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30
단형우가 강한 것은 알지만, 또 그 무시무시한 무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만 이렇게 많은 적을 앞에 두니 두려운 감정이 스며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단형우는 그런 조설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아득한 기운이 조설연의 정수리를 통해 몸을 꽉 채웠다.
“아……!”
조설연은 방금 몸속을 가든 채운 이 기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 주는 기운이었다. 기운과 함께 자신감도 몸을 꽉 채웠다.
단형우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날 죽이러 왔나?”
단형우의 말에 청월단 무사들은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기세에 눌린 것도 있지만 이런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하남표국에서 온 소녀 하나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듣고 왔을 뿐이었다.
“그만한 각도오 했겠지?”
단형우의 몸이 잠시 흔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수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으로 늘어난 단형우가 청월단 무사들 앞에 한 명씩 붙었다.
쩌저저적!
우르르르!
동시에 수십의 벼락이 쏟아졌다.
그리고 객잔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흑사방원들이 쓰러졌다. 청월단이건 금월단이건 마찬가지였다.
벼락이 사라지자 수십이나 되었던 단형우들도 모두 사라졌다. 단지 하나만 남아 시체들 사이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단형우의 모습은 괴기스러울 정도였다.
단월은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아직 채 마시지도 못한 술이 술잔에 담긴 채로 바닥에 쏟아졌따. 술을 모두 내뱉은 술잔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쨍!
단월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실패할 줄은 몰랐다. 비록 아직 청월단 서른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었다. 서둘러 뒤로 빼내는 것이 오히려 전력을 보존하는 길이었다.
단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실로 두려웠다. 어찌 인간이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멀리서 보던 단월조차 단형우가 수십으로 불어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분신술이라도 쓰는 것 같았다.
단월은 다급히 몸을 날려 주루에서 뛰어내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뒤에 대기하고 있는 청월단을 철수시키고 방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다음 일에 대비해야만 했다.
주루에서 창을 통해 가볍게 뛰어내린 단월이 바닥에 막 착지하기 직전 뭔가가 단월을 향해 날아왔다.
단월은 황급히 그것을 피하려 했지만 미처 그럴 수 없었다.
“컥!”
목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에 단월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을 돌려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사람을 보니 놀랍게도 단형우였다.
“어, 어떻게……!”
단월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이고셍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정말로 분신술을 쓰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자.”
단형우의 말에 단월은 고통스러운 와중에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디로 가잔 말인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단월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단형우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월의 머리가 민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흑사방으로 이자를 끌고 가더라도 미리 준비를 한다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알겠소. 안내 하겠소. 그, 그러니 이것을 좀……”
단월의 말에 단형우가 그를 힐끗 쳐다봤다. 단월은 단형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한없는 공포를 느꼈다.
마치 무저갱에 빠져드는 것처럼 단형우의 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털석.
단형우가 손을 놓았고, 단월이 바닥에 거칠게 쓰러졌다. 힘이 쭉 빠져 제대로 균형도 잡을 수 없었다.
단월은 서둘러 일어났다. 그리고 사방으로 눈을 굴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남은 청월단이 있으니 그들을 시켜 미리 준비를 하도록 해야 했다.
조금 더 걸어가던 단월은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남아 있던 서른의 청월단마저 모두 반으로 갈라진 채 죽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시체들을 하남표국 쟁자수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처리하고 있었다. 쟁자수들은 놀랍게도 시체들을 전혀 거부감 없이 다뤘다.
결코 평범한 쟁자수들이 아니었다. 단월은 그제야 자신이 상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달았다.
은월단주는 출동준비를 모두 마친 후, 이 방주에게 보고를 했다. 흑사방은 현재 두 명의 방주가 이끌어 나가는 상태였고, 은월단은 그중 두 번째 방주에 속해 있었다.
집무실에 앉아 서류 몇 장을 뒤적이던 이 방주는 은월단주의 보고를 받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진천뢰를 집어 들었다.
사람 머리통만한 크기의 쇳덩이니만큼 그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지만 이 방주에게 있어서 그 정도 무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가세.”
이 방주의 말에 은월단주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직접 가실 생각이십니까? 악가장 저도야 은월대만으로도 충분히……”
“아니야. 흑월단과 백월단이 동시에 갔는데도 당했다면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뜻일 터. 게다가 이번에는 실패할 일말의 가능성도 남겨선 안 되네.”
방주의 뜻이 그렇다는데 은월단주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밖으로 나가려던 은월단주의 눈에 진천뢰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들어왔다.
