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20
“우선 마차부터 치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형표가 손짓하자 쟁자수들이 마차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당가 무사들 몇몇도 눈치를 보다가 합세했다.
그 모습을 본 당호관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있이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마차가 크고 무겁긴 했지만 당가 무사들까지 합세한 덕분에 순식간에 길을 정리했다.
마차를 치우고 길을 정리하자, 우문혜 옆에 서 있던 사내, 영사가 재빨리 나섰다.
“괜찮으시다면 저 마차들 위에 아가씨를 태웠으면 합니다만……”
영사의 말에 형표가 당황하며 당호관을 쳐다봤다. 물론 이런 형표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었다. 표물을 실은 마차에는 그 누구도 탈 수 없었다.
그것은 표물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였다.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거절하기에는 우문혜가 보여준 미모가 너무 대단했다. 어찌 되었건 형표도 남자였다. 그것도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살아 외롭기 그지없는 사내였다.
당호관은 인상을 찌푸리며 영사를 쳐다봤다. 그 사이 우문혜는 당연하다는 듯 마차 쪽으로 걸어갔다. 처음 마차 옆에 서 있던 두 사내, 금사와 은사가 재빨리 우문혜의 양 옆에 따라 붙었다.
당호관이나 형표가 채 말릴 새도 없이 우문혜가 마차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표물 위에 살며시 앉았다.
“이제 가죠.”
우무혜의 한 마디에 표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쟁자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차를 움직인 탓이었다. 상당히 돌발적인 행동이었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형표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다가 화들짝 놀라 당화관을 쳐다봤다.
당호관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형표는 머쓱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나며 생각해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그리고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형표가 믿을 만한 것은 단형우뿐이었다.
표물은 실은 마차는 모두 다섯 대다. 그중 우문혜가 탄 마차는 가운데 마차였다. 단형우는 형표의 부탁에 따라 가운데 마차 옆에서 걸어갔다.
우문혜가 탄 마차 주변에는 쟁자수들이 하나도 없었다. 우문혜의 호위무사인 금사와 은사의 기세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피한 탓이다.
그런 와중에 단형우만 홀로 마차 옆에서 걸어가니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조설연은 단형우 옆에 가고 싶었지만 왠지 우문혜와 비교될 것 같은 생각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형 표사님.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걸까요?”
조설연의 표정에는 살짝 불만이 어려 있었다. 형표는 그런 조설연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안 되지요,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수십 년 동안 표사 생활을 해 온 형표조차 처음 겪는 일이니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하지만 그 어떤 쟁자수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기회가 생기는 대로 힐끗거리며 우문혜를 훔쳐보기 바빴다. 그리고 그것은 당가 무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설연은 그런 모습을 확인하곤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걱정되네요.”
형표는 여전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표행에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람은 조설연과 형표, 그리고 당화관과 단형우뿐이었다.
‘이건 숫제 마력인군.’
형표는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남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길어야 칠 일 정도면 목적이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온 길보다 훨씬 더 힘들 것 같은 예감에 절로 한숨이 새나왔다.
우문혜는 마차 위에 앉아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저들은 쟁자수로군. 수는 서른. 표사는…… 하나?’
표행에 표사가 하나뿐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당가 무사들이 함께 한다지만 일을 그렇게 해선 안되는 법이다.
[이 표행은 습격을 받아 표사들이 거의 전멸했습니다. 그리고 하남표국은 지금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몰락한 상태입니다.]
영사의 전음이었다. 우문혜의 표정을 읽고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전음으로 알려 준 것이다.
우문혜는 영사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였ㄷ.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가의 반응은 조금 의외였다. 표사까지 모두 잃어버린 마당에 굳이 하남표국을 고집할 이유를 아직 찾이 못했다.
그리고 흑사단의 습격을 막아낸 그 고수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그만한 고수가 없네.’
당호관이 가장 나아 보였지만 절대로 흑사단을 홀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당가 무사들을 모조리 합해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떻게 흑사단을 막아낸 거지?’
우문혜의 눈이 빛나며 조금 더 찬찬히 주변 인물들을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특별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실망감으로 눈이 살짝 찌푸려질 무렵 문득 자신이 타고 있는 마차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쟁자수가 눈에 띄었다.
‘음? 특이하네.’
