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31
이 방주는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렸다. 단형우에게 다가가던 은월단 무사 열이 순식간에 절명해 버렸다. 만일 자식이 흑사방의 방주가 아니라면 장관이라며 박수라도 쳤을 정도로 대단했다.
정확히 열 개의 벼락이 동시에 떨어지며 은월단 무사들을 쪼갰다. 그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에 쓰러졌다.
검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단형우는 마치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듯 여유 있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주변에 벼락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단형우 근처로 쏟아지는 벼락들에 의해 흑사방 무사들은 계속 쓰러지기만 했다. 급기야 공포에 질린 자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 방주는 도망가는 부하들을 막을 수 없었다.
“어, 어찌 이런 일이……”
이 방주의 옆에 서 있던 은월단주가 조심스럽게 진천뢰를 건넸다. 이 방주는 그것을 받아들고 굳은 표정으로 단형우를 노려봤다.
이제 남은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악가장을 멸하기 위해 준비한 진천뢰를 설마 이런 시긍로 쓰게 될 줄은 ㅁ로랐지만 이대로라면 방이 무너질 게 뻔하니 어쩔 수 없었다.
단형우는 도망가는 사람들은 굳이 뒤쫓지 않았다. 그저 아직 남아 있는 은월단주와 이 방주를 가만히 쳐다보고 서 있었다.
“아깝지만 할 수 없지.”
이 방주가 손에 든 진천뢰를 비틀었다. 진천뢰에 새겨져 있는 뇌자가 반을 갈라지며 구(球)의 윗부분이 천천히 회전했다.
쩍!
뭔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진천뢰 윗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핑!
떨어진 반구(半球)가 단형우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뇌전을 방불케 하는 속도였다.
쩡!
단형우가 검을 들어 그것을 막아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반구에서 환하게 빛이 솟아났다.
콰과과광!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의 여파로 흑사방의 정문이 있던 부분의 담장까지 깨끗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하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광이 충천했고, 뜨거운 열기가 사방을 휘저었다.
이 방주와 은월단주는 남아 있는 반구(半球)를 들고 사방을 할퀴어대는 불꽃 속에서 유유히 서 있었다. 이 방주가 들고 있는 반구를 중심으로 일 장 안에는 그 어떤 열기도 침범하지 못했다.
“과연 진천뢰로군. 범위를 작게 조절했으니 망정이니 그렇지 않았다면 방 자체가 모조리 날아갈 뻔했어.”
이 방주의 중얼거림에 은월단주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진천뢰의 강력함에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불꽃은 마치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이리저리 넘실댔다. 그 안에 누가 있던,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안에 있기만 하다면,
은월단주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혹시 피하지는 않았을지 걱정입니다.”
“절대 피할 수 없네. 진천뢰는 원래 그런 걸세. 일단 목표를 정하고 극소으로 날아간 이상 절대 피할 수 없다네.”
이 방주가 너무나 확신을 가지고 얘기했기 때문에 은월단주도 그냥 그렇게 믿어 버렸다.
불꽃은 여전히 조금도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범위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덕분에 흑사방의 앞마당을 비롯해 정문과 그 주변에 있는 담장은 불育?먹이가 되어 재만 남기고 사라져 갔다.
그렇게 화려하게 타오르던 불꽃이 갑자기 약간 흔들렸다. 이 방주는 그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진천뢰가 폭발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저렇지 않았다.
한 시진 동안 변함없는 불꽃을 내뿜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헌데 오늘은 조금씩 불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방주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불꽃이 둘로 갈라져 버렸다.
화아악!
그리고 갈라진 불꽃은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마치 원래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불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진천뢰의 위쪽 반구가 절반쯤 녹은 상태로 뒹굴고 있었다.
이 방주와 은월단주의 입이 놀람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경악을 담아 턱이 덜덜덜 떨렸다.
뒹구는 진천뢰 뒤로 옷깃 하나 그을리지 않은 채, 오연히 검을 늘어뜨리고 서 있는 사내가 보였다.
단형우의 입가가 살짝 가늘어졌다. 그리고 검이 움직였다.
콰콰콰콰!
