야. 크하하핫!”
베르문트의 웃음이 마계 전체를 울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그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또…… 또 차원의 틈이 갈라지고 있다.
베르문트는 그 차원의 문을 누가 가르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인간들이었다. 베스란을 초토화시켜 천족들의 힘을 약화시킨 그 인간들 말이다.
백 년 동안 잃었던 힘을 최대한 되찾았다. 지금 이 상태라면 천계를 도모할 수도 이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베르문트는 근처에 있떤 마족 하나를 불러 명을 내렸다.
“마족들을 모아라.”
베르문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아마 이번 차원의 틈을 연결하는 데 남아 있던 대부분의 힘을 소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계가 마계나 거의 힘이 비슷해진다.
“균형의 사자였던가.”
결국 그 인간들로 인해 세상의 균형이 맞춰졌다. 비록 전체적인 힘이 현저히 낮아졌지만.
갑자기 갈라진 공간, 그 공간 안을 채우고 있는 시커먼 기운.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분명 기대감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이와 비슷한 현상을 이미 목격한 바 있다. 비록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단공자님……”
우문혜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일 년 전, 이 자리에 우문혜도 함께 있었다. 이렇게 시커먼 입을 벌린 구멍 안으로 단형우가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는 타나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나 지나서야 다시 그것이 나타났다.
자연 사람들의 눈에 기대가 어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살마들은 그 찢어진 공간 안에서 단형우가 튀어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시커먼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한 사람이 몸을 드러냈다. 그를 보고 가장 기뻐한 사람은 염혜미였다.
“할아버지!”
검왕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염혜미만큼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가 검왕이라는 사실을.
“오오! 혜미야! 우리 손녀를 드디어 보게 되는구나! 허허허헛!”
검왕의 웃음이 메아리쳤다. 사람들은 검왕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검왕이 젊어졌다. 예전 구멍으로 뛰어 들어갈 때보다 적어도 십 년은 넘게 젊어 보였다. 염혜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금방 알아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사십대 정도로 보이던 외모가 이제는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어졌다.
사람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검왕은 염혜미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뒤이어 또 다른 사람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검마였다. 검마 역시 검왕과 마찬가지로 어졌다. 사람들의 눈에 혼란이 가증되었다. 검마 역시 조금 전 검왕을 보지 않았다면 알아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긴느 하나도 변한 게 없군.”
검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몇 걸음 걸었다. 검마는 따뜻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 제갈린을 쳐다봤다. 오랜만에 만나지만 마치 손녀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검마의 뒤를 이어 종칠이 모습을 드러냈다.
종칠은 예전과 전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종소협!”
종칠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장소저!”
종칠의 변함없는 말투에 장화영은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달려갔다.
“으하하핫!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는데! 으하하핫!”
종칠은 당황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장화영을 끌어앉았다.
“대체 뭐 하다가 이제야 오신 거예요?”
장화영의 물음에 종칠이 어색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마차를 좀 몰다가 왔는데……”
종칠은 그렇게 대답하며 장화영을 안은 손에 약간 힘을 주었다. 이렇게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피에 절은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아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일을 겪게 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종칠과 장화영을 바라보며 입가에 웃음 짓던 사람들은 다시 시커먼 구멍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이 나타났으니 정작 그들이 가장 기다리던 그 사람이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의 눈에 긴장감이 어렸다.
시커먼 공간이 일렁였다. 처음보다 많이 흐려졌다. 아니,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아직 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냥 사라져 버리면 어쩌잔 말인가.
“오라버니……”
조설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난 일 년 동안 매일 이 자리에서 단형우를 기다렸다. 그 결실이 오늘 나타났다.
단형우는 그런 조설연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한 미소였다.
“많이 변하셨네요.”
옆에서 우문혜가 다가가며 말했다. 우문혜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져갔다.
“오랜만이군. 정말로.”
단형우의 말에 우문혜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단형우가 그런 인사를 건네올 줄은 몰랐다.
“정말 많이 변하셨어요. 단공자님.”
이번에는 제갈린이었다. 그녀 역시 단형우를 오매불망 기다려왔다. 단형우에게 별다른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 단형우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단형우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 여인을 하나하나 둘러봤다. 얼굴에 새겨진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그동안 대체 뭘 하셨어요.”
조설연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조설연은 그동안 쌓여 있던 기쁨과 원망과 기다림을 모두 담아 그렇게 말했다.
단형우는 그런 조설연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뭘 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단형우는 세 여인을 다시 한 번 하나하나 눈을 새기듯 쳐다봤다. 그리고 주변을 크게 둘러봤다. 세가를 이루고 있는 전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돌아왔다는 게 중요하지. 바로 여기. 내 집에.”
세 여인의 눈에서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말이 옳다. 이곳은 바로 그의 집. 하남단가니까.
단형우는 세 여인을 앞에 두고 끊임없이 미소 지었다. 무려 백 녀이나 지났지만 이곳은 고작 일 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제야 자신에게 있었던 시간의 괴리가 이해되었다. 그곳의 백 년은 이곳의 일 년이었던 것이다.
“확인은 하셨나요?”
단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 지옥을 확인하지 못했다. 고개를 젓던 단형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른 것들을 확인했다. 이제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대충 이해했다.
“다행이에요. 정말로.”
세 여인의 눈이 그렁그러해졌다. 그녀들은 최근 일 년 새에 눈물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울 일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웃을 일만 있을 것이다.
“어떠셨나요? 여행은?”
우문혜의 물음에 단형우가 씨익 웃었다. 그에게는 별로 어려움 없었던 여행이었다. 검왕과 검마, 그리고 종칠이 힘들었을 뿐이다.
“괜찮았다.”
“무엇을 하신 건가요?”
이번에는 제갈린이 물었다.
“균형을 맞추고 왔다.”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마지막으로 조설연이 말했다.
“잘 돌아오셨어요.”
그녀의 얼굴에는 누구보다 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단형우는 그런 그녀들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젠……”
세 여인의 눈이 동시에 단형우의 입으로 향했다. 과연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단형우의 말이 이어졌다.
“누워서 잘 수 있게 되었다.”
단형우의 말에 세 여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그녀들의 놀란 표정은 너무나도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 순수 타이핑본이고 검토를 하지 않아 오타가 있더라고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문맥이나 전, 후권의 책을 토대로 오류가 있는 부분은 임의로 수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