쟁자수 주제에 칼을 차고 있었다. 만일 표사들이 살아 있었다면 건방지다고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표사들도 없는 마당이니 쟁자수들 중에서 그나마 힘 좀 쓴다는 자에게 칼을 지급한 모양이었다.
‘흐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힘이 없어 보이는데?’
우무혜가 판단하기에는 쟁자수들 중에도 꽤 쓸만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쟁자수와 표사를 기준으로 판단한 거였지만 어쨌든 지금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쟁자수 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러고 보니……’
우문혜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그들의 중심에는 우문혜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는 조설연조차도 기회만 되면 힐끗거리며 우문혜를 쳐다봤다.
그런데 단 한 명, 우문혜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사내가. 다른 아닌 단형우였다.
우문혜는 조심스럽게 힐끗거리며 단형우를 쳐다봐다. 우문혜가 보기에는 전혀 대단할 것도 없어 보였다.
그런대로 잘 생긴 편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숱하게 봐 온 후기지수들에 비하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았다. 게다가 무공을 익힌 것 같지도 않았다.
‘발걸음만 봐도 알 수 있지.’
고수는 발걸음부터 다르다. 단형우의 발걸음은 고수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닌 척 하려는 고수라도 발걸음에 새겨진 무공의 흔적은 지울 수 없었다.
각고의 수련을 거친 특유의 보법이 발걸음에 그대로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것을 숨기려 하더라도.
단형우의 발걸음은 평범했다. 아무런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의 걸음걸이였다. 규칙적이면서도 그 안에 불규칙이 숨어 있는.
보법과 신법에 가장 자신 있는 우문혜였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눈도 남달랐고, 자신의 판단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우문혜는 한참이나 단형우를 관찰했다. 물론 은밀히. 하지만 그동안 단형우는 단 한 번도 우문혜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마치 관심이 전혀 없는 것처럼.
‘그럴 리가 없지.’
절대 그럴 리 없었다. 자신을 보고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사내가.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우문혜는 단형우가 자신을 못 봤거나 아니면 초인적인 인내로 참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단한데?’
자신의 등장이 화려했으니 못 봤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참고 있다는 뜻인데, 이건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우문혜의 미모는 감정이 완전히 죽어 버린 살수들 마음 깊숙이 남은 불꽃마저 일으킬 정도였으니까.
“이봐요.”
우문혜는 결국 먼저 단형우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한 번 보면 참을 수 있었도 다시 한 번 보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믿었다.
우문혜의 부름에도 단형우는 여전히 앞을 쳐다본 채 걸었다. 마치 자신을 부른 우문혜의 말을 못 들었다는 듯이. 우문혜는 그 모습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봐요, 쟁자수 아저씨.”
우문혜의 나이나 단형우의 나이나 비슷해 보였으니 아저씨라는 호칭이 조금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우문혜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너무도 어울렸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단형우는 주변에 있는 쟁자수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슬쩍 돌려 우문혜를 쳐다봤다. 단형우와 우문혜의 눈이 잠시 마주쳤다.
우문혜는 단형우의 눈을 보고 살짝 놀랐다. 그리고 곧 기분이 나빠졌다.
단형우의 눈은 지극히 무심했다. 마치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 같았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예전 감정이 죽어버린 살수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은 완벽한 무관심, 우문혜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눈빛이었다.
“불렀으면 말을 해라.”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문혜는 그 목소리가 흘러나온 단형우의 입을 쳐다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이것은 위장이 아니라 정말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단형우는 우문혜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우문혜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분하다는 감정을 느낀 것은 지금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첫 번째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했다.
“이봐요, 아직 내 말이 안 끝났어요.”
우문혜는 너무 분하고 당황해서 단형우가 자신에게 반말을 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반면 그녀 주변에 있던 세 사내는 놀람과 분노로 얼룩진 눈으로 단형우를 노려봤다. 물론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봐요!”
우문혜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단형우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얼굴에 표정이 드러났다. 그것은 우문혜에게 무표정보다 더 심한 굴욕감을 안겨 주었다.
단형우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눈빛만은 귀찮음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우문혜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지만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 그것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 우문혜에요, 아저씨는요?”
“단형우.”
단형우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우문혜는 조금 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단숨에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면 자신이 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내 발 밑에 엎드리게 만들겠어.’