검의 퀘적을 따라 만들어진 지룡 두 마리가 은월단주와 이 방주를 덮쳤다.
다시 하남으로
사천은 흑사방의 멸문으로 인해 크게 술렁였다. 마치 사천 전체를 집어 삼킬 듯하더니, 하룻밤 만에 멸문에 이르렀으니 그 소식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흑사방과의 일전을 위해 벽력탄까지 준비한 당가의 놀람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당가 가주의 집무실에 몇몇 사내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다.
“갑자기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흑사방이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답니까?”
가주 당천상의 질문에 당철리가 급히 대답했다.
“지금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소식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당철기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어렸다. 비록 거의 서름에 가까운 나이이긴 하지만 당가 가주와 그에 버금가는 사람들, 그리고 당가의 장로들이 모인 자리이니 다른 사람들과 나이차가 최소 십 년이 넘었다.
본래 당철기 정도가 참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지만 벽력탄을 가져오는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한 공으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당철기의 대답은 당천산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답답하군. 혹시 무림에 또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닌지……”
사실 큰일이 벌어지는 것보다는 그것이 사천에서 시작될까 봐 두려웠다.
흑사방만 해도 힘든 상대였다. 당가의 특기인 독과 암기 중, 독이 거의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서 벽력탄까지 들여와야 했다.
헌데 그 벽력탄을 써서 실추된 당가의 명성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흑사방이 사라져 버렸으니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런 흑사방을 하루 만에 무너뜨릴 정도로 거대한 힘이 사천에 나타났으니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당천상뿐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어 분위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했다.
당가 무사 하나가 집무실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흑사방의 소식을 모아왔습니다.”
“들어와라.”
무사는 긴장으로 몸과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가 언제 이런 자리에 와 봤겠는가. 하지만 당가 무사답게 이내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흑사방이 멸문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무사의 말에 좌중에 낮은 신음 소리가 깔렸다. 그들 역시 진짜로 그렇다고 사실을 확인하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존자들도 확인했습니다.”
“생존자들이 있단 말인가?”
당천상의 놀람에 무사가 급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소문이 퍼진 것도 생존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 그저 잡일이나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무사들도 꽤 있는 모양입니다.”
무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천상이 당철기를 향해 큰 소리로 명령했다.
“철기는 어서 그들을 잡아들여라. 어쨌든 우리 당가를 욕보인 놈들이다. 이대로는 둘 수는 없지! 있는 놈들 다 데리고 가!”
“예, 즉시 잡아들이겠습니다!”
당철기가 재빨리 대답하고 방에서 나갔다.
당천상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무사를 쳐다봤다. 이야기를 계속 하라는 의미였다.
“흑사방을 무너뜨린 사람은 놀랍게도 단 한 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 명?”
“어찌 그럴 수가!”
“그 말 확실한 것이냐!”
무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 놀람을 가득 담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무사는 잠시 두려움과 긴장에 몸을 떨어지만 이내 숨을 고른 후, 힘주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생존자들에게 확인한 사실입니다.”
무사의 대답에 당천상과 장로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문이 돌 수도 있겠지. 하루 만에 흑사방이 몰락할 정도였으니 얼마아 흉험하겠는가. 생존자들이 뭔가 착각을 했겠지. 같은 옷을 입고 온 사람들을 하나로 착각 했던가……”
하지만 장로들 중 당호관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호관은 한 명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뇌리를 강타하는 예감이 있었다.
“혹시, 잿빛 옷을 입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당호관의 말에 무사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검을 쓰는 사람이고?”
“그것도 맞습니다.”
당호관은 점점 들어맞는 예감에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점점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자는 분명 하남표국에서 온 사람이겠지?”
당호관의 말에 무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것까지 아셨습니까? 이게 밝혀진 것은 고작 한 시간도 채 안 되는데……”
무사의 놀람에 당호관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 그 사람이라면……”
당호관의 말에 당천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몸이 점점 달아올랐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도 좀 알아야겠습니다.”
당호관은 당천상의 숙부였다. 당연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너무 궁금해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말하라는 듯, 압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당호관을 쳐다봤다.
당천상의 말과 눈빛에 당호관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표행의 시작에서 끝까지 있었던 일들을 전부.
