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2
독고운의 말에 장로들이 일순 숨을 멈췄다. 천기자의 마지막 무공이라는 말은 그만큼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그것이 사실이오?”
“내가 무엇 때문에 장로들을 모아놓고 농담을 한단 말이오. 천기자의 마지막 무공이 담긴 곳을 나타낸 장보도요.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기관도해도 함께 있소. 대충 읽어보니 천기자의 비밀병기도 있다는 것 같았소.”
“천기자의 비밀병기!”
한동안 장내가 술렁였다.
아무리 장로들이 나이를 먹고 수양을 쌓았다고 하지만 천기자라는 이름 앞에서는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소이까?”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무당파 장로 영호자가 말을 꺼냈다.
“천기자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리고 비밀병기라니, 천기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없구려. 십 년 전에 천기자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숨어서 그런 것을 만들고 있었다는 뜻 아니오? 여기에는 숨겨진 뭔가가 있음이 분명하오.”
영호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독고운은 그 말에 고개를 지었다.
“일단 이 장보도를 모두 돌려보시오.”
독고운의 말에 장로들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조심스러벡 장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장보도를 유심히 살폈다.
“세상을 겁난에서 보호하기 위해 남긴 안배라니 놀라운 일이로군요. 하지만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 또한 없다고 생각하오.”
영호자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리고 그 말에 다른 장로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천기자의 무공, 그리고 비밀병기라는 말에 혹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가 찜찜했다.
그것은 이 장보도를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천기자였기 때문이었다. 천기자는 그만큼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장로들의 반응에 독고운이 장내를 한 번 슬쩍 둘러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럼 이대로 포기하겠다는 말이오?”
“포기가 아니라 일단 조사를 해 봐야 하지 않겠소?”
독고운이 고래를 끄덕였다.
“당연히 조사가 먼저요. 하지만 너무 늦으면 곤란하오. 이 장보도를 가진 곳이 우리 무림맹뿐이 아닐 수도 있소.”
독고운의 말은 장내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럼 장보도가 또 있다는 듯이오?”
“그건 확실치 않소. 하지만 최근 사도련(邪道聯)과 녹림(綠林)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소. 그들의 정예 무사들이 형산으로 은밀하게 이동 중이라는 정보가 있었소.”
“형산?”
“그 장보도가 가리키고 있는 곳이 바로 형산이오.”
독고온의 말에 장내에 싸한 기운이 감돌았다. 적들은 벌써 비밀병기를 얻기 위해 움직였는데 무림맹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는 뜻 아닌가.
“그럼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소.”
정천이 나서서 말하자 영호자가 다시 나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천기자의 음모일 수도 있지 않소? 세 힘을 격돌시켜 무림에 혼란을 가져올 목적일 수도 있소이다.”
영호자의 말에 장로들이 심각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났다. 사도련과 녹림이 움직이는데 무림맹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장로들은 부디 장보도에 쓰여 있는 대로 천기자가 무림의 안위를 생각해서 남긴 안배이기만을 빌었다.
“비밀병기라니…… 대체……”
장로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그렇게 무림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림맹이 위치한 무한에서 형산까지는 무려 천 리에 달한다. 하지만 경공에 능한 고수들이 쉬지 않고 달려간다면 하루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물론 쉴 수가 없으니 당연히 조금은 무리를 해야 했다.
하지만 무림맹은 서둘되 무리하지는 않았다. 그들 역시 은밀하게 움직였다. 최대한 사도련이나 녹림에 움직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막을 많이 쳤다. 물론 정보를 아예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절을 했다.
그것은 무림맹의 군사로 있는 제갈중천의 생각이었다. 제갈세가는 무림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이다. 대대로 무림맹의 군사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무림맹같은 큰 단체의 군사를 하기 위해서는 머리도 좋고 통찰력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보에 밝아야 한다. 그리고 제갈세가는 그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 정보에 밝다는 얘기는 정보를 이용할 줄 안다는 뜻이고, 이는 정보를 얻는 것뿐 아니라 감추는 데도 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무림맹이 사도련이나 다른 단체에 비해 월등히 앞서나가는 이유가 바로 제갈세가의 그런 능력 때문이다. 물론 제갈세가가 이 정도 정보력을 갖추기까지는 독고운의 아낌없는 지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재 무림맹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장사(長沙)에 있는 취운루에 머물려 형산 근처로 움직이는 사도련과 녹림의 움직임을 조용히 파악했다.