뇌(雷).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이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서, 설마 진천뢰……!”
“자네는 처음 보겠군. 맞네, 진천뢰일세. 우리 흑사방에 모두 세 개가 있지. 이번에 이걸 써서 악가장을 초토화 시킬 생각이네.”
이 방주의 담담한 말에 은월단주의 몸이 굳어 버렸다. 흑사방에 진천뢰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거니와 이번에 그것을 쓴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만일 진천뢰가 정말로 전해지는 대로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악가장을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세 개나 있다니, 은월단주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세, 세 개나……”
“서두르게나. 오늘 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네.”
“아, 예. 아, 알겠습니다.”
은월단주는 급히 대답하고 걸음을 서둘렀다.
은월단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연무장에 모여 있었다. 은월단은 비록 스물밖에 안 되는 작은 단에 불과했지만 그 힘만은 아주 막강했다.
연무장에 도착한 은월단주와 이 방주는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은월단 무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막 출발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전서구 하나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에 묶인 붉은 색 끈을 보니 긴급한 상황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전서구임이 분명했다.
“뭐지?”
이 방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흑사방이 도약을 시작한 이후로 긴급한 상황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단주(團主), 비화각(飛畵閣)에 잠시 다녀와야겠네.”
“예, 그러십시오. 일단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이 방주는 비화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최대한 서두르고 싶었다. 사실 그냥 출동해도 상관없었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아 확인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비화각은 흑사방의 모든 전서구를 관리하고 확인하는 곳이었다. 즉, 흑사방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장소였다. 이곳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비화각주와 두 명의 방주, 그리고 대장로뿐이었다.
그 긴급한 전서구가 무슨 소식을 물고 왔는지는 비화각에 들어가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비화각에서 다급히 나오는 비화각주를 만난 것이다.
“무슨 일인가?”
이 방주의 물음에 비화각주가 다급히 대답했다.
“대단한 고수 하나가 방으로 쳐들어온다는 연락입니다.”
이 방주의 얼굴이 있는 대로 일그러졌다. 고작 고수 하나 때문에 이 난리를 친단 말인가.
“청월단 일백을 단숨에 죽였다. 합니다”
그제야 이 방주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청월단 일백을 말인가?”
“예, 게다가 그중에는 금월단도 셋이나 끼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방주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금월단은 자신조차도 한꺼번에 둘이 덤비면 절대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고강했다. 헌데 그런 금월단이 셋이나 끼어 있는데도 당했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고수라는 뜻이었다.
“검왕 정도 되는 고수인가? 그런 고수가 왜 우리 흑사방에…… 설마 악가장이나 당가에서?”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악가장이나 당가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모두 자존심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외부의 힘을 빌리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상당히 의외였다.
“그럴 수도, 또 아닐 수도 있습ㄴ다. 아직까지 악가장이나 당가에서 욉에 선을 대는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막아야만 합니다. 은월대도 필요하게 될지 모릅니다.”
비화각주의 말에 이 방주가 고개르 끄덕였다. 불안했던 것이 이때문인 모양이었다. 그런 고수가 나타났는데 나 몰라라 하고 몸을 뺄 수는 없었다.
은월대가 펼치는 검진(劍陳)은 고수 하나를 상대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진법(陳法)이었다. 상대가 검왕 정도 되는 고수라면 금월대보다 오히려 은월대가 상대하는 편이 나았다.
비화각주는 고개를 숙인 후, 일 방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 방주는 그런 비화각주를 쳐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은월대의 출동은 조금 더 미룰 수밖에 없어졌다.
단형우는 마을로 채 들어서기도 전에 마을 전체를 뭔가 기이한 기운이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슬쩍 살펴보니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집 모양이나 위치가 조금씩 비틀어져 있었다.
단형우는 그 기이한 기운 속으로 들어섰다. 단형우 옆에서 조심스럽게 걷고 있단 단월의 표정에 작은 안도감이 맺혔다.
흑사방이 있는 마을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진(陳)이었다. 비록 대단한 진법은 아니었지만 적의 힘을 분산시키거나 기습하기에는 아주 적합했다.
그리고 도망가기에도.
단월은 조심스럽게 내력을 끌어올렸다. 단형우가 점혈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전에 잠들어 있는 기운들이 거침없이 사지백해로 흘러갔다.
모든 내력을 다리에 집붕한 단월은 발끝에 힘을 주고 힘차게 땅을 박찼다.