그 이후로도 우문혜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연방 단형우에게 말을 걸었고, 어떻게든 단형우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쳐다보게 만들려 애썼다.
우문혜의 이런 행동은 상당히 조심스러웠지만 표행을 함께 하는 일행들은 모두 단형우를 부러운 누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몇몇은 질시어린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우문혜가 타고 있는 마차 옆으로 다가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문혜의 인간 같지 않은 미모는 오히려 범접할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
사천당과와 흑사방
일행은 형표가 찾은 공터에 모여들었다. 오늘의 강해군은 이제 끝났고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
노숙지(路宿地)를 찾는 것은 언제나 형표 몫이었다. 이렇게 긴 표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었고, 편안한 휴식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장소였다.
그것을 찾는 것은 일행 중 가장 경험이 많은 형표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형표의 익숙한 자시에 쟁자수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형표의 지시에 따라 가장 보호하기 조은 자리에 마차를 옮긴 쟁자수들은 익숙하게 노숙을 준비했다.
순식간에 자리가 정돈되었고, 일행은 곧 쉴 수 있었다.
우문혜는 세 사내의 호위를 받으며 노숙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눈을 빛냈다. 단형우가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 쟁자수말이야.”
우문혜의 말에 영사가 고개를 돌려 단형우를 쳐다봤다. 오늘 하루 우문혜를 지켜본 결과 단형우에게 크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쟁자수입니다.”
“그렇지? 특이하지?”
“그래 봐야 쟁자수일 뿐입니다.”
영사의 이어진 말에 우문혜의 볼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그 모습에 영사가 미소를 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로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고 싶어진다.
“다른 쟁자수들이 저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왠지 조심스럽군요. 제가 보기엔 저쪽에 있는 저 쟁자수가 훨씬 강해 보이는 말이죠. 웬만한 표국의 표사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영사의 말에 부풀어 올랐던 우문혜의 볼이 다시 홀쭉해졌다.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이거 뭔가 수상해.”
영사의 미소가 짙어졌다.
“내가 가서 조금 더 살펴봐야겠어.”
우문혜가 당당하게 단형우에게 다가갔다. 우문혜의 돌발행동에 세 마리 뱀이 한숨을 내쉬며 따라붙었다.
우문혜가 영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단형우는 형표와 조설연 옆에 서 있었다. 조설연은 우문혜가 있는 쪽을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단형우에게 물었다.
“정말 아름답지요?”
“글쎄.”
단형우의 대답에 조설연이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을 배려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도 저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조설연의 말에 그 옆에 있던 형표가 나섰다.
“아가씨는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저 소저보다 더 예뻐질 겁니다.”
“호홋. 고마워요, 형 표사님.”
조설연은 의례적인 말에 의례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형표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조설연은 아직 그 아름다움이 채 꽃피기 전이었다. 만일 그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조설연은 단형우를 보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요? 저 예쁜가요? 오라버니?”
“글쎄.”
단형우의 간단하고 무심한 대답에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짓던 조설연이 입을 멍하게 벌리고 어이없는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살짝 입을 삐죽대며 고개를 돌렸다.
형표가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자칫 가라앉을 수도 있는 분위기인데 조설연이 알아서 이렇게 밝게 행동해 주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내심 조설연의 깊은 속에 감탄했다.
“그럼 제가 못 생겼단 말이에요?”
조설연이 입을 삐죽이며 간신히 꺼낸 말이었다. 단형우는 그 말에 지체 않고 대답했다.
“글쎄. 남자를 유혹할 만한 얼굴은 아니지.”
단형우의 직선적인 말에 조설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사실 농담을 과장되게 섞어서 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꾸하니 꽤 무안했다.
단형우가 우문혜를 쳐다봤다.
“저 여자도 모자라.”
“누, 눈이 너무 높으신 거 아니에요?”
조설연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우문혜를 쳐다봤다.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조설연은 문득 단형우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한 마디 하려고 고개를 들어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 순간 단형우의 입이 열렸다.
“난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
조설연은 단혀우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서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멍하게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예쁜 여자의 유혹은 죽음을 가져오거든.”
단형우의 말에 조설연의 머릿속에 헝클어졌다. 대체 그 동안 어떤 일을 겪으면서 살아왔기에 저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단형우의 표정을 보면 농담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을 놀리거나 농담을 할 정도의 주변머리가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