덕분에 취운루는 대호황을 맞이했다. 무림인들이 몰려들어 술과 고기를 동내고 있으니 주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취운루의 1층에는 수많은 무림임들이 진을 치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동원한 인원을 꽤 많았다. 천기자의 무공을 조사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도련과 녹림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무사들을 이끌고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에 조가장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무림맹의 위세가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그렇죠? 오라버니?”
조설연의 말에 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단하구나. 설마 맹주님이 직접 움직이시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숙부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사마철은 둘의 말을 들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하남표국(河南驃局) 국주인 그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조가장주 조일현의 부탁 때문이었다.
조가장주는 자신의 권한으로 이번 형산행에 조인과 조설연을 참가시켰다. 무림맹주의 허락을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어찌 되었던 장보도를 무림맹에 아무런 조건 없이 넘겨준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하남표국은 조가장의 사업체 중 하나였다. 조일현은 사마철에게 두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했고 사마철은 흔쾌히 허락했다. 조인과 조설연은 사마철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조만간 형산으로 출발할 것 같구나. 사도련 무사들이 근처에 있으니 너희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알겠느냐?”
사마철의 말에 조설연이 귀여운 표정으로 혈ㄹ 삐죽 내밀었다.
“인 오라버니도 충분히 강해요. 그리고 숙부님께서 지켜주실 거잖아요, 헤헷.”
조설연의 모습에 사마철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헛. 그 녀석 참, 어쨌든 내 말을 명심하도록 해라. 세상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
“네. 명심할게요, 숙부님.”
조설연은 얌전히 대답하며 빙긋 웃었다. 얼굴도 예쁜 소녀가 미소를 띠자 주루 안이 환해지는 듯했다. 사마철은 그 모습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귀여우니 큰일이었다.
“어? 숙부님 저 사람 조 보세요.”
조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사마철과 조인이 그녀의 눈이 향한 곳을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막 취운루에 들어서는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안에 들어서자마자 주벼을 둘러보며 빈자리를 찾았다.
금세 점소이가 달려가 마침 비어 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조설연이 눈을 빛냈다.
“겁집도 없이 검을 차고 있어요.”
조설연의 말대로 사내의 허리춤에 있는 검이 시린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검은 상당히 훌륭해 보이는군.”
사마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사내에 대한 호기심은 일지 않았다.
“왜 검집을 안 가지고 다니는 걸까요?”
조설연의 물음에 사마철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다.”
“검을 뽑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런 거겠죠? 나름대로 열심히 궁리를 한 모양이네요.”
조설연의 말에 조인이 고개를 저으며 제동을 걸었다.
“그건 그렇지 않다. 검을 뽑는 것도 중요하다. 검집에서 검이 아노는 순간 훨씬 더 빠른 속도와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어.”
조인의 말에 조설연이 눈을 동그렇게 떴다.
“정말요?”
조인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설연의 표정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조설연은 조인의 말을 듣고서 놀란 표정으로 사마철을 쳐다봤다. 사마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다시 고개를 돌려 멀찍이 앉아 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그럼 돈이 없어서 검집을 못 만든 걸까요?”
조설연의 말에 조인과 사마철은 결국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시간이 지나갔다.
단형우는 구석진 자리에 어색하게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소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얼마 만에 보는 제대로 된 음식인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먹었던 것들은 정말로 맛을 무시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것들뿐이었다. 그나마도 많이 먹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거의 먹지 않아도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었다.
단형우는 어렵게 젓가락을 움직여 소면을 더서 입에 넣었다.
사르르.
마치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취운루의 음식 솜씨가 상당하긴 했지만 지금 단형우가 느끼는 정도로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형우는 그렇게 느꼈다.
그동안 먹던 것들은 질겨서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씹지도 삼키지도 못할 것들뿐이었다. 그런데 이 소면은 그대로 입에서 녹아 버리는 듯했다. 소면을 먹는 동안 단형우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이내 소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버렸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소면을 주문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맛있군.”
단형우가 나직히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맛있게 드셨습니까요? 닷 푼입니다요.”