이야기를 듣던 당천상과 장로들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단형우가 천뢰를 검으로 펼쳤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당천상과 장로들의 턱은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그것이 모두 사실입니까?”
“그렇다네, 가주.”
“부, 분명 검으로 천뢰를 만들어 냈다 하셨지요?”
당호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당천상이 장로들을 둘러봤다. 장로들 역시 당천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들의 고개 역시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역시 이런 일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적당한 법이겠지요?”
당천상이 자신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빙긋 웃었다.
형표는 쟁자수들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하고 한 손을 들어올렸다.
“출발!”
사천에 들어설 때는 마차를 다섯 대나 몰고 왔지만 다시 하남으로 돌아갈 때는 홀가분한 빈손이었따.
그리고 사천으로 올 때는 다급하기 이를 데 없는 속도로 왔지만 다시 하남으로 돌아갈 때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쟁자수의 수는 모두 서른, 올 때와 다르지 않은 수였다. 하지만 표사는 하나, 형표뿐이었다.
형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쟁자수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모든 일을 끝내고 다시 돌아가려 하니 새삼 죽은 표사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다. 자신이 단형우를 맡게 된 것도, 그리고 그와 함께 표행에 참가한 것도 모두 운이었다.
덕분에 자신은 표국와 조가장이 모두 몰락하고, 표행의 표사들이 모두 죽은 와중에도 이렇게 끝가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어제 이후로 흑사방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군요.”
형표가 새삼 떠올랐다는 듯 조설연을 보며 말했다. 조설연은 그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쟁자수들 중 가장 뒤에 서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조설연과 형표가 바로 앞이기도 했다.
“흑사방은 없다.”
단형우의 말에 형표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제……”
단형우의 말에 조설연이 대답했다.
“그렇게 되었어요.”
어제 갑자기 단형우가 사라져서 부득이하게 출발을 하루 늦출 수밖에 없었는데 그 사이에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천에 이미 소문이 쫙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형표는 쟁자수들을 관리하느라 그런 소문에 귀를 열 틈이 없었다.
형표는 단형우의 무시무시한 능력에 고개를 저었다. 설마 하룻밤 새에 문파 하나를 박살낼 정도라니.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고민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검왕(劍王)정도 되는 걸까?’
검왕은 무림십대고수에 속하는 강자였다. 어딘가에 소속된 적도 없이 홀로 독보천하(獨步天下)하는, 그야말로 거검에 살고 검에 죽는 사람이었다.
무림십대고수의 실력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소문만은 무성했다.
살마 사이에 도는 소문이라는 것이 때로는 살이 붙기도 하고, 없는 말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로 종합해 보면 검왕은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문파 하나 가지고 노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막상 떠오른 인물이 검왕 뿐이었지만 형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검왕이라니. 검왕은 무림의 하늘에서 노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대단하군요. 흑사방을 혼자서……”
형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조설연이 뭔가를 냄리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앞으로 형 표사님이 보관해 주세요.”
조설연이 내미는 무걸은 새까만 쇠공이었따. 크기는 어른 머리만하고 가운데 뇌자가 새겨져 있는 쇳덩이, 진천뢰였다.
생각보다 아는 것도, 경험도 많은 형표가 그것을 몰라볼리 없었다.
“서, 설마 그것은……!”
진천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는 조설연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단 오라버니 말에 의하면 진천뢰라고 하더군요. 여기를 이렇게 돌리면 된대요.” “으허헉! 자, 잠깐!” 조설연이 반구의 윗부분을 돌리려 하자, 형표가 기겁을 하며 말렸다. 그리고 빼앗듯 그것을 조설연의 손에서 낚아챘다.
“허억, 허억. 이, 이것은 그렇게 함부로 다뤄도 좋을 물건이 아닙니다. 그, 그러니 제, 제가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형표는 숨을 몰아쉴 정도로 긴장해서 그렇게 말했다. 진천뢰의 자세한 사용법은 모르지만 방금 조설연이 한 말만으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진천뢰는 모든 화탄의 정점에 있었다.
벽력탄이 무섭다고 하지만 진천뢰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벽력탄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