지금까지 단월이 살아오면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낸 적이 언제냐 묻는다면 바로 지금이라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단월이 목표로 하는 곳은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작은 틈이었다. 그곳은 진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이기도 했다. 단월은 무사히 그 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단형우는 단월이 하는 양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살짝 눈에 이채를 띠었다. 단월의 몸이 감춰진 것이었는데 그 기운마저 사라져 버릴 정도였으니 단형우가 호기심을 가질 만했다. 단형우는 단월이 사라진 틈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틈으로 들어선 순간 주변 경관이 확 바뀌었다.
분명히 집들이 들어서 있는 마을이었는데 발을 들인 순간 사방이 확 트인 들판으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단형우는 눈을 빛내며 사방을 둘러봤다. 진의 변화 때문에 생겨난 풍경이니 환상임이 분명하지만 그런 것을 느낄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진짜 같았다. 게다가 단형우는 진이라는 것을 처음 겪어보기 때문에 더더욱 생소했다.
가만히 서서 주변 기운을 감지하던 단형우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주변 경관이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절벽 위에 서 었었다.
단형우는 눈을 감았다. 사실 진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지옥에는 별의별 괴물들이 다 있었으니까.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는 단형우의 몸에 서기(瑞氣)가 어렸다. 그리고 단형우가 다시 눈을 떴다.
번쩍!
눈에서 강렬한 광채가 흘러 나와 사방을 밝혔다.
단형우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 가볍게 앞을 그었다.
촤아아악!
검이 긋고 지나간 공간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단형우를 뒤덮고 있던 환상이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그 앞에 찢어질 정도로 눈을 부릅뜬단월이 서 있었다.
결국 흑사방 정문에 도착한 단월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연방 단형우를 힐끗거렸다.
목에 가해지는 압력에 숨을 쉬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너누 놀라워 그런 것을 느껴지지도 않았다.
진법을 부숴 버렸다.
그것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방법으로.
검으로 진법을 부쉈다면 그러려니 할 것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진을 부수는 것이 불가능한 것 아니니까. 하지만 단형우가 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진을 검으로 갈랐다. 그리고 그 여파로 진의 중심축이 부서져 버렸다. 더 이상 진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게 된 것이다.
“여긴가?”
“그, 그렇소. 그러니 이제 그만……”
단형우가 단월을 그대로 정문에 집어 던졌다.
콰과광!
산산조각 난 문의 파편들과 함께 단월이 흑사방 안으로 날아갔다.
퍼버벅!
단월은 문 뒤에 서 있던 흑사방 무사 몇을 그대로 뭉개며 날아갔고, 결국 절명하고 말았다.
단형우가 문 안으로 한 발 들어섰다. 흑사방 무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문 안쪽에 있는 너른 공간에 단형우가 들어서자, 검은 옷을 입고 팔에 은빛 줄이 그러져 있는 무사 스무 명이 앞으로 나섰다.
은월단이었다.
은월단 무사들은 검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단형우를 포위했다. 그들이 단형우를 완전히 둘러싸자, 흑사방 무사들 틈에서 이 방주가 나왔다.
“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이런 짓을 하는 거냐. 흑사방이 우습게 보였더냐? 설마 살아 돌아갈 생각을 하고 온 건 아니겠지?”
이 방주가 낮게 깔린 위협적인 못로리로 말?, 단형우가 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스르륵 소리 없이 빠져 나온 검이 예기를 뿌리며 번득였다.
“흑사방이 맞군.”
단형우가 중얼거리며 검을 슬쩍 치켜올렸다.
번쩍!
한 줄기 벼락이 떨어졌고, 단혀우를 포위하고 있던 은월단 무사 하나가 둘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이 방주는 그 모습에 경악해서 눈을 크게 치켜떴다. 검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벼락이 떨어지는 것만 보였다.
“설마 뇌정도(雷霆刀)?”
이 방주는 고개를 저었다. 뇌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뇌정도라 하더라도 벼락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이 방주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또 한 번 벼락이 떨어졌다.
번쩍!
은월단원 하나가 또 쪼개졌다.
“뭐, 뭣들 하는 거냐! 어서 죽이지 않고!”
이 방주의 외침에 흑사방 무사들이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월단 무사들이 검진을 발동시켰다.
비록 두 사람이 죽었지만 검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검진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다섯이고, 나머지는 검진의 위력을 가중시키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은월단 무사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단형우를 공격해 들어갔다. 단형우는 그들의 검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다 슬쩍 검을 흔들었다.
쩌저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