점소이의 말에 단형우가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점소이는 단형우의 반응에 인상을 찌푸렸다.그리고 단형우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날선 검을 쳐다봤다.
단형우는 점소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 돈이었어.”
단형우의 눈가가 살짝 흔들렸다. 새로운 단어가 하나 떠올라 기쁜 것이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단어였다.
단형우에게는 기쁨을 던져 준 단어였지만 점소이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점소이는 주인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주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취운루에 가든 찬 사람들은 다름 아닌 무림맹의 무사들이었다. 정(正)을 대표한다는 무림맹에서 무위도식하려는 자를 가만둘 리 없었다. 그리고 점소이가 죽게 내버려 둘리 없었다.
점소이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금 강하게 나갔다.
“손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식사를 하셨으면 돈을 내셔야지요.”
점소이의 목소리는 상당히 컸기 때문에 1층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단형우는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었다. 없는 것이 당연했다.
“없다.”
단형우의 거침없는 대답에 점소이가 고개를 저었다.
“하아, 참으로 당당하시군요. 그럼 그 허리춤에 있는 검이라도 내놓으시죠.”
점소이의 말에 단형우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줄 수 없군. 내 마지막 친구의 목숨과 바꾼 검이라서.”
단형우의 말에 점소이가 순간 흠칫 했지만 주변 무림인들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자 더욱 강력하게 나갔다.
“아니, 그럼 원래부터 공자로 밥을 먹을 속셈이었단 말입니까?”
점소이의 커다란 목소리에 단형우의 눈가가 아주 살짝 일그러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주루에 있던 무림맹 무사들 몇몇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우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때 꾀꼬리처럼 예쁜 목소리가 주루 안을 울렸다.
“그만 하세요. 고작 닷 푼 가지고 이렇게 무안을 주다니요.”
사람들의 시선이 목소리으 ㅣ주인공에게로 향?다. 그곳에는 조설연이 눈을 살짝 치켜뜨고 서 있었다. 그 모습조차 아름다워 사람들의 표정이 금세 풀어졌다.
“하, 하지만 아가씨.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저희에게는……”
“됐어요, 그 돈 내가 내죠. 이제 됐죠?”
조설연의 말에 점소이는 금세 한 발 물러났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설연은 점소이의 손에 돈을 쥐어준 후 단형우를 쳐바봤다. 단형우는 크게 당황했다. 이 상황에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쟀든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은 돈을 쓸 일도 없었을 뿐더러 이렇게 어딘가에 들어와 뭔가를 먹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 역시 당연히 겪어본 적이 없었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는 그냥 나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형우는 그냥 취운루에서 나가 버렸다.
“저, 저런……”
사람들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듯 분노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조인과 사마철도 마찬가지였다.
“도와줬으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갈 것이지.”
“경우가 없는 사람이군.”
조설연은 그런 두 사람의 말에도 그저 단형우가 나간 문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역시 돈이 없었던 거예요, 그렇죠?”
조인은 자신의 철없는 여동생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도 참 대단하구나.”
“그나저나 그 사람 눈 봤어요?”
“눈?”
조인과 사마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조설연을 쳐다봤다. 조설연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대단했어요.”
조인과 사마철은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하다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 사내에게서는 전혀 기세나 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검을 들고 다니는 무사로서는 완전히 실격이었다.
“게다가 내공도 없는 듯한던데……”
사마철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검집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조설연의 말에 사마철과 조인이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 그 사람 따라가 봐야겠어요. 검집을 사 주고 싶어요.”
“네가 왜?”
조인이 결국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너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경우도 예의도 없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에게는 호의조차 아깝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된다는 걸 벌써 잊은 것이냐?”
조인의 단호한 말에 조설연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안 돼요, 오라버니?”
“안 된다.”
“나도 인이와 같은 생각이다. 지금 이들과 떨어져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위험해.”
둘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조설연도 결국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검집을 사준다는 것은 정말로 이상했다.
“할 수 없죠. 두 분의 뜻을 따를게요.”
조설연의 표정이 조금 더 시무룩해졌다. 사마철과 조인은 조설연의 표정을 보고서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역시 조설연이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단형우는 취운루에서 나와 발길 닿는 대로 빠르게 걸었다. 방금 겪었던 그 생소한 경험 때문에 절로 몸이 움직였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너무 빨리 움직여서 이 도시를 벗어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